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C
1. 개요
'''Group C Class (Gr.C)'''
1982년 FIA에 의해 만들어진 모터스포츠 카테고리. 당시 존재하고 있던 그룹5(하드탑 투어링 프로토타입, 실루엣 포뮬러)와 그룹6(오픈탑 2시트 프로토타입, 스포츠 프로토타입)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 역사
2.1. 모터스포츠 전설의 시작
1970년대 말, 오일 쇼크의 영향으로 모터스포츠 자체가 정체현상에 빠져있었다. FISA는 완성차 메이커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노리고 규정을 대폭 개정하여 1982년 1월 1일부터 알파벳으로 나뉜 그룹 A, B, C라는 새로운 규정을 적용했다. 그 중에서도 실루엣 포뮬러, 그룹5와 스포츠 프로토타입, 그룹6를 대체하는 신 규정이 바로 이 그룹 C다. 그룹 C규정이 생겨나면서 WEC(세계내구선수권, 1986년부터 WSPC, 세계스포츠프로토타입선수권)이 만들어지고 그룹C 레이스카는 WEC 레이스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그룹 C는 세태를 반영한 특이한 규정으로 만들어졌다. 82년 당시의 규정을 살펴보면
- 자회사제라면 엔진형식 제한 없음, 배기량 제한 없음
- 연료 사용제한, 연료탱크는 100L까지
- 차체는 길이 4.8m, 폭 2.0m, 차고 1.1m 이하, 오픈카 불가, 하드탑만 허용
- 운전석 밑에는 1.0mx0.8m의 평평한 면을 만들 것
- 차체 중량은 800kg 이상
이 규정은 이전에 없던 매우 자유로운 규정이었다. 이 규정의 영향으로 수 많은 메이커가 참가를 결정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그룹 C 레이스카는 매우 다채롭고 풍부한 차량이 바글바글 모이게 됐다.'''엔진은 아무거나 써도 되고, 차체도 규정 안이라면 니네 맘대로 만들어라. 다만 100L의 연료만 써서 완주해라.'''
또한, 오일 쇼크의 경험과 기술 진보에 따라 고연비와 빠른 속도를 동시에 실현해야하니 메이커에게 있어서는 도전이었고 동시에 자사의 기술을 광고할 수 있는 좋은 무대였다. 포르쉐, 재규어, 벤츠, 닛산, 마쯔다등 대기업이 계속 참가하면서 WEC와 WSPC는 크게 번창하였다. 차체부터 엔진까지 만들어낼 여력이 없었던 약소팀이나 개인팀도 포르쉐가 자사의 레이스카를 판매하면서부터 1983년부터 저예산으로도 참가 가능한 그룹C 주니어[2] 가 신설되면서 더 많은 참가를 이끌었다.
WSPC 뿐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83년부터 전일본내구선수권, 즉 JSPC(전일본스포츠프로토타입카내구선수권)이 개최되면서부터 그룹C에 수 많은 일본 메이커가 참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연료규정이 있었지만 그룹 C 클래스의 속도는 말그대로 상상을 초월했다. 르망 24시간 레이스가 열리는 사르트 서킷의 뮬산느 스트레이트에서 82년에 이미 시속 360km/h를 돌파, 88년에는 시속 400km/h를 돌파하는 레이스카가 등장해서 사르트 서킷을 쏴재꼈다. 게다가 차체형상에 대한 규정이 매우 느슨했기 때문에 엄청난 효율의 공력성능을 재현할 수 있어서 당시 F1을 가볍게 뛰어넘는 2~4톤 가량의 다운포스를 가질 수 있었다. 심지어 페이스카가 서킷에 들어왔을 때에도 페이스카는 상대도 되지 않는 연비를 자랑하며 몇 시간이나 전력으로 주행할 수 있었다.
'''화려한 무늬로 수놓은 레이스카들이 호쾌한 엔진 소리를 내뿜으며 시원한 속도로 질주한다'''는 그룹 C의 특징은 당시 모터스포츠가 폭넓게 사랑받았던 이유였다.
2.2. 규정 변경과 그룹 C의 쇠퇴
1988년부터 1989년에 걸쳐 FISA는 기자회견을 통해 그룹 C의 차량규정을 1991년부터 대폭 변경하고 WSPC에서 SWC(스포츠카선수권)으로 개명하고 레이스 내용도 크게 바꾼다는 발표를 했다. 이 새로운 규정은
- 터보 엔진 금지, 배기량은 자연흡기 3.5L로 제한
- 연료 사용 제한 폐지
- 내구 레이스에서 단거리 레이스로 변경
- 차중은 750kg 이상
쉽게 말해서,
'''레이스 시간이 너무 길면 좀 곤란하니까 좀 빡빡한 규정으로 교체. 이러면 연비 경쟁이 의미가 없으니까 연료는 맘대로.'''
'''그리고 그룹 C 출전하는 메이커는 포뮬러 나가라.'''
그야말로 그룹 C의 뿌리부터 뒤흔드는 변화였다. 실제로 1991년 SWC의 신규정이 적용된 후 참전한 팀을 보면 재규어, 푸조, 토요타, 메르세데스 등 거의 대기업이었다. 워크스 활동을 중지한 포르쉐와 개발이 늦어져 참가하지 못한 닛산을 제외하고서라도 수많은 중소규모의 팀과 개인 팀이 사라진 것이다. 새로운 규정의 그룹 C 레이스카는 규정의 변경폭이 너무 컸기 때문에 구 규정에 맞춰서 만들어진 차량을 개량해서 쓸 수가 없었다. 차체는 어떻게 한다해도 엔진은 새로 개발하던가 어디서 사오던가 해야하는 상황. 새로 만들자니 돈이 너무 들고 엔진을 사오자니 개인팀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메이커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즉, 중소 규모의 팀과 개인 팀은 그룹 C에서 쫓겨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레이스에 참가하는 수는 90년의 WSPC부터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대기업들도 새로운 규정에 맞춘 모델을 시간내에 개발하지 못하여 레이스에 참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FISA는 이대로는 경기를 치룰 수 없다고 판단, 1991년 단 한 해만 구 규정의 레이스카의 참가를 허용했다. 하지만 구 규정의 레이스카가 새 규정에 따라 만들어진 레이스카에게 이기면 곤란했기 때문에 모든 레이스카가 150kg의 중량 핸디캡을 받았다. 게다가 내구 레이스용으로 만들어진 레이스카가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진 새 규정의 레이스카에게 속도로 이길 수가 없었다. 이 때무에 1991년에는 개인 팀도 어느정도 남아있었지만 대부분 1992년부터 참가를 포기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1991년을 끝으로 메르세데스와 재규어가 참가를 포기, 1992년에는 실질적으로 토요타와 푸조만의 경기가 돼버렸다. 결국 1982년부터 모터스포츠계의 르네상스라 불리던 그룹 C 1992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2001년을 끝으로 모든 알파벳 그룹은[3] 전멸했다.
3. 그 외
당시 사용되던 엔진은 상상을 초월했다. V8은 기본에 '''V12'''도 심심찮게 보인데다 트윈터보는 기본장비였고, 4로터 로터리엔진을 NA로 돌려버린 차량(마쓰다 787B)도 있었다. 배기량도 끝장이었는데 포르쉐의 L6 수평대향엔진 2.65L부터 시작하여 재규어의 V12엔진 7.4L까지 수많은 배기량이 존재했다. 특히 닛산은 VRH35Z라는 엔진을 1990년에 사용했는데 이 엔진은 3.5L V8 트윈터보 엔진으로 결승전에선 900마력, 예선에선 가볍게 1100마력까지 올려(...)사용했고 오버홀을 하지 않고도 레이스를 몇 번이나 뛸 수 있었다.
4. 출전 메이커와 차량(일부)
메이커 명의 영어 알파벳 순으로 정리
4.1. 재규어
4.2. 란치아
4.3. 마쓰다
4.4. 메르세데스-벤츠
4.5. 닛산
4.6. 푸조
4.7. 포르쉐
4.8. 자우버
4.9. 토요타
[1] 레이스카 본네트에 붙어있는 RENOWN 스폰서는 일본의 패션기업 레나운이다. 한국에서는 아놀드파마 브랜드로 의류를 생산하는 동일레나운이 일본 레나운과의 합작기업이다. 하지만 결국 2020년에 파산했다.[2] 후에 C2로 개명.[3] B는 온로드에서는 강력한 C나 저렴한 A에 비해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오프로드에서는 WRC에서 대형 사고를 쳐서 단명했고, A는 그나마 오래 가긴 했으나 1993년 온로드 대회 폐지, 2001년 WRC 신 규격 발표와 함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