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넷(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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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Cornet, 독일어: Kornett, 프랑스어: Cornet à pistons, 이탈리아어: Cornetta

▲ 영상은 필립 스파크(Philip Sparke)의 "플라워데일"(Flowerdale)이라는 곡. 코넷 관련 작품들 중에서는 굉장히 유명하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일품.
서양의 금관악기. 뿔(horn)이 어원이라 같은 어원의 호른족 악기로 여기는 경우도 많은데, 그냥 독자적인 케이스로 분류하거나 트럼펫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1]
시조격인 악기는 주로 우편배달부가 불던 호른 비스무리한 신호용 나팔인 포스트호른(Posthorn)으로 여겨지는데, 물론 당대의 많은 금관악기들과 마찬가지로 밸브 없는 내추럴 계열이었다. 1814년에 독일의 악기 제작자였던 하인리히 슈퇼첼이 피스톤 세 개를 달아 따로 관을 갈아끼울 필요 없이 조바꿈을 가능하게 하는 개량을 시도했다. 트럼펫보다 훨씬 빨랐던 셈인데, 이후 외관까지 트럼펫과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개량되면서 현재 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보급은 독일보다는 프랑스에서 더 활발했는데, 이 악기의 첫 기교파 연주자가 프랑스인이었고 교재까지 발간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했다.[2] 프랑스에서는 군악대 등의 취주악단 뿐 아니라, 관현악단에서도 트럼펫과 동등한 비율로 편성하거나 아예 트럼펫을 대체하기까지 했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를 비롯한 남부 지역에서도 그런 이유로 보급이 활발했는데, 초기 블루스재즈 연주에서 코네티스트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 버디 볼든이나 벙크 존슨, 조 '킹' 올리버 등이 초기 밴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루이 암스트롱마일스 데이비스도 초기에는 코넷을 연주했다. 지금도 뉴올리언스 재즈를 재현하는 딕시랜드 밴드에서 많이 채용하는 중.
여러 모로 트럼펫과 비교 혹은 대조되는 경우가 많은 악기인데, 가장 보편적인 Bb 코넷의 경우 같은 이조악기인 Bb 트럼펫과 음역도 거의 동일하다. 주법이나 밸브 악기 특유의 민첩성도 거의 동등한 수준. 다만 트럼펫보다는 관이 좀 더 짧은 편이고, 마우스피스도 트럼펫보다는 좀 더 큰 편이다. 코넷과 트럼펫의 결정적 구조 차이는, 코넷의 관은 말 그대로 뿔 형태로, 벨을 제외해도 시작부분보다 끝 부분의 지름이 더 크다. 트럼펫은 벨 부분을 제외하면 관의 지름이 동일하다. 이 차이로 인하여 코넷의 소리가 트럼펫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농후한 경향이 있는데, 과거 클래식계에서는 소리가 세속적이라고 하여 기피 대상이 되었다.
주로 군악대 등 관악기 위주의 취주악이나 뮤직홀/무도회장 등 극장/사교계 악단의 완편 악기로 쓰였던 탓인지, 종종 군대음악이나 대중음악 악기로 인식되기도 한다. 심지어 19세기 후반~20세기 초중반의 몇몇 이론가들과 학자들은 이 악기가 너무 그런 쪽에서 많이 사용되었다며 '값싸고 몰취미한 악기' 라고 폄하하기도 했을 정도.[3]
관현악 영역에서는 앞서 쓴 대로 프랑스 계열 작곡가들이 상당히 애지중지해서 19세기의 웬만한 프랑스 관현악 작품들에서는 거의 필수로 코넷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트럼펫 대신 코넷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코넷과 트럼펫을 두 대씩 같이 사용하는 것이 프랑스 계열 작곡가들의 암묵의 룰이다. 이외에 프랑스 음악의 영향을 얼마간 받아들인 표트르 차이콥스키도 상당수의 관현악 작품에서 코넷과 트럼펫을 두 대씩 사용했다. 그러나 독일 음악의 형식을 중요시했던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에서 만큼은 트럼펫 두대만을 사용했다.
하지만 클래식에서 프랑스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안습이기 때문에 코넷은 정규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제외된 악기로 취급된다. 프랑스를 제외하면 코넷이 들어간 작품도 Bb 트럼펫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그래도 정격성을 중시하는 풍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코넷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듯 하다. 로터리 트럼펫이 표준인 독일에서는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로터리 트럼펫이 오케스트라 표준이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지만) 코넷 파트는 로터리가 아닌 피스톤 트럼펫으로 연주해 주는 성의(?)를 보이는 오케스트라가 늘고 있다.(...)
밴드/취주악에서는 상황이 다른데 영국 취주악 편제에서는 코넷이 트럼펫을 발라버리는 경우가 많다. 영국식 콘서트 밴드에서는 코넷을 4~6대 쓰는 데 반해, 트럼펫은 아예 없거나 많아봤자 두세 대 정도밖에 편성되지 않을 정도. 그리고 관악기를 모두 금관악기로만 편성하는 브라스 밴드에서는 아예 트럼펫 자리를 코넷이 강탈했을(...) 정도다.
트럼펫과 비슷한 덕에 간혹 트럼페터들이 이 악기를 익혀 같이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 모던 재즈에서도 허비 행콕이나 오넷 콜먼이 각각 트럼페터들인 프레디 허바드와 돈 체리를 기용해 코넷을 연주하도록 한 사례를 좀 드물지만 볼 수 있다. 그리고 드물지만 Warren Vaché 처럼 아예 코넷을 주로 연주하고 트럼펫을 보조로 사용하는 연주자도 있다. Vaché가 코넷을 메인으로 하는 이유는 "코넷으로 트럼펫과 같이 맑고 경쾌한 소리를 내는 것은 수월하지만, 트럼펫으로 코넷같이 농후하고 부드러우면서 말랑말랑한 소리를 내는 것은 대단히 힘들기 때문" 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1] 게다가 진짜 뿔로 만든, 발음원리는 트럼펫이나 코넷과 같으면서 운지는 마치 목관악기와 흡사한 코르넷(Cornett)이라는 중세 악기까지 있어서 더 헷갈린다.[2] 트럼펫 연주자들의 대표적인 교본으로도 유명한 장바티스트 아르방.[3] 실제로 코넷은 소리가 트럼펫보다 부드럽다는 점 때문에, 감상적이고 달콤한 키치(kitsch) 계열 음악에서 지나칠 정도로 많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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