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온
'''Κρέων / Creon'''
1. 개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3부작에 등장한다. 테베의 왕 라이오스의 아내인 이오카스테의 오빠이다. 즉, 오이디푸스의 외삼촌인 동시에 처남이다.
2. 오이디푸스 신화
오이디푸스가 테베를 다스릴 때, 테베에 전염병이 돌고 그 원인이 선왕 라이오스의 살해범 때문이라는 신탁이 내려오자 오이디푸스에게 살해범을 찾기 위해 장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불러올 것을 권했다. 그러자 테이레시아스가 범인으로 오이디푸스를 지목하자, 오이디푸스는 크레온이 권력에 눈이 멀어 테이레시아스와 결탁한 것으로 의심했다.[1] 하지만 모든 진실이 밝혀지자 크레온은 섭정의 권한으로 오이디푸스에게 추방령을 내렸다.
후일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인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가 테베의 왕좌를 놓고 전쟁을 벌였는데, 이 전쟁 도중 크레온은 자신의 아들인 메노이케우스와 메가레우스를 잃었다. 그리고 둘이 모두 죽고 전쟁이 종결된 뒤 왕위에 오른[2]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러주고는 타국인 아르고스를 끌어들여 테베를 공격한 폴리네이케스를 반역자로 취급하여, 짐승들에게 뜯어먹히도록 길바닥에 버려진 그의 시체를 거두는 자에게도 사형을 내리겠다고 선포하였다.
그러나 폴리네이케스의 누이인 안티고네는 남매의 정을 저버리지 못하고 그의 시체를 거두어주었다. 이를 안 크레온은 분노하여 그녀를 굶어 죽도록 산 채로 무덤에 가두었다. 크레온의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약혼자였던 하이몬이 안티고네를 옹호하는 시민들의 반응을 들려주며 그녀를 풀어줄 것을 청원하였으나 무시하였고 이후 죽은 자를 매장하고 산 자는 햇빛 아래 있게 해야 한다는 테이레시아스 등의 충고를 듣고 비로소 마음을 돌려 안티고네를 풀어주기로 했으나 이미 안티고네는 자살한 뒤였고, 동생 이스메네 또한 언니의 죽음에 절망하여 자살한다.
이에 하이몬은 죽은 안티고네 곁에서 자살하고, 아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크레온의 아내 에우리디케도 남편을 저주하며 자살해버린다. 한 순간에 아들과 아내를 잃은 크레온은 그야말로 멘탈붕괴. 완전히 기력을 잃고 만다.
이쪽도 여러모로 안습한 인물인데, 매제 라이오스 때부터 시작된 콩가루 집안 기믹 때문에 망했다고도 볼 수 있는 인물이다. 라이오스 통치 기간 때는 오이디푸스의 실종과 헤라의 저주로 나타난 스핑크스에, 오이디푸스 통치 기간 때는 오이디푸스의 의심에 누명을 쓰는 등의 곤욕을 치르고,[3] 오이디푸스 사후엔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이 왕 자리 가지고 내전을 벌일 때 본인도 두 아들을 잃는 큰 피해를 봤으니 둘 다 미울법도 한데도, 타국의 군대를 끌어들인 위험한 짓을 저지른 폴리네이케스의 사후 취급만 박하게 처리한 걸 보면[4] 인성이 나쁘다 하기도 뭣하다.
다만 경직된 도덕성은 그의 미덕이자 결함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5] 장님이 된 오이디푸스를 두 딸과 억지로 떼어놓는 모습을 그의 몰락에 대한 전조로 해석하기도 한다.
3. 헤라클레스 신화
말년에 암피트뤼온의 망명을 받아서 그의 아들 최종병기 헤라클레스까지 휘하 무장에 들이는 로또 대박을 내긴 했는데 사위로 들인 헤라클레스의 광증 때문에 딸 메가라와 손자들을 또 잃는 불쌍한 사내이다. 물론 헤라클레스의 잘못이 아니다. 헤라클레스를 싫어한 헤라가 그를 미치게 만드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이다.
최후에는 아직 어린 에테오클레스의 아들 라오다마스의 섭정 통치를 하다가 과거에 랍다코스 왕과 라이오스 왕의 섭정이었던 리코스의 아들, 리코스 2세에게 살해당하고 왕위를 빼앗긴다. 다행히 사위인 헤라클레스가 테베로 돌아와서 리코스 2세를 죽이고 라오다마스가 예정대로 왕위에 오른다.
[1]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예전에 죽였던 남자가 평범한 행인이라고 믿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오이디푸스 문서 참조.[2] 사실 오이디푸스의 후계자가 될만한 왕족 중 살아있는 네임드는 크레온 정도밖에 없었으므로 왕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3]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에서도 오이디푸스 때문에 범인은 바로 너 취급을 받고 억울해서 항변하는 크레온이 나온다.[4] 타국의 군대를 끌어들이지 않은 에테오클레스의 경우 크게 책임물릴 게 없어서인지 장례를 후하게 치러줬다. 정작 형제가 공평하게 주기적으로 왕좌 교체를 하자는 약속을 먼저 거부해서 일을 키운건 에테오클레스였지만.[5] 오이디푸스의 미덕인 지혜가 그를 영웅으로 만든 동시에 파멸로 이끌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