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신
1. 개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신들 중 하나. 담당 성우는 하야시 고바.[1]
2. 작중 행적
치히로가 욕탕에서 맞이한 첫 손님. 말 그대로 전신이 오물로 뒤덮힌 신이다. 흡사 똥슬라임 같은 몸도 몸이거니와 그 몸 속에서 보라색 진물이 배어나오는 묘사가 가히 진국이다. 거기에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액체표현 덕분에 더더욱 실감난다.
몸에서 나는 그 악취에 모두가 경악했고,[2] 치히로도 코를 틀어막지만 유바바[3] 는 손님에게 실례라고 말한다. 물론 유바바도 코로 숨을 안 쉬고 코맹맹이 목소리로 맞이하고 있으므로 그런 말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 개그 포인트. 심지어 린이 들고 오는 식사마저 썩어버릴 정도의 악취를 풍기며, 주는 돈도 오물투성이 금화다. 오오반(옛 일본 금화) 하나를 엽전 한 닢과 함께 치히로의 손에 힘없이 떨어뜨리는데, 이마저도 오물에 묻혀서 거의 오물덩어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걸 받은 치히로가 발끝에서 머리까지 소름돋은 것은 덤.
게다가 덩치도 매우 커서[4] 비싼 약수를 채워넣은 더러운 손님 전용인 거대 욕탕에 들어가니 오물에 오염된 약탕수가 흘러넘쳐서 그야말로 온천이 재앙 수준으로 변한다. 이 오물신 하나 때문에 다른 신들도 지레 겁을 집어먹은 나머지 목욕을 중단하고 다른 층으로 피신했다.
그럼에도 몸이 씻겨나가지 않자 치히로에게 힘겹게 뭐라뭐라 도움을 요청하고, 유바바와 종업원들은 멀리서 키득거리며 치히로가 고생하는 것을 지켜본다. 치히로는 마침 가오나시에게 받은 약패를 사용해 계속 약탕수를 들이붓는다.[5]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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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오물신이 아니었다.[7] 즉 하쿠와 동족인 용이다. 하지만 하쿠는 아파트 공사로 묻혀버릴 정도로 작은 강의 터주신이었지만 이 신은 유바바도 놀랄 정도로 신격이 높은 거대한 강의 신으로 추정된다.'''고맙구나.'''[6]
그런 지체 높은 신이 이렇게 거대한 오물 덩어리가 된 이유는 강에 버린 쓰레기가 뒤엉켜 오물로 몸이 뒤덮힌 것이다. 목욕을 시키던 치히로가 린에게 몸 속에 무슨 가시 같은 것이 걸려있다고 하자 이 신이 오물신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유바바가 치히로와 린에게 밧줄을 주고는 온천 직원들을 대거 동원해 그것을 뽑아내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자전거의 핸들이었다. 그리고 치히로와 린이 유바바와 온천 손님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온천 직원들의 힘을 모아 당기고 당긴 끝에 자신의 몸에 엉켜있던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한번에 빠져나오면서 정화되고, 본래의 강의 신의 모습을 되찾는다.
이때 나온 본래의 얼굴은 일본 전통 가면극 노가쿠 공연 중 하나인 오키나(翁)에 나오는 노인 가면인 하쿠시키조(白式尉)와 유사한 모습[8] 을 하고 있다. 치히로를 감싸쥐고 얼굴을 드러내며 감사의 말을 한마디 남기고는 머물고 있던 다른 신들의 환호를 배웅 삼아 호쾌하게 울려펴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온천을 떠난다. 이후 욕탕은 그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쓰레기로 뒤덮히지만 여기저기에 사금이 뿌려졌다. 치히로를 구박하기만 하던 유바바가 작중 최초로 치히로를 포옹하며 기뻐할 정도로 직접 크게 흑자를 봤다고 말했다. 애초에 적자가 날 수가 없는 구조다. 현실에서 쓰레기로 인한 손해는 폐기물 처리 비용과 청소에 들어가는 인건비로 인한 것인데, 어차피 종업원들이 치울 테니 추가 인건비가 나올 일도 없다. 현실처럼 쓰레기를 버리는 데 돈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현실과 같은 구조라고 해도 이 신이 뿌리고 간 사금의 양을 생각하면 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청소 비용 따위야 메우고도 남는 양이다. 물론 그 쓰레기를 어디다 치웠는지는 둘째치고 종업원들이 가져간 사금과 주위에 뿌려진 사금은 모두 유바바가 몰수했다.
처음부터 지불한 요금도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는데, 오물에 묻혀 거의 보이지 않지만 잘 보면 처음 지불한 것은 큼지막한 오오반(大判) 한 닢과 엽전 한 닢이다. 엽전은 차치하고서라도 오오반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다 작은 금화인 코반(小判) 열 닢 분량, 즉 일반적으로 약 160g 정도의 금이 함유되어 있다. 작중 세계 환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현실의 환율로 환산해 보면 현재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낮았던 2001년 당시 금의 가치로도 약 수백만 원가량의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거기다 본인이 거대한 강의 신이라 명성도 높은데 온천에서 말끔해져 돌아갔으니 호평일색인 입소문과 평판도 퍼질 것이 당연지사다.[9]
특히 치히로에게는 은근슬쩍 경단 하나를 주고 떠났는데, 이 경단은 가마 할아범이 쓴 경단이라고 부르면서 놀라는 모습으로 보아 아주 귀중한 영약인 것으로 보인다. 치히로가 무심결에 조금 먹었을 때와 하쿠, 가오나시가 먹었을 때를 생각하면 엄청나게 쓰고 역한 맛으로 내장을 게워내도록 만들어 독을 뱉게 만드는 엄청난 효과의 약이다.[10] 이 쓴 경단이 작중 치히로에게 닥친 위기를 대부분 해결해 줬는데, 아마도 큰 강의 신인 만큼 이런 일을 예견했거나 빨리 퇴장한 강의 신이 그만큼 선견지명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11]
등장 자체는 얼마 되지 않지만 목욕하기 전의 그 시각적 임팩트가 매우 강력했다. 그가 뿌려놓은 사금을 가지고 기뻐하는 온천 직원들을 본 가오나시가 나중에 가짜 사금을 뿌리며 행패를 부리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고,[12] 치히로가 그가 준 경단으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했다. 즉, 어떻게 보면 후반의 내용 전개의 상당수가 이 강의 신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기에 짧지만 상당히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더불어 강의 신임에도 불구하고 하쿠와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지만 유사점은 꽤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면을 쓰고 있지만 몸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과 다리가 여러 쌍이라는 점만 빼면 하쿠와 비슷한 용의 형태다. 강의 신이 오염되어 오물신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점에서 볼 때 인간에 의해 오염된 자연을 상징하는 존재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생태주의적인 성향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1] 2016년 1월 11일에 사망했다. 참고로 이 작품이 마지막으로 활동했던 작품이다.[2] 오물신이 다가오자 종업원들이 직접 다리까지 나가서 영업 끝났다며 돌아가라고 말했지만 그대로 다가오는 오물신의 냄새에 모두 코를 막았고, 옆에 있던 개구리 종업원은 아예 기절했다. 오물신이 목욕탕에 오면 다른 손님들은 목욕을 할 수 없게 되어서 장사가 되지 않을 텐데, 다리까지 건너오자 더이상 막지 않고 들여보낸 것으로 보아 여기에도 요괴들 세계 특유의 규칙이 작용하는 듯하다.[3] 치히로가 가오나시를 여관에 들여보냈을 때 유바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는데, 그 다음에 나타난 오물신 때문에 묻혔다(다만, 유바바는 오물신의 기운은 아니라면서 묘하다고 한다.).[4] 오물신이 오고 있을 때 급하게 달려나온 한 종업원이 이번 오물신은 남산만한 오물신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참고로 DVD에서는 '슈퍼 울트라 오물신'으로 번역되었다.[5] 나중에 린의 대답에 따르면 린이 가마 할아범에게 부탁했고 가마 할아범이 이를 받아들여 최고급 약수를 계속 보내겠다고 했다고 한다.[6] 일본어 원판에서는 "よきかな。"(요키카나)로 되어있는데, "효과 좋구먼." 정도의 뜻이다. 상당히 특이한 고어투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상징하는 대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7] 애초에 오물의 신이 굳이 오물을 씻으러 목욕탕에 왔다는 것부터 오물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8] 한국에서 개봉했을 당시 일본 문화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관객들은 하회탈로 착각하기도 했었다.[9] 그토록 거대한 강의 신인데도 이렇게나 끔찍하게 오염되어 아예 오물신이 되었던 것을 보면 이 세계의 신들 역시 그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것이다. 즉, 이 강의 신이 오물신 상태에서 정화됨으로 인해 다른 손님들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축소나 과장이 섞이기 어려운 확고한 기준이 생기는 것이다.[10] 이것은 언뜻 보면 무식하기 짝이 없는 효과이지만 토해낸다=몸속의 나쁜 오물을 게워낸다=욕망을 제거한다는 측면에서 작품 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쿠는 경단을 먹고 욕망을 상징하는 도장을 뱉어냈고, 가오나시는 경단을 먹고 지금까지 먹던 음식을 죄다 토해내며 자신이 삼킨 온천 종업원들을 뱉어냈다. 즉, 이 경단은 치유와 정화의 기능을 하는 셈이다. 그리고 치히로가 이 경단을 먹었을 때는 엄청 쓴맛에 괴로워하기만 하고 게워낸 것은 없다는 점에서 치히로의 순수함도 부각된다.[11] 거기다 강의 신이 목욕탕에다가 사금을 준 것과 다르게 치히로에게 이 쓴 경단을 준 것을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도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치히로에게는 다른 목욕탕 사람들과 다르게 물욕이 없다.[12] 물론 이는 강의 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가오나시가 행패를 부린 것이 원인이기도 하다. 당장 자신이 오물신이 되어 목욕탕에 온 데다가 자신을 정화시키는 데 힘을 보탰으니 감사의 표시로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