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렛
1. 프라이팬
영어 단어 스킬렛(Skillet)은 소테(Saute) 팬에 대비된, 즉 뚜껑이나 덮개가 없고 손잡이가 달려 있으며 가장자리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모양의 팬을 말한다. 즉, 프라이팬의 의미와 같으며 그래서 영문 위키백과에서는 프라이팬 항목으로 리다이렉트된다. 반면 소테 팬은 납작한 냄비처럼 벽 쪽 경사가 가파르고 뚜껑이 번들되어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비교 이미지를 보면 확실히 차이를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그러나 원 뜻보다는 아래 문단의 무쇠 팬과 거의 동의어 급으로 쓰이고 있다. 아무래도 무쇠 팬이 국내에 다시 유행하면서 고급스럽고 새로운 느낌을 줄 직역 명칭이 필요해졌는데 "캐스트 아이언 팬"은 너무 길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닐지. 비슷한 이유로 "아이언 팬"도 가끔씩 쓰이나 이 역시 엄밀히 따지면 철로 만든 프라이팬을 모두 일컫는 말이고 정확히 무쇠 팬만 의미하는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1] 스킬렛이나 아이언 팬 등의 애매한 용어를 앞세운 제품을 구매할 때에는 실제 재질을 꼼꼼히 살펴봐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
2. 무쇠 프라이팬
무쇠로 만든 두툼한 프라이팬.
[image]
주물 방식에 의해 주철로 만들어진 팬. 영어로는 Cast iron pan이라고 한다. [2] 무쇠팬, 선철팬, 주철팬, 주물팬 등으로도 불린다.
동팬을 사용했던 일부를 제외하면 옛날 프라이팬은 대체로 이거였다. 가마솥과도 같은 재질이다. 열전도율이 낮고 무게도 무겁지만 대신 열 보존이 우수하여 차가운 재료를 넣어도 팬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코팅팬이나 스텐팬과 달리 녹이 생긴다. 그래서 유통중에 녹이 스는걸 방지하기 위해 도료를 발라놓으므로, 첫 사용시 '''반드시''' 이 도료를 제거하고 사용해야 한다. 아래의 '관리 방법' 문단 참고. 이후에도 시즈닝도 유지시켜줘야 하고 장기 보관시 녹이 다시 생긴다든지 하는 일도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2.1. 장점
- 유해물질 불안이 적다. 테플론등 논란이 있는 물질을 사용하지 않았고, 워낙 오랜기간 사용되어온 방식의 프라이팬이라 상대적으로 검증도 더 되어 있기 때문이다.
- 시즈닝에서 나오는 풍미가 있다.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은 일관적으로 다른 팬으로 요리시 나오지 않는 특유의 구수한 풍미가 가미된다는 평을 하고 있다. "손맛"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서양에서 오랜 기간동안 주방기구로 각광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 수명이 길다. 구조 자체가 별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장점. 제대로 만든 제품은 백 년은 간다고 자랑할 정도.
- 제품 선택이 쉽다. 이것도 단순한 재질과 구조에서 오는 특성인데, 대놓고 싸구려로 만든 가볍고 저렴한 제품만 피하면 대체로 중간은 간다. 이름모를 군소 업체 제품조차 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
- 견고하고 무게감이 있으며 변형이 적다. 무게의 경우 물론 단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일부 경량급 프라이팬이 자기 무게를 못 이겨서 손잡이 반대쪽이 살짝 들뜨거나[3] 가운데만 볼록 튀어나와서 음식물이 전부 가장자리로 이동하거나, 반대로 가운데만 쑥 들어가서 프라이팬이 트리플악셀을 뛰는(...) 문제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
- 열 보존이 우수하다. 차분하게 익혀야 하는 요리에도 좋고, 중간에 차가운 요리 재료를 넣었을 때 갑자기 온도가 바뀌어 요리를 망치는 일도 최소화할 수 있다.
- 손잡이가 일체형이라 요리 중에 오븐에 바로 넣을 수 있다. 물론 일단 오븐이 프라이팬을 넣을 수 있도록 커야 되지만.. 무쇠 팬이 대중적인 서양에서는 아예 이런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오븐용 레시피들도 많다.
- 사용이나 관리에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관리가 귀찮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운 것과는 다른 문제다. 화구를 가리는데다 불조절부터 세심하게 해야 하는 스테인리스 팬보다 사용 난이도 자체는 낮다. 시즈닝이나 녹 제거 등의 관리도 필요할 때 공개된 자료대로 하면 그만이고 아무나 할 수 없거나 배우는 데에 시간이 소요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 캠핑 요리에도 적합하다. 더치 오븐과 함께 캠핑 요리 도구의 알파요 오메가. 코펠에 딸려오는 프라이팬은 얇아서 가열이 빠르지만, 모닥불에 휙휙 올려놓기에는 너무 얇고 약하다. 하지만 무쇠 프라이팬은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에 올리고 시커멓게 그을려가며 요리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좀 태워도 벅벅 닦고 나서 다시 시즈닝해주면 그만이고, 오랫동안 안 써서 녹이 슬었어도 제거하고 다시 시즈닝하면 된다. 그리들(Griddle)이라고 아예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별도의 상품군까지 존재하고 있다. [4] 그리고 여기에 딱 맞는 휴대용 가스버너와 가스통까지 설치하고 나면 이게 표준 캠핑 바비큐 세팅이 된다. (예) 다만 이런 특성을 얻기 위한 댓가(무게)가 좀 큰 건 사실. 그런 이유로 경량화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2020년대 한국의 캠핑 추세와도 살짝 거리가 있는 셈. 반대로 캠핑카가 따로 있는 등의 이유로 무게가 큰 문제가 안 되는 상황이거나, 단독주택 뒷마당 또는 개인 별장 등에서 써먹기에는 아주 좋은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2.2. 단점
- 일단 무겁다. 캠핑용으로 좋다지만 백패킹용으로 쓰기에는 역부족. 가정에서 여성들이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방해요소이자, 구매를 꺼리는 선입견이 되기도 하다. 사이즈가 조금만 커도 한 손으로 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 대중매체에서 여성들이 프라이팬을 둔기로 사용할 때 십중팔구 두 손으로 들고 있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 손잡이가 일체형이고 이 부분까지 뜨거워지기 때문에 맨손으로 잡기 어렵고 손잡이를 뭔가로 감싸 잡아야 한다. 내열 장갑이나 마른 행주[5] 로 손잡이를 감싸 잡아야 한다. 이 문제때문에 직접 노끈이나 나무 등으로 손잡이를 감싸는 튜닝을 하기도 하고, 관련된 자료도 많다. 또는, 이 용도로 나오는 실리콘 고무로 된 무쇠팬 손잡이를 구입해서 쓰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일부 손잡이 길이가 긴 제품은 살짝만 가장자리를 잡아도 맨손으로 들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대신 이러면 지렛대의 원리로 그만큼 한 손으로 들기 힘들어지지만..
- 단단한 데 떨어뜨리거나 강한 충격을 주면 깨질 수 있다. 뜨겁게 달궈진 상태에서 찬 물을 확 부어도 급격한 온도차로 인한 변형으로 인해 깨진다. 이는 무쇠의 특성에 기인한 것.
- 녹 제거, 시즈닝이 귀찮다. 이걸 못 참으면 다시 코팅팬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스테인리스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 쪽도 사용이 간편한 것은 아니라서.. 이런 관리상의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에나멜(법랑)코팅이 된 무쇠 팬이며, 시즈닝 등의 추가 관리를 안해도 된다는 편의성이 있으나, 코팅이 깨질 수 있으므로 영구적이지는 않고 사용상 주의를 요한다. 즉 막 굴려도 되는 무쇠팬의 장점을 일부 희생하여 얻는 장점.
2.3. 관리 방법
제품을 구매하면 설명서에 도료 제거 방법과 권장 시즈닝 방법 등이 친절하게 나와 있으므로 일단 이를 충실히 따르는 편이 좋다. 아래 사항은 관련 설명이 없거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때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제품 구입 후 녹 방지 도료를 제거하려면 고온에 가열하면 되는데, 업소용 가스레인지를 쓰면 순식간에 끝나지만 가정에서는 화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골고루 가열하고 철수세미로 문지르고 붉은색이나 검은색 가루가 묻어나오지 않을 때까지 기름이 묻은 스펀지로 닦아주고 해야한다. 단, 이런 수고를 하기 싫다면 업체에게 길들이기를 따로 요청해도 된다. [6] 이 과정이 필요없는 제품도 별도로 존재한다.
도료를 제거했으면 그 다음은 시즈닝(길들이기)인데, 이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필요에 따라 가끔씩 반복해줘야 한다. 뜨겁게 달아오른 팬에 식용유나 전용 시즈닝 기름 등을 소량 발라주고 키친타올로 얇게 펴 바르면서 태워주면 기름이 탄화돼서 표면에 붙게 되는데, 이걸로 탄소피막이 형성돼서 녹을 방지하고 음식이 덜 눌러붙게 만드는 원리. 다만 이 과정 자체가 블랙카본, 즉 미세먼지를 다량 생성시키기 때문에 환기를 반드시 강하게 해주거나 아예 캠핑장 등 야외에서 하거나 큰 오븐에 팬을 넣어서 하길 권한다. 자세한 것은 시즈닝 항목 참고.
이 시즈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음식물이 달라붙어 타기 때문에 무쇠 팬을 사용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시즈닝(길들이기)이라는 말 답게 초보자라 해도 첫 귀차니즘만 잘 넘기면 사용할수록 진가가 나오고 이 과정이 요리의 재미 중 하나가 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2.4. 제품 종류
해외제품으론 롯지, 스켑슐트가 유명하며 법랑철기로는 르크루제, 스타우브가 유명하다. 국내제품에선 안성주물[7] , 운틴가마, 사랑채가마솥 등이 유명하다. 한국특수금속에서 내놓은 무쎄(Moosse) 브랜드 제품도 있는데 자체특허보유 중인 포셀린 에나멜 코팅 무쇠팬으로 홍보 하고 있다.하지만 무쎄 제품은 유독 가격이 많이나가는데 법랑 코팅이 아무리 좋아봐야 법랑이므로 주의해야 하기에 사실상 관리 잘할 자신없으면 비싼돈주고 살만한지는 고려해봐야한다. 이케아에서도 무쇠 팬을 팔고 있다.
2.5. 대중 매체에서
대중매체에서는 그 육중함 때문에 무기로 쓰이곤 한다. 레프트 4 데드와 팀 포트리스 2의 프라이팬이 이것. 적을 가격할때 들리는 찰진 '댕~' 하는 소리가 팀 포트리스 2의 스카웃 밈으로 발전할 지경으로 유명하다. 팀 포트리스 2에서는 MVM의 가장 희귀한 보상으로 황금 프라이팬이 등장하는데 한화로 수백만원 이상 하는 정신나간 가격으로 유명하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푼젤에서도 하나의 훌륭한 무기(...)로 나오며 디즈니 인피니티에서 그걸 충실하게 재현했다. 또한 슈퍼 마리오 RPG에서 피치 공주의 숨겨진 최종 무기로 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서브컬처 계열에서 여성용 무기로 매우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 남자 캐릭터들의 크로우 바와 비슷한 수준의 병기 취급을 받는 듯.
배틀그라운드에서도 무기로 등장하는데, 특이하게도 여기 스킬렛은 무려 '''방탄'''이며, 9mm, 45ACP같은 권총탄은 물론이고 5.56mm, 7.62mm, 심지어 '''.300 매그넘과 석궁 화살'''도 도탄 시켜내는 최강의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 장비하면 엉덩이 부분에 차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덕분에 후방에서 날아오는 눈 먼 총알쯤은 너끈히 방어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일반 프라이팬은 말할 것도 없고 행여 무쇠 팬이라 해도 방탄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드니 어디까지나 게임상 허용이다. 프라이팬은 아예 배그의 상징이 되어서, 인비테이셔널에선 트로피로 금으로 된 프라이팬, 금라이팬을 수여했다. 제작사인 펍지에서는 사원 식당의 식기로 사용하기도 하는듯.할로윈 메뉴?
[1] 연철 팬 등 다른 재질의 철팬도 엄연히 존재한다.[2] 물론 Skillet이라고 해도 틀리진 않는다. 프라이팬의 한 종류이니까.[3] 이는 하이라이트 등 표면에 밀착되어야 가열되는 화구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문제다.[4] 다만 이 단어도 한국에 도입되며 의미 변화를 거쳤다. 벽이 없다시피하고 표면에 무늬가 없으며 완전히 납작한 캠핑용 제품은 그리들 대분류 안에서 아주 작은 영역일 뿐이고, 영어권에서 다른 수식어 없이 '그리들' 하면 업소용의 거대하고 네모난 철판식 조리도구를 의미한다.[5] 젖은 행주는 열전도율이 더 높기 때문에 오히려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6] 추가비용이 발생하거나, 업체에 따라 아예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7] 경기 무형문화재 45호 및 45호 전수자분께서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