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무한
1. 개요
풍종호 무협소설 『검신무(劍神舞)』는 녹림왕(綠林王) 사후 100여 년이 지난 시점이다. 신주제파(神州諸派)와 개방(丐幇)에 치이며 녹림은 계속 분열하고 퇴화(退化)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녹림도들은 다시 한번 녹림왕이 출세(出世)하여 영광을 재현하기를 염원한다. 방무한은 현 녹림에서 가장 큰 세를 자랑하는 패거리의 우두머리로, 자신이 재림하는 녹림왕이 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메기수염을 한 외모와는 달리 난폭하고 급한 성정을 갖고 있으며, 대겸창(大鎌槍)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그 망할 놈의 새끼들이 어디에 가 있었다고?"
"청성파(靑城派)의 그늘 아래 숨어 있었습니다. 벌써 1년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성파는 아는지 모르는지 내버려 두고 있는 행색이었습니다만······."
"모를 리가 없지! 그렇게 호락호락한 줄 아는가! 알면서 내버려 두는 것이다!"
"제기랄! 설마 그 씨도 안 먹힐 소리가 사실이었다는 것인가! 이봐, 그렇게 생각하는가, 설 군사!"
"다른 이유는 찾을 수가 없을 듯합니다. 설혹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왕야(王爺)"
- 『검신무』의 방무한, 부하, 설유 대화 중에서 발췌.
2. 행적
방무한의 패거리는 원래 녹림삼가(綠林三家) 중 당가채(唐家寨)의 하채로 시작하였다. 점차 세력을 키워 오히려 당가채를 제압하였고, 작금에는 전통에 따라 유지되는 거대 산채들인 녹림십팔채(綠林十八寨)의 16곳을 차지한 녹림에서 제일가는 세력이 된다. 그런데 당유원을 비롯한 당가채의 지도부를 완전히 섬멸하지는 못해서 뒤늦게야 청성산으로 도망가 청성파의 비호를 받으며 세력을 모으고 있음을 파악한다. 그래서 방무한은 군사인 설유의 계책을 따라 비밀리에 혈화(血花)라는 살수 조직을 운영하며 청성파가 되려는 염원을 가진 사천오흉(四川五凶)에게 당가채의 요인들을 청부한다. 성공해도 좋고 실패할 시 청성파와 충돌할 것이므로 운이 좋으면 녹림 일통에 방해가 될 오흉까지 제거할 수도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차도살인(借刀殺人)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사촌 동생인 날수독표(辣手毒豹) 방은한을 움직여 당가채를 공격하게 한다.
명령을 받아 약초꾼으로 변장한 방은한은 며칠간 당가채를 염탐하며 곳곳에 몰래 대량으로 독(毒)을 살포한다. 그러다 유만상의 눈에 띄어 별수 없이 도와달라 소리치며 청성파 운리관 방향으로 도망친다. 그 소리를 들은 청성파 장문인 불해도인(不解道人)의 대제자 여상이 나타나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운리관으로 돌아오던 열풍검(烈風劍) 위강을 발견한 방은한은 호승심이 발동하여 여상을 중독시킨다. 위강이 알아채지 못한다면 여상을 죽여 당가채와 청성파 간에 이간질할 참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의 변심은 큰 실수가 되고 만다. 날수독표의 정체를 눈치챈 위강은 우선 당가채 무사들을 이끄는 유만상에게 의미심장한 실마리[1] 를 알려주고 돌려보낸 뒤 감히 청성파 장문인의 제자를 중독시킨 채 도망가려느냐며 겁을 줘 방은한에게 해독제까지 받아낸다. 이 때문에 당가채는 방은한의 정체를 알아차려 그가 미리 살포한 독에 대한 방비를 하게 된다.
준비한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으며, 2인 1조로 움직이도록 당가채의 경계까지 강화된 통에 방은한은 자신을 발견한 한 조를 죽여야만 했다. 이때 피 내음이 배게 된 그는 도망치는 중에 하필 대회합에 참석하러 오는 배원세와 도운연을 당가채의 일원으로 오인해 공격한다. 또 한 번의 큰 실수로 그는 도운연의 목검으로 펼친 1초식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 검의 경력(勁力)에 내상을 입은 것은 물론 살의(殺意)를 품고 많은 양을 던진 독물도 검풍(劍風)에 모조리 튕겨 난다. 다행히 방무한의 청부를 받아들여 기회를 노리고 청성산 주변을 배회하던 사천오흉이 구해준다. 간신히 살아남은 방은한은 운이 다했는지 바로 유만상과 마주친다. 결국 도운연에게 입은 부상으로 그는 유만상의 칼날 아래 죽고 만다.
사촌 동생은 죽었고, 청성파의 장로인 신풍검마(神風劍魔) 하후염과 열풍검귀(熱風劍鬼) 정무령이 신경 쓰여 사천오흉도 청부를 수행하지 못하자 방무한은 청성의 대회합에 많은 녹림도들을 선동하여 숫자로 위협하려는 계획을 실행한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미친 짓거리로, 불해도인은 자기 수준도 모르는 것들이 와서 귀찮게 굴다가 떼 몰살 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기에 녹림삼가 중 남은 두 곳인 유가채(劉家寨)와 독가채(獨家寨)에 사전에 인편을 보내 녹림도들이 청성산으로 몰려드는 것을 방지한다. 또한, 불해도인은 운리관으로 방무한과 당유원을 불러들여 무혈(無血)의 중재책을 제시한다. 당유원에게는 패배를 인정해 본거지로 돌아가 20년간 가문을 복구하며 지낼 것을, 방무한에게는 그 기간 동안 더욱 강성한 세력을 갖출 것을 제안한다. 당유원은 얻고자 한 기회였으니 받아들였으며, 이견이 없는 방무한도 중재책을 납득한다.
남은 대회합을 손님 자격으로 지켜보던 방무한은 뜬금없이 청성파를 무시하는 방종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간 알려진 녹림제일세를 이룬 지도자의 태도가 아닌 이상한 모습이었다. 그 때문에 하후염에게 순식간에 묻힐 뻔한 방무한은 피를 보기 싫은 청성파 장문인과 장로들의 만류로 무사히 돌아간다. 그러나 중간에 갑자기 독인(毒人)으로 돌변하여 자신의 부하들을 죽여버리는 참사를 일으킨다. 그는 이미 독군자(毒君子)의 후예인 은일항에게 심혼(心魂)이 제압당했던 것이다. 독인이 되어 날뛴 방무한은 나중에 조금이나마 이지(理智)를 되찾아 죽어가는 설유의 마지막 계책을 받아들인다. 다시 운리관으로 돌아가 독군자의 명을 받았다는 소리를 지른 후 남은 힘을 쥐어짜 공격을 감행, 피해를 입혀 청성파가 은씨 가문을 치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불해도인이 전개한 벽운도(劈雲刀), 비류보(飛流步)에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하면서 복수를 꿈꾼 최후의 계책도 실패로 돌아간다.
3. 무공
- 영파(影爬): 방무한이 당가채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숨기고 있는 절기(絶技)이다. 두 손과 두 발에서 마치 그림자의 같은 검은 자락이 일어난다. 발끝이 걷어차고 지나가면 검은 자락에 이끌려서 파여 나간 자국이 남는 만큼 손이 스치는 것은 흙먼지로 만든다.
[1] 위강이 말한 '비파 열매'는 방은한이 대량으로 살포하는 독의 해독약으로 쓰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