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라이스
1. 개요
큐브로 유명한 캐나다 감독 빈첸초 나탈리의 캐나다 SF 영화.
2. 줄거리
전도유망한 과학자 커플 ‘클라이브’(애드리언 브로디 분)와 ‘엘사’(세라 폴리 분)는 난치병 치료용 단백질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던 중, 조류, 어류, 파충류, 갑각류 등의 동물계 전체의 다종(多種) DNA 결합체인 ‘프레드’와 ‘진저’를 탄생시켜 동물용 의약 단백질 생산을 가능케 한다. 실험을 거듭하면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발전하고, 다종 DNA 결합체와 인간 유전자의 결합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자 과학계와 의학계에 놀라움을 선사하고 싶었던 두 커플은 위험한 실험을 시도한다.
제약회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1] 다종의 결합체와 인간 여성의 DNA를 결합시키는 금기의 실험을 강행하여 인간도, 동물도 아닌 전혀 새로운 생명체(델핀 샤네끄)를 탄생시키고 '드렌'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단순한 생명체의 형태에서 빠른 세포분열을 일으키며 급속도로 성장한 드렌은 각 종(種)들의 특징을 드러내며 기이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마침내 인간의 ‘감정’까지 갖추게 되면서 본능적으로 이성인 클라이브와의 교감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녀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성(性)의 전환을 이루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녀의 변이는 치명적인 결말을 예고하는데……
클라이브와 엘사가 드렌을 양육하느라 본 연구에 소홀히하게 되면서, 이 둘 부부에 대한 연구소 상관 버로우의 눈총은 심해져갔다. 하루는 그런 연구소 사정에 초조하기만 한 클라이브와, 드렌의 놀라운 성장속도에 연일 흥분을 감추지 못한 엘사가 심하게 언쟁하게 되었다. 실험실의 소리에 궁금해진 클라이브 동생 게빈이 그들의 언쟁을 엿들으려 하다 그만 외부인을 발견한 드렌에게 공격당할 뻔한다. 그것으로 그녀의 존재가 첫번째로 노출되고 클라이브와 엘사는 드렌의 거처를 연구소 지하로 옮기게 된다.
양서류의 폐도 갖고 있었던 드렌은, 클라이브와 엘사가 그것을 종양으로 오해하는 바람에 오랜시간 물 밖 생활만을 했다. 양서류도 많은 종이 있지만 대부분의 양서류는 아가미호흡과 피부호흡 의존도가 높아 폐만으로 오랜 시간 호흡하게 되면 죽는다. 심하게 구토를 하고 열을 내는 드렌에게 함부로 인간의 약물을 투여하기도 겁이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상황, 뜨거워진 몸이라도 식혀보자며 개수대에 물을 받아 몸을 뉘이려는데 드렌이 더 크게 울어재끼기 시작한다. 응급상황에 혼란스럽기만 한 그들. 드렌의 존재가 호기심이라기에는 너무 큰일이었기에 처음부터 늘 근심했던 클라이브는 이 참에 아예 드렌을 강제로 익사시켜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드렌은 기적적으로 수중 호흡을 하게되며 살게 되고 클라이브는 그 일 이후로 더는 드렌을 죽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의 첫 유전자 복합 생명체 '프레드' 와 '진저' 의 학계 첫 발표가 있던 날, 본래 암컷이었던 진저가 수컷으로 성전환된 채로 입에서 날카로운 침을 꺼냈고, 프레드 역시 자신의 침을 꺼내 둘이 관객들 앞에서 서로 참혹한 피의 혈투를 벌이다가 둘다 죽고 마는 충격적 사태에 놓이고 만다. 그로인해 연구소 윗선으로부터 더 심한 질책과 감시를 받게되어, 엘사가 어릴적 살았지만 이제는 버려진 농가로 드렌의 거취를 옮기게 된다.
드렌은 사람들의 눈에 절대 띄어서는 안되는 존재이기에 그들은 농가의 큰 창고에 드렌을 가두고 때때로 찾아간다. 그러나 야생의 본능이란 갇혀있기만 해서는 견딜수 없는 것이기에 반항을 시도한다. 엘사는 어릴적 어머니의 통제와 억압만이 가득한 그릇된 양육방식 속에 자라나 드렌이 저항할 때마다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다. 길들여질 수 없었던 드렌은 천장의 창문을 깨고 지붕위로 탈출하고, 실로 오랜만의 바깥공기와 밤의 달빛에 소녀처럼 감동한다. 쉽게 통제되지 않는 드렌에게 고압적으로 소리치는 엘사에게 깜짝놀란 드렌이 발을 헛디뎌 지붕아래로 떨어지려는 찰나, 괴성을 지르며 피부 아래에 숨겨진 날개를 본능적으로 펴들어 위기를 모면한다.
드렌은 아끼던 고양이마저 감염을 이유로,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없어야 어른이 된다는 이유로, 엘사에게 빼앗긴다. 클라이브는 울적해진 드렌에게 음악을 틀며 같이 춤을 추다가 드렌의 얼굴에서 익숙함을 감지하고 충격에 빠져, 엘사에게 엄마가 미친 것처럼 너도 미친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른다. 드렌의 발생에 사용된 난자가 다름아닌 엘사의 난자였던 것이다.
엘사는 드렌에게서 뺏어간 고양이를 다시 돌려주려 창고에 간다. 그러나 드렌은 이미 클라이브를 번식의 파트너인 수컷으로서, 엘사는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엘사 앞에서 고양이를 꼬리 끝의 독침으로 목을 찔러 죽이고 이에 분노한 엘사가 뺨을 때리자 오히려 우월한 신체 능력으로 그녀를 제압한다. 그리고 엘사의 목에 걸려 있는 열쇠를 빼앗아 탈출하려고 하나, 꼭지가 돌아버린 엘사가 삽으로 드렌의 뒤통수를 가격해 기절시켜 포박한 뒤 교감을 나누며 양육했던 그간의 모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마취도 없이 꼬리 끝을 절단하여 연구소에 상업용 샘플로 제출해버린다. 돌아온 클라이브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하자 드렌의 상태가 불안정해 폭력성을 보였다며, 연구소에서 그간에 꼬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해야 할 일을 한 거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연민의 감정과 미지 생명체의 아름다움에 알수없는 감정을 느끼던 클라이브는 드렌과 성관계를 맺게 되고,[2]그것을 목격한 엘사는 충격을 받는다. 그들은 서로를 비난하다가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과 드렌을 세상과 격리시켜 불구로 만들어버린 것 등을 자책했다. 그러나 곧 냉정해져 이미 절단한 꼬리로부터 필요한 단백질은 얻었으므로 실험도 끝이요 책임도 끝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드렌을 제거하자는 암묵적 동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드렌은 유전자 복합 생물이기 때문에 성장도 노화도 빨라서 처리하려고 찾아갔을 때는 이미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드렌을 죽이지 않고 숨이 꺼져가는 것을 지켜보며 죄책감에 슬퍼한다.
드렌을 땅에 묻고 물건들을 태워버리는 중에 게빈과 연구소 상관 버로우가 찾아와 당장 드렌을 내놓으라고 한다. 엘사가 제출한 단백질 샘플에서 인간 DNA 가 발견되어 의심을 하던 중 게빈이 드렌의 존재를 밝혀버린 것이다. 엘사는 이미 죽어서 보여줄 수 없지만 땅에 묻혀있으니 파서 직접 보라며 버로우에게 삽을 건넨다. 그 때 땅 속에서 성 변이를 마친 드렌이 수컷으로 변해 버로우를 공중으로 납치, 살해한다. 그 다음 게빈이 잡혀가고 근처 개울가에서 클라이브마저 죽이려고 한다. 클라이브가 죽은 줄 알았는지 드렌은 엘사를 추격하기 시작하고 나뭇가지에 머리를 부딪혀 쓰러진 엘사를 강간한다. 드렌은 번식을 위해 경쟁자를 모두 제거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클라이브는 살아있었고 뒤에서 드렌을 기습했지만 다시 일어나 클라이브를 공격하려한다. 그 때 엘사가 큰 돌덩이로 드렌의 머리를 한차례 가격하나 이후 드렌에게 한 점의 모성이 남았던지 주춤하였고, 그 틈을 타 드렌이 꼬리의 독침으로 클라이브의 심장을 공격, 살해한다. 드렌은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자기 유전자 번식을 위해 미래의 경쟁자를 제거하는, 동물의 본능을 발휘한 것이다.
그녀는 이 사태에 책임을 물어 감옥에 간 것... 처럼 보였으나.
엘사를 드렌이 강간했을 때 엘사는 드렌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약회사의 사장은 엘사와 드렌의 아이를 구매하고 이 모든 일을 함구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가격을 제시하고 엘사가 이를 수락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영화 자체가 새로운 생명체의 창조에 초점을 맞추어서 영화 중후반부에야 나오는 설정인데 드렌은 사실 난치병 치료를 위한 단백질을 채취하기 위해 인간의 난자를 섞어서 만든 인조생명이고[3], 그 드렌의 유전자를 이은 엘사의 아이는 말 그대로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말 그대로의 의미)인 것이었다.
3. 등장인물
4. 기타
국내에도 인지도가 있는 큐브 감독의 신작, 기예르모 델 토로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점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개봉관도 그럭저럭 잡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 흥행도 저조한 편. 결말을 보면 왜 저조한지 이해는 간다.
내용이 워낙 막장으로 가다보니깐 평은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린다. 대체적으로 비타협적인 SF물이나 캐나다 시절 데이빗 크로넨버그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불쾌하긴 하지만 괜찮은 평을 내려주는 편이다. 서양의 평론가들은 대체적으로 호평을 내려주는 편. 로튼토마토 수치는 74%, 메타크리틱은 100점 만점에 65점을 주었다. 그러나 일반 관객 평은 대체로 별로 좋지 않았다. 동아일보에선 SF영화를 빙자한 포르노 영화라고 무진장 깠었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캐나다 프랑스 합작 영화다.
드레곤 레이디에 비슷한 내용의 단편이 있다.[4] 사실 인조(유사)인간과 인간의 갈등은 SF계에서는 자주 쓰이는 떡밥이다.
영화 초반부에는 기증받은 난자라고 하지만 영화 중에 엘사의 난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 여럿 있는데 후반부에 엘사와 클라이브가 싸우는 장면에서 '기증받은 난자가 아니라며 어디서 난거야!'라고 클라이브가 화내고 엘사가 대답하지 못하는걸 보면 확인사살급.
영화의 캐치프레이즈는 "인간이 창조한 아름다운 생명체"이지만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온갖 생명체의 특성이 섞인 신체를 배제해도 외모가 아름답다기 보다 혐오스럽다는 평. 드렌에게 섞인 DNA의 영향을 보여주면서 이질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미간 사이를 멀리 만들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생명체"라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다하니 호불호의 문제. 그리고 애초에 미적 관점보다는 생명체의 창조 그 자체가 아름답다는 과학적인 표현으로 보인다.
드렌을 연기한 배우인 델핀 샤네끄는 그 당시에 이 역할을 맡기 위해 실제로 머리를 삭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