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심경

 

玉女心經
<신조협려>에 등장하는 무공.
고묘파의 사조 임조영왕중양의 무공을 파해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여 창안한 무공으로, 총 10편의 내용으로 외공내공을 아우르며, 천하 어떤 무공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고강하다. 임조영, 소용녀의 사부, 소용녀, 양과가 익혔으며 양과가 정화독 해독을 위해 절정곡에 머무는 동안 이막수의 제자 육무쌍에게도 전수되었다.
창안 목적이 목적인만큼 왕중양이 창시한 전진교 무공을 낱낱이 깨뜨리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전진교 무공 역시 천하의 정종으로 손꼽히며 옥녀심경에 심오함이 뒤지는 것은 아니지만, 전진교 무공 vs 옥녀심경의 상성을 따지자면 후자 쪽이 넘사벽. 김용 세계에서 천하의 상승 무공들은 수련의 깊이에 따라 고하가 나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경우는 실력이 좀 떨어져도 옥녀심경 쪽이 유리할 정도다. 육가장 영웅대연 당시 양과가 옛 사부인 조지경을 '''쩔쩔매는 척하면서 혈도를 짚어 발라버리는''' 일이 가능했을 정도. 전진칠자인 손불이 역시 무공 실력은 양과보다 높았으나 이 극상성 때문에 이긴다는 확신이 없어 물러났다. 이후 옥녀심경 vs 전진교 무공 구도 자체가 거의 다뤄지지 않지만 아무튼 설정상으로는 현격한 상성차가 있는 것이 사실.
왕중양은 말년에 고인이 된 임조영이 남겨 둔 옥녀심경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의 무공이 몽땅 파해당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거꾸로 옥녀심경을 파해하는 무공을 만들어내려고 몇 년간 연구를 거듭한다. 하지만 옥녀심경에 대한 카운터가 어느 정도 가능하긴 해도 옥녀심경처럼 '''내, 외공을 아우르는 완성된 무공'''을 완성시키지는 못했고, 이에 왕중양은 임조영에게 진심으로 승복하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이미 구음진경을 한 차례 읽어 요지를 파악하고 있던 왕중양은 호승심이 생겨나서(...) 옥녀심경을 파해할 수 있는 구음진경의 중요 구결들을 고묘 안쪽 석실에 몰래 남겨 놓게 된다. 고묘파 제자는 그 석실에서 최후를 맞이할 텐데, 죽기 직전에 전진교 교주인 자신이 진짜 일방적으로 고묘파 사조에게 쳐발리고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어떻게 보면 놀라운 뒤끝이다(...).
당연하지만 전진교 무공의 극상성답게 '''통달하기 위해서는 전진교 무공도 알아야 한다.''' 옥녀심경의 창시자인 임조영은 왕중양과 치고받은 나날도 길고 같이 다닌 나날도 길어서 전진교 무공에 빠삭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무공을 전수받은 몸종인 2대 장문인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옥녀심경은 2명이 합심해서 같이 수련해야 하는데, 옥녀심경을 전수하기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조영이 사망했기 때문에 애초에 2대 장문인이 옥녀심경을 다 배울 수가 없었던 것. 이후 3대 장문이 되는 소용녀가 14세일 때 2대 장문인이 사망했는데, 이 때 소용녀는 전진교 무공을 갓 배운 정도였다고 술회한다. 즉 임조영은 전진교 무공을 잘 알았겠지만, 2대, 3대 장문인들은 전진교 무공에 대한 임조영의 이해를 전수받지 못했기에 자연히 옥녀심경의 수련에도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소용녀의 경우 전진교 무공의 중요 구결을 달달 외우고 있던 양과를 통해 옥녀심경의 수행을 뒤늦게나마 이어갈 수 있었다.
무공의 전반적인 정수는 '''빠른 출수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에 있다. 임조영의 옥녀심경은 시종일관 라이벌이자 벗이자 사랑하는 대상인 왕중양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창안되고 발전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상의 적수'도 왕중양이고 '가상의 파트너'도 왕중양인 셈. 임조영은 왕중양과 대결을 한다면 서로 목숨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초식을 겨루며 즐기는 것이 좋다고 여겼고, 그렇기에 고묘파 무공은 뚝심으로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고 절묘한 출수로 초식상의 우위를 차지에 패배를 인정하게 만들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내공이 쌓이면 쌓일수록 출수가 더더욱 빨라지는 특성도 이로 인한 것. 여러 인연으로 어려서부터 온갖 절예를 두루 익힌 양과는 독고구패의 유산을 얻고, 내공이 대성하면서 '''힘으로 기교를 눌러버리는''' 고수가 되었지만(...) 오직 고묘파 무공만 수련한 소용녀는 이러한 옥녀심경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임조영이 자신의 제자에게 입으로 전하고, 그 제자는 소용녀를 제자로 받아들여 역시 구전으로 물려주었다. 이막수는 옥녀심경을 전수받지 못했기 때문에 옥녀심경이 비급으로 따로 존재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왕중양은 임조영이 수련한 흔적만 보고 옥녀심경이 어떤 것인지 알아냈지만….
내용은 총 10편으로 나누어져 있고, 외공내공이 모두 통합되어 있다.
외공은 천라지망세라는 경공과 미녀권법이라는 교묘한 권법, 전진파의 검술을 깨트릴 수 있는 옥녀검법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라지망세(天羅地網勢)는 사방이 트인 공간에서 81마리의 참새를 품안에 거둬두고 한마리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봉쇄하는 무공으로 고묘파의 입문공부(...)다. 일단 참새를 잡아오는 과정에서 경공술을, 품에 거둬 두고 날아가려는 것을 일일이 손으로 방해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신속한 장법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는 내공이 쌓일수록 경공의 빠르기와 출수의 빠르기가 상승하는 고묘파 무공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양과는 천성적인 총명함과 한옥침상을 통한 내력 증진으로 3개월만에 동굴 안에서 81마리의 참새를 잡아둘 수 있었고, 1년 정도 지나자 탁 트인 벌판에서도 거의 완벽하게 천라지망세를 해냈다고 한다.
미녀권법은 고묘파의 권술로서 중국의 시서(詩書)에 등장하는 미녀들의 동작을 본 떠 만든 것이다. 미녀가 머리를 빗거나, 웃음짓고, 꽃을 따고, 춤을 추는 자세등을 묘사한 것으로 우아하고 날렵한 동작이 특징이고 고묘파의 비보(秘寶)인 백금철사 장갑을 끼고 펼치면 날붙이 무기를 사용하는 상대와도 능히 겨룰 수 있게 된다. 다만 양과는 이 권법이 사내인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그 자세를 과감히 교정해 우아한 가운데에도 기세가 있게끔 펼칠 수 있게 됐다. 영웅대연에서 달이파와 맞상대했을때 이 개량형 미녀권에 이혼대법을 더해 완벽히 제압했다.
달이파와의 대결때 밝혀진 초식들은 다음과 같다.
만요섬섬(蠻腰纖纖) : 시인 백낙천의 첩이 춤추는 자세를 모방함.
여화소장(麗華梳裝) : 다섯손가락을 쫙 펴 머리를 빗어넘기는 자세, 이후주(중국 오대십국 시대 남당의 군주)의 여인인 여화가 7척이나 되는 머리카락을 빗어 단장하는 모습을 모방함.
조령할비(曹令割鼻) : 조문숙의 처 영(令)이 남편이 죽자 자신의 코를 베어 재가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고사에서 따온 자세로 자신의 코를 베어내듯 뺨을 비스듬히 쳐내리는 자세.
초선배월(貂蟬拜月) : 초선이 달을 향해 절하듯 우아하게 엎드리면서 적의 공격을 피하고 하체를 공격하는 자세
그리고 옥녀검법의 초식은 하나하나가 전진교의 검법을 완전히 깨뜨릴수 있다.[1]
임조영이 원래 전진검법을 이기고 싶을 뿐, 상대를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칼끝을 무디게 한 무봉검(無鋒劍)으로 수련을 한다. 원래 임조영과 왕중양이 무공을 겨루면서, 서로의 무공을 즐기려는 측면도 있었기 때문에 특히 변화무쌍하면서도 예측을 불허하는 검초가 가득하다. 그렇지만 적을 죽이려 만든 것이 아니라 상대를 제압하기는 해도 목숨은 쉽게 빼앗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한편, 옥녀검법은 전진검법의 약점을 보완하기도 하므로 한 명이 옥녀검법을 쓰고 한 명이 전진검법을 쓰면 초식에 약점이 완전히 사라져버린다.[2]
이렇게 전진검법과 옥녀검법을 함께 구사하는 검법은 옥녀심경의 숨겨진 최종절기로 창시자인 임조영조차도 실재로 구사하지는 못하고 이치적으로만 이럴 것이라고 상상하며 만든 검법이었다. 이것은 실연당한 임조영이 왕중양과 함께 싸울 것을 가정하고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것이 작중 양과와 소용녀에 의해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 지극히 오묘하고 강력한 검법으로 대적하는 상대들은 고금 이래 이런 검법은 처음 보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신조협려 전체를 통틀어 검법으로는 초절정 경지를 보여주는 무공이다. 워낙 강력해서 양과가 익힌 독고구검 이외에는 아예 맞상대가 가능한 검법이 없을 정도이다. 물론 실제로 임조영과 왕중양은 함께 싸운 적이 없었지만[3], 나중에 양과소용녀가 함께 사용하여 그 진가를 보이게 된다. 또 소용녀쌍수호박을 익힌 뒤로는 혼자서 한 손으로는 옥녀검법, 한손으로는 전진검법을 사용하게 된다.
제7편은 두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서 적에게 맞서는 무공이다. 임조영이 고묘에서 외롭게 지내면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자신이 위험에 닥쳤을 때, 사랑하는 왕중양이 제 목숨을 돌보지 않고 구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기대에서 이런 무공을 만들게 되었다.
이 전진검법과 옥녀검법이 하나가 된 상태를 옥녀소심검법이라고 한다.
대충 아래와 같은 초식이 있다.
앞 장은 모두 전진교의 무공을 제어하는 내용이지만, 7편은 자신의 애절한 사랑을 모두 쏟아, 자신과 왕중양이 함께 적을 무찌르는 상상을 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마지막 장의 무술은 옥녀심경과 전진무공을 함께 사용하여야 한다.
두 사람이 함께 구사하는 무공이므로, 두 사람의 마음이 잘 통해야만 위력이 발휘된다. 왕중양이 이혼대법을 구음진경의 핵심 중 하나로 기록한 이유는 옥녀심경을 구사하는 적의 단합을 해치면 위력을 떨어뜨릴수 있기 때문이다.
원위철갑(願爲鐵甲) :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두 팔로 껴안고, 철갑이 된 듯이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한다. 이 초식을 연마하다가 소용녀가 양과에 대한 마음을 처음으로 깨닫고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게 되었다.
정정여개(亭亭如蓋) : 제19초. 한 사람이 넘어졌을 때,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앞을 막고 적을 상대하며, 그 틈을 타서 아래에 넘어졌던 사람이 위를 막고 있는 사람의 다리 사이로 검을 통과시켜 적을 공격한다. 두 명을 다 쓰러뜨렸다고 믿고 경계를 늦추고 있을 때, 몸으로 검을 가리면서 공격을 하기 때문에 피하기가 어렵다.
제9편은 전부 내공에 관한 수련으로, 모두 아홉 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홀수 단게는 음진(陰進)이고 짝수 단계는 양퇴(陽退)이며, 양퇴는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지만 음진은 한번에 수련을 마쳐야 하고 도중에 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내공편은 두 사람이 함께 수련해야 하고, 온 몸에 열기가 끓어오르기 때문에 반드시 넓고 사람이 없는 곳을 택하며 옷을 풀어 해쳐서 열기를 즉시 발산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열기를 가로막는 것이 있으면 체내에 쌓여서 병이 들거나 목숨을 잃을수도 있다.
소용녀는 부끄러워서 수련하지 않으려 했지만, 양과가 꽃덤불이 우거진 곳을 찾아내자 함께 수련하게 된다. 그러다가 견지병조지경에게 들켜서 내상을 입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1]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애초에 이 무공을 익히려면 전진교 무공과 고묘 무공을 모두 익혀야 한다. 안그래도 전진교 무공과는 상성관계에 있는 고묘 무공인데 전진 무공까지 다 익혔으니 초식뿐 아니라 무공의 정수 또한 다 깨쳤다는 의미니...임조영도 창안할 당시 전진교 무공을 잡아먹으라고 만든 무공이다.[2] 김용의 다른 무협소설인 협객행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 설산파의 장문인인 백자재의 부인, 사소취가 백자재와 대판 싸우고 난 뒤에 설산검법을 제압해 보겠다고 창안한 금오도법이 그것. 같이 사용할 경우 서로의 약점을 보완한다는 것까지도 비슷한데, 문제는 이걸 익힌 주인공이 심각한 내공괴물이라 상대 공격을 다 맞아줘도 상대가 부상을 당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백만검(백자재와 사소취의 아들)을 상대할 때를 빼면 작중에서 금오도법의 비중이 그리 크지가 않다.[3] 사실 천하 제일 고수인 왕중양과 그에 버금가는 절정고수인 임조영이 협공을 펼칠 만한 상대는 당대에 아무도 없었다(...). 천룡팔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독고구패나 무명승 같은 고수들에게나 협공을 해볼 만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