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요연
1. 개요
'''沈梟煙'''여인은 구름 같은 머리털을 깔끔하게 쓸어 빗어 금 머리꽃이(금잠金簪)을 꽂고, 패랭이꽃(석죽화石竹花)를 수놓은 소매 좁은 긴 갑옷(전포戰袍)를 입었으며, 발에는 봉(鳳)새 머리를 수놓은 목이 긴 나무신을 신고, 허리에는 용천검(龍泉劍)칼집을 찼다. 그러나 뛰어난 아름다움이 한 가지 해당화 같아서, 아비를 대신하여 남장하고 전쟁터에 나간 목란(木蘭)[1]
이 아니면, 주인을 위하여 적의 침소에 들어가 금합(金盒)을 훔친 홍선이었다. -본문 중에서
이 문서는 고전소설 <구운몽>의 등장인물인 심요연을 소개하는 문서이다. 심요연은 불심을 어지럽히는 죄를 짓고 인간으로 환생하게 된 팔선녀 중 한 명이다.
2. 작중 행적
원수직에 올라 대군을 이끌고 토번을 정벌하러 간 양소유가 심야에 막사에서 병서를 읽고 있을 때 자객이라면서 나타난다. 찬보[2] 의 명으로 원수의 머리를 가지러 왔다고 하는데, 상황을 생각하면 침입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소유는 낮에 점을 쳐서 머지 않은 때에 적군이 습격할 것을 알고 경계를 대폭 강화해 둔 상태였는데 태연하게 최고 지휘관의 막사에 침입했으니 놀라운 실력자가 아니고서야 못할 일이다.[3]
하지만 양소유는 겁먹지 않았고 죽일 테면 죽여보라며 당당하게 큰소리친다. 그러자 심요연이 칼을 던지고 공손히 머리를 조아리며 양소유를 해치러 온 것이 아니라고 밝힌다. 양소유가 그녀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자 심요연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심요연은 원래 당나라 양주 사람으로, 어려서 부모를 잃고 어떤 여인[4] 의 제자로 들어가 검술을 배운다. 삼년 만에 모든 가르침을 모두 전수받아 바람을 타고 번개를 따라 순식간에 천리를 간다고 하니, 도술도 함께 전수받아 경지에 이르렀거나 혹은 무림의 절정고수 급의 실력자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녀에게는 진해월과 금채홍이라는 동기들도 있는데, 그녀들의 실력 역시 심요연과 비등하다고 한다.
스승은 기이하게도 원한을 갚는 일이나 악인을 베어야 할 때에는 해월이나 채홍에게 맡겼다. 심요연은 한 번도 임무에 발탁된 적이 없어 소외감을 느꼈고, '소녀도 스승님에게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만 어찌 임무에 보내주지 않으시는지요? 저의 실력은 두 사람보다 모자란 것입니까?' 하고 스승에게 이유를 묻는다. 그러나 스승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한다. '너는 본디 우리 같은 부류에 속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먼 훗날에는 당당하게 정도를 걸을 것이다. 해월이나 채홍과는 달리 인명을 해쳐 업보를 쌓게 되면 네 앞길에 좋지 않으니, 임무를 내릴 수 없다.' 그 대답에 다른 궁금증이 생긴 심요연이 '그렇다면 검술을 가르쳐주신 이유는 무엇이온지요?' 하고 되묻자, '너의 전생의 인연이 당나라에 있고 아주 귀한 사람이라서 변방에서 태어난 네가 쉬이 만날 수 없다. 후일 백만대군의 창칼이 도사리는 진채 안에서 너의 참된 인연과 만나게 될 것이니 더욱 검술을 갈고 닦도록 하여라.'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실력도 고강하면서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스승이 아닐 수 없다.
세월이 흐르고, 양소유가 출정하기 한달 전 시점에, 스승은 심요연을 부른다. '당나라에서 토번을 정벌하려고 장군을 보내자 찬보가 당나라 장군을 해치울 자객을 모집하고 있다. 네가 가면 토번의 다른 자객들을 꺾을 수 있으니, 당나라 장군도 구하고 너의 인연도 이루어라.' 하고 스승은 귀띔을 해준다. 심요연은 그말대로 자객 선발 대회에 나가 경쟁자를 모두 제쳐버리고, 찬보는 아주 기뻐하면서 양소유를 죽이고 목을 가져오면 자신의 귀비로 삼아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렇게 하여 심요연은 자객차림을 하고 진중에 숨어들었으며, 스승님이 말한 운명의 상대가 바로 양소유임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며 앞으로 자신의 낭군으로 모시겠다 맹세한다.
밤중에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와 크게 기뻐한 양소유는 심요연을 받아들이고 바로 운우지락을 함께한다. 무려 사흘 동안이나 막사에서 나오지 않고(...) 휘하 장수들과도 마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요연은 의심을 살까 우려하며 스승님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러 간다는 핑계로 막사에서 나가려고 한다. 양소유는 심요연을 보내주기 싫어서 '그대가 없을 때 다른 자객이 오면 나의 목숨이 온전하겠소?' 라고 약한 소리를 해본다. 심요연은 찬보에게 받은 묘아환이란 구슬을 주며 '토번의 자객들 중에는 소녀를 당할 자가 없습니다. 만일 자객이 찾아온다면 이것을 보여주고 소녀가 이미 귀순했음을 알리십시오. 이를 알고도 감히 덤빌 수 있는 자객은 없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찬보에게 구슬을 보내주고 소녀가 다시 토번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음을 전하십시오.' 라고 안심시켜준다.
그래도 미련이 남은 양소유는 '전쟁이 길어져서 병사들이 지쳤다. 이대로라면 회군하여 돌아갈 수 밖에 없으니 큰일이다.' 라면서 이번에 헤어지면 다시는 못만날 것처럼 넌지시 운을 띄운다. 그러자 심요연은 '근방에 반사곡이라는 계곡이 있는데, 길이 좁고 마실 물이 없으나 우물을 파면 물이 나올 것이니 병사들이 마실 수 있습니다.' 하는 말을 남기고 하늘로 솟구쳐서(!) 사라진다. 양소유는 반사곡에 가서 심요연의 말대로 우물을 팠으나, 아무리 우물을 파도 물 한방울 나오지 않아 망신을 당한다(...) 일부러 심요연이 거짓 정보를 알려준 것은 아니고, 실제로 반사곡에는 청수담이라는 맑은 연못이 있었으나 백능파가 거기에 머문 이후로 사람이 마실 수 없게 되고 주변 우물도 말라버린 것이다.
그 뒤론 한동안 등장이 없다가 양소유가 월왕과 낙유원에서 연회를 즐기고 있을 때 백능파와 재등장한다. 양소유와 월왕이 한창 미녀 배틀을 벌이고 있었는데 월왕 쪽은 특급 미녀가 넷이고 양소유 쪽은 계섬월과 적경홍 둘뿐이라 밀리는 상황에서 극적으로 나타나 특기인 검무로 좌중을 압도하여 양소유의 승리에 기여한다[5] . 이후 연회가 끝난 뒤 양소유를 따라가 정실 부인들한테 인사를 올리고 정식으로 하렘에 입성한다.
양소유와 함께 살고나서부터는 검무를 가끔만 췄다고 한다. 본인 曰 검술 덕에 승상과 만날 수 있었지만 살벌한 기운은 평상시에 멀리하는 편이 좋다고 한다. 철저한 실전 검술을 익힌 탓에 멋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검무에는 크게 흥미가 없는 모양이다.
3. 기타
조선시대 고전소설 히로인임에도 닌자스러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쿠노이치 계열 히로인 취급. 그래서 후대에 각색되는 구운몽에서는 기본적으로 투희와 닌자 속성을 가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외 성격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다른 히로인들보다도 다채로운 면면을 보여준다.
[1]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의 모티브인 인물[2] 토번의 수장.[3] 이 장면의 묘사를 보면 사람의 실력인가 의심될 정도이다. 갑자기 촛불이 훅 꺼지고 서늘한 기운이 다가오더니 공중에서 심요연이 내려왔다고 나온다. [4] 작중에서 심요연의 대사로밖에 정체를 추정할 수 없는데, 사람을 해하는 종류의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듯 하다.[5] 이때 묘사를 보면 심요연이 검무를 추자 흰 무지개가 하늘에 솟고 바람이 장막을 찢으니 뼈가 시리고 머리털이 솟구치지 않는 자다 없더라라고 한다. 심지어 이것도 전력을 다한 게 아니라 월왕이 놀랄까봐 대충 한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