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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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5년 무렵의 마상용 도끼>
1. 설명
Battle Axe. 도끼라는 것이 원래 공구에서 출발한 것이다보니 공구로써 제작된 도끼를 전장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잦았고, 전장에서 쓸 도끼를 공구로 쓰기도 하고, 애초부터 겸용으로 제작되기도 해 구분이 애매하지만 대체로 날의 형상을 통해 구분한다.[1] 공구용 도끼도 날 형상을 보고 패는 도끼와 쪼개는 도끼를 따로 구분해두는데, 하물며 전투용 도끼는 나무를 패는 용도조차 아니고 인간의 살점을 치고 뼈를 끊는 용도로 만들어졌으니 구분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전투용 도끼의 특징은 무엇보다 날이 저각(=예각)이고 넓다는 것이다. 공구로 쓰는 도끼는 대체로 날이 고각(=둔각)이지만, 이에 비해 전투용 도끼는 빠르게 휘두를 수 있고 베기 쉽게 하기 위해 각이 작다. 즉, 일반적인 도끼보다 날이 훨씬 예리하며 이를 위해 도끼머리 또한 매우 얇다.[2] 또한 적을 베기 편하게 하고 피해를 최대화하기 위해 날의 길이가 길 필요가 있었다. 또한 도끼머리 아래쪽이 패여있어 방패, 다리, 목에 걸 수 있도록 만들며, 내리찍거나 옆으로 휘두르는 사용법이 고정된 일반 도끼와는 달리 전투용 도끼는 다양한 방향으로 휘두르거나 패링할 수 있게 무게중심과 그립에 신경을 쓴다. 여느 도끼와 마찬가지로 미끄럼 방지를 위해 원형 자루는 사용하지 않는다. 한손 반, 양손도끼는 가죽 끈을 감는 식으로 추가적으로 미끄럼 방지처리를 한 경우 부분적으로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짧게도, 길게도 잡고 쓸 수 있게 전체적으로 해둔다. 마상용은 자루가 부러지지 않게 금속으로 만들기도 했다. 판금갑옷 시대엔 대부분이 갑옷을 관통할 수 있도록 뒤에 송곳이 추가되었다.
항시 휴대할 수 있고 한 손으로 사용하며 생활 공구로의 기능을 겸하는 아담한 손도끼도 있고, 한손반 사용이 가능한 것도 있고, 양손으로 잡고 휘둘러야 하는 양손 도끼까지 있다. 이런 거대한 도끼의 경우 반대편과 전면에도 송곳을 달아놓는 경우가 많아 폴액스으로 분류되었다. 북미 원주민들의 토마호크, 프랑스의 프랑시스카, 바이킹들이 사용하는 도끼로 알려진 데인액스, 동유럽의 바디쉬 등이 대표적이다. 데인 액스나 바디쉬같은 양손도끼는 폴암 취급 하는 일이 많다. 공통점은 비슷한 크기의 일반 도끼에 비하면 하나같이 가볍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보다 적은 힘으로 재빠르게 휘둘러 민첩하게 적을 타격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인 도끼는 사람을 패라고 만든게 아니라 나무와 장작을 패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보니 장작을 팰 때 사람이 힘을 주어 휘두르지 않아도 도끼 자체의 무게로 장작을 내려찍을 수 있도록 날 부분을 두툼하고 묵직하게 만들기 때문에 전투용으로 쓰기에는 지나치게 무겁고 둔하다.
창작물, 특히 양판소에는 보통 생김새는 장작패는 도끼와 흡사하지만 날이 크고 손잡이가 조금 더 긴 정도로만 표현된다. 주로 '야만인=도끼'라는 고정관념 덕분에 힘이 무식하게 높은 캐릭터의 전유물이 되었다.[3]
유럽에서는 기원전 2900년에서 2300년대 사이의 신석기 문화를 배틀액스 혹은 전부(戰斧)문화라 부르는데, 새끼줄 무늬가 들어간 토기들 때문에 코디드 웨어(Corded Ware) 시대라고도 불린다.
현대는 물론이고 이미 르네상스~근대시대부터 제식전투용으로는 퇴출된 물건이지만, 토마호크 만큼은 예외 중의 예외로 남아 현대 미군의 손에서 끈질기게 휘둘러지고 있다. 목적은 간단한 나무문을 부수는 도어브리칭 용도. 물론 백병전과 투척이라는 본연의 임무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
1.1. 양날
게임이나 판타지에서 흔히 등장하는 양쪽 날의 형상이 동일한 양날 도끼를 배틀액스라고 칭하는 일도 많은데, 전투용으로 양날 도끼가 사용된 역사는 없다. 실제로는 의장용 등의 비전투용 도끼. 그도 그럴 것이 폴액스나 할버드처럼 뒷날에 스파이크를 다는 식이라면 모를까, 똑같은 크기와 각도의 양날을 세워봤자 불필요한 무게만 늘어나 전투에 부적합해지고, 생산량이 반으로 줄어든다. 쇠의 반을 뚝 떼서 반대편에 달면 날이 너무 작아서 못 쓸 물건이 되고, 넓게 편다 해도 너무 얇아져 쇠가 깨지거나 휘어지며, 무게 중심이 무너져 장작 패듯 정확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동작 외에는 위력이 꽤 약해지고, 옆으로 찍을 땐 도끼의 옆면으로 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옛부터 창작물에서 이런 디자인이 나오게 된 원인은 고대부터 양날도끼 특유의 멋으로 인해 의장용, 제사용으로 만들어지거나 공구로 쓰였던 양날도끼 유물들이 후대의 창작물에서 전투용으로 쓰인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도끼를 좌우로 빠르게 휘둘러 양옆을 베어가르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가란 추측도 있다.
실제로 양날 배틀액스가 있었음을 주장하며 외날로 도끼를 휘두르려면 방향 전환과 동시에 도끼를 뒤집는 수고를 해야 하니까 이렇게 좌우로 휘두르면 된다는 하는 경우가 있는데, 말도 안된다. 상기된 이유를 무시하더라도 전투중엔 상대방이 막거나 상대방 몸을 찍던가가 대부분이고, 드물게 상대방이 피하거나 휘두른 사람이 잘못 휘둘러 두 번 베기를 할 최적의 조건이 갖춰졌다면 이미 완전히 무너진 자세로 팔, 어깨, 목이 무방비 상태가 된다. 때문에 상대방이 피한 경우라면 닿지도 않는 거리에다 다시 휘두를 게 아니라 자세를 다시 잡아야 반격을 안당하며, 초심자거나 많이 지친 상태라 잘못 휘둘러서라면 상대방(들)도 같은 실력이나 상태가 아닌 이상 십중팔구는 죽는다. 도끼는 무게 중심이 전방에 쏠려있고 무거워 관성이 커 더욱 취약하다. 때문에 현실에서 도끼는 휘두른 다음 그 운동량을 유지하며 빈틈을 공격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손목을 사용해 빙글 돌려서 재빨리 원자세로 돌아오거나 계속 가격하는 식으로 사용되었다. 도끼를 양쪽으로 마구 휘둘러 한 쪽 측면을 완전히 노출시키는 동작은, 람보가 적의 총탄이 빗발치고 있는 와중에 엄폐도 하지 않고 일어서서 총기를 옆구리에 끼고 난사하는 것과 같이 황당한 것이다.
양날간지를 포기하지 못한 판타지 장르에서는 공구로 사용된 경우를 잘못 이해해 한쪽 날이 방패나 갑옷을 베어 무뎌지면 다른 쪽 날을 쓰기 위해 양날 도끼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데 전투용 도끼는 용법상 식칼 수준으로 날카로울 필요가 없고, 칼에 비해 날이 두껍고 각도가 크며 보통 곡선모양이여서 이가 쉽게 나가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도끼는 도검처럼 날카로운 칼날로 베어내는 무기가 아니라, 묵직한 중량을 이용해 찍고 후려치는 타격 무기였기 때문에 전투중에 날이 무뎌지면 그냥 무뎌진대로 둔기마냥 휘둘러도 적을 살상하는데에는 충분한 위력을 내는 무기이다. 그럼에도 정 무뎌지는게 걱정되면 양날로 만들 바에 그냥 여분으로 하나 더 챙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로도 투척, 작업, 분실대비 등의 이유로 여러개 챙기기도 했다.
현실에서 실용적으로 사용되는 양날도끼는 다목적 공구지 전투용이 아니다. 단순히 날이 무뎌짐만을 걱정한 것이 아니다. 한쪽 날은 저각으로, 한쪽 날은 고각으로 만들어 질긴 섬유질을 자르거나, 뭔갈 깎거나 칼 대용으로 사용해야 해 날이 잘 서있어야 할 때만 저각 날을 쓰고, 그 외의 대충 두들기면 해결되거나 나무를 쪼개야해서 고각날이 필요할 땐 그쪽으로 사용한다. 이로써 날이 잘 무뎌지지 않고, 불편하게 여러 도끼를 챙기지 않고 하나의 도끼로 여러 작업을 능률적으로 할 수 있다. 전투용과 달리 도끼머리가 넓을 필요가 없어 머리가 짧고 날이 좁게 만들기에 무게 중심도 잘 맞아 망치 휘두르는 느낌이다. 과거 대규모 작업에 이런 아담한 양날 손도끼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출근하는 것은 나무꾼이라는 상징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중심이 나빠 효율적으로 휘두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즘 대부분의 나무꾼들은 차라리 도끼 두 자루를 따로 장만하고 말지 이런 양날도끼를 택하는 경우는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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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군에서도 진로개척용, 공구로 사용한다. 위 사진은 스웨덴 해병대. 삼림지대가 많다보니 유용하다 한다.
2. 던전앤파이터의 배틀액스
던전 앤 파이터/아이템/배틀액스 항목 참조.
3.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도끼
전통적으로 전사의 표준 무장 = 검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게임이다보니, 도끼 계열 무기의 취급이 미묘하다. 동급 무기인 롱소드와 뭔가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대등하지만 롱소드보다 왠지 딸리는 느낌이 들도록 게임 데이터를 설계해야 하는데, 규칙을 거기까지 까다롭게 하지 않는 게임이다보니(할 수는 있지만 쓸데없이 번거로워지고) 성능면에서 뭔가 애매하기 십상.
클래식에서는 양손무기인 주제에 노멀 소드와 같은 1d8 피해. 웨폰 마스터리가 들어가야 좀 차이가 두드러지며 특성이 강해진다. 가격이 조금 싼 것 외에 롱소드보다 딱히 우월한 점은 없다. 그래서 드워프 아니면 잘 쓰지 않는 무기.
AD&D 2nd에서는 5 gp 가격, 스몰-미디움 1d8 피해, 라지 1d8 피해. 스피드 팩터 7. AD&D 2nd때는 배틀액스가 미디움 크기라서 한손 무기로 취급했다. 그에 대항하는 롱소드는 15 gp 가격, 스몰-미디움 1d8 피해, 라지 1d12 피해. 스피드 팩터 5. 역시 가격 외에는 압도적으로 성능이 딸린다.
D&D 3.5에서는 배틀액스 10 gp 가격, 1d8(20/x3) 피해, 롱소드 15 gp 가격, 1d8(19-20/x2) 피해로 크리티컬 확률과 배율로 차이점을 다르게 잡았다. 둘 다 한손 무기.
D&D 4th에서는 배틀액스 10 gp 가격, 숙련 보너스 +2, 1d10 피해. 롱소드는 15 gp 가격, 숙련 보너스 +3, 1d8 피해를 주어 밸런스를 잡았다. 배틀액스는 명중률이 약간 딸리지만 피해가 높고, 롱소드는 명중률이 좀 더 높지만 평균 피해라는 세팅. 가장 무난하고 적절한 밸런싱이었는데, 유감스럽게도 4판은 파워 시스템과 연동해야 제성능이 나오는 게임 시스템인지라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놀의 예시 몬스터가 쓰는 기본 무기이기도하다.
캡콤의 던전 앤 드래곤(게임)에서는 드워프와 파이터가 쓰는 양손 도끼로 나왔으며 놀에게서 소매치기로 훔칠 수도 있다. 그러나 파워는 강한데 공격 속도가 느려 천대받았다. 그래도 도둑만 있으면 구하기 쉽고 들고 있는것만으로도 꽤 간지가 나서 무리해서 쓰는 사람도 있었다.
[1] 근,현대에도 병사 개인이 휴대하는 기본 장비(무기가 아닌)중에 하나인 야전삽이 원래의 사용목적으로 뿐만 아니라 근접 무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의 전투도끼와 비슷한 포지션.[2] 그래도 일반 도검보다는 보통 더 두껍다.[3] 근데 사실 도끼는 다루기 쉬운 편에 속하는 무기이며, 오히려 도검이 제대로 다루려면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무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