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
1. 접촉 동사 '대다'
한국어의 접촉 동사.
접촉하면 바로 떠오르는 동사는 아무래도 '닿다'인데, 이는 의지가 담기지 않은 접촉으로 좀 다르다. '닿다'로 '대다'의 의미를 나타내면 '닿게 하다' 정도로 쓸 수 있는데, 실제로 '대다'는 '닿다'에 사동접사 '-이-'가 붙은 것이다. '닿-+-이- → 다히 → 대' 식으로 줄어든 것. 이중모음을 어근으로 가진 동사 중에서 이런 식으로 파생된 것엔 '베다'가 있는데, 이쪽은 '벟다'가 지금은 소멸했다.
오늘날에 '대다'는 완전히 '닿다'와 독립돼, '닿다'로 해석할 수 없는 뜻들도 많이 지닌다. 하지만 여전히 '닿게 하다'의 의미로 쓰이는 것들도 있다.
- 「…에」 정해진 시간에 닿거나 맞추다.
'~ 시간에 대다' 꼴. 요즘엔 잘 안 쓰인다.
- 「…에/에게」(주로 ‘대고’ 꼴로 쓰여) 어떤 것을 목표로 삼거나 향하다.
'하늘에 대고 하소연을 했다.'
- 「…에/에게 …을」
- 무엇을 어디에 닿게 하다.
'수화기를 귀에 대다'
- 어떤 물건을 사용해서 일을 하다.('접촉'이 '행동'으로 변화)
'그림에 붓을 대다'
- 탈것을 멈추게 하다.('접촉'이 '멈춤'으로 변화)
'항구에 배를 대다'
- 돈이나 물건, 판돈, 인력, 물 등을 끌어오다.('접촉'이 '거래'로 변화)
'사식값을 제때제때 대다.'
'판돈을 대다'
'인부를 대다'
'논에 물을 대다'
'판돈을 대다'
'인부를 대다'
'논에 물을 대다'
- 무엇을 뒤에 받치다.
'종이 뒤에 먹지를 대다'
- 겨냥하다
'총부리를 대다'
- 닿게 하다
'어깨를 대다'
- 비교하다
'실력을 대보다'
- 「…에/에게 …을,…에/에게 -ㄴ지를,…에/에게 -고」
- 구실을 들다, 말하다.
'핑계 대다'
위의 의미를 살펴보면 '닿다'란 의미에서 유추는 되지만, 그 의미의 비중은 꽤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닿다'는 수동적인 의미의 특성상 응용할 구석이 많지 않은지 여전히 '접촉'의 의미를 많이 지니고 있다.오늘날엔 교통카드와 같이 완전히 닿지 않는 것도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 식으로 '대다'를 쓴다. 위의 '대다'의 폭넓은 의미 변화를 생각하면 이건 되려 '대다'의 원 의미에 충실한 편에 속한다. '총부리를 대다' 같은 것도 '대다'를 쓰니까. '찍다' 문서에도 나와있듯이, 교통카드에 관해선 약간 더 동세가 강한 '찍다'를 쓰기도 한다.
2. 반복 보조 동사 '-어 대다'
본동사 '대다'와 관련은 왠지 긴밀해보이진 않지만, 보조동사로도 쓰인다. 주로 반복의 의미를 나타낸다. '먹어 댄다'라고 하면 자꾸 반복적으로 먹는단 뜻. 비슷한 보조 용언으로 '-어 쌓다'가 있는데, '-어 쌓다'는 방언에서 주로 많이 활용된다.
'-어 뜨리다'의 경우 '뜨리다'가 원래 '때리다'나 '치다' 등과 연관이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접촉'의 '대다'와 어느 정도 비슷하기도 하지만, '-어 뜨리다'는 '-어 대다'와 달리 강세를 더해주거나 아예 자동사에서 타동사로 통사적 기능을 바꾸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서 크게 다르다.
3. 반복 접미사 '-대다'
주로 의성어/의태어에 대해서, '건들건들대다'처럼 반복적인 행동을 나타낸다. 그와 동시에 어근도 반복되는 경우도 있는데, 꼭 그렇진 않다.('까불대다') 이 형태는 '어근'+'-되다'하고 발음이 조금 비슷해서 헷갈리기도 한다. '-되다'와 '-대다'의 구별 참조. '-되다'도 그렇고 대체로 자동사를 만든다는 게 특징이다.
본 용언 '대다'와의 관계는 보조 용언 '-어 대다'보다도 더 먼 기분이지만, 일단 '반복'의 의미는 보조 용언 '-어 대다'와 비슷해 상관이 있어 보인다.
비슷한 접미사로 '-거리다'가 있다. 이쪽은 '거리다'란 단독 형태는 없다.
4. 그 밖의 접촉 동사
'닿다'는 수동적이라 사람 몸의 대부분에 대해 사용 가능하지만, '대다'는 능동적이다 보니 인체를 사용해 직접 '대려면' 주로 손을 활용한다. 그래서 '손대다'는 아예 하나의 합성어로 인정됐다. 이 단어는 여전히 정말로 '대기만' 하는 것도 의미에 포함하지만, '성적 행위를 하다', '때리다', '고치다' 등 더 적극적인 뜻도 지닌다.
똑같이 손으로 대는 것이지만 좀 더 '접촉'의 본래 의미를 살린 표현으론 '만지다'가 있다. '만지다' 역시 '손'의 다양한 은유적 의미로 인해 좀 더 넓은 뜻을 지니고 있지만, '접촉'의 의미로도 굉장히 많이 쓰인다. 더 나아가서 비비거나 누르면 '문지르다'가 된다. '만지다'와 '문지르다'는 음이 비슷해보이긴 하는데 직접적으로 분석되진 않는 듯하다.
닿게 하는 대상을 좀 더 신경 쓰이게 만들면 '건드리다'가 된다.
5. 발음이 비슷한 동사
앞서 접사에서 소개한 '되다'와 발음이 비슷하다.
또한, '화상을 입다'란 뜻인 '데다'와도 간혹 혼동된다. '불에 데었다'를 '불에 대었다'라고 잘못 쓰는 경우도 많다. 이는 'ㅐ'와 'ㅔ'의 구별이 힘들기 때문이다. 베다 문서에도 나오지만, '데다'는 '화상을 입다'로 원래 의미 자체가 수동적이라 '데었다'라고 써야 한다. '데였다'가 아니다.
6. 다른 언어에서
원래의 의미가 조금 희박해지고 여러 일상 면면에서 쓰여서, 정확히 대응되는 단어를 찾긴 어렵다.
건들지 말란 뜻에서 'No touch'라고 한 게 노다지가 됐단 설이 있지만, 요즘엔 부정된다. 한국어 '대다'와 달리 'touch'는 그 자체로 수동적인 의미도 있어서 '닿다' 역시 된다.
일본어 역시 정확히 대응되는 걸 찾긴 힘들지만, '닿을 촉(觸)'을 쓰는 표현을 찾아보면 触れる가 있다. 영어의 'touch'처럼 '-를 대다'라고 타동사도 되고 '-가 닿다'처럼 자동사도 된다. 똑같은 한자를 쓰지만 다르게 읽으면 '만지다'란 뜻의 触(さわ)る가 된다. 그 밖에 접촉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当(あ)てる, 付(つ)ける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