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적심
1. 개요
풍종호의 무협소설 『일대마도(一代魔刀)』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보통 숨겨진 주인공이라고 한다.[1] 어릴 때의 이름은 '''아심'''이다. 16년 전, 화북(華北)의 어느 척박한 땅에서 가뭄으로 인해 온 가족이 죽고 6살이었던 자신도 어미의 품에서 죽을 뻔한 것을, 다행히 위지관이 물을 먹여준 덕분에 극적으로 살아남는다. 살려준 은인을 따라간 그 아이는 사심귀도(邪心鬼刀)를 양부로 모시며, 진전(眞傳)을 이어받아 이름을 '''연적심'''으로 고친다.[2]"이제 이 칼이 무적임을 모두 인정하시는 겁니까?"
"인정한다······."
"모두 인정했습니다. 이 칼이 무적도(無敵刀)라고."
"그래! 무적이다! 누가 감히 부정하겠느냐?"
"이 칼은 무적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패할 수는 없습니다! 절대로!"
저 칼이 울고 있다! 자신의 최후를 알고 울어대는 것이다!
파앙! 하얀 파편이 조각조각 바닥에 뿌려졌다.
"결코 패하지 않는 길인가? 단 일대(一代)로······."
- 『일대마도』에서 연적심, 만박왕, 사심귀도의 대화 중 발췌.
2. 행적
아래는 연적심이 싸워 무찌른 고수들을 중심으로 그의 행적을 시간 순으로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일대마도 - 줄거리』를 참고하자.
2.1. 출도(出道)
연적심은 무공이 완성되자 사심귀도의 계획에 따라 무림에 나와 위진천(威震天)을 죽인 흉수가 자신인 것처럼 위장한 채 만박왕(萬博王)과 그의 세력인 신기루(蜃氣樓)를 공격한다. 시작으로 악양(岳陽) 인근의 산장에 머무르고 있는 만박이로(萬博二老) 둘을 한 번에 상대하여 죽여버린다.[3] 이로 인해 만박왕은 위지관, 중원삼괴(中原三怪), 무불통(無不通)을 고용하여 연적심을 추적한다.
천하제일의 명성을 얻고 싶은 과욕에 눈이 멀어 홀로 찾아온 무불통을 아끼던 뱀들과 함께 토막 낸 연적심은 장양(長陽)에 이르러 나그네들의 쉼터인 한유장에 머무른다. 그렇지만 위지관이 장양에 있는 개방(丐幇)의 모든 거지를 동원하는 바람에 위치가 금방 들통난다. 곧장 중원삼괴가 쳐들어와 연적심은 잠시 싸우다 적당한 장소가 아닌지라 몸을 피한다. 그러자 신기루의 청룡인(靑龍人)들이 덤벼들어 그를 인근의 밀림지대로 몰아넣는다. 그는 청룡인 24명을 모조리 도륙한 뒤 위지관과 함께 쫓아온 중원삼괴도 간결한 솜씨로 한칼에 한 명씩 베어 죽인다.
2.2. 열투(熱鬪)
천하제일의 세력인 신기루이기에 한 번 드러난 연적심의 행방을 절대 놓치지 않고 있었다. 신기루에 대적이 생겼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 만박왕의 동료이며 절정고수(絶頂高手)인 천외칠기(天外七奇)도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은 만박왕의 부탁을 받은 마사(魔絲) 방옥령이었다. 수혼망(搜魂網)을 전개해 실을 이용하는 귀도술(鬼刀術)을 원천 봉쇄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연적심에게 귀도술은 그저 한 가지 재주였을 뿐이었다. 방옥령이 죽자 대기하고 있던 주작인(朱雀人) 98명이 악마분(惡魔粉)을 이용하여 공격해온다. 뜨거운 화염과 조직적인 공격을 연적심은 도기(刀氣)로 방어하면서 기력(氣力)을 아끼기 위해 나무 송곳만으로 차분히 적의 수를 줄여나간다. 그러다 가지고 있는 나무 송곳이 다 떨어질 때쯤 주작인들이 전략을 바꿔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은 채 한꺼번에 달려든다. 그도 본격적으로 맞대응하여 갈대밭 위에 주작인들의 시체만 남겨놓는다.
현무인(玄武人)의 추적까지 뿌리친 연적심은 연이은 격전에 몹시 지쳐 사행지둔(蛇行地遁)을 펼쳐 땅속에서 사흘 휴식을 취한 다음에 지상으로 올라와 마침 나무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쌍겸호(雙鎌虎) 곽충과 대결한다. 그는 대성(大成)한 현천신공(玄天神功)을 믿어 만박왕에게 큰소리치고 자신만만하게 찾아온 것이었다. 그 사실을 싸움을 시작하기 전부터 눈치챈 연적심은 쇄옥수(碎玉手)로 현천신공을 역류시킨 뒤 귀도술로 가슴을 뚫어 죽인다. 연적심이 사행지둔으로 다시 자취를 감추자 만박왕은 비룡도(飛龍刀) 육천개가 완성한 귀무도(鬼霧刀)를 다루는 마령인(魔靈人)을 빌려 숨은 위치를 찾아 땅속에서 억지로 나오게끔 한 후에 싸우게 한다. 연적심은 오른팔에 상처를 입으며 칼을 놓치고, 그 칼을 이기어(以氣御)처럼 날아 돌아오게 하여 사이에 있는 마령인을 공격해 아예 귀무도를 깨뜨려 산산조각 낸다. 그러고는 즉시 몸을 뺀 뒤 숨어든다. 이번에도 위지관이 추적하여 심부름꾼을 통해 접촉해와 그는 다음에 싸울 장소를 약속한다.
2.3. 사투(死鬪)
그 장소에 위지관이 데리고 온 이는 영사창(靈蛇槍) 무자허였다. 상승내공(上乘內功)을 너무 늦게 얻어 이미 병이 든 상태라 싸우다 무인으로서 죽을 각오를 한 것이었다. 사심귀도에게 천외칠기 중 가장 위험하다고 얘기를 들은 터라 연적심은 방심하지 않고 병든 노인이 아닌 적수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그런 모습에 무자허는 다른 동료들에게 약속한 것과는 달리 대결 장소를 변경한다. 초반 힘에서 밀리던 무자허가 혈마단(血魔丹)을 먹고 원기(元氣)까지 끌어다 마지막 무혼(武魂)을 불태워 연적심도 잠시 곤란을 겪으나, 도강(刀罡) 앞에서는 황혼의 불꽃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무자허가 장소를 변경할 것을 예상한 만박왕은 사전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미 포위망이 갖춰진 이후라 무자허가 당하자 연적심은 바로 백호인(白虎人)의 기습과 이어진 임취봉의 암습에도 대응해야 했다. 그다음에는 천위단(天威團)까지 합공을 하여 그는 몰이당하는 신세가 된다.
그들을 물리치는 동안 연적심이 지친 틈을 타 숨어서 기회를 노리기로 했던 계획 대신 호군(虎君) 담중호, 탈명권(奪命圈) 강화, 인혼선(引魂扇) 손풍괴는 그냥 대놓고 자신들이 이곳에 있다고 소리친다. 이들은 비겁하지 않다는 위지관의 말에 따른 것으로, 연적심이 정말 나타난다. 그는 무자허 때문에 달아 오른 상태여서 지친 몸인데도 1 대 3의 대결을 벌여 반 시진이 넘도록 팽팽한 접전을 치른다. 하지만 곧 육천개와 만박왕이 싸움에 합류하면서 그는 끝내 협공을 이겨내지 못해 생포(生捕)당한다. 칼을 잡았을 때의 흉포한 기세는 어디 갔는지 칼과 떨어진 연적심은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여 조용히 배에 갇혀서 청거산 요새로 옮겨진다. 그곳에서 황보추의 배신으로 만박왕의 적으로 돌변한 위지관에게 구출된 그는 그제야 자신이 16년 전의 '아심'임을을 밝힌다. 둘은 백호인의 추적을 뿌리친 뒤 사심귀도가 예전에 패했던 장강(長江) 상류, 가릉강(嘉陵江)의 백룡와(白龍渦)가 내려다보이는 절벽으로 이동하여 최후의 싸움을 준비한다.
2.4. 무적(無敵)
사심귀도가 등장하여 숨겨진 사실이 밝혀지며, 연적심과 기종의는 40년의 은원을 종결짓는 동시에 천하제일을 가리는 정상결전을 한다. 숨겨진 기종의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하여 검강(劍罡)은 기본, 칠절어기비검(七絶御氣飛劍)이라는 비기(秘技)까지도 전개한다. 안 나오는 목소리로 사심귀도조차 피하라고 소리칠 정도의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연적심은 일격으로 날아드는 일곱 가닥의 검강을 한꺼번에 휘말아 격파한 것은 물론 기종의의 송월보검(松月寶劍)도 가루로 만들어 당대 무적(無敵)임을 인정받는다.
연적심은 자신의 칼을 부순 다음, 자유를 찾아 떠난다. 지금껏 키워준 양부의 소망을 이뤘으니, 더는 미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황보추는 떠나는 연적심을 살려두면 후환이 될 것 같아 마령밀어(魔靈密語)를 펼쳐 오건생을 홀려 살수를 펼치게 한다. 이를 본 임취봉의 재빠른 도움으로 연적심은 암습에서는 간신히 살아남는데, 급작스레 피하려다 보니 두 사람 모두 절벽에서 떨어져 백룡와의 계곡에 빠지고 만다. 또다시 임취봉의 도움으로 그는 거친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뭍에 올라와 살아남는다.
3. 무공
이른 시간 안에 한계 이상으로 강해져야 했기에 연적심은 귀무도(鬼霧刀)보다 더 발전한 1자(尺) 반의 마도(魔刀)를 사용한다. 그래서 연적심에게 칼이 없으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4]
- 일심관(一心觀): 위지관이 20년에 걸쳐 완성한 사람의 감정을 깨끗이 지워버리는 도법이다. 마도의 위력을 최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 귀도술(鬼刀術): 칼에 실을 연결하여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기예이다. 대표하는 초식인 회선비(廻旋飛)를 사용하는 귀도술은 오로지 사심귀도만이 사용해 다른 귀문이십팔숙(鬼門二十八宿) 중에서도 받아낼 이가 없어서 그를 상징하는 기예가 된다. 연적심이 중원삼괴의 대형인 궁패를 이 기예로 죽인다.
- 쇄옥수(碎玉手): 어지간한 병기는 그냥 부술 수 있고, 호신강기(護身罡氣)조차 뚫을 수 있는 위력적인 수법(手法)이다. 귀도술은 현묘하다는 장점에 비해 호신강기를 부술 수 있는 위력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연적심이 쇄옥수로 곽충의 호신강기를 뒤흔든 다음 귀도술로 마무리를 한 것처럼 연계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 은형무(隱形霧): 온몸에서 그물 같은 안개를 뿜어내 몸을 숨기는 기예이다. 처음에 연적심은 귀무도를 육천개가 얻었음을 알고 있어서 자신도 마령인인 것처럼 속이려 은형무를 사용하여 만박왕과 육천개에게 잠시 혼란을 준다. 나중에 육천개가 키워낸 마령인 아도와 대결할 때, 진정한 은형무를 보여준다.
- 반선강(返旋罡): 사심귀도의 독문절학으로, 연적심이 점혈에 당하고도 이를 무시하고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가 이 기예 때문이다.
- 사행지둔(蛇行地遁): 마교(魔敎)의 지행둔(地行遁)과 서역 배교(拜敎)의 사행은(蛇行隱)[5] 을 결합한 신법이다. 땅속으로 파고들어 긴 시간 요상을 할 수 있다.
[1] 소설의 제목에 어울리는 주인공은 분명 연적심이다. 그러나 위지관의 시점으로 진행되다 보니 가려진 면이 크다.[2] 성은 사심귀도가 변성명으로 사용하던 이름의 성인 '연'씨를, 중간에는 사내이름 답게 '적'자를 넣는다.[3] 첫 시작은 관외삼살(關外三殺)이 아니다. 그들은 진짜 흉수인 위지관에게 죽는다.[4] 단순히 귀무도처럼 칼을 놓친다고 힘을 잃는 것이 아니다. 시야가 닿는 곳에 칼이 떨어져 있다면, 그 칼이 알아서 날아 주인에게로 돌아간다.[5] 뱀을 지혜의 화신으로 여기는 배교에서 그 움직임을 바탕으로 만든 신법이다. 땅에 바싹 붙어 배까지 땅바닥에 대고 뱀처럼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