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체 법칙
1. 개요
'''이상 기체 법칙'''(理想氣體法則, Ideal gas law)은 이상 기체의 상태를 서술하기 위한 법칙이다.
$$PV=Nk_BT=nRT$$ 로 나타내어지며, 이상기체 상태 방정식으로 부른다. 보일의 법칙, 샤를의 법칙, 아보가드로의 법칙 등을 집대성한 법칙이다. 어디까지나 이상 기체를 서술하는 법칙이니만큼 이상 기체가 아닌 실기체에 이 법칙을 적용하면 오차가 생기나, 일상적인 상황 1 bar 부근의 압력 또는 섭씨 50도 미만의 정도의 온도에서는 그 오차는 사실상 무시할 수 있어서 아직 기초적인 학부 실험 정도에서 쓰이고 있다. 이 법칙의 등장과 함께 기체에 관한 연구는 큰 성장을 이룩하여 기체 분자 운동론 등 세기에 남을 이론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현대에는 비교적 간단한 반 데르 발스식부터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Peng-Robinson방정식까지 실기체의 상태를 좀 더 정확하게 서술하는 방정식[1] 이 등장한 상태이다.
몇몇(혹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법칙을 그저 그런 법칙, 혹은 시험에 많이 출제되는 법칙(...)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법칙은 '''이상기체의 정적인 상태를 완전히 설명'''[2]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생각해 보자. 다른 상(고체, 액체 등)들은 그 상태를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이 없다. 그러나 기체는? 비록 이상 기체라는 제약이 붙지만 P, V, n, T 겨우 네 가지 변수만을 가진 이상 기체 법칙으로 그 상태를 완벽히 서술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법칙이 실기체에도 꽤나 잘 들어맞는다! 이 법칙이 왜 시험에 그토록 많이 출제되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고, 화학도라면 한 번쯤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고등학교 과학의 물화생지 모든 과목에서 조금씩이나마 건드리는 몇 안 되는 부분이다. 물론 생명과학에서 직접적으로 쓰이진 않고 삼투압에서 이상용액이 이상기체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참고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겹게 보는것과는 다르게, 그 역사가 기원 전까지 내려가는 수학이나 수 백년 된 물리학쪽 법칙에 비해 대략 백오십년이 조금 넘은 비교적 최신 학문중 하나이며 현재도 많은 학자들이 투입되어, 실기체의 상태를 좀 더 정확하게 서술하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3]
2. 실험적 유도
보일의 법칙, 샤를의 법칙, 기체 반응의 법칙, 아보가드로의 법칙에 따르면,
(일정한 온도, 일정량의 기체에서 성립하는 보일의 법칙)
(일정한 압력, 일정량의 기체에서 성립하는 샤를의 법칙)
(일정한 온도, 일정한 압력에서 성립하는 아보가드로의 법칙)
여기에서 n은 물질의 몰수에 해당한다. (물론 몰수는 단순하게 입자의 개수를 아보가드로 수만큼 센 것일 뿐이므로 $$ V \propto N$$이기도 하다.) 이 세 가지 법칙을 한 식으로 결합하면,
여기에 비례상수 '''R'''[4] 을 도입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방정식을 이상 기체 상태 방정식이라고 하며, 이상 기체를 효과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상태 방정식이다. 이 기체 방정식은 기체 분자 운동론의 기본이 되는 식으로, 이 식에서 보일의 법칙, 샤를의 법칙, 보일-샤를의 법칙 및 아보가드로의 법칙 등을 쉽게 추론할 수 있으며, 기체의 분자량을 구하는 등의 일도 가능하다.$$PV=nRT=Nk_BT$$[5]
참고로 위의 식에서 $$nRT$$와 $$Nk_BT$$ 두 가지 형태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 식을 이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주로 물리학과 화학에서 쓰는 방법이 다른데, 물리학에서는 개개의 입자가 어떻게 되는지에 관해서 관심이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입자의 개수가 바로 표현되는 $$Nk_BT$$를 쓰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서, 화학에서는 몰(단위)을 이용해서 거시적으로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더 많이 때문에 $$Nk_BT$$는 있는지도 모르는 수준으로 거의 $$nRT$$만 사용한다. 대학교 과정 이후에서 분명히 같은 부분인데 물리학도와 화학도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안될때는 이 부분을 생각하면 된다. 물리학 쪽 사람들은 고등학교 화학이나 일반화학을 배우며 $$nRT$$로 쓰는 걸 접했으니까 그래도 적응하는데, 화학 쪽 사람들은 $$NkT$$ 쓰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어서(게다가 볼츠만 상수에서 B는 생략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무슨 식인지 당황하기가 쉽다.
이 법칙은 기체 분자가 자체 크기가 없고, 서로 인/척력이 없으며[6] , 완전 탄성운동을 한다는 허구의 가정 하에 수립되는 법칙이므로 실제와 미세한 오차가 있지만, 대기압 부근에서는 거의 모든 기체에 대해서 잘 맞으며, 압력이 낮아질수록, 온도가 높을수록, 무극성이면서 분자량이 낮을수록 더 정확하게 성립힌다(헬륨이 이상 기체에 제일 가깝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것.).[7] 이러한 이상 기체 법칙은 실험으로 측정한 거시적 행동과 구성 분자의 구조 및 상호작용을 연결한 최초의 예이다.
3. 이론적 유도
위의 유도방식은 실험결과를 종합한 결과이다. 보다 엄밀한 유도는 통계역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4. 관련 법칙
4.1. 반트 호프의 삼투압 법칙
이상 기체 상태 방정식과 비슷한 식으로 $$\Pi V=nRT$$라는 식이 있다. $$\Pi$$(대문자 파이)는 삼투압이다.
고등학교나 대학 1학년 수준의 교재에서는 $$\Pi = CRT$$로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서 C는 용액의 몰농도를 의미한다. 두 방정식이 각각 기체와 액체에 대한 것이어서 서로 연관성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그 꼴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는 묽은 용액과 기체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입자 간 상호 작용을 간단하게나마 적용한 꼴은 반 데르 발스 식이라고 부르며[8] , 그 식은 $$\displaystyle\left(P+a(\frac{n}{V})^2\right)\left(V-bn\right)=nRT$$이다. a, b는 반 데르 발스 상수라고 부르며, a는 분자의 인력에, b는 분자의 자체 부피에 비례하는 상수로서, 기체마다 다른 값을 가지며, 실제 기체가 이상 기체의 거동에서 얼마나 벗어나는가의 척도가 된다. 이상 기체의 경우 $$a=b=0$$이다. 과거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비문학 지문에서 이 방정식에 대한 지문이 출제된 적이 있다.
4.2. 삼차 상태 방정식
상전이를 설명하려면 이것을 사용해야 한다. 이상 기체가 아닌 실제 기체에서 사용되는 방정식이다. 실제 기체 상태 방정식이라고도 한다. 냉전 기간동안 급격하게 발전한 학문중 하나인데. 고작 50년간 학부수준에서 추가될 방정식만 3개가 추가된 상황으로 현재도 해당식이 없던 시절에 학부를 마친 교수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주요 식으로는 다음이 있다.
- 반데르발스 방정식: 식이 간단해서 학부에서 다루지만, 현장에서는 부정확성 때문에 폐기되었다.
- Soave-Redlich-Kwong (1949): Redlich-Kwong 계열 상태방정식은 반데르발스 방정식을 수정한 것이다. 과거 잠깐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었지만 폐기되었다. 2010년대에는 대학원에서 많이 사용한다.
- Peng-Robinson (1976): 고압에서 기상-액상 시스템의 Phase Behavior를 다룰 때 사용하는 식. 고압, 고온을 다루는 정유사 등의 산업에서 많이 쓰인다. 상온 근처에서는 실험값보다 밀도를 낮게 예측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때는 PRBM식 등 다른 식을 고려해보아야 함).
- Virial: 통계역학 관련해서 중요한 식.
[1] 실험축에도 못끼는 학부 저레벨 수준의 초보적인 실험을 제외한다면 현장에서 쓰임직한 방정식들로는 아까 말한 Peng-Robinson 말고도 Soave-Redlich-Kwang, Dieterici, virial, 베르누이 정리,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등이 있다. 후자 두 개는 화학보다는 유체역학 쪽이지만...[2] 동적인 상태는 유체역학으로 설명해야 하며, 이쪽은 액체보다 기체가 훨씬 어려우며 그나마도 완전하지 않다.[3] 위에 언급된 Peng-Robinson 같은 경우는 겨우 40년 정도 밖에 안된 1976년에 나왔으며, 해당식을 발표한 학자가 은퇴는 커녕 아직도 교수로써 '''현역''' 이다. 여담이지만 학생들의 Peng 교수의 대한 평은 연구말고는 생각하는게 없다는 식으로 명성에 비해 굉장히 좋지 않다(...)[4] 이 R를 '''이상 기체 상수''' 또는 짧게 '''기체 상수'''라 하며, 아보가드로 수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많이 쓰이는 상수이므로 화학도라면 값을 숙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0.082까지만 알아두어도 무방하다.[5] N: 기체 분자 수, n: 기체의 몰수, $$k_B$$: 볼츠만 상수[6] 뉴턴 역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서로 다른 물체가 힘을 작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그 두 물체가 '''서로의 운동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7] 후에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반 데르 발스가 이상 기체 상태 방정식에 기체 분자 자체의 부피와 인/척력까지 고려한 반 데르 발스 식을 고안해 내었다. 물론 이 식이 완벽한 것은 아니며 실기체에 대해 이상 기체 방정식보다는 조금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대신 복잡하다. 사실 반 데르 발스 식도 잘 안 맞아서 최초로 고안된 실기체 상태 방정식 정도의 의미만 가지고 있다. 요즘은 Peng-Robinson 상태 방정식 등을 사용한다.[8] 반 데르 발스 힘의 그 사람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