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역

 

1. 개요
2. 계약
3. 연구비
4. 연구원
5. 결과물
6. 문제점


1. 개요


기업체나 공공기관 등이 특정한 연구를 위해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용역을 발주하는 것.

2. 계약


보통 둘 중 하나로 계약이 이루어진다.
  • 수의계약
  • 경쟁계약
절대 다수의 연구용역은 해당 기관이 자기네 웹 사이트에 공지한 과업지시서 등을 본 여러 연구업체들이 연구계획서를 제출한 뒤 프리젠테이션 경쟁을 통해 한 연구업체가 확정되는 경쟁계약을 따른다. 당연하지만 수의계약은 대개 연구업체가 이 되는 반면 경쟁계약은 연구업체가 이 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수의계약은 일정 금액 한도 이상의 계약에서는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데, 그렇게 하는데도 이런저런 방만용역, 부실용역 사례들이 나올 정도로 비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계획서(제안서)를 발표할 때는 다수의 연구용역업체나 산학협력단에서 발표팀을 보내서 순서대로 발표시키고, 기관 측에서 그 중에 괜찮다 싶었던 발표 하나를 골라서 그 팀에게 용역을 맡기게 된다. 당연하지만 이런 발표는 '''프리젠테이션의 끝판왕 중 끝판왕'''이다. 십몇 분짜리[1] PT의 성패에 따라서 작게는 수천, 크게는 억 소리가 나오는 엄청난 돈이 왔다갔다하기 때문. 발표하는 본인도 날밤 새면서 죽어라 연습하고, 용역업체 대표나 책임교수들도 발표자를 있는 대로 쪼아대면서 준비시킨다. 비단 연구용역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큰돈 들어가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프리젠테이션은 대개 이런 식이다.
가장 가혹한(?) 버전으로 '''최저입찰제'''로 진행하는 경쟁계약이 있다. 여기서는 연구계획서라든지 연구팀 이력이라든지 하는 것은 전혀 보지 않고, 단순히 얼마나 적은 값으로 이 연구를 해낼 수 있는지만 놓고 경쟁을 벌인다. 당연히 이런 식으로 일을 따낸다고 해 봐야 피 말리는 연구절차를 소화해야 하고, 손에 쥐어지는 돈도 얼마 없기 때문에 웬만큼 궤도에 오른 연구소에서는 이런 용역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5명 미만이거나 심지어 1인연구소 같은 자잘한 연구팀, 혹은 이렇다할 이력이 아직 없는 신생 연구소의 경우에는 이런 것들 위주로 따내면서 경력을 쌓고 전문성을 입증하면서 자기 존재감을 어필하는 수밖에 없다.

3. 연구비


크게 나누어서 10%의 세금과 5~6%의 간접비(O/H), 인건비, 그리고 직접비로 구성된다.
  • 간접비 : 사용목적이 특정되지 않은 채,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원들 중에 그 업적이 인정받는 사람들이 나누어 가진다.
  • 인건비 : 산학협력단 등을 통해서 매달 각 연구원들에게 지급되는 비용. 대학원생이라면 정말 부스러기만큼 받는다.
  • 직접비 : 연구에 들어가는 다양한 돈. 조사활동비, 자문비, 임대료, 교통비, 식비 등등이 있다. 단가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단히 엄격하게 사용목적이 특정되며, 별도의 변경신청을 하지 않은 채로 이쪽의 돈을 저쪽으로 유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통 산학협력단 쪽에서 신용카드 형태로 한 번에 발급해준다.
사회과학의 경우 수천만 원 정도 돈이 왔다갔다해도 큰돈이라며 좋아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연과학은 억대를 넘기는 규모이고 의학이나 공학은 어마어마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또한 자연과학의 경우 이런저런 기업들이 발주하는 연구용역이 많지만, 사회과학에서 흔히 프로젝트라고 하는 것의 상당수는 '''한국연구재단''' 등에서 연구비를 대는 것이 많다.
연구비는 연구진 측으로 총 3회 지급되는데, 선(급)금, 중도금, 잔금이 그것이다. 선금은 착수보고 때 지급되고, 중도금은 중간보고, 잔금은 최종보고 때 지급된다.
물론 FM대로라면 이 금액들을 세 번에 걸쳐 신청하고 수령해야 하겠지만, 어차피 전체 금액만 맞추면 되는 특성상 대부분은 중도금을 스킵하고 두 번에 반반 나누어 받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한다. 세 번 신청하는 것 자체가 산단에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대신 연구비 선배정 지급으로 일단 때우라는 쪽으로 안내하기도 한다.[2] 따라서 선금이나 중도금 신청에 대해서는 연구실에서 어느 쪽을 신청할지 정해놓고 먼저 찾아가서 산단에 협조를 요청하기 전까지는 따로 누가 안 알려주는 경우도 많다.

4. 연구원


크게 나누어서 책임연구원, 공동연구원, 연구보조원, 보조원으로 구성된다.
  • 책임연구원 : 해당 연구를 총괄하는 책임이 있다. 박사학위 소지자로 제한된다. 논문으로 따지면 제1저자의 위치. 교수들은 한번에 책임연구원을 최대 몇 건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제한이 걸려 있다고.
  • 공동연구원 : 해당 연구에 함께 따라붙는 다수의 연구자들. 역시 박사학위 소지자로 제한된다. 논문으로 따지면 공저자의 위치. 교수들에게는 이것도 마찬가지로 제한이 존재한다고 한다.
  • 연구보조원 : 석사도 할 수야 있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 보통은 박사과정생 정도가 들어간다. 데이터를 코딩하고 분석하며 업체 간, 연구원 간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등의 역할을 맡는다.
  • 보조원 : 석사과정생이나 학부생들이 들어간다. 단순 행정업무나 각종 장소섭외, 접대 준비, 출판 의뢰, 기타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역할이다.
이것도 연구계획서에 업무분장표라고 해서 그럴싸하게 역할분담을 착착 해놓긴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시궁창이라 교수들이 헛기침하는 동안 대학원생들이 죽어라 갈려나가는 연구실들이 많다. 민간에서도 영세한 연구소들은 박사학위자들을 외부 자문위원으로 초빙하는 수준인 주제에 업무분장표에는 책임연구원, 공동연구원 등으로 이름만 빌려 놓는 경우가 많다.

5. 결과물


일반적으로 일정 자체는 '''제안서''' - '''착수보고''' - '''중간보고''' - '''최종보고'''의 프로세스를 따라간다. 제안서는 쉽게 말해 '우리를 뽑아 주세요' 정도의 어필에 해당하며, 과업지시서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 PT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다음으로 착수보고는 경쟁을 통해 뽑힌 연구팀이 발주처와 업무협의를 시작하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이며, PT에는 자기홍보성 슬라이드가 빠지고 구체적인 추진일정과 연구전략이 추가된다. 중간보고의 경우 현재 연구가 이만큼 진행되었고 이러한 조사결과들이 나왔다고 보고하는 자리인데, 과거에는 거의 요식행위 내지 단순나열식 보고가 대부분이었지만 현대로 오면서 점차 최종보고에 준하는 체계성과 규격, 양식을 지킬 것이 요구되고 있다.[3] 마지막으로 최종보고는 연구성과와 향후 제언을 보고하는 자리로, 여기서 보고되는 내용의 양도 가장 많고 보고회 규모도 가장 크다. 최종보고까지 끝나면 연구결과를 워드프로세서로 정리해서 제책과정을 거쳐 납품한다.
중간보고는 보통 추진일정이 끝나기 몇 개월쯤 전에 진행되며, 대략 이러이러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고 먼저 보고한다. 이를 내부 보고서(interim report) 혹은 중간보고서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것이 최종보고서에서 승인되면 비로소 제본 내지 제책과정을 거쳐 최종보고서(final report)의 형태로 출판되는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대한민국 정부일 경우, 이런 정책보고서들은 프리즘이라는 정부 사이트에 전면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의외로 프리즘에도 안 올라오는 회색문헌에 속하는 정책보고서들도 많다.
보고서들은 논문과는 달리 개조식 간결체를 철저하게 지키며, 초록 대신 총괄개요(executive summary)라고도 불리는 요약이 맨 앞에 덧붙기도 한다. 또한 동료 학자들이 아닌 클라이언트가 읽고 이해해야 하므로 서술에 있어서도 다소간의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에 대한 논문은 새로 개발된 패널이나 인버터에 대한 기술적 설명을 한다면, 태양광 발전에 대한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어디서 돈을 끌어다가 어느 지역에 얼마나 넓게 건설할지, 유지보수는 어느 예산에서 집행하고 어느 부서가 관리할지까지 하나하나 다 지정해 준다.
분야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연구보고서 본문의 형식은 대개 '''연구개요''' - '''현황분석''' - '''비전체계''' - '''추진전략''' - '''세부사항''' - '''부록''' 정도의 형태를 따른다. 현황분석에서는 기존의 문제점을 논의하거나 SWOT 분석을 하거나 선행문헌을 검토하거나 인터뷰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할 수도 있다.

6. 문제점


2010년대 들어 점차 학내 부조리가 문제시되면서 연구용역에서 관행처럼 여겨졌던 부분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 연구결과 조작 :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대로 데이터를 주물러서(…) 입맛에 맞게 보고서를 만들어준다. 이를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기도 하는데 산학협력단에 대한 사기죄로 걸리는 모양.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국내에서 문제시된 관행이다. 실제 출판된 논문 중에는 제약회사에서 연구비를 받은 연구소만이 "글루코사민이 몸에 좋더라" 하는 결론의 연구를 했다는 내용도 있다.[4]
  • 대학원생 연구비 갈취 :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연구용역에 학생을 동원하거나, 학생 계좌로 들어오는 돈을 교수가 도로 빼가는(…) 경우. 대학원 연구실들의 각종 부조리와 비리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역시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외에도 경쟁계약 단계에서부터 이미 연구원의 실적이나 유능함이 아니라 혈연, 지연, 학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상대방이 그 분야의 터줏대감이라서 짬으로 밀어붙인다거나 하면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깨갱 하는 수밖에 없다.

[1] 이것도 앞에서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면 맨 뒤에서 발표할 사람들은 죽을 맛이다. 발표시간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기관들도 물론 존재한다.[2] 연구비를 지급받을 때 매번 준비해야 하는 업무량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인 것도 있다. 연구실에서 준비할 서류도 많다지만 그 시간 동안 산단에서 준비할 서류는 정말 토나오게 많다. [3] 이 경우 최종보고가 요식행위가 되며, 이미 모두 어느 정도 합의하고 예상한 결과물을 보고서로 받아보게 된다.[4] Vlad, LaValley, McAlindon, & Felson,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