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사건
1. 개요
千里眼事件
메이지 시대 말기에 일어난 초능력[1] 관련 일련의 공개 실험과 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진위 논쟁.
2. 미후네 치즈코와 나가오 이쿠코
1909년 일본에서는 미후네 치즈코라는 구마모토 출신의 여성이 이른바 '천리안'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당시 23세였던 그녀는 형부[2]의 집에 얹혀 살면서 천리안 능력을 이용해 사람의 몸 속을 투시하면서 '치료'를 행하고 있었다. 1900년경의 일본에서는 최면술이 크게 유행했고, 치즈코같은 민간요법을 행하는 민간 의료인이 횡행하고 있었다. 치즈코의 투시 능력에 대한 소문은 이윽고 1909년 8월 14일자 도쿄 마이니치 신문 기사로 보도되기에 이르렀으며, 당시 기사에서는 치즈코가 전 교토제국대학 총장 키노시타 히로시를 치료했다고 보도했다.
1910년 2월 교토제국대학 의학부 교수 이마무라 신키치가 구마모토로 내려가 치즈코를 방문, 카드를 이용한 투시 능력 실험을 실시했고, 같은 해 4월에는 도쿄제국대학의 후쿠라이 토모키치와 함께 다시 치즈코를 찾아가 지난번과는 다른 방식으로 투시 능력 실험을 했으나 실패, 그 후 실험 방법을 바꾸자 적중했다. 이후 후쿠라이는 도쿄로 돌아가 실험 결과를 보고했고, 이 결과는 크게 각광을 받게 된다.
한편 비슷한 시기 카가와현 마루가메시에서는 당시 40세의 나가오 이쿠코라는 여성이 재해 등을 예언하여 적중했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게 되었고, 그러던 것이 치즈코에 관한 일련의 신문 보도 이후 이쿠코에게도 동일한 실험을 실시한 결과 그대로 적중했다. 이 실험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후쿠라이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으며, 1910년 11월 이마무라와 함께 이쿠코를 찾아가 처음으로 투시 능력 실험을 실시하였다.
3. 거듭되는 공개 실험과 끊이지 않는 의혹
치즈코와 이쿠코 모두 당대의 모든 과학자들과 기자들 앞에서 여러 차례 공개 실험을 가졌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초능력에 대해 의혹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치즈코의 경우 '천리안'을 이용한 투시 능력을 실험할 때 실험이 진행되는 방에 다른 사람이 동석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으며, 참관을 허가한 사람이라도 무조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옆방에서 참관해야 했던데다 그나마도 실험 내내 벽을 등진 자세로 임했다. 이렇다보니 치즈코의 손이 참관인에게는 보이지 않아서 치즈코 측이 속임수를 쓰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가 없어 의혹을 증폭시켰다.
- 치즈코의 투시 능력 실험 도중 실험 결과 바꿔치기 사건이 일어났다.
- 이쿠코의 경우는 치즈코와는 정 반대로 동석한 사람과 마주한 상태에서 투시를 행하여 적중시켰다. 또한 후쿠라이가 고안한 다른 실험 방식이 사용되었는데, 후쿠라이의 방식은 현상하지 않은 사진 건판을 사용하는 이른바 염사 실험이었다.[3] 그런데 이쿠코의 자택에서 실시된 염사 실험에서 조수로 참가한 도쿄제국대학 물리학 교실의 강사가 실수로 건판을 빠뜨리는 사건이 발생하는 한편, 당시 이쿠코 측이 투시할 글자를 써 넣을 장소로 특정한 방을 계속 요구한 점[4], 반드시 개봉해야만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투시용 봉투를 개봉한 흔적이 발견되는 등 의문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 게다가 다른 실험에서는 나가오 가에 머물면서 이쿠코와도 친분이 있던 최면술사가 실험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쿠코와 최면술사의 불륜설까지 나돌기에 이르렀다.[5]
4. 결과
결국 계속되는 의혹 제기와 사람들의 냉담한 반응 속에 치즈코는 1911년 1월 19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쿠코도 한 달 후인 2월 26일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일련의 초능력 실험은 모두 종결되었다. 또한 언론의 먹잇감이 된 관련 연구자들은 끝내 "천리안은 과학이 아니다(千里眼は科学に非ず)"라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일방적으로 초능력 연구를 종결지어 버렸고, '천리안'과 '염사'의 진위를 밝힐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치즈코 이후로 일본 각지에 출현했던 '천리안' 능력자들은 하나같이 사기꾼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 순식간에 비난을 받으며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었고, 치즈코와 이쿠코는 죽은 후에도 각자의 집안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결말을 맞고 말았다. 또한 일련의 실험을 주도한 핵심 인물인 후쿠라이도 '가짜 과학자', '사기꾼' 등 온갖 비난을 받다 결국 도쿄제국대학을 그만두게 되었다.
5. 기타
- 링 시리즈의 등장인물 야마무라 사다코의 어머니 야마무라 시즈코의 모델이 바로 미후네 치즈코이다.
- 망량의 상자 TVA 5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 미후네 치즈코와 나가오 이쿠코 외에 타카하시 사다코라는 이름의 여성도 이들과 같은 능력을 가졌다고 알려져 실험 대상이 되었으나, 타카하시의 경우 남아 있는 자료가 빈약하여 그 생애에 관해서는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다. 또한 타카하시는 링 시리즈의 야마무라 사다코의 모티브가 된 인물로 유력시되고 있다.
- 어마금에서 초능력자의 시조격 인물로 나온다. 첫 초능력자가 그녀를 바탕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이후 바이오해커SS에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