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학생
歸國學生
1. 개요
외국에서 살다가 본국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자녀(주로 학생층)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주로 교육부 등지에서 일본식 표현인 귀국자녀를 대체하여 사용한다.
2. 특징
한국에는 귀국한 자녀들을 위한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당장 서울 시내만 해도 귀국한 자녀들이 들어갈 만한 국제반이 존재하는 공립학교가 5개밖에 없다.
1990년대까지에만 해도 해외 조기유학이 드물었고, 반대로 귀국자녀들은 대입에 엄청난 특혜를 받았다. 대부분의 명문대에서 '''특례'''전형을 두고, 영어 성적만으로 입학이 가능했다. 그래서 부유층 자녀들의 경우 중학교 때 중하위권이던 애들이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와서 본래 실력으로는 도저히 입학이 불가능한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의 명문대를 특례로 입학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조기유학의 규모가 어마어마해져서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쉽게 명문대를 갈 수는 없으나, 여전히 영어권에서 지내다 온 학생들에게 영어에 환장하는 한국의 교육환경은 매우 유리하다. 이러한 학생들은 보통 외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영어 실력이 좋다. 영어 과목만 놓고 보면 사기캐 반열에 드는 경우도 있다. 역설적으로 이런 이유로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집단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1]
예전에는 수능이 걸림돌이었다. 보통 수학이나 국어, 혹은 사탐 등 꼭 한 과목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2000년대 이후 SAT를 인정하는 대학들이 속속 생겨나 이 경우 수능을 아예 안 보며 아예 대학 차원에서 귀국학생을 위한 특별전형까지 마련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 경우 공인어학점수와 전공적성 관련 비교과 활동, 교내 활동 등을 본다. 때문에 이래저래 한국에서 자란 고등학생과는 차별화 된 '''특별대우'''를 받는다. 다만 점점 조기유학의 빈도가 높아지고 귀국학생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서 명문대를 비롯한 여러 인서울 대학이 요구하는 스펙의 커트라인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더 이상 "특혜"라고 하기 어렵다. 인서울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IB나 AP가 없으면 상당히 힘드며, 이들의 요구치도 IB 기준 최소 40 이상[2] 일 정도로 까다롭다.
이전에 사용하던 언어를 한국으로 돌아와서 비슷한 수준으로 유창하게 유지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가족 외에는 사용하는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고, 영어와 같이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존재하는 언어가 아닌 이상 다른 언어는 퇴화된다. 아니, 영어의 경우라 해도 퇴화가 없는 게 아니라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방법을 잃는 것. 많은 귀국학생들이 이를 '숟가락을 잃은 느낌과 같이 어색하다'라고 표현한다.
어떤 경우에는, 부모는 외국에서 살면서 돈을 벌고 자녀는 한국의 조부모 손에 맡겨 자라서 혼혈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어가 전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부모중 외국인인 쪽과 전혀 대화를 못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3]
3. 외국어 실력
영미권 국가에서 체류했거나 해외 영미권 국제학교를 다닌 학생들의 경우 영어 문법을 제대로 모르며 남에게 설명도 하지 못하지만 영어 성적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들이 외국어 영역 시간에 잠을 자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간혹 학교에 외국인 영어 선생님이 있을 경우 그들의 지시를 통역(...)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장학금, 졸업요건, 취업 등의 목적으로 토익을 봤더니 990점을 찍는 경우도 흔하다. 토익은 '영어를 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를 묻는 것이지만, 나름의 스킬이 필요한 시험이므로 영어권 국가의 고졸 학력 외국인은 800점대에 머문다.[4] 비슷하게 토플도 준비 안했는데 가볍게 고득점을 얻기도 한다. 그나마 토플은 말하기와 쓰기에서 자신의 논리력이 요구되기에 네이티브라도 만점을 기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외국어고등학교 영어 내신시험에서는 네이티브라 해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 할 수 있다. 이유는 선생님들이 문법이 약하다는 걸 알고 문법문제를 은근히 많이 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토플은 잘 치는데 텝스, 특히 문법 파트에서 상당히 약해서 텝스 800점 이상이 별로 흔치 않다.
또 몇몇 귀국학생이 많은 학교에서는 아예 '''교과서를 외워야만''' 풀 수 있는 문제를 내서 이런 학생들을 엿먹인다. 빈칸 추론 문제에서 예시 5개가 다 똑같은 뜻인데 그것들을 전부 다른 말로 써놓고 고르라고 한다. 결국 답은 교과서에 있는 표현.
국내 대학 '''영문과를 진학하면 학점이 환상적으로 나올 것 같지만 의외로 발린다.''' 영어를 알아듣고 말하는 능력과 영어 '''문학'''을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능력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5] 한글을 쓰고 한국어로 유창하게 말해도 문학 점수와 국어 점수가 보장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
4. 귀국 후 적응
4.1. 시험 문제
미국의 시험에서는 치팅시트를 도입한 시험이 한국에 비해 많다. A4 1쪽이나 반쪽 정도에 중요한 단어나 개념, 공식 등을 적어올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다. Closed-book 시험에 비해 암기력 평가가 줄어들고 사고력이나 이해한 정도에 대한 평가 비중이 커진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서 치팅시트가 일반적인 시험을 치르다가 갑자기 한국에 왔을 때 closed-book 시험에서 치팅시트를 쓰려고 하면 부정행위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학교 교칙 상으로 F, 졸업 늦어짐 등 여러 문제가 생기게 되고 학생 본인도 악의가 아니라 평소 해오던 시험과 달랐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 불만을 느끼기 쉽다.
4.2. 언어 문제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모국어와 달리 외국어에 24시간 노출되어 한국에서 사는 아이들보다 한국어 실력이 떨어지게 된다. 말하기, 쓰기란 측면에서. 언어문제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와도 목소리, 발음 때문에 따돌림 대상이 될 수 있으니, 귀국학생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언어학습에 신경쓰는 것이 좋다.
4.3. 정서 문제
이점이 많지만 한국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 하고 다시 살았던 곳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과거 학교에서 선생이 학생을 구타하는게 일반적이던 시절, 서울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선생이 애들 기를 꺾으려고 학생 하나를 찍어 '무시한다'라고 신나게 두들겨 팼는데, 알고보니 미국에서 살다 온 학생이라 진짜로 한국어를 못 알아들어서 그런거였다는 비극적인 실화도 있다. 이렇게 일종의 양날의 칼인 면이 있어서, 귀국한 학생으로서 따돌림을 당하게 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아예 이민을 가거나 자식은 외국에 두고 기러기 아빠로 전향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외면적인 특징은 한국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로 인해 비난당한다. 이런 사례들은 귀국한 학생들에게 평생동안 트라우마로 작용하며, 따라서 해외에서 사는 삶을 강하게 희망하거나 한 곳에서 정착해 사는 삶을 강하게 희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는, 낯선 한국의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본인의 정체성을 억누르며 일반 한국 학생들과 닮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아이들은 '비슷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이 심한 상태로 사춘기를 보내게 되는데, 이럴 경우 성인이 된 후에 심각한 문화적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방황한다.
예를 들어 군대, 한국 직장 등 서열에 따른 똥군기가 있는 조직에 들어가면 ATCK는 십중팔구 조직문화 차이로 인해 격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ATCK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인습을 강요한다'라고 항의하게 되고, 반대로 기존 구성원들은 '예의가 없다, 태도가 나쁘다, 조직에 적응하려는 자세가 없다, 네가 나쁜 것이다, 역시 유학파를 받으면 안 된다' 등의 태도를 보이며 집단괴롭힘을 가하고, 직장의 경우 내쫓아 버리기도 한다. 한국 직장이라도 차라리 외형 자체가 다른 경우 외국인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식 똥군기를 적게 강요하지만, ATCK는 외형이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한국 학교를 나온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직장생활을 강요한다.
한 사례로 90년대 말 서울대에서 비교내신제가 폐지되는 등 대입에서 내신의 비중이 커지면서 외고 학생들이 내신의 불리함을 피하기 위해 대거 자퇴하거나 일반고로 전학가는 사태가 있었는데, 이로 인해 갑자기 생긴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귀국학생을 재외국민특별전형으로 마구 받다보니 한 반에 5~10명씩이 귀국전학생들로 채워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 그래도 문화, 정서, 언어의 장벽으로 기존 학생들과 어울리기 힘든 이들이 그것도 단기간에 줄줄이 전학을 온 결과, 기존 학생들과 이들 소위 '특례'들은 서로 이해하기를 아예 포기하고 점차 자신들끼리 그룹을 이루어 따로 노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성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해외파견 근무를 하는 시점이 30대 중후반부터라고 가정했을 때, 귀국학생들은 보통 7세에서 12세 사이 정도의 연령대에서 해외생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성장기는 아동의 문화적 가치관과 정체성의 기초가 확립되는 시기로, 향후 귀국 이후에도 이 때의 경험에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성인의 경우 과거 해외체류 경험이 '특별한 추억' 정도로 기억되는 반면, 아동의 경우 인생의 결정적인 경험 중 하나로 남아 성인이 된 후에도 '귀국 학생'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저 성인 귀국 학생 (Adult TCK)[6] 로 성장할 뿐이다. 이 모든 게 본인이 원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이다.
5. 관련 문서
[1] 특히 어린 시절 한국 국적을 이미 포기한 경우라면 더 심하기도 하다. 남자인 경우에는 군대 문제까지 겹쳐서 더욱 더 심각. '''마녀사냥 수준으로 당할 수도 있다.'''[2] 2018년 기준 고려대와 연세대는 IB 기준 45점 만점중 42점으로도 합격하기 어렵다고 한다.[3] 이런 식으로 외국인 부모의 모국어를 전혀 못하는 케이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꽤 많이 존재한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나이지리아 혼혈 아두와 마코토라든가, 스페인어를 전혀 못하는 베네수엘라 혼혈 라울이라든가. 다만 저 둘이 한현민처럼 아예 외국인 부모가 현지어를 못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4] 2017년 ETS Takers 연구에서 캐나다의 native 고졸 학력자는 임의 테스트에서 평균 825점을 받았다. 캐나다에 유학중인 외국인이 평균 871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분명히 스킬이 존재하는 듯하다.[5] 주로 문학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시오."와 같은 형태로 문제를 많이 낸다.[6] 성장기에 2~3개 이상의 언어와 문화를 경험한 자녀들. 부모 나라의 제1 문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고, 체류했던 체류국의 제 2문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고, 어느 쪽도 아닌 제 3의 문화권 속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을 TCK(Thrd Culture Kid)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