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

 

1. 인쇄 과정에서의 식자
2. 만화에서의 식자
2.1. 요구되는 기술
2.2. 주로 쓰이는 프로그램

植字
typesetting

1. 인쇄 과정에서의 식자


원래는 인쇄하기 위해 조판 과정에서 활자를 제 위치에 조합하는 작업을 뜻했다. 한 페이지에 대응되는 활판을 한 장씩 만드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8만 페이지면 8만 장의 활판을 새겨야 한다!), 근대에 와서는 글자 하나를 새긴 활자를 여러 개 만들어, 틀에 끼우는 방식으로 식자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후 라이노타입이라는, 타자기 비스무리한 원리의 느낌의 조판기계가 제작되었다. 기본 26자에 획수도 적은 로마자 특성상 서양에서는 사진식자의 보급이 동양보다 늦었다.
한자한글[1]을 사용하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그 대신 이 3국에서는 필름을 이용한 사진 식자(사식(寫植), Phototypesetting) 방식이 더 빨리 보급되었다. 인화지에 글자가 들어간 필름을 대고 한 글자씩 감광시키는 방식. 화면에 보이는 내용 그대로 바로 출력이 가능한 현대에서는 이게 무슨 쓸모없는 행위인가 싶겠지만, 당시로서는 활자가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를 수백 분의 일로 줄여 준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이후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와 결합한 사진식자기인 전산사식(電算寫植)이 등장했으나, 매킨토시쿽 익스프레스로 대표되는 DTP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실상 멸종. 이에 따라 일반적인 인쇄에서 식자 작업의 존재감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2. 만화에서의 식자


번역본을 받으면 그 역본에 따라 책이나 사진의 글자를 바꾸어 넣는 작업을 뜻한다. 번역팀 문서에서도 나오는 내용으로, 역자(譯者)는 번역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식자(植'''字''')는 텍스트를 바꾸는 '작업,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역자 누구, 식자 누구'보다는 '번역 누구, 식자 누구'가 옳은 표기이다. 식자 작업을 하는 사람은 '식자'뒤에 '공'을 붙여 '식자공'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통은 번역팀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식자('''者''')'로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2] 번역과 식자를 혼자서 하는 경우 역식자 라고 부른다.
속된 표현으로 식자 작업을 '식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번역을 '역질'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드문 걸 생각해보면 일관성을 위해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식자는 역자보다 구하기가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없어진 마루마루에서도 식자 확보에 주력하던 모습이 보였으며, 지금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의 번역팀에서도 '역자들이 만든 역본은 넘쳐나는데 그걸 처리해 줄 식자를 구하기가 힘들다'라고 하는 팀들이 많기 때문. 번역은 해당 외국어만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면 식자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반면 식자는 이미지 보정이나 리드로잉, 그리고 기본적인 포토샵 능력까지 번역에 비해서 갖춰야 할 역량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존재하는 작품들도 장편은 거의없고 주로 원본 만화, 동인지, 웹코믹의 대사만 바꾸는 짤방이나 단편 등이 많다.

2.1. 요구되는 기술


포토샵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의 사용 능력을 갖춰야 한다.[3] 경우에 따라 직접 아트를 그려 매꾸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4] 그림 실력도 어느 정도 갖추면 좋다. 또한 대사에 맞게 폰트를 바꿔가며 작업해야 하니 상황에 따라 적절한 서체를 사용할 수 있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실제 업계에서 식자, 조판 역할을 하는 전문 프로그램은 '''포토샵이 아니다''', 포토샵은 어디까지나 사진 수정, 편집을 위한 프로그램이고, 출판 원고를 만드는 것은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인디자인, 오토데스크, 코렐드로우 같은 DTP 프로그램이다. '포토샵으로 만들어서 업체로 주면 바로 인쇄 들어가나보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줘 봐야 거기서는 포토샵으로 만든 이미지 파일(psd, jpg, tif...)을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로 불러다가 수정하고 인디자인에서 다시 전부 편집해야 한다. 코렐드로우는 벡터 제작/편집 프로그램이면서 자체에 조판 기능까지 다 들어 있는데, 업체에서는 코렐드로우를 거의 안 쓰고 주로 일러스트레이터와 인디자인을 쓰니 제작자는 그냥 같은 어도비의 프로그램이라 호환이 잘 되는 포토샵 파일(.psd)로 주면 된다. 가능하면 포토샵에서 일러스레이터로 데이터를 보내서 글자까지는 넣어서 ai 파일로 주는 게 낫다.

2.2. 주로 쓰이는 프로그램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식자들이 포토샵을 사용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식자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 포토샵
  • GIMP[5]
  • 클립스튜디오
  • 일러스트레이터
  • 사이툴
  • 이지포토
  • 그림판(...)[6]

[1] 한글은 표음문자긴 하지만 초성+중성+종성이 결합되어 한 글자를 이룬다는 점 때문에 일종의 완성형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2] 다만 植者라는 표현은 사전에 없다.[3] 사실 그림판으로도 기본적인 식자는 가능하긴 하다.[4] 반투명 말풍선이나 배경글 등.[5] 포토샵의 가격에 부담을 느껴 무료 프로그램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는 국방망 PC에서 사용하다가 사회로 넘어와서 쓰는 사람들.[6] 대부분의 번역팀에서 권장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결과물의 퀄리티가 영 좋지 않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