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신화
구소련의 일부였던 조지아(그루지야) 공화국은 서기 4세기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여 지금도 동방 기독교(정교회) 국가로 남아있다. 그러나 기독교를 믿기 전, 조지아인들이 믿고 있었던 전통 신앙이 기독교로 개종을 했다고 한꺼번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조지아의 변방, 그러니까 캅카스 산맥의 깊은 골짜기 부근은 무려 20세기 초반까지 기독교를 거부하고 전통 신앙을 계속 간직하고 있었다.
조지아 신화의 우주 창조는 이렇게 시작된다. 태초에 세상에는 최고의 신이자 창조주인 모리지 그메트리(Morige Ghmerti)와 그의 누이만이 존재했다.
모리지는 스스로의 힘으로 우주를 만들었다. 우선 하늘인 제스크넬리(Zeskneli)를 만들었고, 그브티스 시빌니(Ghvtis Shvilni)라고 이름을 붙인 작은 신들을 만들어서 제스크넬리에 살게 한 다음, 모리지 자신은 가장 높은 9층 하늘의 황금 옥좌에서 살았다. 제스크넬리는 온통 하얀 색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그 다음은 땅(지구)이었는데, 모리지는 9개의 산과 바다를 만들어 땅을 감싸게 한 다음, 선한 종족인 인간 남자들을 만들어 땅 위에서 살게 하였다. 땅은 붉은 색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세 번째는 땅 밑의 세계인 크베스크넬리(Kveskneli)였는데, 온통 검은 색으로[1] 가득 찬 공간이었다.
이 3가지의 세계는 우주의 가장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거대한 세계 나무[2] (혹은 탑이나 사슬 또는 기둥)에 의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아울러 세계 나무가 지탱하는 우주 바깥에는 가레스크넬리(Gareskneli)라고 불리는 “망각의 세계”가 있는데, 이곳은 끝없는 어둠이 계속되는 공간이었다.[3]
그런데 문제는 모리지의 누이였다. 그녀는 오빠와 사이가 나빠 서로 싸웠고, 화가 난 모리지는 누이를 저주했다. 이에 누이는 모리지에게 복수심을 품었고, 오빠가 만든 세상을 망치기 위해서 사악한 종족인 데비(Devi 악마)와 그벨레샤피(Gveleshapi 뱀)와 카지(Kaji 사악한 대장장이 혹은 마법사)와 도빌니(Dobilni 전염병을 퍼뜨리는 정령)와 알리(Ali 숲과 동굴과 폐허의 정령)와 쿤디아니(Kudiani 마녀)와 마트실(Matsil 여행자를 괴롭히는 사악한 영혼) 및 인간 여자들을 만들었다.
이들이 땅 위에 가득 차자 세상은 온통 악한 일이 들끓었고, 그러자 모리지를 숭배하는 선한 세력과 모리지의 누이를 따르는 사악한 세력 간에 큰 전쟁이 벌어졌다. 이 싸움에서 모리지의 누이와 데비들은 어두운 지하 세계인 크베스크넬리로 쫓겨났다. 그러나 그브티스 시빌니들도 싸움에 지쳐서 땅을 버리고 제스크넬리로 도망쳤다.
다만 선한 종족인 인간 남자와 악한 종족인 인간 여자들은 모두 땅 위에 남았다. 그것은 선한 신과 악한 신 모두 인류를 완전히 지배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간 남자와 여자들은 서로 뒤섞여 지상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조지아의 이 창세 신화는 주변 지역의 신화와 많은 점에서 닮았다. 선한 신과 악한 신이 각각의 성격을 지닌 선한 창조물과 악한 창조물을 만든다는 내용은 이란의 조로아스터교 신화에서 선한 신인 아후라 마즈다와 악한 신인 아흐리만이 대립했던 내용이나 혹은 동유럽의 슬라브 신화에서 선한 신인 벨로보그와 악한 신인 체르니보그와의 대립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 조지아가 지리상 이란이나 동유럽과 가까웠기 때문에 다분히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인간 남자가 선한 종족이고 인간 여자가 악한 종족이라는 설정은 그리스 신화에서 원래 인간은 남자 밖에 없었는데, 제우스가 인간을 벌하기 위해 일부러 악한 성격을 가진 인간 여자인 판도라를 만들게 했다는 내용과 비슷하다. 훗날 이런 선악 이분법적인 인류관은 기독교 이단 종파인 보고밀파나 카타르파에 영향을 끼쳤다.
그루지야가 기독교를 받아들인 이후, 제스크넬리와 크베스크넬리는 각각 기독교의 천국과 지옥에 동일시되었다. 또한 최고신인 모리지는 기독교의 유일신과, 악한 신인 모리지의 누이는 기독교의 악마인 사탄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과정은 동유럽의 슬라브족들이 기독교로 개종을 하면서도 똑같이 벌어졌으니, 슬라브 신화에서 선한 창조신은 기독교의 유일신이 되었고, 악한 신은 기독교의 사탄이 되었던 것이다.
출처: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22~24쪽
조지아 신화의 우주 창조는 이렇게 시작된다. 태초에 세상에는 최고의 신이자 창조주인 모리지 그메트리(Morige Ghmerti)와 그의 누이만이 존재했다.
모리지는 스스로의 힘으로 우주를 만들었다. 우선 하늘인 제스크넬리(Zeskneli)를 만들었고, 그브티스 시빌니(Ghvtis Shvilni)라고 이름을 붙인 작은 신들을 만들어서 제스크넬리에 살게 한 다음, 모리지 자신은 가장 높은 9층 하늘의 황금 옥좌에서 살았다. 제스크넬리는 온통 하얀 색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그 다음은 땅(지구)이었는데, 모리지는 9개의 산과 바다를 만들어 땅을 감싸게 한 다음, 선한 종족인 인간 남자들을 만들어 땅 위에서 살게 하였다. 땅은 붉은 색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세 번째는 땅 밑의 세계인 크베스크넬리(Kveskneli)였는데, 온통 검은 색으로[1] 가득 찬 공간이었다.
이 3가지의 세계는 우주의 가장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거대한 세계 나무[2] (혹은 탑이나 사슬 또는 기둥)에 의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아울러 세계 나무가 지탱하는 우주 바깥에는 가레스크넬리(Gareskneli)라고 불리는 “망각의 세계”가 있는데, 이곳은 끝없는 어둠이 계속되는 공간이었다.[3]
그런데 문제는 모리지의 누이였다. 그녀는 오빠와 사이가 나빠 서로 싸웠고, 화가 난 모리지는 누이를 저주했다. 이에 누이는 모리지에게 복수심을 품었고, 오빠가 만든 세상을 망치기 위해서 사악한 종족인 데비(Devi 악마)와 그벨레샤피(Gveleshapi 뱀)와 카지(Kaji 사악한 대장장이 혹은 마법사)와 도빌니(Dobilni 전염병을 퍼뜨리는 정령)와 알리(Ali 숲과 동굴과 폐허의 정령)와 쿤디아니(Kudiani 마녀)와 마트실(Matsil 여행자를 괴롭히는 사악한 영혼) 및 인간 여자들을 만들었다.
이들이 땅 위에 가득 차자 세상은 온통 악한 일이 들끓었고, 그러자 모리지를 숭배하는 선한 세력과 모리지의 누이를 따르는 사악한 세력 간에 큰 전쟁이 벌어졌다. 이 싸움에서 모리지의 누이와 데비들은 어두운 지하 세계인 크베스크넬리로 쫓겨났다. 그러나 그브티스 시빌니들도 싸움에 지쳐서 땅을 버리고 제스크넬리로 도망쳤다.
다만 선한 종족인 인간 남자와 악한 종족인 인간 여자들은 모두 땅 위에 남았다. 그것은 선한 신과 악한 신 모두 인류를 완전히 지배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간 남자와 여자들은 서로 뒤섞여 지상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조지아의 이 창세 신화는 주변 지역의 신화와 많은 점에서 닮았다. 선한 신과 악한 신이 각각의 성격을 지닌 선한 창조물과 악한 창조물을 만든다는 내용은 이란의 조로아스터교 신화에서 선한 신인 아후라 마즈다와 악한 신인 아흐리만이 대립했던 내용이나 혹은 동유럽의 슬라브 신화에서 선한 신인 벨로보그와 악한 신인 체르니보그와의 대립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 조지아가 지리상 이란이나 동유럽과 가까웠기 때문에 다분히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인간 남자가 선한 종족이고 인간 여자가 악한 종족이라는 설정은 그리스 신화에서 원래 인간은 남자 밖에 없었는데, 제우스가 인간을 벌하기 위해 일부러 악한 성격을 가진 인간 여자인 판도라를 만들게 했다는 내용과 비슷하다. 훗날 이런 선악 이분법적인 인류관은 기독교 이단 종파인 보고밀파나 카타르파에 영향을 끼쳤다.
그루지야가 기독교를 받아들인 이후, 제스크넬리와 크베스크넬리는 각각 기독교의 천국과 지옥에 동일시되었다. 또한 최고신인 모리지는 기독교의 유일신과, 악한 신인 모리지의 누이는 기독교의 악마인 사탄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과정은 동유럽의 슬라브족들이 기독교로 개종을 하면서도 똑같이 벌어졌으니, 슬라브 신화에서 선한 창조신은 기독교의 유일신이 되었고, 악한 신은 기독교의 사탄이 되었던 것이다.
출처: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22~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