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 뒤 이중모음의 단모음화
1. 개요
현대 한국어, 특히 2000년대 이후로 자음 뒤에 놓이는 이중모음의 반모음이 약화되어 단모음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하셔요(하- + -(으)시- + -어- + -요)'가 '하세요'가 된 것이 있다.
아직도 현재진행중인 현상이며 이로 인해 언중의 언어 표기에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
2. 상세
한국어의 음절 구조는 반모음을 고려하면 CG[1] VC로, 음절 첫머리에 자음이 놓일 수 있고, 그 뒤에 이중모음이 와서 단모음과 변별을 낼 수 있다. '과'는 '가'와 다르고, '녀'는 '너'와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최근 들어 일부 이중모음 앞에 자음이 놓일 경우, 해당 이중모음의 반모음이 약화하거나 탈락해 단모음과 구별이 되지 않는 현상이 늘어 가고 있다.
처음에는 [j] 계열 이중모음 중에서도 [j]와 비슷한 성질의 전설모음에 해당하는 'ㅖ'를 중심으로 나타났으나, 2010년대 들어 급작스럽게 [w] 계열인 'ㅘ, ㅞ, ㅝ, ㅟ' 등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중세 한국어 이후로 'ㅈ, ㅉ, ㅊ' 뒤에서 이중모음과 단모음의 구별이 사라졌기 때문에, 오늘날에 벌어지고 있는 이 현상 역시 이 같은 음운 변천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1) 연구개 파열음(ㄱ, ㅋ, ㄲ) 뒤에서의 반모음 [j]의 붕괴'''
이 현상은 이미 국어학계에 익히 알려져 있는 현상일 정도로 비교적 오래되었는데, '게시판'과 '계시판'의 구별이 대표적이다. 이미 일부러 과장해서 발음을 살리지 않는 이상, 처음 듣는 단어에서 '게/계'가 나오면 그게 정확히 '게'인지 '계'인지 알기 어려워졌다. 작품 이름 등 고유명사를 받아 적을 때 특히 이 문제가 두드러진다. 더군다나 이미 ㅔ와 ㅐ의 구별마저 사라졌기 때문에 사실상 '게 vs. 계 vs. 개 vs. 걔'의 사파전(...)인 상황이다. 그나마 '걔'는 3인칭 대명사의 낮춤 표현이라는 점에서 용도가 제한되니 일반적으로는 헷갈릴 일이 없지만, 나머지는 꽤나 문제가 된다.
'''(2) 특정 위치에서 일부 자음+원순모음 구조 붕괴'''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현상이다. ㄷ, ㅈ, ㅊ 뒤의 원순 이중모음의 변형은 '-되다'와 '-대다'의 구별 문서에 여러 사례들이 제시되어 있다. '-대다'와 '-되다'뿐 아니라 '~대로'까지 혼란이 생겨서 '~되로'가 나타나는 등, 2010년대 후반~2020년대 초반 기준으로는 'ㄷ' 뒤의 원순 이중모음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표기상으로 전형적인 혼동이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지, 비공식적으로나마 일부 언중에서는 '과(학과)'가 발음상 [까]가 되는 등, 다른 자음 뒤에서도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 '오회말 카드'나 '공항장애'와 같은 유형의 혼동 사례가 알음알음 나타나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입술소리(ㅂ, ㅍ, ㅁ)도 뒤에 w가 잘 오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어서, 입술소리 뒤에서 오는 ㅙ, ㅞ,가 단모음 ㅚ로, ㅟ(wi)가 단모음 ㅟ로 변형되기도 하며, ㅘ, ㅝ가 오는 경우에는 빠르게 발음하려고ㅏ와 ㅓ로 단순하게 바뀌는 경우도 보인다.
3. 원인
언어 변화라는 것이 언중 사이에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때가 많기 때문에 명확하게 원인을 짚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가능성으로 한국어의 음절 조음 방식 때문일 수 있다. 'kwa'라는, 반모음을 포함한 음절을 발음한다고 할 때, 많은 언어에서 [kwa]로 발음하는 때가 많다. 영어의 경우, "ㅋ-와"처럼 아예 어두 자음과 [w] 소리가 분리되는 수준이고, 표준중국어에서는 [w]가 충분한 길이로 나타나 [kua]와 비슷하게 되며, 실제로 이 점이 반영된 것인지는 몰라도, 한어병음상으로도 자음 뒤에서 'wa'를 표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어에서 "과(kwa)"는 '''[kʷa]'''로, 초성 [k]를 발음함과 동시에 이미 입술은 양순 접근음 반모음인 [w]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즉, 정확히 말하면 '''[k]가 원순음화'''해 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두 가지 자음적 특성이 동시에 조음되려다 보니 그 동안 역사적으로 아래아 소실, 옛 이중모음들(ㅚ, ㅟ, ㅔ, ㅐ)의 단모음화, ㅔ와 ㅐ의 구별 소실 등으로 꾸준히 진행되어 온 음운 구조의 단순화와 맞물려 오히려 발음이 힘들어지고, 이에 따라 변별성이 큰 초성 자음만 남고 힘이 약한 반모음은 약해지거나 탈락하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붕괴 추세가 계속된다고 가정할 때, 이르면 몇 십 년 내로 한국어에서 일부 CGVC 구조는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렇게 되면 표기와 발음 간의 거리는 더욱 멀어져서 맞춤법이 대대적으로 개편되지 않는 이상 국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헬게이트가 벌어질 수도 있다. 당연히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 역시 마치 프랑스어나 영어의 표기와 따로 노는 발음을 보는 것처럼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어질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이미 ㅢ의 발음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표기와 발음이 위치나 역할에 따라 아예 따로 놀고 있다.
4. 같이 보기
[1] glide: 활음; 반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