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블레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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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에서 묘사된 실버 블레이즈. 시드니 패짓(Sidney Paget) 作.
'''Silver Blaze'''
1. 개요
2. 스포일러
3. 후일담


1. 개요


셜록 홈즈 시리즈 중 단편집인 셜록 홈즈의 회상록에 수록된 단편. 1892년에 출판되었다. 웨식스 경마장의 명마 실버 블레이즈[1]가 실종되고, 그 조교사 존 스트레이커가 살해당했다. 마주(馬主) 로스 대령과 수사 책임자 그레고리 경위는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셜록 홈즈를 찾아 나선다.
실버 블레이즈가 사라진 날 저녁, 마구간을 지키던 소년이 저녁으로 먹었던 양고기 카레아편이 들어있었던 것이 밝혀진다. 소년은 그 때문에 잠들어 있어서 실버 블레이즈가 끌려가는데도 경계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마굿간을 지키던 들도 짖지 않았다. 그리고 존 스트레이커는 마구간에서 4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고, 머리에는 무거운 흉기로 심하게 얻어맞은 듯한 상처와 허벅지에는 날카로운 도구로 길게 베인 자국이 있었다. 오른손에는 손잡이까지 피투성이인 작은 칼을 들고 있고, 왼손에는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인 실크 스카프를 쥐고 있었다. 그 칼은 수술용 메스였다.
하녀의 증언으로 그 스카프의 주인인[2] 피츠로이 심슨이 용의자로 검거된다. 본래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경마로 큰 돈을 날리고 지금은 마권 업자로 일하고 있는 심슨은, 전날 저녁에 하녀에게 돈을 줘가면서까지 실버 블레이즈의 정보를 염탐하러 했기 때문이었다.

2. 스포일러



그런데 사라졌던 말 실버 블레이즈가 갑자기 경주에 나타나 멋지게 우승한다. 어안이 벙벙하던 마주는 기뻐하고 이제 범인만 잡으면 된다고 하자 홈즈는 미소지으며 "범인은 제 앞에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자신을 범인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하여 기분 불쾌해하는 마주에게 홈즈가 뒤에 범인이 있다고 말하자 놀란 왓슨과 마주가 뒤돌아보니 서있던 '''범인은 바로 말, 즉 실버 블레이즈였다.''' 다들 경악하는데 홈즈는 덧붙인다. "더불어, 말의 정당방어입니다."
홈즈는 '전날 저녁 식사 메뉴인 양고기 카레에 아편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석연찮음을 느꼈는데. 홈즈의 설명에 의하면 아편은 대놓고 섞으면 누구나 눈치를 챌 정도로 독특한 맛이 나는데 카레는 그런 아편 맛을 감추는데 최적의 요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외부인인 피츠로이 심슨이 그날 저녁 메뉴를 결정할 수 있을리 없는데다가 어쩌다 운좋게 딱 카레가 저녁인 날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서 심슨을 용의자에서 제외하였다. 그리고 마구간의 소년에게 하녀 모르게 아편을 먹이고, 경비를 보던 개가 짖지 않을 인물은 개들이 익숙한 존 스트레이커 본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홈즈는 스트레이커의 소지품들을 조사하고 거기에 있던 대량의 영수증을 근거로 탐색해서, 스트레이커가 부인 외의 다른 여자를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서 동기도 밝혀낸다.[3] 동기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던 스트레이커의 불륜 상대가 매우 사치스러운 여성이라[4][5] 빚을 지게 되었고 그 빚을 갚기 위함이었다. 스트레이커는 실버 블레이즈를 몰래 마구간 밖으로 끌어내 힘줄에 약간 상처를 내서 유력한 우승마인 실버 블레이즈가 떨어지게 만들어 부정 마권으로 이익을 챙기려 한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상처내면 위험한지라 양 여러 마리를 통해 실험했다.[6] 하지만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실버 블레이즈는 스트레이커가 자신의 뒤로 돌아왔을 때 발길질을 해버렸고 강철 편자를 댄 말발굽에 머리를 얻어맞은 스트레이커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던 것이다. 허벅지의 상처는 자신이 쥐고 있던 메스가 쓰러지면서 자신의 허벅지를 찔러서 난 것. 들고 있던 실크 스카프는 피츠로이 심슨이 쫒겨날때 떨어뜨린 것을 주워서 말의 발을 묶을때 쓰려고 했던 것이었다.
달아난 실버 블레이즈는 다른 마굿간에서 일하던 실라스 브라운[7]이 잡아다가 보관하고 있었다. 브라운은 실버 블레이즈를 시샘해서 몸에 물감을 칠해 특유의 무늬를 감추고 있었지만 홈즈에게 탄로나고 말았다. 홈즈는 실버 블레이즈를 경주에 출전시키라고 실라스 브라운에게 엄포를 놓았다. 모든게 드러나자 마주는 분노하지만 자업자득이라고 스트레이커는 그렇게 죽었고 말은 정당방어이니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 다만, 그동안 말이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하지만 홈즈는 친절한 분이 돌보고 있었습니다만 그분이 밝히길 꺼리니 그냥 넘어가십시오라고 말하면서 실라스 브라운에 대한 것은 말하지 않았다.

3. 후일담


  • 본문에서 언급된 '개들이 짖지 않았던 조용한 일'과 이에 대한 홈즈의 "그게 흥미롭군요."라는 답변이 상당히 유명해져서 이곳저곳에서 인용된다. 흔히 '한밤 중에 개에게 일어난 사건(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이라고 하며, 특이한 일이 벌어졌을 때 관용구처럼 사용하는 편. 마크 해던의 동명소설 역시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 그레고리 경위 : "제가 주의해 뒀으면 하는 다른 점은 없습니까?"
> 홈즈 : "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흥미로운 일."
> 그레고리 경위 : "간밤에 개한테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 홈즈 : "그게 흥미롭단 얘기요."[8]
  • 코난 도일이 직접 뽑은 이야기 19개 중 13위를 차지했다.
  • '왓슨이 홈즈보다 먼저 증거를 찾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와는 반대로 코난 도일의 경마에 대한 무지가 드러난 단편으로 실제로 당시의 경마 종사자들이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행동했다면 절반은 감옥에 가고 절반은 경마판에 다시는 발도 못 붙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말도 안되는 장면은 실버 블레이즈의 특징인 콧등의 은빛 털을 염색한 채로 경기에 그대로 출전하는 것인데, 이렇게 특징이 아예 다른 말을 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게 가능하면 하위권 말을 특정 경기때만 명마로 바꿔치기해서 떼돈을 벌 수 있다. 코난 도일도 이에 대해 수긍했으나 작가는 오기를 부릴 때가 있어야 한다며 응수했다.[9]
  • 반 다인의 20칙중 제20항의 내용이 바로 이 소설에서 시작됐다. 20항에서는 추리 소설의 클리셰로 <개가 짖지 않았다고 잘 아는 사람에 의한 범죄로 보는 것>을 금기시 한다. 위에도 나와있지만, 실버 블레이즈는 1892년 작이고, 반 다인의 20칙은 1928년에 발표 되었다. 따라서 코난 도일이 20칙을 어긴 것이 아니라, 이런 복선을 처음 내놓은 사람이 코난 도일이고, 이후 다른 추리소설에서 많이 써먹은 나머지 너무 뻔한 클리셰가 되어 버린 탓에 20칙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1] 1990년대 중후반만 해도 "은성호(銀星號)"라는 괴이한 한자 이름으로 나온 탓에(일본어 판을 중역한 것으로 생각됨.) 영어로는 실버스타인가? 아리송해하던 사람도 있었다! "셜록 홈즈 주석판"에서는 '''은점박이'''라는 이름으로 번역했다.2000년 초까지 서울문화사에서 낸 10권짜리 셜록 홈즈 일본 만화책(그림-이시카와 모리히코)에서도 은성호 사건이라는 제목과 이름으로 이 에피소드가 나왔다.[2] 하녀를 설득하려고 할 때마다 원하는 값비싼 드레스를 살만한 돈을 주겠다고 얘기를 꺼낸다.[3] 윌리엄 다비셔라는 이름의 친구 부인의 옷가게 영수증이 잘못 와 있었는데 상식적으로 자기 것을 간수하기도 힘든 판에 친구 영수증을 왜 들고 있겠냐는 것. 애초에 자기 부인 옷이었으면 영수증에 가명을 쓸 필요도 없을 뿐더러 홈즈가 유도심문으로 부인에게는 그런 옷이 없음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양장점으로 가서 존 스트레이커의 사진을 보여준 결과 양장점 주인은 존 스트레이커를 윌리엄 다비셔로 알고 있었다.[4] 그 드레스의 가격만 22기니였다. 기니는 1813년 사라진 영국 화폐 단위지만 100년 넘게도 흔히 쓰인 단위였다. 1기니는 21실링(1파운드=20실링이므로 1파운드 1실링)으로 22기니는 23파운드 2실링. 당시 1파운드는 은(銀) 1파운드(453.592g)와 같은 가치를 갖는다고 붙은 이름이므로 2019년 현재 은시세로 비교해보면 1파운드는 20만원 정도의 가치를 갖는다. 작중 시간대가 1890년 9월인데, 당시 물가표랑 비교해봐도 당시 1파운드는 현재가치로 16-20만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략 옷 한벌에 400만원 정도 하는 것이다.[5] 참고로 왓슨의 군인연금이 하루 11실링 6펜스였는데, 호텔에서 살며 방탕하게 쓰다가 돈이 떨어져서 싼 집을 구하는게 주홍색 연구의 시작부분이다. 왓슨의 연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한달에 300만원 정도.[6] 홈즈가 양치기에게 요즘 양들이 잘 걷지못하는 게 있소? 라고 묻자 양치기가 놀라면서 갑자기 양 여러 마리가 절뚝거린다고 답변하자 홈즈가 아하라는 반응을 보였다.[7] 처음엔 모른다고 잡아떼면서 으름장을 놓더니, 홈즈가 같이 들어가서 몇 분 얘기를 나오자 바로 깨갱했다. 주석판에 의하면 이 대목에서 삭제된 대사(고작 2줄)가 있다고 한다.[8] '개에게는 아무일도 없었다' = '개는 아무것도 안했다'라고 이중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개가 짖지 않았으니 외부인의 침입은 없었다는 소리. 즉, 범인은 내부인이라는 말이다.[9] 1980년대 영국 그라나다 TV에서 방영한 셜록 홈즈의 귀환시리즈에서는 경기에 출전하기 전에 홈즈가 직접 실버 블레이즈의 콧등을 씻어 은빛 털을 보여준 뒤에 출전시키는 것으로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