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음반 목록

 


1. End Of The World (1968)
2. It’s Five O’Clock (1969)
3. 666 (1972)


1. End Of The World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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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1960년대 그리스의 락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데뷔 앨범은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보컬이 아니었으면,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변환하는 접점에서 겉멋만 든 영국 사이키델릭 록 그룹의 작품으로 들린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론가들의 의견이었다.
사실,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밴드 자체의 음악적 완성도와 작품성은 여타 영국 밴드들보다도 훨씬 우수했지만 데뷔 앨범의 완성도로 따져 보았을 때는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그리스의 유복한 가정에 태어난 자식들이어도 혈혈단신으로 영국과 프랑스에서 비잔틴식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며 그것도 사업이 아닌 음악을 하기 위해 건 것이라면 '''차별'''이라는 꼬리표는 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 영국과 미국등지의 자국 제작사들에게 적극적 지원을 받는 아티스트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음악을 했어야 했다. 물론 이들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뿐 아니라, 스코틀랜드 출신의 포크록 가수 도너반과 같은 가수들도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데뷔를 했는데 도너반의 경우, 음악을 하기위해 걷거나 히치하이킹으로 런던에 도착하여 음악을 시작했다. 즉 당시 이러한 인재들의 데뷔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타파하기 위해 밴드는 데뷔 앨범을 기존의 사이키델릭 밴드들보다 감성적이게 제작하였다.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부르는 데미스 루소스의 어색한 보컬과[1] 반젤리스가 당시 유행하던 멜로트론을 사용하여 이끌어 낸 '''멜랑꼴리한 장엄함'''은 사이키델릭 밴드들이 생각했을 적절함보다도 더욱 감성적이었고 이러한 밴드의 사운드는 대중들에게 부담스럽게 작용하였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반응과 달리 본국인 그리스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무엇보다도 이 앨범을 통하여 그리스내의 밴드들과 대중들이 사이키델릭 록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 앨범이다.
1. '''End of the World''' 3:13
2. Don’t Try to Catch a River 3:38
3. Mister Thomas 2:52
4. '''Rain and Tears''' 3:10[2]
5. The Grass is No Green 6:05
6. Valley of Sadness 3:13
7. You always Stand in My Way 3:55
8. The Shepherd and the Moon 3:04
9. Day of the Fool 5:50
타이틀곡 End of the World.
정작 타이틀곡보다 더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Rain and Tears.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Lacrime e pioggia라는 제목으로 번안되어 달리다(Dalida) 외 많은 가수들이 리메리크하기도 했다.
The Shepherd and the Moon. 1집 중에서 메인 두 곡을 제외하고 2015년 12월 현재 유일하게 웹에 실황 영상이 남아 있는 귀중한 영상.

2. It’s Five O’Clock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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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두 번째 앨범은 데뷔앨범의 연장선상이자, 자신들의 모험과도 같은 방법들 중의 하나였다. 앨범 내에 쓰인 키보드 연주는 당대 유행하고 있던 영국 사이키델릭 밴드들의 연주를 기반으로 하였다. 타이틀 곡의 오르간은 루퍼트 피플스의 'Reflections of Charlie Brown'같이 영국 사이키델릭 록 앨범내 연주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밴드는 이 앨범에서 기존의 사이키델릭 밴드들과는 무척 상반된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다소 열렬한 사회 의식('Wake Up'), 꽤나 파워풀하고 팝-사이키적인 곡('Let Me Love, Let Me Live')이나, 최소한으로 성공을 얻은 컨츄리 록('Take Your Time') 과 걸걸한 경극배우 목소리('Good Time So Fine')를 내기도 했다. 'Funky Mary'는 손드럼, 봉고, 그리고 재즈 비브라폰의 뮤지크 콩크리트연주 지원 속에서 데미스 루소스가 기존의 굉장히 감성적이고 로맨틱한 창법과 정반대되는 미니멀적인 보컬을 들려주는 거의 실험적인 곡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완성도를 지닌 수작이다. 8번 트랙 'Marie Jolie'는 그야말로 그리스를 여행하는 것 같은 지중해 풍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발라드와 팝의 결합을 떠올릴 만한 명곡이다.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곡이 대개 그렇지만 이 앨범의 곡들은 거의 다 반젤리스 작곡이며, Annabella는 데미스 루소스, Let Me Love, Let Me Live는 루카스 시데라스의 작곡이다. 본래 드러머 포지션인 루카스 시데라스도 자신이 작곡한 Let Me Love, Let Me Live에서 메인으로 노래하지만, 전체적으로 데미스 루소스의 메인 보컬이 미친 존재감을 자랑한다. 꼭 여러 사람이 부른 것 같은 Good Time So Fine도 데미스 루소스의 원래 보컬에서 음정을 한 음 낮추고 올려 편집한 결과물. 특유의 발음이나 발성이 다 티가 난다(...). 이때 나온 특이한 목소리는 이후 666 앨범의 The Beast 같은 곳에서 다시금 쏠쏠하게 써먹는다.
아프로디테스 차일드는 데뷔 앨범에서 미약하게 나마 느껴졌던 사이키델릭의 색깔과 그들이 본래 갖고 있던 비잔틴적, 지중해풍의 억양과 음조를 잘 결합한 2집 앨범을 통해서 영국 음악을 카피하는 그리스 출신의 초짜 아티스트가 아님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하지만 앨범의 판매량은 데뷔 앨범보다 저조했고 이에 아프로디테스 차일드는 데뷔 앨범과 두 번째 앨범따위는 장식임을 느끼게 해주는 '''거대한 앨범'''을 만들게 되는데...
'''1. It’s Five O’Clock 3:29'''
2. Wake Up 4:05
3. Take Your Time 2:40
4. Annabella 3:55
5. Let Me Love, Let Me Live 4:42
6. Funky Mary 4:11
7. Good Time So Fine 2:44
8. Marie Jolie 4:47
9. Such A Funny Night 4:33
타이틀곡 It's Five O'Clock.
루카스 시데라스가 보컬로 노래한 몇 안 되는 작품 Let Me Love, Let Me Live. 이 영상은 TV 출연용으로 약간 축약된 버전이고 풀 버전은 이쪽 링크를 참조. #
앨범의 마지막 곡 Marie Jolie.

3. 666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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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하지 못한 앨범 커버. 평범하지 못해 더더욱 충격적이다.
물론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골치 아프고 난해한 앨범으로 보일지 몰라도. 이래봬도 프로그레시브 록의 한 획을 그은 앨범이다.#
여러모로 충격적인 앨범이면서도 큰 획을 그은 앨범임에도 확실하고 지금도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으로 군림하고 있는 앨범이다. 당시 앨범이 나왔을때만해도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키보디스트였던 반젤리스가 이 앨범 제작에 착수한 건 1970년이었는데, 당시 소속사이던 '머큐리'가 3집앨범 발매를 서둘러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반젤리스가 앨범 컨셉을 소속사에 통보를 했을 때, 굉장히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이유는 앨범이 '''너무 진보적이었기 때문에'''. 소속사는 대신에 먼저 싱글을 내라고 했다. 그리고 싱글인 'Spring, Summer, Winter and Fall'이 발매되고 나서 그룹은 666앨범 제작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였다. 본래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초기 멤버였는데 그리스 육군에 복무하느라 참여를 못했던 기타리스트 실버 쿨루리스(Silver Koulouris)도 복무를 이수하고 나서 세번째 앨범 착수 소식이 들려오자 곧바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반젤리스가 앨범을 완성하는 동안 다른 밴드 멤버들은 라이브 공연을 시작하였고, 그 와중에 보컬이던 데미스 루소스가 자신의 솔로 앨범 Fire and Ice를 발표하기에 이른다.(발표와 동시에 팀은 해체되었다.) 666앨범은 제작 이후부터 1972년 발매까지 1년이 넘게 걸렸고, 밴드는 해체되고 만 것이었다.[3]
앨범 출시 당시, 앨범을 둘러싼 상당한 논쟁이 있었다. 논쟁의 발단은 어느 라디오 방송국에서 앨범에 대한 불매 운동을 한 것이었는데, '''불매 운동을 한 이유가 반젤리스가 장난으로 앨범 귀퉁이에 이 앨범은 'Sahlep'[4]의 영향을 받아 기록되었다고 적은 것을 해당 방송국이 악마의 계시 혹은 마약의 환각을 바탕으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왜곡보도를 했기 때문.'''
두 번째 문제는, 앨범 수록곡 'Infinity'[5]때문이었는데, 그리스의 여배우이자, 비잔틴 전통가수인 아이린 파파스(Irene Papas)가 계속해서 '''I was, I am, I am to come!'''[6]을 반복하며 날카로운 신음소리'''(그것도 검열삭제오르가즘을 느낄 때 내는 것으로 추측되는 신음소리)'''를 내고, 여기에 루카스 시데라스의 강력한 북소리가 연신 겹치는 삼중효과는 듣는 이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줄 만했다.[7][8]
'''굉장히 충격적일수도 있으니 심약한 사람은 듣는 것을 자제할 것을 권한다.'''#
반젤리스가 주도한 이 실험적 앨범의 파장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이를 밴드의 해체 원인 중 하나로도 본다.
앨범 전반적으로 각 트랙마다 예술적인 면에서 빠지기 힘든 만큼 주옥같은 곡들이 있는데, 간혹 노래는 안나오고 연주만 줄창 해대다가 끝나거나 짧막한 나레이션 이후로 연주를 하고 끝내고, 이상한 소리만 읊어댄채 끝나는, 채 2분도 안되는 트랙이 꽤 있다.[9] 실은 앨범이 컨셉 앨범인지라 스토리를 잇기 위한 장치로, 제목에서 나오는 소재가 전부 요한묵시록에 등장하는 것이다. 앨범을 이해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 이해가 가능하며, 그나마 듣기 편한 2번 트랙이나, 4번 트랙 등등만 따로 추려서 듣고 나서 앨범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리고 이 앨범은 그저 '''순수 창작에 의한 컨셉 앨범'''임을 명심하자. 이 그룹 멤버들도 그리스 정교회 출신의 독실한 음악가, 즉 기독교도들이다. 특히나 바로 밑 링크처럼 몇몇 개독교신자들은 뉴에이지, 무신론, 반기독교적이라고 무조건적으로 까면 심히 곤란하다. #

LP/CD 1
01. The System 0:23
02. '''Babylon''' 2:47
03. '''Loud Loud Loud''' 2:42
04. '''The Four Horsemen''' 5:54
05. '''The Lamb''' 4:33
06. '''The Seventh Seal''' 1:30
07. '''Aegian Sea''' 5:22
08. Seven Bowls 1:29
09. The Wakening Beast 1:11
10. Lament 2:45
11. The Marching Beast 2:00
12. The Battle of The Locusts 0:56
13. Do It 1:44
14. Tribulation 0:32
15. The Beast 2:26
16. Ofis 0:14

LP/CD 2
01. Seven Trumpets 0:35
02. Altamont 4:33
03. The Wedding of The Lamb 3:38
04. The Capture of The Beast 2:17
05. '''∞''' 5:15
06. Hic And Nunc 2:55
07. '''All The Seats Were Occupied''' 19:19[10]
08. Break 2:58[11]
The System에 이어 앨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곡인 Babylon. 리듬은 흥겨울지 몰라도 가사는 그야말로 시궁창(...).
앨범 중 그나마 이해하기 편한 곡 중 하나인 The Four Horsemen. 후대에 다수 리메이크된 곡이다.

[1] 앨범내에 수록된 하드록 곡에서는 다소 과잉된 소울풀한 보컬을 선보였다.[2] 앨범 발매 1년전에 싱글로 발매되어 대박을 친적이 있었다.[3] 데미스 루소스는 부드러운 비잔틴풍의 발라드 음악을 추구한 반면, 반젤리스는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사이키델릭 록과 프로그레시브 록 그리고, 일렉트로닉쪽에 관심이 많았었고 이러한 성향 차이는 그들의 분열을 야기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마치 각각 폴 매카트니존 레논간의 갈등과 유사했다. 다행히도 비틀즈만큼 치닫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재결성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상당히 많은 협업 작업을 펼쳤다. 데미스 루소스의 1977년 Magic 앨범과 1984년의 Reflections는 반젤리스가 작곡과 편곡을 도맡아 했고 데미스 루소스 역시 반젤리스가 참여한 Blade Runner 엔딩테마의 보컬 버전 The Tales of the Future에 도움을 주었다. 반젤리스가 존 앤더슨과 협업했던 곡 중 I Hear You Now와 I'll Find My Way Home은 80년대 말 데미스 루소스가 리메이크해서 부르기도 하였다. 그 와중에 루카스 시데라스는 다른 그리스계 밴드에 끼어보기도 하고 솔로로도 나서 보았지만 그다지 큰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하였다. [4] 터키아이스크림돈두르마를 쫀득하게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향신료인 그것이 맞다. 살렙이 재배되는 여러 지역에서는 차로도 마시고 줄기는 약으로도 쓰인다.[5] 혹은 무한대의 심볼마크인 '∞'[6] 이 말의 원본은 요한묵시록에서 선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말이었던 "Who was, is, is to come"의 변형. 동시에, 검열삭제 시 일본어로 '간다'고 표현하는 것을 가리켜 영어에서는 come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기 때문에 상당히 껄끄러운 중의적 의미(...).[7] 반젤리스가 말하길, 실은 앨범 초기 제작 당시 본래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기 위한 컨셉앨범'''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리스 작사가 코스타스 훼리스(Costas Ferris)가 서커스단이 요한묵시록의 내용을 공연하는 컨셉트를 반젤리스에게 제안했고 반젤리스가 제안을 수락하여 지금의 666앨범이 완성되었다. 아이린 파파스의 열정적인 보컬과 루카스 시데라스의 북소리로 소돔과 고모라를 표현하기 위해 그러한 설정을 낸 것이라고 언급했다.[8] 나중에 반젤리스는 이 트랙의 전반을 맡은 아이린 파파스와 함께 앨범을 두 개나 내었다. 재밌게도 이들의 두번째 앨범 'Rhapsodies'의 'Asma Asmaton'이란 트랙에서 'Infinity'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9] 가령, 'The Wakening Beast', 'Lament', 'The Marching Beast', 'The Battle Of The Locusts', 'Do It', 'Tribulation', 'Ofis', 'The Wedding Of The Lamb', 'The Capture Of The Beast'[10] ∞의 또 다른 오마주, 그동안 나온 각 트랙의 하이라이트가 모두 나온다. 19분의 대곡이면서 앨범의 종지부.[11] 이 곡에서 메인보컬은 드러머 루카스 시데라스, 중간중간 스캣 풍의 추임새는 반젤리스이다. 곡이 끝나고 나면 갑자기 13번 트랙 중간에 삽입됐던 "Do it"이란 말이 튀어나와서, 앨범이 모두 끝난 줄 알고 방심하고 있던 사람들의 심장을 놀래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