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쿠바 모자 살인사건
つくば母子殺人事件(つくばぼしさつじんじけん)
1. 개요
1994년, 일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2. 바다에서 발견된 시신들
1994년 11월 3일, 요코하마의 케이힌 운하에서 비닐봉투로 꽁꽁 싸여 돌까지 매달려 있던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어서 2살 이내로 추정된 아이 2명의 시신도 발견되었다.
경찰의 조사로, 시신의 신원은 이바라키현 츠쿠바시에 사는 31세의 여성과 2살의 딸, 1살의 아들로 드러났다. 이 3명은 종합병원의 의사인 29세의 남편에 의해서 실종신고가 되어있던 상황이었다.
처음 경찰은 남편을 실종 가족에 대한 참고인으로 조사했으나, 남편의 진술을 듣던 한 경찰관이 그의 손등에 작은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묻자 남편은 "기르던 개에게 물려서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상처로 인해서 남편에게 혐의를 두기 시작해, 남편과 죽은 아내, 아이들과의 사이를 캐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남편과 죽은 아내 사이에 갈등이 있었음을 밝혀냈고, 남편이 유력한 범인일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11월 25일, 남편은 살인과 시신유기로 체포되었다. 남편은 살해를 자백했다.
남편은 이바라키현의 농촌에서 태어나 학업성적이 뛰어났고 쓰쿠바대학 의학부에 진학하였고, 대학생 시절 죽은 아내를 만나 사귄 끝에 졸업 후 결혼했다. 당시 죽은 아내는 그와의 결혼이 2번째로, 이혼 경력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남편은 종합병원에 취업해 연봉이 천만엔[1] 이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남편은 빚에 쪼들렸고, 부인은 남편의 빚을 갚는 걸 도우려고 낮에는 연구소의 사무원으로 일했고, 밤에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이 천만엔이 넘는 연봉에도 빚을 지고 살게 된 이유가 실은 같은 병원에 근무하고 있던 간호사와의 불륜관계로, 이 간호사에게 비싼 아파트를 사준 탓이란 걸 알게 되면서 부부 간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남편의 자백에 의하면, 10월 29일 오전 5시, 남편의 외도 등의 문제로 부부싸움을 벌였는데, 부인이 부엌칼과 로프를 꺼내, "차라리 이걸로 날 죽여라"라고 외치고 자신의 목에 로프를 감아 쇼파에서 뛰어내리는가 하면, "당신이 일하는 종합병원의 병원장에게 가서 당신과 내연녀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등의 말을 해서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그대로 부인이 목에 감은 로프를 잡아당기고 손으로 입과 코를 틀어막아 살해했다고 한다. 이때가 오전 5시 30분경이었다고 한다. 이후 아이들을 보니, "아버지가 살인자가 되어서 감옥에 가게 되면 아이들의 일생도 불행할 것이니, 차라리 내 손으로 죽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아이들도 차례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남편은 시간이 늦어서 일단 시신을 집에 놔둔 채 문을 잠그고 병원에 출근했으며, 저녁에 다시 퇴근한 뒤에, 아내와 아이들의 시신을 차 트렁크에 싣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시신을 유기할 장소를 찾던 중간에 스트립 바와 소프란도[2] 에 들렀으며, 이후 오구로 부두에서 아내와 아이들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한다. 시신을 유기한 그 다음 날, 내연녀인 간호사와 홋카이도로 여행을 예약하기도 했다고 한다.
검사 측은 남편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요코하마 지방법원은 남편의 범행이 계획적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판사들이 이렇게 판단한 데에는 남편의 대학시절 친구와 병원의 상사, 동료 및 환자들이, 그가 평소 친절하고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증언한 것이 작용했다. 이후 검찰이 항소했으나, 무려 3천여 통에 달하는 감형 탄원서가 줄을 이었고, 1997년 1월 30일, 도쿄고등법원은 원심을 확정하고 항소를 기각했다. 남편은 항소를 준비했으나, 이내 철회해 결국 무기징역이 확정되었다.
2.1. 의혹
그러나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2가지의 중대한 의혹이 드러난다. 이 의혹들의 해명여하에 따라서는 사건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2.2. 첫 번째 의혹: 왜 아들(둘째)의 위속에서 초콜릿이 나왔나?
시신을 부검한 법의학자는, 죽은 이들 중에서 1살인 아들의 위장에 '''초콜릿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초콜릿은 고체형태의 물질이긴 하나 쉽게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장으로 들어가면 불과 1시간 정도 만에 소화되어 버린다고 한다. 따라서 아들의 위장에서 초콜릿이 나왔다면, 아들은 '''초콜릿을 먹은 후 1시간 이내에 살해되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아들이 언제 초콜릿을 먹었느냐는 점이다. 남편의 진술에 의하면, 아들을 살해한 시점은 부인을 죽인 후 10월 29일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이며, 침실에서 자고 있던 아들을 살해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진술대로라면 아들의 위장에서 나온 초콜릿을 '''해명할 수가 없다'''라는 게 문제다. 남편의 말대로라면, 아이가 죽기 1시간 이전에 초콜릿을 먹었다는 말이 되는데, 과연 '''자고 있던 아이가 언제 일어나서 초콜릿을 먹었을까?''' 라는 상식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당시는 아침 시간대로, "아침부터 어린 아이에게 초콜릿을 먹이는 부모가 과연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죽은 아내의 지인이 한 증언이 이 의혹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이 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지인은 남편이 아내를 죽였다고 말한 10월 29일의 전날인 10월 28일에 이 집을 방문했다고 한다. 한창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아들이 초콜릿을 먹는 것을 보았는데, 그게 오후 7시 30분쯤이었다고 한다. 이후 오후 8시 정도가 되어 집을 나서려는데, 마침 그 집에 돌아오는 남편을 보았다고 한다.
만약 이 지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아들이 죽은 시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즉 10월 28일 오후 7시 30분에서 8시 30분 사이가 아들의 살해시점이 된다. 게다가 이 지인은 오후 8시 정도에 그 집에서 나섰고, 남편이 들어오는 것을 목격했으니, 살해시점은 더 압축된다. 즉 '''오후 8시에서 8시 30분 이내'''가 될 수밖에 없다.
초콜릿의 문제는 남편의 진술에 대한 반증(反證), 즉 반대증거가 될 수도 있다. 남편의 진술대로, 다음날인 10월 29일 오전 5시 30분경에 부인을 살해하고, 6시부터 8시 사이에 딸과 아들을 살해했다는 그의 범행 시각이 뒤집어진다는 이야기다. 초콜릿만 놓고 본다면, 살해 시점은 '''10월 28일 오후 8시에서 8시 30분 이내'''의 짧은 시점이다. 그렇다면 우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했다는 그의 진술은 거짓이고, 애초에 남편은 집에 들어올 때부터 '''이미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할 계획을 가지고''' 들어왔을 개연성이 높아진다.
2.3. 2번째 의혹: 서로 다른 2개의 매듭, 그 정체는?
시신을 감싼 비닐봉지를 묶은 끈에서 3개의 매듭이 나왔는데, 2개의 매듭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흔히 묶는 방법으로 묶여진 매듭이었으나, 1개의 매듭은 '''매우 특이한 형태'''의 매듭이었다.
그 특이한 형태의 매듭은 일본어로 "타와라 무스비(俵結)"라고 하는 것으로,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쌀가마니(俵)를 묶는 매듭(結)이라는 의미다. 농촌에서 쓰이던 매듭의 형태이긴 했으나, 문제는 이 매듭이 '''오래전의 방식'''이라는 데에 있다.
즉, 오래전 일본의 농촌에서 쌀가마니를 묶을 때 타와라 무스비가 쓰였는데, 이런 오래된 매듭 묶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적어도 농촌에 살거나 농촌 출신의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 해당된다. 실제 위의 동영상에서도, 취재진이 남편의 고향인 이바라키현의 한 농촌에 찾아가서 젊은 농부에게 "타와라 무스비를 아느냐"고 묻자, 젊은 농부는 '''"아버지 나이 대에야 아는 방식이다"'''라고 말했고, 자신이 아는 방식으로 매듭을 묶으면서, "이것이 타와라 무스비가 아니냐"고 나이 든 사람에게 묻자, 나이 든 사람이 "틀렸다"면서 자신이 직접 타와라 무스비를 묶는 시범을 보이기까지 한다!
문제는 남편의 나이가 29세로 매우 젊었던 데다가, 의사를 목표로 공부하던 젊은 그가 이런 오래된 타와라 무스비를 알았을까, 라는 데에는 상당한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남편은 현장검증에서 시신을 비닐봉지에 싸서 묶는 것을 재현할 때도 '''타와라 무스비로 묶지 않고, 그냥 일반적인 매듭 방식으로 묶었다.''' 이런 걸로 본다면, 남편이 타와라 무스비를 몰랐을 개연성이 크다.
인간의 습성이나 심리적인 면으로 보더라도, 2개의 매듭 방식은 매우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람을 죽이고 그 시신을 유기하려고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때의 심리상태는 매우 초조하고 긴장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매우 빨리 처리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모든 매듭을 묶을 때도, '''자기가 가장 잘 아는 방식으로''' 묶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서로 다른 2가지 방식의 매듭으로 묶었다는 건, 초조함과 긴장과는 거리가 멀다. 되레 매우 여유 있는 심리상태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남편이 타와라 무스비를 몰랐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한 가지다. 즉, 시신을 유기할 때 '''남편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으며,''' 이 사람이 하나의 매듭을 묶을 때, 타와라 무스비로 묶었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즉 공범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며, 공범은 타와라 무스비를 아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일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3. 우발적 살인인가, 계획적 살인인가?
아들의 위장에서 나온 초콜릿과, 특이한 형태의 매듭인 타와라 무스비는, 남편의 진술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법정에서는 남편이 평소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친절한 사람이었다는, 친구와 동료 선후배, 환자들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가 아내를 살해한 것은 아내와의 말다툼 끝에 격분해서 순간적인 분노로 살해했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그 형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위의 의혹들을 반영한다면, 남편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한 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살인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범행 시각부터가 달라지며, 범행의 동기와 시신 유기 등의 전 과정이 남편의 진술과는 다른 양상이었을 개연성이 높아진다.
죽은 아내의 지인의 증언을 토대로 본다면, 살해시간은 매우 짧은 30분 이내다. 아무리 성인은 아내 1명이고 제압하기 매우 쉬운 어린아이 2명이 있다지만, 과연 30분 이내로 살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타와라 무스비의 존재로 미루어 본다면, 누군가 공범이 있어서 남편의 범행을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 30분 이내에 세 사람을 죽이고 시신을 유기해야 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남편의 행보도 대단히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그의 진술대로라면, 아침 일찍 우발적으로 아내를 살해한 뒤에 아이들까지 죽이고 나서 태연하게 출근을 하고, 저녁에 돌아와서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가 중간에 스트립 바와 소프란드까지 들렀다는 것인데, 이는 시신을 빨리 처리하는 게 우선일 살인자의 행보와는 너무 동떨어져있다. 게다가 시신을 유기한 그 다음날에 내연녀와 여행까지 계획했다면, 더욱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우발적이냐 계획적이냐에 따라서 사건의 양상은 매우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남편의 진술이 거짓이라면, 그가 거짓 진술을 한 것은 계획범죄를 숨기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상술(上述)한 추론대로, 30분 이내의 범행이라고 실토한다면 우발적 범죄라고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기에, 범행시간을 우발적 범죄라고 인정받을 만한 다음날 오전 5시부터 8시 사이로 옮겼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본다면, 과연 남편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는지는 의문스럽다.
남편에게 무기징역을 받게 하는 데 기여한 남편 지인들의 증언들도, 뒤집어 생각해보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상당한 수준의 교육과정을 무사히 통과했다거나, 지능적인 소시오패스들은 얼마든지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인척 '''연기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형과 무기징역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차이가 크다. 일본 사법체계에서는 사형선고를 받더라도 집행까지는 다시 오랜 유예기간이 있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점은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는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죽게 될 운명'''이라면, 무기징역을 받으면 수형생활의 여하에 따라서는 감형을 받아 풀려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연 남편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답게,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후 우발적 범행으로 위장해 목숨을 부지한 걸까? 물론 이 모든 것은 추측에 불과하며, 이를 뒷받침해줄 확실한 물적 증거는 부족하다. 이 정도만으로도 재심(再審)을 요청할 만한 합리적 의심을 갖기에는 차고도 넘친다는 의견도 있지만, 과연 재판부에서 이를 수용할지는, 남편의 증언에 대한 의문과 함께, 또 다른 의문으로 남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