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호일
1. 기본 정보
영국의 천문학자, 이론물리학자다. 정상우주론을 주장하며 빅뱅 우주론과 진화론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과학자였지만 역설적이게도 빅뱅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인물이기도 하다. 대표작인 《10월 1일은 너무 늦다》를 포함, 20편에 가까운 하드 SF 소설을 쓴 과학자 출신의 SF 작가로도 유명하다.
2. 상세 정보
헬륨보다 무거운 금속 원소들이 항성 내부와 초신성에서의 핵융합으로 생겨났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천문학자다. 사실 이 발견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 업적이라[2] 노벨상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동 연구자였던 윌리엄 파울러만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유명한 물리학자들이 죄다 그렇듯 이 인간도 괴상한 인성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악명이 높고 숙적들이 많아서 그랬다는 설이 있다. 아래 빅뱅 이야기도 그 성격이 반영된 것이다.
그 당시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천문학자인 호일은 빅뱅 이론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이었는데, 이에 대한 반동으로 우주의 상태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정상우주론을 제창하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사실 '빅뱅'이란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이 바로 호일이다. 저 용어를 만든 이유도 본래는 "그럼 우주가 '빵!(bang!)'하고 나타났단 뜻이네?"하며 팽창우주론(빅뱅 이론의 다른 이름)을 비꼬기 위한 것이다. 그것도 방송에서.
이후 연구가 거듭되면서 정상우주론보다는 빅뱅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가 많아졌지만 호일은 죽을 때까지도 정상우주론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론을 관측 결과에 맞게 개량하여 준정상우주론(Quasi-steady state cosmology)를 주장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고 현재는 비주류 학설로 남은 상태이다. 사실 위의 항성 핵합성에 의한 우주 구성원소 생성 이론도 정상우주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밀었던 것이라[3] 가장 큰 업적도 사실 이 정상우주론에 대한 집착 때문에 딸려온 셈이다.
3. 보잉 747과 고물 야적장
호일은 타고난 반골 성향이 강했다. 좋게 말하면 그 당시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던 주류 이론들에 대해 비판적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주변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독불장군의 이미지에 가까웠다고 한다. 죽을 때까지 빅뱅이론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에서 보듯이 그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동료 과학자들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았으며 이는 천문학이 아닌 분야에서까지 이어졌다. 세간에서는 그가 노벨 물리학상 후보에서조차 제외된 이유가 '''노년이 될수록 강해지는 그의 반과학적 성향''' 때문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학계의 정설에서 밀려났다고 해도 정상우주론을 계속 주장하는 호일의 행동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학계의 정상적인 연구와 논쟁의 테두리 안에 있다면 말이다.
호일의 진짜 흑역사는 따로 있었다.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호일은 '''자기 분야도 아닌 분야를 잘못 이해하고 조롱하는''' 대참사를 저질렀다. 그는 진화론을 반박하면서 제시한, 일명 고물 야적장과 보잉 747의 비유가 유명한데 이는 다음과 같다. 이것이 악명높은 '보잉 747과 고물 야적장'이다.
그리고 이 비유를 통해 진화론과 같이 '우연히 생명이 등장할 확률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초지성이 생명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 다만 본인 스스로는 무신론자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실제로는 유신론자보다는 불가지론자에 가까웠다고 한다."생명이 우연히 생겨날 확률은, 수많은 부속품이 쌓여 있는 고물 야적장에 회오리바람이 불어와서 모든 부품을 하늘로 올려 보낸 후, 이 부품이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단 한 번만에 우연히 보잉 747 점보 여객기가 조립될 확률보다 더 작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호일의 이 주장은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과학자들이 창조설을 반박하면서 반드시 언급하는 것이 이 '747' 비유에 대한 비판일 정도였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진화론/비방에 대한 반박의 내용을 참고하기 바란다.) 특히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에서 호일의 이름까지 직접 언급하며 "어떤 분야에 전문적이라고 다른 분야에도 꼭 뛰어날 리는 없다.(후략)"라며 깠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는 시조새 화석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4] 곤충류는 외계에서 지구로 들어온 생물들이라는 주장도 했고, 독감 유행과 태양의 활동에 상관관계가 있다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외우주로부터 지구 대기를 통해 쏟아지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1] KB[2]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의 기원을 밝혀낸 셈. 생물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C, N, O)뿐만 아니라 지구도 모두 과거에 존재했던 별의 잔해로부터 생겨난 것이다![3] 조지 가모프는 빅뱅을 밀었는데, 이때 '우주가 생긴 순간 그 압도적인 에너지 밀도 덕분에 원소들이 다같이 핵융합해서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니 정상우주론을 밀기 위해서는 이를 반박하여 우주가 처음도 끝도 없이 현재와 비슷한 차가운 공허인데도 원소들이 생겨날 이유를 찾아야 했고, 그래서 뜨겁고 고밀도인 별 내부를 주목했던 것이다.[4] 교진추가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삭제하려고 할 때 호일의 주장을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이때 호일을 고생물학자로 오인하게끔 하였다.(호일의 전문분야는 사용하지 않고 그냥 '저명한 학자인'이라고만 하여 오해하게끔 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