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

 

1. 신라의 불의 귀신
1.1. 개요
1.2. 관련 설화
1.3. 문화에서 등장하는 지귀의 모습


1. 신라의 불의 귀신



1.1. 개요


'삼국유사 제4권 의해'에 지귀에 대한 기록이 있다. 혜공이 영묘사의 몇몇 곳에 새끼줄을 둘러치고 3일 후에 풀라고 하였다. 과연 3일 만에 선덕여왕이 영묘사에 방문했을 때, 지귀가 탑을 불태웠으나 혜공이 새끼줄로 맨 곳은 타지 않았다. 삼국유사에서는 '지귀'라는 귀신과 영묘사 탑의 화재 사건만 살짝 언급할 뿐이다.
본래는 신이담(神異譚)의 일종으로, 《수이전(殊異傳)》에 실려 전하고 있었으나 이는 소실되었고 이후 권문해가 저술한 《대동운부군옥》 권20에 대강의 줄거리의 형태로 실렸으며 이외에도 이야기의 파편 정도가 삼국유사에 실려 지금까지 전한다고 한다. 한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심화요탑설화'로 표기하고 있으며 중국의 불교설화집에 실려있는 '술파가설화(術波伽說話)'와 기본 얼개가 유사함을 근거로 들어 종교적 계도 목적이 강한 불교 설화가 신라로 전래되면서 종교색은 다소 빠지고 신라 고유의 풍토에 맞는 이야기로 변했다고 보기도 한다.#
똑같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양지(良志)와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있다. 일단 이름인 志 성분을 포함해 음운적으로 유사한데다가 이 인물이 선덕여왕 시기 영묘사의 현판을 제작하고 그 절의 불상을 조각하였기 때문이다.

1.2. 관련 설화


지귀는 활리역(活里驛) 사람인데, 하루는 서라벌에 나왔다가 지나가는 선덕여왕을 보았다. 그런데 여왕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그는 단번에 여왕을 사모하게 되었고, 끝내 미쳐버렸다.[1]
어느 날 여왕이 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지귀가 자신을 사모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귀를 불렀다. 여왕이 절 안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동안 지귀는 바깥 탑 아래에서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었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여왕은 지귀의 잠자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금팔찌를 뽑아서 자고 있는 지귀의 가슴에 놓고 갔다.
잠에서 깬 지귀는 여왕의 금팔찌를 발견하고 너무 기쁘고 아쉬운 나머지 더욱 더 사모의 정이 불타올라 몸에도 불이 붙어 불귀신으로 변해버렸고,[2][3] 지귀가 불귀신이 되어 온 세상을 떠돌아 다니자 사람들은 두려워하게 되었다. 이에 선덕여왕이 백성들에게 주문을 지어 주어 대문에 붙이게 하니, 그 뒤 백성들은 화재를 당하지 않게 되었다. 이때 여왕이 지어준 주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志鬼心中火 - 지귀가 마음에 불이 나'''

'''燒身變火神 - 몸을 태워 화귀가 되었네.'''

'''流移滄海外 - 마땅히 창해 밖에 내쫓아'''

'''不見不相親 - 다시는 돌보지 않겠노라.'''

서두에도 언급되었듯 이것이 구전으로 내려오다가 문자로 정착된 설화이다 보니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이 지귀라는 인물의 행보와 결말이 다르게 나오는 이본(異本) 역시 몇몇 존재하는 모양. 일례로, 최래옥 교수가 수집하여 정리한 민담설화집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 열린다》의 4권 사랑 편에 실린 지귀 설화에서는 선덕여왕을 흠모한 끝에 화신(火神)이 되어 선덕여왕이 다스리는 신라에서 화재가 나지 않도록 공을 들였다고 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원통한 불귀신이 되어 신라에 화재를 일으키고 다녔다는 결말의 설화와 대비되는 또 다른 결말.[4]
한편, 그가 잠들었던 영묘사는 삼국사기 기준 문무왕 재위 초반부에 집중적으로 화재사고가 일어났던 곳인지라 그와 연관성이 주목된다.

1.3. 문화에서 등장하는 지귀의 모습


  • 삼국기에서 처음 다룬 것으로 아는 이도 있지만, 실제로는 8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전설의 고향이 먼저다. 이보다 먼저인 70년대에는 라디오로 한국의 전설을 이야기해주는 전설 따라 삼천리도 있었기에, 실제 지귀설화를 20세기에 처음 다룬 것이 어디인지는 명확한 자료가 필요하다.80년대의 전설의 고향에서는 지귀에 여러가지 설정을 더해 몽환적인 연애 이야기로 고쳐썼다. 지귀는 선덕여왕에 대한 애정이 깊어 밤마다 꿈 속에서 선덕여왕과 만났으며, 그 때마다 위기에 대한 예언과 해결책을 알려주었다. 선덕여왕은 이 꿈에서 만나는 지귀-아름다운 미남으로 변해 나타난 화랑의 조력 덕에 많은 위기를 이겨낸다. 그리고 선덕여왕 역시 이 꿈속의 남자를 그리워하게 되고, 그를 찾아 절로 가보지만, 그곳에서 본 것은 잠들어있는 거지뿐이었다. 당연히 그가 꿈속의 남자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안스런 마음에 팔찌를 주고 떠난다. 이후 깨어나 팔지를 발견한 지귀의 가슴에서 뜨거운 사랑이 불로 변하고, 비가 내리며 가뭄이 끝나고 지귀는 신라의 수호신이 된다라는 결말로 끝맺는다. 지귀 설화를 다룬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현재로서는 볼 방법이 없는 안타까운 작품이다.
  • KBS 사극 삼국기에서 이 지귀설화를 다뤘다[5]. 당시 거지였던 지귀가 여왕을 사모해서 여왕이 불공을 드리는 절에 몰래 숨어서 훔쳐보고 있었는데, 그만 불단 밑에서 잠이 들어버렸고, 여왕이 그에게 자신의 팔찌를 주고 떠난다. 이후 나라에 가뭄이 들어 선덕여왕이 비를 바라는 기도를 올릴 때, 소신공양을 하면 비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귀가 사모하는 여왕을 위해 장작더미 위에 앉아서 몸에 송진을 바르고 장작에 불을 질러 스스로의 몸을 소신공양했다. 이 때 선덕여왕은 부처가 불에 타는 환각을 보고 그 순간 비가 내리면서 내레이션으로 지귀 설화가 소개된다. 역사적 사실을 잘 믹스해서 소개한 것인데, 드라마 자체가 워낙 알려지지 않아서 이러한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 대원씨아이의 브랜드인 이슈노벨즈에서 발간된 라이트 노벨 월하의 동사무소에서 이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그냥 도 닦던 중이었으나 고아 출신이라 선덕여왕을 어머니처럼 생각하였으나, 다른 중들이 선덕여왕을 비난하는 것에 분노해 덤볐다 맞아죽어 그 원망이 화로 바뀌어 화재를 일으킨 것이며 주문도 선덕여왕이 아니라 다른 이가 선덕여왕을 사칭해 지었다는 것으로 바뀌어 있다.
  •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야 알 길이 없지만 현대에도 한민족의 정서와 전통 주술 문화가 잘 어우러져 있는 이야기로 꼽히고 있다.

[1] 또 다른 버젼으로는, 미쳐버린 지귀가 날마다 여왕을 부르며 사랑한다는 고백을 외쳐대니, 마을 사람들이 이를 듣고 미친 사람이 여왕의 이름을 욕되게 한다고 두려워해서 그가 말하지 못하도록 때렸다. 그래도 지귀는 여왕을 향한 사랑을 고백하고 외치며 돌아다녀서 그의 소문이 널리 퍼졌다.[2] 또는 자신이 깜박 잠이 들어 여왕을 만나지 못한 것을 안타깝고 원통하게 여겨 불귀신이 되었다고도 한다. [3] 불귀신으로 변해버린 지귀가 본격적으로 세상을 떠돌기 전에 이 절을 불살라버렸는데, 이 절은 영묘사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 역사 속에서도 화재 사건이 있었다고.[4] 출전 - 최래옥,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 열린다 4』, 「불타 버린 사랑」, 미투, 1993. 6, p. 165 ~ p. 170[5] 정통사극을 표방한 삼국기는 기록이 별로 남아있지 않은 삼국시대의 특징으로 인해 정사(삼국사기)와 야사(삼국유사와 기타 설화들)를 적절하게 믹스하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 그래서 지귀설화도 극중에 등장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