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 영산회상
管樂靈山會相
영산회상의 세 종류 중 하나로, 관악 편성으로 연주되는 영산회상이다. 관악영산회상이 현악 영산회상(중광지곡)과 관련이 있는지의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고 확실한 비교가 이루어져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중광이 원곡이고 관악 영산회상은 중광의 선율을 추출해서 변주한 것으로 보는 편이다. 아명은 '표정만방지곡(表正萬方之曲; 올바름을 만방에 드러내는 곡)이다. 일반적으로 부를 때는 아명인 '표정만방'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곡의 구성은 중광의 9곡에서 하현도드리가 빠진 8곡으로 구성된다.
합주의 정석은 삼현육각으로 피리 둘, 대금 하나, 해금 하나, , 좌고(북) 하나, 장구 하나의 6명 편성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만파정식같은 관악 합주 편성으로 피리(향피리), 대금, 소금, 해금, 아쟁 등을 복수 편성하고 장구, 좌고와 박을 갖추어 연주한다.[1] 피리는 연주할 때 여덟 개 지공을 모두 사용하지 않고 하나씩 치켜 잡는 특이한 방법을 사용한다.
조성은 학자간의 의견차가 있으나 보통 황종 계면조(黃-太-仲-林-無)로 보는것이 일반적이다(우조계면조라 하는 책도 있음).
상령산부터 타령까지 황종 계면조로 진행하고 8번째 곡인 군악의 두번째 장단부터 태주 평조(太-姑-林-南-潢)으로 변조한다.
국악이론적으로는 황종 계면조와 태주 평조라면 각각 黃-夾-仲-林-無와 太-姑-林-南-應이 되겠으나 위와 같이 독특한 구성음을 갖는 것이 영산회상의 특징이다.
세 가지 영산회상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곡으로 꼽힌다. 특히 상령산과 중령산은 불규칙적인 장구 장단에 맞춰 대금과 피리가 번갈아 가면서 연주하는 형식이기 때문에[2] 고도로 연습을 해서 대금 주자와 피리 주자가 '''일심동체'''가 되지 않으면 연주하기 힘들다. 중령산에서는 박속(속도)가 느려지기도 하고 빨라지기도 하면서 두세 정간이 한 박에 흘러가 버리는 경우도 허다해서 상당히 어렵다. 그래도 세령산 이후로는 편해지는 편이지만, 다른 정악곡과는 달리 '''대금과 피리와 해금의 선율이 다 따로 노는''' 음악이라 이게 또 상당히 헤깔리는 부분이다. 또 음역 자체가 고음인 것도 힘든 것에 한몫을 하는 듯. 특히 대금 가락은 제1공, 제2공, 제3공만 사용해서 潢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원가락과 비교해 보았을 때 대금은 㳲 이상의 음을 낼 수 없기 때문에[3] 㶂과 (氵浹)으로 진행될 부분을 음역을 내려 변주한 부분도 흔히 보인다.
하지만 그런 만큼 화려하면서 장중한 곡이기도 하다. 한 구멍씩 치켜 잡아 불어 대는 피리와 역취로 일관하는 대금의 청소리가 무척 시원한 곡. 그래서 끝 곡인 군악을 제외하면 무용 반주 음악에 쓰이며, 특히 상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은 궁중 정재의 반주음악으로 쓰인다. 또 악기들의 가락이 서로 따로 놀기 때문에 서양의 화성과는 다른 국악의 화음을 감상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음악이다.
대금, 피리 전공자. 특히 대금 전공자는 전공의 길로 들어서면서부터 평생을 연습하는 곡 중 하나이다,[4] 국립국악원 단원들도 특별한 일정이나 리허설이 없으면 출근해서 일단 관악영산회상 한바탕 합주로 그날 업무를 시작한다고 한다. 또 지휘자라던지 박자를 잡아줄 누군가가 없기 때문에, 본인 연주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옆 악기까지 모두 디테일하게 들으면서 연주할 줄 알아야 하며, 상대방의 호흡에 따라 음악의 밀고당기기가 조금씩 발생하기 때문에 연주자들끼리의 고도의 합 맞춤이 요구된다. 관악 전공자들에게는 가장 위대한 음악 중 하나임에 동시에 가장 지옥과도 같은 음악이다. 때문에 특히 서울권에서는 관악 연주자의 정악 연주 실력을 판가름 하는 척도가 되기도 하며 많은 관악 전공자들이 처음 독주회 프로그램으로 선택하는 곡이기도 하다. 일단 관악영산회상 전 바탕 프로그램으로 독주회 이력이 있으면 꽤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다섯 번째 곡인 상현도드리의 처음 두 장단만 바꾸어서 상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까지 계주하는 것을 '함령지곡(咸寧之曲)'이라는 아명으로 부른다.[5] 또 상령산만을 따로 떼어 연주할 때는 이것을 '향당교주(鄕唐交奏)'[6] 라고 부른다. 둘다 무용(정재)의 반주 음악으로 쓰이고, 특히 함령지곡은 전통 결혼식 때 쓰이기도 했다.
이렇듯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곡이다 보니 대학입시 등의 입시곡으로 '''자주''' 등장한다.
[1] ?해금 이나 ?아쟁 등의 ?찰현악기 는 전통적인 국악기의 분류상 ?관악기 에 포함된다. 관악기 항목 참조.[2] 이를 '''연음 형식'''이라고 한다. ?중학교 나 ?고등학교 에서 배운 기억이 나는 분도 있을 듯. ?수제천 등에서도 사용되는 형식이다.[3] 물론 비청을 사용하면 㳲도 연주는 가능하다. 단 정악에서는 쓰지 않는다.[4] 바이올린이나 첼로 연주자들이 바흐 무반주 매일, 평생 연습하는거랑 똑같다고 보면 된다[5] 상현도드리부터 군악까지 다 계주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타령까지만 연주할 때도 있고 상현도드리 한 곡만 연주할 때도 있고 상현도드리 전반+염불도드리 후만+타령 으로 연주하는 약식 버전도 있다.[6] 원래 향당교주는 국악기에서 향악기와 당악기가 함께 연주를 한다는 뜻이지만 지금은 관악 영산회상의 상령산만을 연주할 때 부르는 명칭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