91식 철갑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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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식 철갑탄 (九一式徹甲弾).
1. 개요
2. 개발
3. 문제점
4. 개량
5. 평가


1. 개요


91식 철갑탄은 일본 해군이 사용하던 포탄으로, 보통 '''수중탄'''으로 알려진 철갑탄이다. 91식 철갑탄은 흰 바탕에 붉은 띠를 두른 후 표면에 九一을 표기해 다른 포탄과 구별했다. 그리고 91식 철갑탄은 구경에 따라 46cm, 40cm, 36cm, 20.3cm, 15.5cm의 다섯 종류가 있었는데 가장 큰 46cm 탄은 길이 1.95m에 포탄중량 1,460kg, 작약중량 33.85kg, 최대사거리 42,030m의 위력을 가졌다.

2. 개발


일본 해군은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에 의해 폐기가 결정된 미완성 전함 토사(土佐) 및 퇴역전함 아키(安芸)에 실탄사격실험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40cm 포탄이 수중에 착탄한 후, 바닷속을 뚫고 토사의 현측에 명중, 후방 기관실 내에서 작렬해 3,000톤의 침수피해를 낸 것이 관측되었다. 이 실험 결과 목표 바로 앞에 낙하한 포탄이 수중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를 수평으로 직진한다라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실험 결과를 일본 해군은 크게 중시했다. 포탄이 어뢰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뜻이었으니...그래서 일본군의 전함은 개장시 수중탄 방어를 대비함과 동시에 수중탄 특성에 우수한 철갑탄을 개발하게 되었다. 해당 신형철갑탄은 6호 철갑탄(후에 88식 철갑탄)으로 불렸는데 포탄이 수면에 명중시 탄두부가 떨어져나가면서 수중에서 직진하기 좋은 형상이 된 후, 바닷속을 뚫고 적함의 흘수선 아래를 명중한다는 구상으로 개발되었다.
통상형식의 포탄은 수중직진거리가 포탄 직경의 80배 정도라서 그렇게 멀리 나가지 못하는 것에 반해, 해당 철갑탄은 200배까지 직진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당장 야마토급 전함의 46cm 포탄이라면 46cm × 200 = 92m가 되므로 협차로 인해 적함의 근처 바다에 떨어진 포탄도 경우에 따라서는 명중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수중탄 효과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 6호 철갑탄에는 조정시간을 늘린 신관을 장비했다. 이런 특징을 가진 6호 철갑탄은 시험결과 수중탄 효과를 발휘한다고 인정되어 1930년에 제식채용되었다.
그리고 6호 철갑탄의 탄두를 연장하고 탄미 형상을 오무려서 보트테일형을 만든 철갑탄이 야마토급 전함에도 탑재된 91식 철갑탄이었다. 91식이라는 이름은 1931년(황기 2591년)에 채용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제식명이 붙여진 것이었다. 91식 철갑탄은 6호 철갑탄보다도 공기저항이 적은 형상이었기에 같은 각도라도 사거리가 3,000m ~ 4,000m까지 추가로 연장되는 효과가 있었다.

3. 문제점


하지만 91식 철갑탄은 실전에서 많은 문제점을 일으킨다. 그래서 야마토급 전함에서 해당 포탄을 사용해 본 후 적극적으로 개량 및 수정을 상부에 보고할 수준이었다.
  • 수중탄 발생효과가 통상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개발한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 폭발시간이 길어진 신관으로 인해 비장갑 부위에서는 명중탄이 발생하더라도 신관이 발화하지 않거나 폭발하기도 전에 완전관통해서 포탄이 반대쪽으로 빠져나가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안그래도 명중탄을 내기도 어려운데, 명중탄이 발생하더라도 바람구멍 2개만 뚫어놓은 셈으로 적함에 손상을 별로 주지 못하는 셈이다. 또한 해당 현상이 발생하면 포탄명중시에 폭연이 확인되지 않아 포격전시 명중확인 및 포격지휘에도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1]
  • 착수시 최대한 저항을 받지 않을려고 포탄의 형상을 얇게 설계하는 바람에 자체강도가 부족해서 장갑부위에 명중시에는 포탄이 파쇄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철갑탄이 장갑을 뚫지 못하고 그냥 깨진다는 이야기다. 특히 포탄구경의 90% 이상의 두께가 있는 표면경화장갑에 대해 명중각도가 25도 정도로 장갑과 포탄이 충돌한 경우에 이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또한 포탄이 깨지거나 쉽게 손상되면서 내부에 탑재된 신관까지 발화하지 않고 부서지므로 설상가상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일단 철갑탄이 장갑을 뚫고 내부로 들어와서 폭발해야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는데, 관통하지 못하는 것은 둘째로 치고라도 관통한 후에도 발화하지 않고 끝난다는 이야기니 매우 심각한 문제다.

4. 개량


위에 언급한 문제점으로 인해 91식 철갑탄을 개량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물인 1식 철갑탄은 1941년에 채용되었는데, 주요 개량점은 아래와 같다.
  • 탄두분리방법을 개선해서 수중탄 효과를 91식 철갑탄보다 잘 일어나도록 했다.
  • 탄두부에 착색제 충전을 추가했다. 이로 인해 착탄시 폭발연기에 색상이 추가되므로 원거리에서도 착탄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탄 자체의 강도를 강화했다.
하지만 설명과는 달리 실제 전장에서 사용한 결과 별로 개량이 된 부분이 없었다. 특히 포탄의 강도를 강화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연 제대로 강화했는지 모를 정도로 91식 철갑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5. 평가


한마디로 말해서 부가적인 기능을 강화하려다가 본래의 역할에 악영향을 줘버린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수중탄의 개념 자체는 주목할만 하다. 하지만 철갑탄의 기본 기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수중탄의 기능을 추가해야지, 수중탄의 기능을 살린다고 철갑탄의 기본 기능을 깎아먹는 일을 하면 안 된다. 일본군 또한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으나 실물은 철갑탄의 기본기능을 저하시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량을 가했으나 별 의미는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강화하려던 부가적인 기능조차 별 차이가 없었으니 개발한 이유조차 사라진 셈이다.
그리고 유틀란트 해전 이후부터 포격의 개념이 측면 난타에서 장거리에서 포탄이 고각으로 떨어지면서 갑판장갑에 구멍을 뚫고, 적함의 전투력을 먼저 제거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었으며, 측면의 경우 어뢰기뢰에 대한 대응책으로 벌지 및 각종 방어책이 등장하면서 수중탄이 발생하더라도 과거보다 효과가 줄어들고,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긴급 배수 및 대미지 콘트롤 등을 통해 곧 회복하게 만드는 것이 신형 군함의 특징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수중탄의 효과에만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점인지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2]
당장 이 수중탄을 일본군 전함이 미군 전함에 실제로 사격해 본 키리시마의 사례를 보더라도, 사우스다코타가 전력 계통 마비로 모든 행동이 불가능한 표적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우스다코타는 키리시마와 휘하 순양함들에게 '''5km'''라는 엄청난 근접거리에서 26발의 철갑탄 공격을 맞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중에서도 가장 대구경인 키리시마의 14인치 철갑탄이 직격한 3번 포탑 바벳 역시 깊이 1.5인치, 직경 15인치의 폭발 흔적과 수직 균열 몇개만 남겼으며 이 외에 명중한 6인치 2발, 8인치 3발 역시 장갑을 전혀 관통하지 못하거나, 비장갑구획인 상부구조물 같은 경우에는 관통구멍만 남기고 포탄이 빠져나갔다. 이 사항은 사우스다코타의 피해 보고서에 상세히 기록된 상태다. 보고서 하단에 첨부된 피해상황도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게다가 미 해군의 결사적인 반격에 직면했던 제1차 과달카날 해전의 교훈을 바탕으로 해서 키리시마 이외의 함선들은 다 철갑탄을 미리 장전한 상태고, 키리시마도 포신 내부에 장전된 첫 포탄만 3식탄이지, 장전된 나머지 포탄은 개선되었다는 1식 철갑탄을 사용했으며, 키리시마의 14인치 45구경장 주포의 경우, 잘 쳐주어야 동급이고, 보통은 약간 아래라고 평가받는 미국의 구식 14인치 45구경 Mark 1 주포의 위력이 5,490m에서 측면장갑 437mm를 관통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할 경우, 충분히 스펙상으로는 사우스다코타의 측면장갑 관통이 가능했다. 미국 구식 14인치 주포 일본 14인치 주포 여기에 더해서 5km라는 거리는 전함 교전상에서 영거리 사격에 가까울 정도로 근접한 거리며,[3] 여기에 일본군의 야간시력 좋은 견시와 탐조등, 그리고 상대방이 움직이지도 반항하지도 못하는 표적상태에서[4] 호위함들과 함께 일방적인 사격을 퍼부었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주포가 작고 약한 전함이 강력한 전함에 맞서서 전투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타격을 못 준 것이다. 물론 이 사례는 수중탄 이전에 한심하기 그지없는 명중률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사례이기는 하다. 그 근거리에서 철갑탄 27발중 명중탄은 1발이고 모든 탄종을 합치더라도 117발중 2발의 한심한 명중률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명중한 포탄도 바벳에 명중했는데 바벳의 장갑은 440mm로 포탄이 불량이 아니더라도 관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정상적인 포탄이라도 명중률이 저 모양인데 얼마나 전과를 더 올릴 수 있었을지는 의문.[5]
또한 수중탄 효과를 노리기 위해 일부러 약간 가깝게 사격을 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명중률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안 그래도 포탄 자체에 문제도 있어서 명중해도 제대로 피해를 못줄지 모르는 판국에 부가적인 효과를 노리고 스스로 명중률을 깎아먹는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1] 그나마 이건 물기둥을 보고 확인하는걸로 협차여부나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문제보다는 양호하지만.[2] 웃긴 건 이렇게 수중탄에 집착하면서 정작 포탑의 앙각은 또 올려놨다. 이쪽이야 대낙각탄을 노렸다기 보다는 사거리를 늘릴 목적이였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되면 수중탄을 써먹기 힘들다는 사실은 짐작을 할 수 있었을 건데?[3] 이해가 안 될 위키러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보통 전함급에 달린 대구경 주포의 유효사정거리는 30km정도 된다. 교전이 가능한 거리 30km에서 5km라면 1/6수준이고, 당시 보병으로 치자면 50m~70m 사이에서 교전이 발생한 것이다.[4] 사우스다코타가 반격으로 2~3회의 일제사격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음.http://blog.naver.com/imkcs0425/60115105842#[5] 참고로 같은 해전에서 키리시마를 포격한 워싱턴은 75발을 발사해서 9발을 명중시켜서(명중률 12%) 순식간에 키리시마를 무력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