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십자무공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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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ia Cross
1. 탄생
2. 수여자들
3. 수여조건
4. 수집


1. 탄생


영국 최고의 훈장으로 크림 전쟁이 한창이던 1856년 1월 29일, 즉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기간에 제정됐기에 여왕의 이름이 붙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무공훈장이랍시고 있었던 것들이 죄다 귀족 출신인 장교들 전용이라 정작 최전선에서 적들이랑 싸우고 있는 병사들, 특히 어느 군대던 간에 제일 궂은 일을 많이 하는 부사관들의 용맹은 훈장으로 치하할 방법이 없다는 여러 의견을 받아서 여왕이 하나 만들게 되었다.
명예 훈장이나 소비에트연방영웅처럼 이름이 멋있거나 철십자 훈장처럼 귀금속이 사용된 것도 아닌 매우 투박한 디자인의 훈장이지만 그 가치는 어쩌면 상기한 훈장들을 뛰어넘거나 대등할 지도 모른다. 영국은 전쟁을 많이 하던 국가라 용맹함에 대한 리스펙이 꽤 많은데, 이 훈장은 그 문화를 반영해서 영국에 있는 모든 훈장 중에 으뜸가는 훈장이 되었다. 영국 훈장은 그 훈격에 따라 등위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매겨져 있는데, 이 훈장은 기사단이니 뭐니 다 제치고 제일 앞에 거론된다.
이 훈장의 디자인은 여왕의 부군 앨버트 공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알버트는 시안을 보더니 다 좋다고 했지만 훈장이랑 리본이랑 사이에 고리가 걸리는 부분을 알파벳 V 모양으로 직접 수정을 했다고 한다.[1]
영국 훈장 체계의 최고 등급이지만 그 외관은 오히려 좀 수수하다 싶기도 한데, 여러 기사단 훈장들은 막 보석이니 금이니 은이니 에나멜이니 휘황찬란한데 이 훈장은 청동제라 그렇다. 물론 그 청동이 아무 청동은 아니고, 크림전쟁에서 승리했을 때 러시아 요새에서 뜯어온 대포를 재료로 삼아서 만들고 있다. 근데 나중에 역사가들이 그 대포를 성분조사해보니 중국제라는 결론이 나왔다는 건 유머…러시아도 그 대포를 중국에서 노획한 모양이다.
제조사는 런던의 Hancocks라는 보석상. 훈장이 처음 생겼을 때 부터 쭉 제작하고 있다. 업주의 인터뷰에 의하면 주재료가 원래 대포였었고, 지금 수준으로 보면 꽤 저질의 청동이라 훈장을 만드는 데 꽤나 고생을 한다는 모양이다. 크림 전쟁 이후로도 계속 그 대포를 깎아서 훈장을 만들어 수여했고, 현재는 한 80~85개 정도의 빅토리아 훈장을 만들 정도의 청동이 남아있다고. 남아있는 청동은 도닝턴 기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캐나다 버전은 특별히 이 원재료 이외에도 캐나다의 각각 7개 주에서 채굴한 금속들이랑 건국 기념 메달을 같이 섞어서 만든다고 한다. 캐나다 버전은 1993년 제정되었고 2020년 현재까지 수훈자는 없다. 캐나다 VC의 수훈자가 없는 것이지 2차 대전까지의 캐나다인의 VC 수훈자는 99명이다.

2. 수여자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을 건설한 이래 육·해·공군 통틀어서 연인원 천만이 넘는 장병이 무수한 전쟁에 나섰는데 그런 것치고는 수여 횟수가 적은 편이다. 현재까지 1358회 수여되었는데(물론 이런 걸 겹장으로 찬 괴물들도 있다),[2][3] 명예 훈장이 3500여 회, 철십자 훈장이 7300여 회 수여되었고 소비에트 연방 영웅은 약 12000여명 이 수훈받았단 것을 생각하면 정말 희귀하다. 21세기 들어서는 단 6명만 받았으며, 2019년 5월 기준 마지막 수훈자는 조슈아 리키2015년 2월 26일 획득. 한국전쟁 관련 수훈자는 4명으로 그 중 빌 스피크먼(Bill Speakman)은 2015년 한국을 방문해서 태극무공훈장을 수훈했으며 2018년 사망 후, 2019년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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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여자가 결정이 되면, 미리 만들어둔 빅토리아 훈장 뒷면에 수여자의 군번·계급·이름·소속 부대 그리고 수여일을 새겨넣는다. 이때야 비로소 빅토리아 훈장이 그 가치를 가지게 된다. 훈장을 받으면 예외 없이 영국 정부의 관보 〈London Gazette〉에 '어느 부대의 아무개가 어떤 공을 세워서 훈장을 수여했다'고 기재하기 때문에, 각각의 빅토리아 훈장은 어떤 영웅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수여조건


미국의 의회명예훈장과 마찬가지로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면 주는데, 무공훈장이고, 이 훈장이 생긴 이유 자체부터가 신분에 관계없이 용맹함 하나만 따지는거기 때문에, 육해공군, 장교 부사관 병사 상관없이 다 받을 수 있는 훈장이다. 이 훈장은 훈장 자체로서의 매력도 있지만, 그 수여자들의 에피소드도 하나같이 다 초월적이기 때문에 그 매력이 한층 더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수여조건의 영어 원문을 보자면,

"... most conspicuous bravery, or some daring or pre-eminent act of valour or self-sacrifice, or extreme devotion to duty in the presence of the enemy."

인데 대충 해석해보면, '적이 있는 상황에 자기희생이나 본인이 맡은 직무에서 엄청난 용맹함을 보여주면 준다.' 라고 적혀있다.

4. 수집


빅토리아 훈장들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꽤 높은 값에 거래 되고 있다. 총 1355명에게 1358 (3명은 두번 수여받음)개의 빅토리아 훈장이 수여되었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영국 400,000 파운드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물론 그 훈장 수여자의 이야기가 더 드라마틱 하면 가치가 더 높게 된다.
영국에 Lord Ashcroft 가 이 중에서 210개 정도를 개인소유 하고 있다고 한다.

[1] V의 의미는 일단 당연히 이 훈장을 제정한 Victoria 여왕의 V이다. 한편 용맹함을 뜻하는 Valor의 의미도 포함한다고 한다.[2] 빅토리아 훈장의 수훈 이래 단 3명 뿐이다. 그 중 2명은 군의관이고 뉴질랜드인 1명이 전투 행위로 훈장을 수훈하였다. 군의관 아서 마틴 리크는(최종계급 중령) 제2차 보어 전쟁과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초반부 벨기에에서 수훈받았다. 또 다른 군의관인 노엘 고드프리 차바세는(최종 계급 대위) 1차 세계대전 솜 전투파스샹달 전투에서 받았다. 참고로 차바세 대위는 솜 전투에서 야간에 자원자들과 함께 전방까지 직접 나가 부상자들을 후송하고, 파스샹달 전투에서는 전방에서 응급환자들을 돌보고 후송하다 부상을 입었음에도 다른 후송자들에게 양보하고 환자들을 돌보다가 이후 부상이 악화되어 사망했다. 따라서 두 번째 훈장은 사후 추서받았다. 차바세 대위는 비전투 행위로 수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용맹함은 여느 수훈자들에 못지 않았다. 뉴질랜드인 찰스 업햄 대위는 2차 세계대전 크레타 섬 전투1차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 수훈받았다. 업햄 대위는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 포로로 잡혀서 이탈리아로 끌려갔다. 그리고 계속된 탈출 시도로 단단히 찍혀서 독방에서 지냈고, 이로 인해 독일 수용소(Oflag IV-C)에 이감되었다가 1945년 4월 16일 미군에게 해방되었다. 전쟁 후에는 뉴질랜드에서 양 목장을 운영하다가 만 86세 천수를 누리고 갔다.[3] 복수 수훈하면 훈장의 리본 부분에 청동제 기장이(Bar) 추가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