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방위
1. 개요
専守防衛
일본 자위대가 채택하고 있는, 수동적 방어에 입각한 국토방위 전략 개념.
간단히 말해서, "자위대를 비롯한 방위력의 동원은 일본의 영토와 영해, 영공 방어만을 위해, 적이 공격한 후에야, 일본 영토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는 내용이다.
이 원칙을 그대로 따르지면, 자위대는 1) '''일본 영토가 다른 나라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거나 일본 국민이 살상당하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어야''' 하고, 2) 이후 '''작전을 수행해도 일본 영토와 영해, 영공 내에서만''' 움직여야 할 뿐이다. 아울러 3) 자위대의 '''반격 및 응전 대상은 일본의 영토, 영해, 영공에 침입한 적 군사력에 한정'''되며, 4) '''적국 영토에 대한 진입과 적 군사력의 기지, 도시 등을 보복, 반격하는 것도 금지된다'''.
2. 유래
전수방위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자위대의 창설 이듬해인 1955년 7월 3일, 스기하라 아라타(杉原荒太) 당시 방위청 장관에 의해서다. 당시 일본 내에서는 자위대가 "육-해-공군 등의 전쟁수행 능력(戰力)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평화헌법 조항과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상태였는데, 스기하라가 이를 해명하면서 "외국을 공격, 침략하지 않고, 오직 방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무력만을 가질 것"[1] 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처럼 개념적으로만 제시되었던 전수방위는 1960년대에 사토 에이사쿠 수상에 의해, 일본 방위전략의 기본 방침으로 채택되었다. 1972년에는 다나카 가쿠에이 수상도 "방위상의 필요에서도 상대 기지를 공격하지 않고, 오직 일본 국토 및 그 주변에 있어서 방위를 하는 것으로, 이것은 일본 방위의 기본적인 방침"[2] 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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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방위 원칙에 관한 역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 출처는 일본 <아사히 신문> 2015년 6월 4일자 기사)
3. 평가: 찬반 비교를 중심으로
우파를 위시한 비판측에서는 "핵무기나 탄도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적의 공격을 용인하고 대응한다는 것은 자살행위", "정치적 명분 때문에, 군사적으로 불리한 줄 알면서 손발을 묶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전수방위 자체가 잘못이며, 따라서 자위대도 필요하다면 타국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옹호측은 "전범 국가라는 원죄를 안고 있는 일본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 지켜야 할 가치"라며 전수방위 원칙의 유지를 강조한다.
요컨대 '주권 국가로서 효율적인 국방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와 '평화애호 국가로서의 대의명분'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선해야 하느냐에 관한 문제이며,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 국가라는 일본의 특수성 때문에 더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다. 아울러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로 무장하고 있으면서도, 법적-제도적인 제약 때문에 그 지위와 활동이 매우 어정쩡한 일본 자위대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한국으로 치자면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에 대한 찬반 논란과 비슷한 성격이다.
4. 현주소
공식적으로는 현재의 일본 정부도 전수방위가 비핵3원칙, 문민통제 등과 함께 자국 방위정책의 주요 근간이며, 군사대국을 지향하지 않을 것임을 주장하는 논리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일본이 '보통국가'라는 이름 아래 추구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등의 해외군사활동 확대, 해적 대응과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지부티에 해외 자위대 기지 설치,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연합작전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 장거리 세력투사 무기(예: 이즈모급 헬기항모, 공중급유기)의 도입 증가와 일본판 해병대의 창설은 전수방위 원칙이 점차 유명무실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자민당의 다수 우파 진영들이 요구하는 헌법 9조 개정까지 현실화되어 자위대의 정규군 전환이 실현되거나, 하다못해 가헌(加憲)이 이루어져 자위대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일본 헌법에 명기 된다면 전수방위 원칙은 그야말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2017년 1월 26일에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 이후 미국의 군사개입 축소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적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검토하겠다"는 답변까지 했다.[3]
8월 초,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4] 신임 방위상이 임명 직후에 기자회견에서 "국민 안전을 위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오노데라 방위상은 금년 초 자민당의 안전보장조사위가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를 포함한 국방개혁 건의안을 아베 수상에게 제출할 당시, 해당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을 주도한 바 있었다. 때문에 그의 방위상 재임명을 계기로 적기지 공격론의 일본 내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당장 추진되고 있는 방위계획대강의 개정 과정에서,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11월 20일에는 요미우리 신문이 "내년부터 개발될 신형 대함미사일(17식 함대함 미사일)에 지상 공격능력을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거리는 300km 이상으로 일본이 기존에 개발한 대함미사일보다 긴, 실질적인 지상 공격용 순항미사일로 활용 가능하다. 공식적인 목적은 '센카쿠 등 일본의 도서 지역에 침입한 적 병력에 대한 제압'이지만, 이렇게 점진적으로 지상 공격능력의 확보를 해나가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일본 관방 부장관(내각 부대변인)은 보도 당일에 "대함 작전용이지, 지상 공격 목적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12월 8일, 오노데라 방위상이 공대지 순항미사일의 도입을 공식 인정했다. F-35 탑재용으로 노르웨이제 JSM 공대지/공대함미사일을 도입하고, 현재 공대공 능력만 갖춘 F-15J 요격기들 가운데 일부를 개조하여 미국제 JASSM-ER 공대지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다는 내용. 그러면서 "적기지 공격이 아닌, 대함 및 센카쿠 방어작전용"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로써 일본은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타국 영토 공격능력을 갖춘 무기를 도입하게 되었다.
한편 2020년 6월 지상 배치형 이지스 요격체계(일명 이지스 어쇼어)의 도입이 취소되자, 그 대안으로 다시 적 기지 공격능력 도입이 제기되고 있다.
[1] 厳格な意味で自衛の最小限の防衛力を持ちたい。 (중략) 決して外国に対し攻撃的・侵略的空軍を持つわけではない。もっぱら日本の国を守る。もっぱらの専守防衛という考え方でいくわけです。[2] 専守防衛は、防衛上の必要からも相手の基地を攻撃することなく、もっぱらわが国土及びその周辺において防衛を行なうことであって、わが国防衛の基本的な方針であり、この考え方を変えるということは全くない。なお、戦略守勢 も、軍事的な用語としては、この専守防衛と同様の意味のものである。[3] '적 기지 공격능력'은 기시 노부스케(아베 수상의 외조부)와 더불어 전후 일본의 강경우파 원조격인 하토야마 이치로의 수상 재임 시절인 1956년에 처음 제기되었는데, 아직까지 일본의 공식 국방정책으로 채택된 바는 없다.[4] 아베 신조가 재집권 직후인 2012년 12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방위상으로 재임한 경험이 있고, 이 기간 동안 일본 최초의 국가안보전략 작성과 방위계획대강 개정, 그리고 집단적 자위권의 합법화 결정 등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