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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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ca catechu'' L.
1. 개요
종려나뭇과의 상록교목이다. 높이는 25 m 남짓, 잎은 길이가 1-2 m 정도로 꽤 크게 자란다. '빈랑(檳榔)'이란 한자말은 빈랑이 열리는 나무, 또는 빈랑 열매를 가리킨다. 열매는 덜 익었을 때에는 녹색이지만 다 익으면 귤이나 감과 비슷한 짙은 주황색을 띤다. 열매의 크기는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으며 여러 개가 한 가지에 달린다. 참고.
한의학에서는 위와 치아를 건강하게 한다 하여 약재로 삼는다. 빈랑 열매의 씨앗을 빈랑자(檳榔子)라고 부른다.
말레이시아의 페낭은 바로 이 빈랑나무에서 이름을 따온 지역이다.
2. 마약
빈랑 열매를 씹으면 각성효과를 볼 수 있다. 인도나 대만, 사이판,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각국 여러 사람들이 많이 씹는데, 인도에서는 빤, 대만에서는 삥랑,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피낭, 영어로는 비틀넛 등으로 불린다. 대체적으로 베틀후추잎에 빈랑만, 혹은 그 외 다른 향신료나 담배를 함께 싸서 씹는다. 사이판에서는 라임(산호 가루) 등 가루를 반으로 가른 열매 안에 묻힌 뒤 씹으며, 인도네시아령 뉴기니지역에선 굴 껍데기를 빻은 가루를 곁들인다. 빈랑 열매가 염료 재료로도 쓰일 정도라 자주 씹으면 당연히 이가 변색된다. 또한 적갈색 침이 마구 흐르기 때문에 침을 자주 뱉게 된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침을 뱉지 말라는 경고문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게다가 마약과 같이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씹어볼 생각은 하지 말자. 증상은 나른한 발열감과 현기증. 게다가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와 WHO(World Health Organization)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담배 유무와 상관없이 빈랑을 자주 씹으면 구강암과 식도암 발생확률이 증가한다고 한다. 실제로 빈랑을 섭취해본 사람들의 증언으로는 입 안에 상처가 많이 나는 편이라고.
2.1. 대만의 소비실태
"충격, 입에서 피 흘리는 대만주민들은 모두 OO때문입니다"
보통 '삥랑'이라고들 한다. 대만에서는 빈랑을 너무 많이 씹어서 뺨이 녹아내리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정부가 (마치 금연광고처럼) 빈랑을 씹지 말자며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래도 타이베이나 가오슝 같은 대도시를 걷다보면 1분에 하나꼴로 빈랑 가게를 찾을 수 있다.
대만에서는 길가에서 외설스런 복장을 입고 빈랑에 향료 따위를 넣어 파는 젊은 여성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이들을 빈랑서시(檳榔西施)라 한다. 가끔 빈랑을 팔면서 가벼운 스킨십을 하는 빈랑서시들도 있고 빈랑을 팔면서 매춘이 이뤄지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야한 복장을 입고 판매만 하는 정도로 그친다.
왜 빈랑서시가 빈랑 판매점에 등장했는가? 빈랑가게들 간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어느 한두 점포에서 고객유치를 위해 자극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로 시작했다가 확산되었다고 한다. 빈랑이 육체노동자나 운전기사 등을 상대로 잘 팔리기 때문에 돈은 꽤 되는데, 제품 그 자체로는 차별화가 안 되기 때문에 경쟁이 심해서 이런 외설적 마케팅 수법이 등장했다고 한다. 또한 대만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걸쳐 부정부패 척결로 사창가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가면서 공창제도가 페지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는데 이 와중에 매춘부들이 노하우를 살려 빈랑서시로 돈벌이를 하면서 이를 더 부채질하기도 했다. 빈랑 복용자들은 대체로 저학력 노동자들이기에 빈랑서시도 대도시보다는 근교 지역이나 시골에 많다. 빈랑서시들의 모습(후방주의)
대만 거리를 보면 간혹 선 여러 개가 방사형으로 늘어서면서 반짝이는 네온사인을 단 가게가 있는데, 이 네온사인은 빈랑을 파는 점포, 혹은 품목 중에 빈랑을 취급하는 상점이라는 의미다.
빈랑 때문에 이가 빨갛게 변색되는 사람이 많아 대만에서는 미백 효과가 있는 치약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