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무라우시산 조난 사고

 


トムラウシ山遭難事故
1. 개요
2. 토무라우시 산
3. 사고 경위
4. 사고의 원인
5. 사고 이후
6. 기타


1. 개요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
2009년 7월 16일 홋카이도의 토무라우시 산에서 발생한 산악 조난 사고. 여름철에 발생한 산악 조난으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이다.

2. 토무라우시 산


토무라우시 산은 홋카이도 중앙부에 위치한 홋카이도 대설산 남부의 산으로, 토무라우시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옛날부터 '카무이민타라(カムイミンタラ)[1]'로 불리며 신앙의 대상이 되었으며 일본 100대 명산 중의 하나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3. 사고 경위


사고가 발생한 것은 한 여행사의 기획 상품으로, 등산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중장년층 대상의 4박 5일 상급자 코스였다고 한다. 당초 계획은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2박 3일의 일정으로 토무라우시 산과 아사히타케 등을 종주하는 산악 투어로, 참가자는 등산객 15명(남성 5명, 여성 10명)과 가이드 3명이었다. 가이드 중 2명은 초행길이기는 했으나 모두 프로들이었고, 참가자들 또한 등산 경험이 풍부한 50~60대의 중노년 등산객들이었다.[2] 또한 전원이 등산 장비를 철저히 갖추고 있었으며 첫날에는 날씨도 좋았고 일정대로 순조롭게 코스를 마쳤기 때문에, 이 때까지는 이후 조난을 당할 것이라고는 일행 중 누구 한 사람도 예상하지 못했다.
투어 이틀째인 7월 15일 오전 5시에 일행이 산장을 출발한 직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 점점 빗줄기가 거세졌다. 어찌어찌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산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다른 등산객 일행이 머물고 있던 관계로 공간이 협소했기에 젖은 옷과 장비를 제대로 말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7월 16일 새벽 3시, 오전부터 내리던 비는 한층 더 거세어져 급기야 폭풍우로 변했다. 빗물이 산장 벽과 지붕 틈새로 새어드는 바람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했고, 이 상황은 이후의 조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3]
16일 아침 가이드는 날씨가 좋아질 것이라 예상하고 원래 출발 시간보다 30분 늦게 산장을 출발, 원래 일정이었던 토무라우시 등산을 포기하고 우회 루트를 통해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등산 경험이 많다고는 해도 전문 산악인이 아니었던 참가자들로서는 가이드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폭풍우 속에서 걸어서 하산한다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이드의 예상과는 달리 예정대로 30분 늦게 출발하여 하산 코스를 가던 중, 능선을 빠져나오자마자 강풍을 동반한 비가 쏟아졌다. 게다가 하산 도중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구토, 판단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가이드 중 한 명도 구조요청을 위해 꺼낸 휴대전화의 버튼조차도 제대로 누르지 못하는 등의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 후 자력으로 하산한 참가자 2명이 경찰에 구조를 요청, 시간상 다음날인 7월 17일 아침부터 즉시 수색이 시작되었다. 구조 헬기는 물론 육상자위대에서도 30여명이 파견되어 대대적인 구조 작업을 진행, 산에 고립되어 있던 나머지 참가자들과 가이드를 구조했으나 이들 중 8명[4]은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4. 사고의 원인


한여름에, 그것도 8명이나 되는 인원이 동사했다는 것은 일본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이 사고를 대대적으로 다루었다. 사고 다음날인 7월 17일자 NHK 뉴스의 탑으로 뽑힌 타이틀이 'なぜ夏山で?(왜 여름 산에서?)'였을 정도.
사고 조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을 저체온증으로 꼽았다. 여름철 토무라우시 산의 기온은 평상시에는 10℃ 안팎으로 이 일대에서는 상정 가능한 온도였으며 참가자들도 방한용품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전날 내린 비에 젖은 장비와 의류를 충분히 건조시키지 못했다는 것. 이로 인해 미처 말리지 못한 채 그대로 입은 젖은 옷이 서서히 체온을 빼앗았고, 그 상태에서 강풍을 동반한 폭우까지 쏟아졌기 때문에 체온이 더욱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이것이 저체온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망자들은 방한용품을 갖추고는 있었으나 배낭 안에 그대로 넣어둔 채로 쓰러져 있었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저체온증으로 인해 사고력이 저하되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게다가 도중에 폭우로 인해 등산로가 물길로 변한 구간을 지나갈 때 주변에는 비바람을 막아주는 것이 전무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그대로 강풍과 폭우에 장시간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흔히 하기 쉬운 오해 중 하나가 저체온증은 섭씨 0도 이하의 온도와 같은 저온에서만 일어난다고 여기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 저체온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신체 내의 열이 빠르게 빠져나가서 정상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물과 강풍은 열을 빠르게 빼앗기 때문에, 온도가 높더라도 체온이 빨리 내려가서 저체온증으로 연결되기 쉽다.
한편 일본 산악가이드협회에서는 가이드의 판단 착오가 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악천후임에도 불구하고 출발을 강행했다는 점, 안전 문제를 등한시한 채 일정을 소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한 것. 애초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 시점에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하산했다면 이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산악가이드협회의 견해였다.[5] 게다가 당시에는 저체온증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전무했다는 것이 사고에 한 몫을 했다고 보는 해석도 많다.

5. 사고 이후


사고 발생 이후 여행사들의 산악 투어 상품이 줄줄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의 산악 투어를 주최했던 여행사는 이후에도 다른 여행 상품을 계속 판매했으나, 토무라우시 조난 사고로부터 약 3년 후인 2012년 4월 중국 만리장성 투어에서 3명이 사망하는 조난 사고를 일으킨 끝에 2012년 12월 여행업 등록이 취소되었다.

6. 기타


후지 테레비의 다큐멘터리 예능 '기적체험! 언빌리버블' 2016년 8월 11일 방영분[6]에서 이 사고를 다루었다. 해당 방영분에서는 참가자들의 생과 사를 가른 결정적인 요인을 방수 및 방한 대책 외에도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했는지의 여부와 칼로리 섭취량의 차이로 분석했다. 방송에 따르면 사망자들 중에는 사고 전 산장에서 숙박할 때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고[7], 등산 장비와 함께 초콜릿이나 사탕 등의 비상식량을 준비하고는 있었으나 이 역시 그대로 가방에 넣어둔 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듯 수면부족과 열량 섭취 부족이 곧 체온을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부족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저체온증을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었다.[8]
토무라우시 산에서는 이 사고가 일어나기 7년 전인 2002년 7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에서는 등산객 8명이 태풍으로 인해 산 속에서 조난당했다가 2일 후 구조되었으나, 이들 중 여성 2명이 뇌경색과 동사로 사망했으며, 일시적으로 비바람이 잦아든 것을 보고 안이하게 판단한 가이드가 출발을 감행했다는 점이 2009년의 조난 사고와 유사했다. 한편 이 사고에서 조난당한 등산객과 도중에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목격하고도 그대로 방치한 채 등산을 속행한 등산객이 적지 않게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지역 언론에서 이를 크게 비판했다.
그러나 사실 사망자가 나올만큼 악천후라면 남이 죽어 있든 죽어가고 있든,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그냥 지나치는 수밖에 없다. 시신이나 조난자를 다 구해주고 수습해줘야 한다면 에베레스트 등 고산지에서 조난당한 일행을 두고 살아온 사람, 남아 있는 수많은 시신들을 보고 지나치는 사람도 비난받아야 한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저체온증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저체온증으로 인한 산악 조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토무라우시산 조난 사고와 비슷한 사례 중 하나로 2012년 5월 황금연휴 기간에도 나가노현의 시로우마산에서 등산을 하던 의사 6명이 갑작스러운 악천후에 미처 대비하지 못해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사고가 있다.

[1] 아이누어로 '신들이 노니는 뜰'이라는 뜻.[2] 가장 적은 사람도 등산 경력이 6년이었다고 한다.[3] 후술되겠지만 이 시점에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내려갔다면 조난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4] 등산객 7명, 가이드 1명[5] 또한 사고 이후 출판된 관련 서적의 저자는 한 방송 프로의 인터뷰에서 당시 가이드가 투어 일정 변경으로 인한 여러 가지 손실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견해를 내놓았다.[6] 2016년부터 새로 지정된 '산의 날' 특집으로 진행되었다.[7] 서로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밤을 새는 사람도 있었는가 하면 위에 언급된 것처럼 비가 새는 바람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수면부족을 겪은 사람도 있었다.[8] 당시 생존자 중 한 명인 60대 여성도 도중에 저체온증으로 한 차례 가벼운 정신착란 상태가 되었으나, 등산복 주머니에 초콜릿과 사탕 등을 넣어두고 이동 중 틈틈이 꺼내 먹으면서 열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증세가 심하지 않고 빨리 회복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