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바시스

 

바다다! 바다다!(θαλαττα! θαλαττα!)[1]

고대 그리스의 군인이자 작가인 크세노폰의 저작이다. 국내에는 페르시아 원정기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페르시아다리우스 2세가 사망하고 장남인 아르타크세르크세스 2세가 즉위하였다. 아르타크세르크세스는 퀴로스에게 음모를 꾸몄고 이에 동생 퀴로스는 그의 형과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고 생각하여 왕위를 다투기 위해 그리스 용병 1만 명을 고용하였다. 퀴로스는 그리스 용병대의 강건함을 믿었고 페르시아군의 나약함을 못 미덥게 여겼다.[2] 본래 그리스 용병들은 아르타크세르크세스와 싸우려는 명분으로 고용된 게 아니어서 행군 중에 여러 반발이 있었으나, 퀴로스는 여러 가지 말과 재물로 그리스 용병대를 어르고 달래 어느 지점까지 끌고 온 다음에는 크세르크세스와 싸운다고 고백한다. 그 시점에서 이미 그리스 용병대가 많이 진출해서 돌아가기 난감하기도 하고, 약속을 잘 지키고 잘 베풀기로 이름 높은 퀴로스의 인격에 어느 정도 감화가 된 데다, 뭣보다 퀴로스가 일단 이기기만 한다면 크게 나누겠다고 선언했기에 싸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첫 전투인 쿠낙사 전투(BC 401)에서 퀴로스는 전사하고 반란은 실패한다. 아나바시스에서 묘사된 바에 따르면 아르타크세르크세스는 퀴로스의 부대와 마주치고는 싸울 생각이 없는 듯 짐짓 후퇴를 거듭하다 퀴로스군이 긴장이 풀어지고 호위가 소홀해지자 기습을 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로스군은 우익의 그리스 용병대가 페르시아군의 좌익을 털어버리며 대단한 우세를 차지하게 되어 중앙부대가 적을 몰아붙이기 위해 점차 흩어지게 된다. 그에 고무되어 퀴로스는 숫자가 줄어든 본인의 부대와 함께 신중하지 못한 움직임을 취하며 아르타크세르크세스의 중군이 많이 전진한 그리스 용병대를 앞뒤로 끊어버리려는 기동을 직접 저지하게 된다. 그 저지마저 지나치게 성공하여 퀴로스 본대는 아르타크세르크세스의 눈 앞까지 박두하게 된다. 퀴로스는 아르타크세르크세스를 직접 목격하자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그를 처리하기 위해 손수 돌격하나 실패하여 전사하게 된다.
그리스 용병들은 명분없는 전쟁에 끼어들고, 보급을 기대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다. 그리스인 지휘관들은 아르타크세르크세스의 항복 강요에도 넘어가지 않고 꿋꿋이 버티고 자신들이 중간까지는 페르시아 왕과 싸울 생각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주장하여서 평화로운 퇴각을 허락받았다. 그러나 아르타크세르크세스의 마음이 바뀐 건지, 원래부터 그런 생각이었던 건지, 부하들의 독단이었는지, 열흘 넘게 평화롭게 퇴각하던 그리스 용병대는 함께 돌아가던 페르시아 태수의 만찬에 거짓으로 초대받은 지휘관과 대장들이 싹 쓸려버리게 된다. 절망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크세노폰이 나서서 지휘를 맡게 되고, 졸지에 적지 한복판에 고립된 용병들의 기나긴 탈출이 시작된다.
용병들은 페르시아군에게 쫓기고, 도망간 지역에서도 이민족들의 저항에 부딪히는 등, 퇴각 도중 죽고 낙오하는 자가 속출해, 결국 8000여 명으로 줄어든다. 크세노폰은 퇴각 과정에서 다양한 음모론에 휘말리고[3] 각종 비난을 듣지만, 그의 전략과 필사적인 노력에 힘입어 흑해 연안에 도착, 용병들은 페르시아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환영단이 아니었다. 그리스인들은 탈출에 성공한 그들을 보고 거대한 군세를 유지한 채 파프라고니아이오니아에 식민 군사도시를 건설해 일대의 지배자가 되려 한다거나, 그리스 도시를 치려 한다는 등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반대로 용병들은 크세노폰이 그들을 선동해 해산시키려 한다는 비난을 한다.[4] 반 년 동안 적지에서 생존을 위해 싸워온 용병들은 이미 최정예 그 자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들의 처리에 골머리를 앓던 스파르타에서는 용병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그리스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흑해를 건너 페르시아로 쳐들어가는 원정대로 보낸다. 크세노폰은 이때 부대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용병들이 다시 페르시아로 건너가 어떻게 되는지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다만 이때 스파르타와 페르시아의 전쟁 양상은 크세노폰의 다른 저작인 헬레니카[5]에 실려 있다.
크세노폰은 이때의 이야기를 책에 기록했고, 이것이 아나바시스(진군기)이다.
워리어(영화)와 그 원작에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히스토리에에서도 에우메네스가 좋아한 책으로 언급된다. 굳이 크세노폰의 아나바시스를 언급할 필요가 없이 아이스킬로스라던가 아리스토파네스 등의 여러 작가가 있었지만 이런 희곡들을 언급하는 것보다는 에우메네스의 성향을 드러내기 위해 종군기에 가까운 아나바시스를 언급한 것 같다.

[1] 크세노폰과 만인대가 힘겨운 여정 끝에 흑해에 당도했을 때, 선두에서 행군하던 용병들이 바다를 보고 탈라타! 탈라타!하고 외친다. 아나바시스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2] "그리스인들이여, 나는 병사들이 모자라서 당신들을 필요로 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들이 페르시아의 수많은 종족들보다 강인하고 용맹하다고 여겨서 데리고 오게 한 것입니다. 나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싸워야 할 적들, 즉 페르시아의 백성들은 여러분에 비하면 형편없는 겁쟁이들입니다." 출처: 실업이 바꾼 세계사/ 도현신 지음/ 서해문집[3] 실제 크세노폰이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4] 스파르타가 패권을 차지한 뒤, 각 도시에 소수의 병사와 총독을 파견해 놓은 당시 그리스 상황에서, 용병 세력은 큰 위협이었다. 크세노폰 본인도 그리스 도시를 공격할 뻔한 위기가 수차례 있었는데, 자신이 간신히 막았다고 기술한다.[5]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뒤를 이어, 아테네의 시칠리아 원정 실패 직후인 펠로폰네소스 전쟁 후반기부터 시작해 코린토스 전쟁 등 전쟁 이후 크세노폰이 책을 저술한 시기까지의 그리스 역사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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