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쟁
한자: 牙箏
1. 개요
한국의 전통 찰현악기.
본래 중국 당나라 때 등장한 악기로, 중국에서는 알쟁(軋箏, Yazheng)이라고 한다. 유목민족이 즐겨 연주하던 찰현악기를 중국의 쟁(箏)에 접목시켜 만들어낸 악기로 보인다. 고려시대 때 송나라로부터 전해졌다고 하는데, 그 전에도 이미 한반도에 소개되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한국에서는 조선시대 때 이미 향악기로 정착된 반면, 중국에서는 점점 얼후 등 해금 계열 악기에 밀려 이제 동북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쓰지 않는 악기가 되어 버렸다.
70년대생 세대까지는 교과서의 오류로 인하여 해금을 아쟁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며 아직까지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2. 연주법
기본적인 제도는 가야금과 비슷하나, 퉁기는게 아니라 현을 활대로 문질러 연주한다. 말하자면 형태는 가야금과 비슷한데 주법은 해금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국악계에서는 이에 착안해 해금과 가야금으로 합주를 시도하기도 했다.
연주할 때의 자세가 가야금과는 달리 오른쪽 끝을 무릎에 직접 얹지 않고 '초상'이라고 하는 받침에 얹어 무릎에 닿지 않게 두고 연주한다.[1] 전체적으로 제도나 현의 굵기 등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체격이 좀 되는 남자가 하는 경우가 많다.
조율은 평조에서 仲-林-南-黃-太-仲-林, 계면조에서 林-南-無-黃-太-仲-林으로 조율한다.
운지가 국악기들 중 어려운 편에 속한다. 안족 좌편을 눌러 음을 높히는 식으로 연주를 하는데[2] 가야금 등 안족이 존재하는 다른 국악기들과 달리 현이 팽팽하고 굵어 누를 때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 검지 중지를 사용해 수직으로 누르는 방법으로 운지를 한다. 안족의 위치가 거문고, 가야금과 같이 점점 우향으로 쏠려 위치하기 때문에 왼손의 포지셔닝 자체도 적응하기에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3]
그렇다로 오른손이 왼손보다 쉬운건 전혀 아니다. 현을 자신을 기준으로 앞뒤로 움직이기 때문에 현을 좌우로 움직이는 해금과 달리 움직이는거 자체가 빠른 속도로 활을 켜는것에 약하다. 그리고 오른쪽 끝에서 어느정도 거리를 둔 체로 활대의 황금 각도를 찾아야 비로소 미끌리지 않는 투명하고 깔끔한 소리가 난다.[4] 아쟁을 처음 시작했을때 활대를 잡는 것 부터 상당히 힘들것인데, 활대가 무게가 있는 편이며 잡는 자세 또한 상당히 괴리감이 들 뿐만 아니라 불편한 자세에서 손목의 각도까지 예민하게 신경써야 한다.
3. 소리
정악아쟁은 전체적으로 콘트라베이스같이 웅장하고 큰 소리로 국악 합주에서 최저음을 담당한다. 합주를 할 때 국악기는 대체로 중고음을 내는 편인데 이때 아쟁을 적절하게 편성해 주면 상당히 웅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연주에 사용하는 활대가 개나리나무를 표백하고 다듬은 나무 막대기가 전부고, 거기에 송진을 칠해 쓰기 때문에[5] 문지르는 소리가 다소 거친 것이 흠이다. 이 때문에 현대음악에서는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활을 쓰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거친 음색을 고유의 멋으로 보아 다시 개나리 활을 쓰는 일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쟁의 소리는 서양의 첼로와 비교했을 때 음색이 칼칼하고 차가운 편이다. 또 해금과 비교하면 더 굵고 웅장한 소리가 난다. 그래서 흔히 해금은 여성에, 아쟁은 남성에 비유되곤 한다.
이런 아쟁을 산조용으로 개량한 것이 산조아쟁이다. 이 산조아쟁은 1940년대 연주자 박상옥이 아쟁을 민속음악 및 무용 반주용으로 개량한 것을 효시로 보고 있다.[6] 산조아쟁은 정악아쟁 크기의 2/3정도밖에 되지 않고, 현도 가늘어 농현이나 추성 퇴성 같은 꾸밈음 사용이 자유롭다. 활은 개나리 활대를 쓰기도 하고(민속 아쟁 연주자 윤서경의 모습), 첼로에 쓰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말총 활을 쓰기도 한다. 음색은 웅장한 저음을 내는 정악아쟁과는 달리 좀 청승맞고 슬픈 소리를 낸다.
현대음악의 경우 다른 국악기 뿐 아니라 양악기와 협주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는데, 독일 유학파인 작곡가 김남국이 애용하고 있다. 이 사람은 서양음악 작곡을 전공했음에도 아쟁 명인 윤윤석에게 개인적으로 배웠을 정도로 아쟁 덕후고, 심지어 유학가서 입학 시험 때도 남들이 피아노 같은 양악기를 연주할 때 혼자 아쟁을 연주했다고 한다. 2002년에 독일 유수의 현대음악제인 다름슈타트 하기국제현대음악제에도 자신이 직접 아쟁을 연주한 실내악 작품인 '화두'로 호평을 받았고, 여기에 삘꽂힌 지도 교수 한스 첸더가 자신의 음악극 <조지프 추장>에도 아쟁을 편성해 화제가 되었다.
4. 기타
4.1. 해금과의 혼동
70년대생 세대까지가 배웠던 단일 국정 교과서에 실린 부도 (그림) 자료에서 해금(두줄 찰현악기)의 사진 아래에 당당히 "아쟁"이라고 써 있는 오류가 있었다.
당시 국악계의 활동/영향력이 미진하여 이 오류가 수정되는데에 매우 오랜 세월이 걸렸는데, 오히려 시험문제에 내기 딱 좋은 면모를 가지고 있어서 그 사진에 이름을 대는 문제가 단골로 출제되었다. 해금이라고 쓰면 오답처리 되기 십상이었으며, 학교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만 점수를 올려주면서도 똑같이 "해금"으로 오답한 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학생들은 찍은 것으로 간주하여 방치하는 등의 사건사고들이 많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세대의 사람들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까지 해금이나 얼후를 연주하는 것을 보면서 "아쟁"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으며, 톤이 높고 초킹 위주로 가는 국악 연주 음향을 듣고도 해금소리로 판별하지 않고 아쟁 소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쟁은 그보다 훨씬 저음임) 이 사태는 러시아 가수 비타스의 별명이 잘못 자리 잡히는 상황까지 연결되었다. (별도 기재)
4.2. 아쟁총각
라트비아 태생 러시아 활동 팝페라 가수인 비타스가 목으로는 일정한 하이톤을 내면서 마이크 든 팔을 왕복하여 내는 소리의 특색이 해금이 내는 소리와 매우 비슷했다. 그리하여 한국 인터넷에서의 별명이 "해금 총각"이 되지 못하고 그만 "아쟁 총각"으로 되어버린 것은, 왠지 아쟁이라는 어감이 더 재미있는 점도 있지만,[7] 해금의 악기 이름을 아쟁으로 잘못 알고 있는 구세대의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는 점도 유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 중국계 악기의 특징으로, 중국의 금이나 쟁 같은 악기들은 모두 무릎에 얹지 않고 상이나 바닥에 놓고 탄다. 그래서 아쟁에는 가야금이나 거문고 등에는 없는 조그만 발이 머리편 귀퉁이에 달려있는 경우도 있다.[2] 이런 특이한 연주 방법과 활대의 조합으로 국악기중 비브라토를 가장 완벽히 소화하는 악기이기도 하다.[3] 안족에서 좌로 한뼘 반 정도 위치를 눌러주는것이 정석인데 이마저도 줄의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4] 당연히 줄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모든 줄을 완벽히 켜기 위해선 수많은 시간이 필요하다.[5] 따라서 아쟁에 쓰는 송진은 덩어리가 아니라 가루로 잘게 부숴 놓는다. 아쟁 연주자님들 제발 해금 주자들이 쓰는 송진 빌려가서 마음대로 부숴놓지 말자...[6] 이 외에도 산조아쟁을 개량했다고 전하는 사람은 50년대의 정철호, 60년대의 한일섭 등이 있다. 모두 아쟁 산조에서 자기 나름의 유파를 세운 사람이기도 하다.[7] 실제로 '아쟁'이라는 단어의 어감만 들어보면, 해금에서 나야 할 '깽깽'거리는 소리와 매치가 매우 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