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리크 쇼팽/소나타

 

1. 개요
1.1. 고전주의 소나타와의 차별성
2. 작품 목록
2.1. 피아노 소나타
2.1.1. 피아노 소나타 제1번 다단조 - Op.4
2.1.2. 피아노 소나타 제2번 내림나단조 - Op.35
2.1.2.1. 1악장. Grave - doppio movimento - B-flat minor (아주 느리게 - 두 배의 빠르기로)
2.1.2.2. 2악장. Scherzo - E-flat minor (스케르초)
2.1.2.3. 3악장. Marche funèbre : Lento - B-flat minor (장송 행진곡 : 매우 느리게)
2.1.2.4. 4악장. Finale : Presto - B-flat minor (피날레 : 매우 빠르게)
2.1.3. 피아노 소나타 제3번 나단조 - Op.58
2.1.3.1. 1악장. Allegro Maestoso - B minor (빠르고 장엄하게)
2.1.3.2. 2악장. Scherzo: Molto Vivace - E-flat Major (스케르초: 매우 더 빠르고 생동감 있게)
2.1.3.3. 3악장. Largo - B Major (아주 느리게)
2.1.3.4. 4악장. Finale : Presto ma non tanto - B minor => B Major (피날레: 지나치지 않게, 매우 빠르게)
2.1.4. 첼로 소나타 사단조 - Op.65
2.1.4.1. 1악장. Allegro moderato - g minor (빠르게, 너무 지나치치 않도록)


1. 개요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 3악장의 "장송 행진곡"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 특히나 4악장이 가장 유명하며, 쇼팽 곡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고 박력감 넘치는 악장이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에 대해 설명하는 문서이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는 소나타 내외, 음악사적으로도 매우 특별한데, 이는 낭만적인 기법과 아이디어를 기존의 고전 형태인 소나타에 불어넣음으로서, 다시금 소나타 형식이 유행하고, 낭만주의 소나타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계기가 되는 곡들이기 때문이다.

1.1. 고전주의 소나타와의 차별성


쇼팽은 바로크, 고전주의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실제로 그의 초기작을 보면 푸가, 론도, 변주곡 등, 다양한 고전주의 작품들을 시도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완벽하게 그의 선배 음악가들을 답습하지는 않았는데, 그 대표적인 예시가 24개의 전주곡이다. 그는 24개 조성의 전주곡을 바흐평균율 클라비어 곡집과 같이 푸가의 전주 형태가 아닌 개별의 악곡으로 재창조하였는데, 이러한 고전 형식의 재창조는 그의 소나타에서도 매우 잘 드러난다.
고전주의 소나타에 익숙한 사람들은 쇼팽의 소나타를 들으면, "이게 소나타라고?" 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주제의 전체적 유기성, 그리고 통상적 구조에서 벗어나거나, 론도임에도 소나타 형식을 차용하고, 매우 다채롭고 비대한 전개부 등, 일반적인 소나타 형식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적 자유로움은 오히려 그의 소나타가 큰 인기를 끄는 이유가 되었고, 후에 리스트 소나타,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프로코피에프의 소나타 등, 낭만~현대 소나타에 지대한 공헌을 한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특히 이러한 낭만성과 서정성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엔 충분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연주되는, 명곡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2. 작품 목록



2.1. 피아노 소나타



2.1.1. 피아노 소나타 제1번 다단조 - Op.4



특이하게도, 그의 첫 번째 소나타는 그가 죽고 나서 출판되었는데, 작곡 연도와 작곡 순서가 2번과 3번보다 훨씬 앞에 있기로 유명하다. 그는 이 곡을 끝까지 출판하는 것을 거부했고[1] 결국 2, 3번보다 인지도가 매우 부족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로 인해 뒤의 두 소나타에 비해 작품의 중요성과 연주 빈도면에서도 크게 떨어진다.
작곡 구성은 그의 극초기작인 만큼, 그 완성도가 나머지 2개보다 현저히 부족한 편이기는 하나, 여기서도 그의 작곡 성향이나 면모를 미리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2.1.2. 피아노 소나타 제2번 내림나단조 - Op.35



쇼팽의 두 번째 피아노 소나타. 먼저 만들어진 장송 행진곡, 즉 3악장을 위주로 만든 소나타이다. 나머지 악장에 비해 3악장이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나머지 악장도 3악장만큼이나 수준급의 음악성을 지니고 있다.
당대에는 많은 논란의 기로에 서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슈만은 이 곡은 곡 내의 멜로디의 유기적인 연결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하는 등, 상당히 평가가 엇갈렸다고.
작품 내외적으로 죽음이라는 주제가 관통하고 있으며, 3번과는 대조적으로 작품의 성향이 매우 어둡다. 마치 작곡 당시 쇼팽의 실의를 투영하는 듯한 이 어두운 소나타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면모를 지니고 있는 몇 안되는 곡일 것이다.

2.1.2.1. 1악장. Grave - doppio movimento - B-flat minor (아주 느리게 - 두 배의 빠르기로)

느린, 그리고 짧지만 묵직한 서주[2]를 시작으로, 급격하게 시작하는 소나타 악장.
리듬감 있는 1주제는 마치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한 인간의 가볍지만 어딘가 몹시 처절한 몸부림을 표현하며, 그와 대비되는 2주제는 부드러운 한 줄기의 희망을 표현하듯 한다.
과감한 전조, 그리고 빠른 도약은 이 곡을 굉장히 세련되게 만들어 준다. 전개부는 매우 과감하게도, 2주제의 인버젼을 이용해 시작하는데, 낭만주의에 들어가며 소나타 형식이 나름 자유로워지긴 했다지만, 이는 기존의 전개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형식이다. 클라이막스에서는 기존의 3개의 주제 (B♭단조, 서주, 그리고 D♭장조)를 한데 엮어 매우 강렬한 모습을 보여 준다.
재현부에서는 놀랍게도 1주제 대신 2주제를 사용해 B♭장조로 전조하며, 13마디의 코다 끝에 매우 강렬하게 끝을 낸다.
여담으로, 이 소나타 악장의 제시부를 "다시 연주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희대의 토론거리 중 하나였다. 만약 첫 제시부의 도돌이표를 지키면, 서주를 한번 더 연주해야 하는 희대의 병크가 오기 때문. 게다가 도돌이표가 제시된 부분과 서주가 딱 떨어지는 부분도 아니라서,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은 이 도돌이표만큼은 건너뛰고 연주한다. 다만 몇몇은 1840년의 그 버전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 주장하며 이 제시부를 다시 연주하기도 한다. 해석은 자유.

2.1.2.2. 2악장. Scherzo - E-flat minor (스케르초)

1악장의 비극을 이어가기라도 하듯, 천둥과도 같은 프레이즈와 그에 대비되는 B파트의 스케르초 악장이다.
구성 자체는 A-B-A의 흔하디 흔한 스케르초-트리오 형태이다. 그러나, 고전적인 스케르초 악장이 미뉴엣의 간결화, 내지 바리에이션과 같은 형태라면, 쇼팽은 이를 깨부수고 더 리듬감 있고 강렬한 악장을 내세웠다. 덕분에 자칫하면 너무 가벼워질 수도 있는 스케르초 악장에 무게감을 더하고, 쉴새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1악장이 한 사람의 죽음에서의 도피, 그리고 3악장이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노래한다면, 이 악장이야말로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격렬함을 표현하는 악장일 것이다.
1주제는 매우 강렬하고, 천천히 쌓아올려지는 스케르초 파트로서, 강렬한 동음연타 주제와 그에 맞게 매우 높은 도약, 그리고 왼손의 몰아치는 옥타브 반음계까지, 쉴틈없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다 급격한 마무리를 짓는다.
2주제, 즉 piu lento의 G♭장조 파트는 앞선 부분과는 다르게 매우 아름다운, 노래와도 같은, 그리고 지극히 쇼팽스러운 트리오를 선보인다.
다시 이 트리오가 끝나면, 스케르초 파트가 돌아오고, 나란한조인 G♭ 장조의 코다를 보여주며 끝나게 된다.
여담으로, 이 악장에는 템포 지시가 없다. 그렇기에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알아서 적정한 속도로 연주해야 하는데, 대체로는 상당히 빠르게 연주하는 편.

2.1.2.3. 3악장. Marche funèbre : Lento - B-flat minor (장송 행진곡 : 매우 느리게)

죽은 자, 그리고 죽음에 대한 비애를 연주하는 장송 행진곡 악장.
천천히, 그리고 낮게 깔리는 화음 위의 주제로 장송 행진곡은 시작된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 선율은 매우 음울하고, 슬픔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종소리와도 같은 이 선율 이후에는, 나란한조인 D♭장조의 강렬하지만, 처절한 주제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 이후 낮게 깔리는 트릴, 그리고 밝아질 듯 하다가도 금세 다시 음울해지고 처음의 종소리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장례 미사와도 같은 이 악장은 출판 당시에도 매우 큰 인기를 끌었고, 현재까지도 매우 많이 연주되는 선율이다.
그렇게 장송 행진곡 사이에는, 나란한조의 트리오가 들어가게 된다. D♭장조의, 아르페지오 위의 간결한 선율은 오히려 지금까지의 악장에서 주어진 주제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선율이나, 페달 속 울려퍼지는 멜로디의 공허함은 오히려 더욱 슬픈 느낌마저 들게 한다.
다시 한 번,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장송 행진곡이 이어져나간다. 완벽한 A-B-A 형태를 띄고 있기에, 아까와 같은 프레이즈이지만, 트리오 이후의 대조로 인하 더욱 슬프고, 더욱 처절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게 이 장송 행진곡은 말러의 것처럼 부활이나 어떠한 초월적인 묘사는 배제하고, 한 인간의 죽음,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어둠과 슬픔만을 담으며 조용하게, B♭단조의 종소리로 끝난다.

2.1.2.4. 4악장. Finale : Presto - B-flat minor (피날레 : 매우 빠르게)

셋잇단음표의 무궁동, 그리고 왼손과 오른손이 유니즌으로 움직이는 조용한 피날레.
피날레라는 분위기와는 걸맞지 않게, 조용하게 시작하는 악장. 그 어떠한 화음이나 정형적 구성 없이 유니즌으로만 연주한다. 그러나 유니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3-4성만큼의 화성의 깊이와 다채로움을 더블링된 단 하나의 성부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op.28의 14번과도 유사성을 띄고 있다.
특이하게도 마지막까지 단 하나의 다이나믹 표기나 그 어떤 템포 변화도 없이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B♭단조의 코드가 포르티시모로 연주된다.
음악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시하고 또 수많은 가설이 존재하는 악장인데, 과연 이 악장이 소나타에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기 때문. 어떤 이는 "쇼팽의 곡 전체를 아우러서 가장 의문스럽고 수수께끼인 악장" 이라고 하며, 유명한 피아니스트 안톤 루빈시테인은 "무덤가에 깔린, 울부짖는 바람" 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였다.

2.1.3. 피아노 소나타 제3번 나단조 - Op.58



조성진의 연주.
쇼팽의 소나타 중에서도 가장 기술적이나 음악적으로 어려운 곡으로 뽑히는 소나타이다.
2번 소나타와는 구조적으로는 비슷하지만 그 배경이나 실제 작품 성향은 전작보다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 쇼팽은 바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만큼 그는 이 곡에서 바흐의 음악과 같이 상당히 많은 대위법적인 요소와 깊은 음색을 추구하였고, 그만큼 견고하고 완성적인 소나타를 창조해냈다.
물론 시간이 지난 만큼, 쇼팽의 소나타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발전한 편이라, 음악적 완성도는 이미 2번을 훨씬 뛰어넘은 모습이 보인다. 주제적 유기성, 그리고 구조적 안정성은 전작에서 발전한 편이고, 비교적 3악장에 비중이 쏠려 있던 것이 균등하게 주어졌다는 것 또한 특징. 그러나 역시 2주제가 끝을 맺거나, 전개부에서 첫 번째로 제시된 주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등, 여전히 고전 소나타와는 차별성이 보여진다. 오히려 고전주의에 완전히 충실하기보다는, 그의 낭만주의적 아이디어를 더욱 가미한 형태의, 그만의 소나타를 정립시키고 완성시킨 것이다.
특히 4악장이 유명한데, 서주의 힘있는 시작부터, 쇼팽의 곡 치고는 상당히 박력 넘치는 선율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연주 효과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라 콩쿠르에서도 자주 연주되는 소나타이기도 하다. -

2.1.3.1. 1악장. Allegro Maestoso - B minor (빠르고 장엄하게)

서주 없이, 초반의 하강화음에서 시작하는 상당히 강력한 1주제. 박력 넘치는 이 주제는 전조하여 단2도 아래인 Bb장조로 전조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반음계적 동기 다음 주어지는 상대적으로 빠른 느낌의 4번째 동기가 모두 합하여 하나의 주제를 이룬다. 이 주제 하나만으로도 이 악장의 분위기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치밀하게 이루어져 있으며, 각 동기들은 어수선함 없이 유기적으로 하나의 선율을 짜낸다.
종지적 느낌이 강한 4번째 동기가 끝나면, 서정적인 2주제가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3] 1주제와 완전히 상반되는 2주제는, 나란한조인 D장조에서 시작하는데, 넓은 음역의 무너진 아르페지오 음형 위의 아름다운 선율은 지극히 쇼팽스러운 멜로디라고 볼 수 있다.
고전주의 소나타, 특히 모차르트~베토벤 사이의 소나타들의 2주제가 발전부를 위한 가교 내지 뼈대 역할이었고, 멀리 갈 것 없이, 그의 두 번째 소나타 또한 이러한 구조를 띄고 있었다. 그러나 쇼팽은 이 곳에서 기종의 대위법적, 즉 고전주의적 발상인 "지나치게 많은 감정을 이입하면 작곡가의 의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라는 관념을 깨부수고, 그의 낭만적 감정을 충분히 넣은 것.
이 2주제 또한 4개의 동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1주제 3동기를 차용한 1번째 동기, 그리고 상대적으로 더 밝은 2번째 동기, 유기적 연결을 도와주는 3번째 동기, 그리고 상승 아르페지오로 이루어진 4번째 동기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4번째 동기까지 오면 아까와 같은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대조되는 분위기를 보여주며, 엄격한 1주제와는 다른, 상당히 애상적인 주제이다. 여기서도 1주제의 일부가 들어가 있으며, 전개부로 넘어갈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제시부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전개부로 들어가는데, 4동기의 마지막 저음부와 1주제의 첫 하강화음이 합쳐져 대위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어디서 바흐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며, 그 다음에는 1주제의 변형된 모습이 선보여지고, 바로 곧이어 Db-Eb장조로 이어지는 2주제 2동기를 만난다. 이 주제는 늘어지고 또 다시 대위법적으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다시 1주제로 넘어가긴 하는데, 여기서 재현부에 '''2주제'''를 보이기 위해 첫 주제의 마지막 동기를 전조하여 보여준다.
재현부에서는 놀랍게도 B장조로 다시 전조한 2주제를 차용한다. 이는 상당히 대범한 부분인데, 이미 전개부에서 충분히 변형된 1주제를 완전히 버리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는 재현부에서 아직 완전히 발전하지 못한 2주제를 들고 와, 리듬이나 하모닉을 일부 변형시켜 더욱 견고하게 완성시켜 나간다.
2주제를 끝으로, 그는 짤막한 코데타를 통해 이 곡을 B장조로 마무리시킨다. 열 마디가 채 되지도 않는 이 코데타는 하강 아르페지오 음형 (1주제의 그것)을 다시 차용해 이 소나타의 끝을 낸다.

2.1.3.2. 2악장. Scherzo: Molto Vivace - E-flat Major (스케르초: 매우 더 빠르고 생동감 있게)

전형적인 스케르초 악장으로서, 앞서 완전히 변형되고 개조당한 1악장과는 다르게, 이 악장은 오히려 매우 엄격한 A-B-A 구성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고전주의 소나타의 스케르초마냥 정말로 짧다. 길어야 채 3분도 되지 않는 악장.
조금은 동떨어진 Eb장조의 이 스케르초는, 2번 소나타의 것보다는 훨씬 더 유연하며 흐르듯 하는 주제를 지니고 있다. 왼손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나 기묘한 박자로 구성되어 있고, 상당히 급격하게 왼손과 오른손이 유니즌으로 스케르초를 끝낸다. 이 스케르초 다음으로, 조금은 심심할 수 있는 B장조의 트리오가 등장한다. 트리오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스케르초는 일말의 주제 변화 없이 그대로 끝낸다.
상대적으로 나머지 악장에 비하면 극심히 심심한 악장. 그러나 쇼팽의 스케르초의 느낌을 일부 지니는 등, 그래도 완성도는 높은 악장이다.

2.1.3.3. 3악장. Largo - B Major (아주 느리게)

전형적인 느린 악장. 그러나 2번의 장송 행진곡과는 다른, 자유로우 녹턴풍의 곡이다.
우레와도 같은 서주 다음에 등장하는 C장조의 대비되는 조용함, 그리고 그 다음 등장하는 노래와도 같은 B장조의 선율. 이렇다 할 부분은 없지만, 쇼팽의 야상곡 특유의 심금을 울리는 사랑스럽고 애상적인 선율이다. 느리고, 살짝 어그러진 듯한 춤곡과도 같은 이 파트는 짤막한 전환부를 거쳐 B파트에 돌입하게 된다.
E장조의, Sostenuto가 기입된 이 파트는 녹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즉흥곡에 가까운 음형을 보여주며, 쇼팽의 선율을 짜내는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금세 밝다가도, 다시 단조로 바뀌는, 이리저리 파도와도 같은 음형 속 내성으로 감정선을 보여주는 이 파트야말로 쇼팽만의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아까와 동일한, 그러나 전조된 전개부가 지나면 다시 녹턴풍의 파트로 돌아와, 조금의 데코레이션과 같이 연주한다. 아까의 주제와는 또 다른, 조금 더 밀도 있는 면모도 조금은 보인다. 다시 전환부를 거쳐, B파트의 음형과 A파트의 선율이 섞인 코다가 연주되고, 곡은 조용히 끝을 낸다.
지속된 음형 속 참신한 전조와, 지금까지의 그의 모든 선율을 통틀어도 가장 아름다운 선율에 꼽히는 이 조예깊은 악장은, 소나타 중에서도 가장 명상적인 악장에 해당될 것이다.

2.1.3.4. 4악장. Finale : Presto ma non tanto - B minor => B Major (피날레: 지나치지 않게, 매우 빠르게)

'''론도 소나타''' 형식의 피날레 악장. 덕분에 기존 론도에서 소나타와 복합적으로 합성된 구성을 이루고 있다.
짤막한, 그러나 남성적이고 박력넘치는 서주는, F# 옥타브에서 시작하여, 매우 강렬하게 빌드업을 쌓으며, 도미넌트 세븐스 코드를 통해 텐션을 매우 고조시킨다.
Agitato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피날레. 쇼팽이 그 어떠한 곡보다도 자신감 넘치는 이 주제는 셋잇단음표의 음형에서 천천히 빌드업된다. 옥타브 속 셋잇단 음형으로 갑자기 난이도가 끌어올려지는 이 A파트는 더욱 텐션이 빌드업되어 B파트로 어떠한 전환 없이 바로 넘어간다.
강렬하고 낮은 코드 다음 날렵한 스케일 위주의 구성으로 되어있는 이 파트는 leggiro에서는 아예 날아다니는 듯한 스케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저음부에서부터 첫 주제의 파편이 위로 끌어올려지고, 점점 느려지며, 다시 A파트로 돌아오게 된다.
앞선 부분보다 조금 더 묵직한 이 파트는 이번에는 3:4 폴리리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별다른 특징은 없이 다시 B파트로 넘겨주게 된다.
여기서의 B파트는 조금 다른데, 2악장의 화성 구성인 Eb-B 구성 레퍼런스와, 앞서의 것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큰 아르페지오의 연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B단조로 전조시키는, 모종의 가교이자, 소나타로서는 재현부에 해당될 A파트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아까보다도 훨씬 더 무거운 저음부의 16분음표 아르페지오 위의 한층 더 직설적인 주제가 다시 재현되고 나면, B파트의 일부에서 시작하는 코다가 등장한다.
이 코다 또한 이 곡에서 상당히 어려운 부분으로 뽑히는데, 처음부터 매우 넓은 범위의 아르페지오부터, 아까보다 더 복잡하고 더 빠른 음형,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Op.25 no.11과 비슷한 음형까지, 상당히 난이도적으로도 까다로운 파트이다.
이 코다는 점점 끝으로 갈수록 더 강렬해지며, 마지막에는 승리에 도취된, 강렬한 B Major 코드로 마무리를 짓는다.

2.1.4. 첼로 소나타 사단조 - Op.65


쇼팽의 생전 최후의 작품이자 마지막 소나타이다.
그의 친구이자 첼리스트인, 오귀스트 프랑숌에게 헌정된 곡이며, 사실상 4번째 소나타로 분류되는 곡이다.
우울한 정서의 선율이 일품. 그의 마지막 작품답게 극에 다하는 선율의 아름다움과 그의 말년 작품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비애와 슬픔이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모든 악장이 하나의 단락에서 그 아이디어를 확장시키며 전개되며, 몇몇 구절은 이전 악장과의 연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대중적으로는 비교적 유명하다 할 수 없으나,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급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야상곡, 간주곡과 같은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과 피아노 반주가 어우러지는 3악장이 인지도가 꽤 있다.

2.1.4.1. 1악장. Allegro moderato - g minor (빠르게, 너무 지나치치 않도록)

음울한 피아노의 프레이징 이후로, 첼로의 선율이 이어진다. 응축된 소재들이 15분의 대장정을 펼치며, 상당수의 많은 동기와 소재들이 반복된다.

[1] 쇼팽이 18세 무렵에 완성하고 나서 출판을 위해 빈의 출판사 하슬링거로 보냈으나, 출판사 측에서 이를 거절하는 바람에 그 기회를 얻지 못하고 수년 뒤 하슬링거 측에서 출판을 위해 쇼팽에게 교정을 의뢰했는데 이번에는 쇼팽이 거절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결국 생전에 출판되지 못했던 것으로 여겨진다.[2] 서주를 처음 들으면 이 곡이 C♯단조인 줄 착각할 수도 있다.[3] 이미 1악장 3동기 (반음계적 동기) 에서 주어진 주제이다! 쇼팽이 얼마나 유기적인 연결에 신경썼는지가 보이는 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