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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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한국의 독립운동가, 의병장.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받았다.
2. 생애
2.1. 초년기
전해산은 1879년 음력 10월 18일 전라북도 임실군 남면 국화촌 호전동에서 부친 전병국(全炳國)과 모친 경주 김씨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전기홍(全基洪)이고 자는 수용(垂鏞)이지만, 스스로 해산(海山)이라는 호로 불리기를 원했기에 전해산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의 가문은 양반이었지만 계유정난 이래로 전라도 진안으로 내려와 정착했고, 이후로 관직에 오르지 못하고 한미한 가세를 유지했다.
그는 가난에 찌든 집안을 위해 농사일을 하면서도 학문 연마에 힘썼고, 곽종석의 제자인 이한용(李漢龍)의 문하에 들어가 학문을 틈틈이 연마해 시가와 문장에 재능을 보여 인근에서 수재로 일컬어졌다. 그는 춘추좌씨전에 심취했으며, 송병선, 최익현 등의 문하에서 호남의 젊은 재사들과 더불어 교유하며 시국에 대해 논의했다.
2.2. 의병 활동
1905년 일제가 을사조약을 강압적으로 체결하여 대한제국의 국권을 강탈하자, 전해산은 구국운동에 참여할 마음을 먹었다. 이후 최익현이 호남에서 기의하자, 그는 이석용과 함께 태인에 가서 최익현을 만났다. 그러나 최익현의 의병대가 일본군과 맞서 싸우기에는 무장과 훈련 수준이 빈약하다고 판단해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알고 귀향했다. 이후 최익현에 일본군에게 체포되어 대마도에서 순절하자, 그는 이석용과 함께 의병을 일으키는 문제를 논의하며 준비가 갖춰지길 기다렸다.
1907년 9월, 기삼연, 김용구 등이 전남 장성의 수연산에서 호남창의회맹소를 조직하자, 전해산은 여기에 가담해 종사를 맡았다. 그러나 호남창의회맹소는 1908년 2월 공음 전투에서 김용구 의병부대가 괴멸된 후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다. 이 즈음 이석용이 창의동맹단을 결성하자, 그는 여기에 가담해 참모로 활동했다.
창의동맹단은 진안과 임실을 중심으로 전주, 장수, 무주, 남원, 순창, 구례, 곡성 등 호남 동부지역 9개 군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1908년 3월 남원 사촌에서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패하고 이어 4월 대웅 전투에서도 패배하자, 그는 이석용과 의논한 뒤 장성 부근에서 기삼연의 잔병들을 모아 활동하고 있던 김태원과 합세해 그들을 인솔하여 이석용 의병대와 합세시키기로 하고 장성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장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김태원이 광주 어등산 전투에서 전사한 뒤였다.
전해산은 김태원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하여 광주와 나주 지방을 방황하다가 나주 의병장 오성술에게 의탁했다. 그러던 1908년 4월 김태원 의진의 선봉장이었던 조경환이 남은 군졸을 모은 뒤 전해산을 찾아와 대장이 되어주길 청했다. 그는 이를 사절했으나 여러 사람이 듣지 않고 굳이 추대하자, 결국 그는 대장이 되어 대동창의단을 조직했다. <해산창의록>에 따르면, 대동창의단 선봉장 정원집은 한양 출신으로 키가 8척이나 되며 시위대 참위 출신으로 을사조약 때 의병에 가담했다가 국사범으로 몰려 전남 지도(智島)에 유배되었다가 의병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유배지를 탈출했다고 한다.
대동창의단의 편제는 군졸 위에 십장(什長)을 두었고, 십장 위에는 도십장(都什長), 그 위는 도포(都砲)를, 도포 위에 선봉장을 두고, 그 위는 대장을 두었다. 그러나 십장이 몇 명의 의병을 거느렸고, 도십장은 몇 명의 십장을 거느렸는지는 기록이 미비해 알 수 없다. 다만 일본측 문서인 <전남경비 제49호>에는 1908년 8~9월경에 대동창의단에 가담한 병사는 300여 명을 넘었다고 한다. 전해산은 대동창의단의 선서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대동창의단 종사들은 각자 병력을 분할받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동하면서 상호 연계해 일본군의 토벌에 대처했다. 전해산은 <해산진중일기>에서 대동창의단의 여느 종사들처럼 20~100명 가량의 병력을 거느리고 야음을 틈타 이동하면서 게릴라식 전법으로 일본군에 맞서 싸웠다. 그의 주요 전략은 군사들을 변복시킨 뒤 헌병 분견소, 경찰서, 수비대의 배치지역에 은밀히 파견하여 적의 이동 상황을 은밀히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은밀한 곳에 매복하여 기습하는 것이었다.1. 우리는 의병이니 불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곧 민간의 재물을 약탈하거나 부녀자를 겁탈하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2. 우리의 원수는 왜와 한인의 일진회이다. 이들은 보는 대로 죽이고 용서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죄를 뉘우친 자는 후히 상주어 상과 벌을 명백하게 한다.
3. 싸움은 이기는 것이 목표이다. 이기면 이롭고 패하면 망하는 것이니 각 진은 적을 가벼이 보지 말고 적을 습격할 때에는 필승의 계책을 세울 것이며, 적을 만나면 산으로 유인하여 산 속에서 반격하여 백전백승할 것이다. 모름지기 삼가하여 싸운다.
그는 가급적 일본군과 정면 대결을 하지 않으려 했고 밀정에게 의병진의 소재가 발각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다. 만약 소재가 발각되어 일본군이 기습할 것을 대비하기 위해 주둔하는 곳에서는 마을 어귀에 파수를 세우고 종사원들에게 줄을 세워 계속 말을 전달하게 했다. 또한 의병진의 기본 병기인 화승총의 유효사정거리가 20보 정도에 불과해 일본군에 대항하기가 버거운 점을 고려해 뇌관식으로 개조한 화승총[1]을 도입했으며, 구식 납 철환을 개량하여 보룡철환을 제작하게 했고, 화약도 종래의 우뇨찌꺼기, 온토로의 밑흙, 버드나무의 탄, 유황을 배합한 것에 마자를 섞음으로서 성능을 높였다. 또 신식총을 구입하기 위해 애썼지만 너무 비싸고 구입이 어려워 극히 일부만 구할 수 있었다.
한편, 그는 군수품을 가능한 많이 확보하고자 산속에서 짐승을 사냥하고 야생 과실류를 채취했으며, 마을 주민들에게 돈을 주고 구입하거나 해당 지역의 부호를 중심으로 징발했다. 그러나 그 수준은 일본군에 비하면 지극히 열악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장성, 영광, 나주, 부안, 함평 등 당시 호남 24개군 중 중서부 일대를 일시 장악했으며, 일제가 미곡 수탈을 자행해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광 서해를 거쳐 부안까지 진입해 서해를 경략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해산은 일본군을 상대로 게릴라 전술을 벌이며 주로 영광 불갑산과 함평 석문내산 일대에 의진을 주둔시켜 작전을 전개했다. 1908년 7월, 그는 영광으로 들어가서 군졸과 무기를 거둔 뒤 불갑사로 들어갔다가 일본군과 맞닥뜨렸다. 일본군은 의병대를 보고 불갑산을 포위했지만, 의병대가 천보총을 연달아 쏴서 일본군 2명을 사살하고, 선치에 구멍을 파고 매복시킨 뒤 기마병을 유인하여 일제히 공격해 기마병을 죽이고 무기를 빼앗자, 기세가 꺽여 포위를 풀었다. 이후 의병대는 함평으로 이동했고, 다음날 나주 감문산에 들어가서 군졸을 점검하고 무기를 손질하며 머물렀다.
이때 일본군이 광주로부터 각처의 헌병 보조원 수백명을 거느리고 와서 사면에서 의병대를 포위하고 공격을 개시했다. 이에 선봉장 정원집이 "왜놈들은 우리의 원수이니 이들을 무찔러 그 종자를 없애라"고 소리지르며 연달아 총을 쐈다. 여기에 조교환이 후방에서 서로 응해 일본군의 후미를 치자, 일본군은 철퇴했다. 얼마 후 대명동에 주둔하던 일본군이 진군해 의병대를 포위 공격하려 했다. 이에 전해산은 군사를 시켜 담벽에 기대어 총을 쏘게 해 대장 한 명을 사살했지만, 적은 군사로 적을 당해내기 어렵자 선봉장을 시켜 후미를 지키게 한 뒤 철수했다.
이후 의병대가 순창과 담양 쪽으로 가다가 광주 대치(大峙)에 머물렀는데, 일본군이 사면에서 모여들었다. 이에 전해사는 모든 군사들을 일제히 매복하게 한 후 명이 내리면 총을 쏘게 했다. 일본군이 방심하고 대치로 들어오자, 전해산은 사격 명령을 내려 적을 격퇴하고 적의 총과 탄환, 그리고 군복을 다수 노획했다. 의병대는 군사를 돌려 대치를 넘어서 장성을 무찌르고 간다고 선언하고 자은동에 이르렀는데, 일본군은 그들의 후미를 쫓아 사방에서 포위하려 했다. 그러나 의병대가 그들의 포위망을 돌파해 무사히 철수하자, 일본군은 자은동 마을에 불을 질러 민가 100여 호를 파괴했다.
이렇듯 일본군을 상대로 선전하던 전해산은 1908년 겨울 심남일, 김영엽, 오성술 등의 의병장과 함께 수차례에 걸쳐 호남의병 연합체 결성을 논의한 끝에 호남동의단을 조직하고 호남동의단 의병대장에 선임되었다. 그는 호남 일대에서 의병대를 규합하여 일본군과 투쟁을 벌이는 한편, 가렴주구를 일삼는 지방관, 친일관리, 일진회원, 친일부호, 헌병보조원, 경찰 등을 징계하려 했다. 세금 징수원을 위협하여 친일 내각의 납세를 거부하게 하는 대신에 면장이나 동장을 시켜 마을마다 군수전(軍需錢)을 배정하되 도세로서 공평하게 가산에 따라 분배, 징수했고 해산 군인을 빙자한 무뢰배, 가짜 의병을 칭하고 살인, 약탈, 강간, 방화를 자행하던 자들을 처단했다. 그는 수차례에 걸쳐 헌병보조원, 순경, 일진회원, 세금징수원, 친일부호, 가짜 의병들을 상대로 경계하는 격문을 보내고 그들을 토왜(土倭)로 규정하고 회유하거나 위협했다.
위 격문은 1908년 10월에 영산포 일본 헌병분대장에게 보낸 글로, 인륜의 회복을 통해 천도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당시에 인륜이 상실되고 분별이 없어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불합리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 중 특히 일본 헌병대에서 임시로 고용해서 쓰고 있는 헌병보조원들의 만행을 지적하며 이들을 잘 훈련시켜 의병진으로 복귀시킬 것을 강력하게 권했다.영산포 헌병분대장에게 보냄
오호라! 사람이 하늘과 땅이 참여하여 삼재(三才)가 되는 것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서 윤기(倫紀)가 없으면 분별이 없고, 분별이 없으면 금수와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저 한유의 원인(原人)에 중국의 바깥 지역을 말하면서 오랑캐나 금수라 하였으니, 그로 보면 한국이나 일본이 모두 오랑캐요, 금수이다. 그러나 한국은 오랫동안 중국쪽의 사람이 되어 예악과 문물의 거룩함이 자못 중국의 기품이 있으므로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소중화라 일컬어 왔던 것이다.
태평한 세월이 유구함에 반하여 난신적자가 나와 귀국 목인왕(睦仁王)이 왕위에 오른 것과 이등박문이 왕을 폐하고 바꾼 행동을 잘못 승모하여 마침내 나라를 팔고 임금을 바꾸는 변이 생기게 되었으니, 이는 대개 보고 배운 데가 있어서 그런 것이지, 어찌 우리나라 사람의 본성이 이와 같겠느냐. 무릇 오랑캐나 금수라 지탄을 받는 그들도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이면서 윤기도 없고 분별도 없기 때문에 귀하를 오랑캐와 금수라 칭하는 것이다.
귀국과 교제한 지 몇 해가 못되어 소중화가 갑자기 오랑캐가 되었다. 그렇다면 일본은 큰 오랑캐가 아니고 무엇이냐. 아! 천지가 생긴 이래로 치세와 난세가 서로 잇달아서, 치세에는 윤기와 분별이 있으나 난세에는 윤기도 분별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은 윤기도 없고 분별도 없으니 난세가 분명하다. 난세가 되면 마음과 도덕이 분리되므로 황제는 천하를 잃게 되고, 왕은 나라를 잃게 되고, 제후는 그 벼슬을 잃게 되고, 백성은 그 집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귀국의 멸망이 우리나라보다 앞설 것은 뻔한 일이다.
걸, 주같은 악으로도 천하를 잃었고, 항우같은 힘으로도 천하를 얻지 못한 것은 모두가 마음이 분리되고 덕이 떨어졌기 떄문이다. 현재 보조원은 귀하의 월급으로 먹고사는 자로서 진정 윤기도 없고 분별도 없는데 무릇 귀하의 먹고 사는 자로서 윤기도 없고, 분별도 없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함평 보조원과 나산 수비대는 함평, 성산 등지에 출몰하여 모두가 부녀자를 겁탈하므로 어린아이, 남녀들이 길을 잃고 길가에 방호아하여 그 원한이 하늘에 사무치는 현실이다.
천도(天道)는 지극히 공평하여 사(私)가 없는데 귀하만이 어찌 홀로 용서를 받을 수 있겠는가? 예전부터 전쟁을 난리라 칭하는데 이것을 우리 폭도들 때문이라 하고 보조병을 시켜 드나들며 구타하고 노략질하며 더구나 겁탈하고 살해까지 하게 하니, 만약 우리 성질이 본래 포학하다고 인정되면 인(仁)으로 제지하고 의(義)로써 본을 보인 뒤에야 혹시 포악을 버리고 덕으로 나아갈 이치이거늘, 도리어 악으로 훈련시키고 간음으로 날뛰니 어찌 바라는 바가 있겠는가.
귀국이 비록 우리 대한을 삼켰을지라도 귀하가 말하는 우리 폭도를 제거하지 못하면 마침내 반드시 토해내고 말 것이니, 원컨대 귀하는 공정한 마음으로써 의리로 저울질하여 우리나라를 안보하고 보조원을 잘 훈련시켜 그 보조병이 우리에게 돌아오게 해야 후환을 면할 것이며, 그래야만 명철한 보신지책이 될 것이다. 내 말을 심각하게 듣고 반드시 채택하라. 아! 슬프다. 오늘날 한, 일이 서로 10월로 싸우게 된 것은 하늘이 시킨 것인가, 사람이 한 일인가. 말을 다 하자면 한이 없다.
무신 10월
2.3. 최후
1909년 3월, 호남동의단은 일본의 남한 대토벌 작전에 직면해 크게 위축되었다. 특히 영광 오동과 덕흥 전투에서 일본 수비대와 헌병대에게 연패를 당하면서 수많은 사상자를 기록했고, 의병대의 사기는 급격하게 저하되어 전투능력을 거의 상실했다. 여기에 5월에 들어서자 농번기로 인해 농민들의 참여가 부진해져 의병 활동은 더이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전해산은 새로운 항전기지를 만주로 정하고 부하들에게 북상할 것을 권고했지만, 가족의 생계문제 등 많은 난관이 있어 동의하는 자가 없었다. 여기에 순종 황제가 의병을 해산하라는 칙령을 내리자, 의병대는 더이상 싸우지 않으려 했다. 결국 전해산은 의병을 해산하기로 결정하고 부대 지휘권을 호군장 박영근에게 넘겨주고 은거했다. 그러나 1909년 10월, 그는 남원 고래산에서 현상금을 탐낸 조두환의 밀고를 받은 일본군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는 일본군 헌병대 병사들에게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한 뒤 부모를 만나 작별 인사를 건네고 부인 김해 김씨에게 자신은 돌아오지 못하니 부모님을 잘 봉양하기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끌려갔다.
이후 전해산은 영산포 헌병 분견대에 구금되었다가 나주 경찰서, 나주 수비대로 옮겨지며 심한 매질을 당해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질 정도였지만 의기를 꺾지 않았다. 그는 광주 형무소에 수감되었고, 1910년 6월 3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뒤 대구 감옥소로 이감되었다. 그는 대구공소원과 고등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되었고, 1910년 음력 7월 18일 박영근, 심남일, 오성술, 강무경 등과 함께 교수형에 처해졌다. 향년 31세.
전해산의 유해는 4촌 형이 운구해와서 장례를 치렀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때 상여가 고택 앞으로 흐르는 시내를 건너자 그의 부인 김해 김씨는 집으로 들어와서 독약을 먹고 죽었다. 이에 상여가 다시 돌아와서 또다른 상여를 장만해 부부가 동반으로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자녀가 없어 그의 당질이 양자로 입적되어 가계를 이었다. 그의 유해는 장수군 번암면 앞산 기슭에 쌍분으로 매장되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62년 전해산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