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드(영화)
1. 개요
최민식, 전도연, 주진모 주연의 한국 영화. 보기도 힘들고 흥행 전례가 드물었던 장르인 치정 스릴러극이지만, 당시의 해피 엔드는 흥행에 성공. 전도연의 폭넓은 연기력을 논할 때에 시초격인 영화다.
1999년 칸 영화제 국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었다. 주연인 최민식과 전도연 둘 다 훗날 칸 영화제 경쟁 부문 레드카펫을 밟는다.
2. 시놉시스
은행에서 6년간 근무하다 실직한 지 3개월이 된 서민기(최민식 분)는 실직 상태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면서도 새삼스레 맛보는 일상의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다. 그의 그런 생활이 가능한 것은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아내 최보라(전도연 분) 덕분. 바쁜 아내 대신 딸 서연을 돌보면서 공원에서 소설도 읽고, 요리책을 펴놓고 음식을 만들고, 분리수거 요령도 터득해가는 서민기. 그의 아내 최보라는 대학시절 애인이었으나 군입대로 헤어졌던 김일범(주진모 분)과 우연히 재회한 후 남편 몰래 그와 상습적인 만남을 거듭하고 있다. 그녀는 5개월 된 딸과 믿음직했던 남편을 여전히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김일범의 한결 같은 사랑에 감동하거나 그와의 만남에서 빛나는 젊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서도 행복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서민기가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밀회 장소인 김일범의 오피스텔까지 알아내게 되면서 그들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욕망이 팽팽한 긴장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서민기는 아내에 대한 배반감과 상실감에 괴로워하면서도 아내에겐 내색하지 않은 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자신에 대한 김일범의 집착이 점점 강해져 가는 것을 느끼고 심란해진 최보라는 마침내 김일범과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결심하는데. 서로 다른 해피 엔딩을 꿈꾸는 사람들, 그들의 애정, 집착, 살의의 삼각관계는 예상치 못한 엔딩을 향해 치닫는다.
3. 줄거리
어느 오피스텔 복도. 긴 머리에 원피스를 입은 여인과 묶은 머리에 정장 차림의 여인이 마주보며 지나간다. 정장 차림의 여인 최보라(전도연 분)는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걸어 나온 방향에 위치한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남자가 나온다. 남자를 보자마자 최보라는 누가 왔었냐며 물어 보지만 남자는 아니라고 답한다.
남자 김일범(주진모 분)은 최보라와 연인 관계였으나, 군입대로 헤어지고 우연히 다시 재회하여 밀회를 즐기고 있는 사이였다.[3] 관계를 즐기는 최보라의 손에는 결혼 반지가 보인다. 그녀는 이미 서민기(최민식 분)와 결혼한 몸이었다. 관계 후, 김일범의 앨범을 보다가 과거에 최보라 본인이 써준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편지 봉투 안에는 연인 시절 하고 다녔던 커플링이 들어있었는데, 나머지 하나는 김일범이 항상 끼고 다닌다.
서민기는 IMF 이후 실직하여 구직 활동도 뒤로 한 채 헌책방에서 독서, 특히 연애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는 책을 읽다가 눈물까지 흘리는 감수성 깊은 성격이다. 책 읽는 시간과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 소소한 일상에 재미를 붙이고 있지만, 정작 육아와 가사 일에는 소극적[4] 인 것에 대해 말다툼을 하게 된다.[5] 결국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구직 활동을 위해 문구점에서 이력서를 사던 중, 열쇠고리에서 못 보던 열쇠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6]
최보라는 영어 학원 원장으로 일하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고, 주변 사람들에겐 김일범을 학원의 웹 디자이너라 소개하고 다닌다. 원장실에서 김일범과 담소를 나누고 있던 최보라는 갑작스레 방문한 서민기에게 김일범을 소개하고 둘은 어색한 악수를 나눈다. 서민기는 저녁 식사를 제안하지만 김일범은 선약을 핑계로 가지 않는다. 서민기는 최보라와 차를 타고 가던 중 괜히 트집을[7] 잡으며 툭툭거리고 분위기가 서먹해지자 최보라는 일을 핑계로 차에서 내려버린다. 최보라는 김일범의 오피스텔로 향한다.
최보라는 오피스텔 복도에서 저번에 본 여자가 김일범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흥분하여 문 앞까지 뛰어가서 문을 두드린다. 큰 소리에 놀라 옆집 여자가 나와 보는데, 방금 본 여자가 눈을 흘기고 있다. 최보라가 착각한 것. 김일범 역시 놀란 듯 문을 살짝 열어준다. 자신을 의심했던 최보라에게 화가 난 김일범은 컴퓨터 화면만 보며 묵묵부답하지만, 최보라는 애써 무마하려 한다. 결국 최보라는 결혼 반지 대신 커플링 낀 것을 보여주며 화해하고 김일범과 관계를 갖는다.
보지 못했던 열쇠가 신경쓰였던 서민기는 미행에 성공하여, 김일범의 오피스텔을 알아낸다. 김일범의 오피스텔로 몰래 숨어들어간 서민기는 그곳에서 아내 최보라의 사진, 특히 나체 사진[8] 과 딸이 찍힌 사진을 보며 절망한다. 그날 밤, 멍하니 TV를 보고있던 서민기에게 식사를 하고 있던 최보라는 안부를 물어보지만 서민기는 대답 대신, '''"최보라 씨는... 사는게 재밌어...?"''' 라며 중얼거린다. 동문서답하는 남편에게 콩나물국이 시원하다며 화제를 돌리려 하지만 서민기는 '''"시원해?... 시원해......"''' 라며 중얼거리고 만다. 불륜을 알아챈 서민기는 홀로 고통 속에서 점점 광기에 빠져든다.[9]
최보라는 김일범과 데이트를 즐기고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씻던 중, 저번 다툼의[10] 원인인 새 칫솔을 보다가 우연히 샤워 커튼을 걷어내고 육아용품을 발견하게 된다. 놀란 최보라는 심지어 육아용품의 이름표에 '김서연'[11] 이라고 써있는 것에 대해 김일범의 집착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 화를 내며 일방적으로 오피스텔을 나가버린다. 집으로 돌아온 최보라는 '''"이제 그만하자... 최보라... 그만하자..."''' 라고 되뇌이며 김일범과의 관계를 정리하려 한다.
서민기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최보라는 예민하게 굴어서 미안하다며 일 때문에 예민해졌는데, 이제 일이 깨끗이 해결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더 이상 김일범과의 밀회를 그만두겠다고 고백하는 것으로 느낀 서민기는 묵묵히 밥만 먹는다. 서민기는 '''"난... 우리 연이한테 당신이... 좋은 엄마였으면 좋겠어..."''' 라고 말한다. 그러다 가끔 오는 장난전화[12] 가 오고 서민기는 사고 난 차를 수리하기 위해 카센터로 간다.[13]
서민기가 나가고 김일범의 전화가 다시 온다. 최보라는 집착하는 김일범에게 화를 내며 전화를 끊는다. 하지만 김일범은 최보라의 집으로 오면서 전화를 한 것이었다. 김일범은 집 앞이라며 최보라를 협박하고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당장 나오라는 김일범의 목소리를 들으며 최보라는 딸 서연을 바라본다. 서연을 핑계로 못 나간다고 얘기하지만 김일범은 서연도 데리고 나오라며 말하는데 최보라는 큰 충격을 먹는다. 결국 아파트 근처 '장미빛 인생' 이라는 호프집에서 약속을 잡은 다음 전화를 끊는다. 최보라는 시간이 시간인지라 맡아줄 곳이 없는 서연을 재우려 분유에 수면제를 넣는다. 이미 육아에 손을 뗀지 오래라 분유에는 개미가 꼬이고 있던 것 조차도 모른다.
카센터에 갔다온 서민기는 집이 비어있자 절망과 분노에 휩싸인다. 그러다 식탁에 놓인 분유통에 개미가 꼬인 것을 보고 서연의 상태를 확인한다. 서연의 이마가 뜨거운 것을 확인하고 급하게 응급실로 향한다. 다행히 별 이상은 없어 늦은 새벽에 퇴원을 한다.
술에 취해 김일범에게 업혀나가는 최보라는 김일범에게 '''"우리 그냥 같이 죽을까?"''' 라며 자조섞인 투로 물어본다. 김일범은 긍정의 대답을 한다.[14]
늦은 새벽, 서민기는 서연을 안고 집에 가다가 복도에서 무언가를 보고는 벽 뒤로 숨어버린다. 현관문 앞에서 김일범과 최보라가 껴안고 있다. 한참을 안고 있다가 최보라는 이제 그만 가라며 김일범을 밀어낸다. 김일범도 체념한 듯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서민기는 놀라 비상계단으로 10층으로 도망간다. 방금 서민기가 타고 온 엘리베이터가 9층에 서 있다. 김일범은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아무 버튼을 누르지 않고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최보라의 집으로 향한다. 서민기는 내려가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보고 집으로 향한다. 김일범이 타고 내려갔을 것으로 확신했지만 그 엘리베이터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열쇠로 문을 열려고 했지만 현관문은 이미 열려 있다. 집 안을 확인한 서민기는 그대로 넋이 나간 채 문고리를 놓는다.
4. 결말
서민기는 은사의 장례식을 가기 위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자 후배의 차를 빌려 타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가기 전에 영어학원에 전화해 최보라에게 알리려 했지만, 최보라는 외근 중이라는 말에 메모를 남긴다.[15] 기차가 역을 떠났지만 서민기는 역에 남아있다. 서민기는 빠른 걸음으로 오피스텔로 향한다. 옷장 안에서 김일범의 옷을 꺼내고 침대 위에서 김일범의 체모까지 모으는 치밀함을 보인다. 그 다음엔 책상 서랍을 뒤져 접이식 칼을 발견한다.
최보라는 외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다. 화장대에 앉아서 클렌징을 하다가 화들짝 놀라게 된다. 화장대 거울 옆에 김일범이 찍어준 나체 사진이 꽂혀 있었던 것. 원래 그 자리에는 최보라의 생일 사진이 꽂혀있었다. 김일범이 집에서 밀회를 즐기고 꽂아 둔 사진이라 생각한 최보라는 김일범에게 전화를 건다. 김일범에게 다그치는데 갑자기 집 안 전등이 모두 나간다. 전화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끊어진다.
놀란 최보라가 거실으로 나가는데 누군가가 그녀를 덮친다. 괴한이 최보라의 목을 조르고 침대에 내동댕이친다. 제압당한 최보라가 괴로워하고 있는 와중에 최보라를 덮친 괴한은 옆에 있던 무선 전화기의 재다이얼 버튼을 누른다. 전화기를 최보라의 입에 갖다 댄다. 최보라의 신음소리에 놀라 김일범이 소리치지만 괴한은 전화를 끊어버린다. 최보라가 괴한의 얼굴을 올려다보는데 그는 바로 '''남편 서민기였다.''' 서민기는 김일범의 옷을 입고 허리춤에서 접이식 칼을 꺼낸다.
서민기는 칼을 최보라의 가슴에 수차례 내려 찍는다.
서민기는 시신 근처에 김일범의 체모를 몇 가닥 뿌리고 다시 정장으로 갈아입는다. 최보라의 피가 묻은 김일범의 옷은 쇼핑백에 모두 모았다가, 택시를 타고온 김일범을 확인하고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통에 버린다. 지문 제거는 물론 김일범의 오피스텔에 다시 찾아가 최보라의 피를 묻히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야간 기차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내려간다.
다음 날 민기의 여후배가 서민기의 집에 들어온다. 어젯밤부터 최보라가 연락이 안되니 서연을 부탁한다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집에 들어와 이것저것 챙기다가 안방에서 인기척을 느낀다. 그녀는 안방으로 향한다. 후배는 안방을 보고 약간 흠칫하더니 시신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집을 뛰쳐나간다.
경찰이 최보라의 시신을 감식한다. 감식반이 왼쪽 약지가 심하게 꺾여 골절된 것을 확인한다. 반지의 모양대로 손가락이 하얗게 부어 있다. 현관 밖에서는 서민기가 오열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김일범의 체모가 발견되어 범인으로 몰리고 서민기는 간단한 조사를 받은 후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서민기는 책 사이에 숨겨놓은 최보라의 커플링과 나체 사진, 거울에 원래 꽂혀 있었던 최보라의 생일사진을 꺼내 화장실로 간다. 그녀가 웃고 있는 생일사진을 보며 서민기는 오열한다. 반지는 변기에 넣어버리고 사진은 라이터로 불 태운다.
딸과 같이 낮잠을 자고 있던 서민기는 깨어나 집안을 살피고 딸을 바라본다. 밖에서는 언제나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4.1. 최보라가 본 장례등
서민기가 화장실에서 나체 사진을 완전히 다 태울 때까지 사진이 클로즈업이 되는데, 모두 다 타고 나면 최보라가 발코니에 홀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나온다. 바람소리를 뺀 나머지 모든 소리가 음소거 되있는 것이 특징. 담배를 피우다가 최보라가 발코니 아래를 보더니 웬 장례식에서 볼법한 연등이 바람을 타고 올라 온다. '근조'라고 써있는 연등은 연등줄이 최보라가 있던 발코니에 걸려 최보라의 눈 앞에 고정된다. 최보라가 잡기 위해 손을 뻗어 보지만 닿지 않고 연등줄은 다시 풀려서 하늘로 날라간다. 그 모습을 말 없이 지켜보는 최보라의 모습을 담은 장면이다.
5. 평가
대중에게 널리 인식된 '국민 여배우 전도연'은 이 작품으로 시작되었다. 내연남을 둔 유부녀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내어 그간 이미지 탈피는 물론 전도연의 영화 출연을 호의적으로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도연의 필모그래피 중 이 문서 작성이 제일 늦었다.
단편영화 감독이었던 정지우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 작품. 특히 적나라하고 잔혹한 결말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불륜 사실을 눈치챘음에도 좋은 엄마가 되달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했지만 그마저도 들어주지 않은 아내를 살해한다. 상상으로나 해볼 법한 일을 진짜로 이뤄버린 수준. 치밀하게 짠 다음에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죽여버리는 결말이 호불호가 갈리지만, 전반적으로 관객과 평단에게 인정 받은 치정 스릴러극. 해피 엔드 만큼 흥행하고 유명한 치정 스릴러극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각 캐릭터 설정과 시놉시스를 보면 주연 3인방은 각자의 해피 엔드를 꿈꿨다. 서민기는 아내가 불륜을 관두고 딸을 챙기는 엄마로 돌아와주는 것이 바라던 해피 엔드였다. 최보라는 뒤탈 없이 불륜 관계를 정리하고 가정을 지키는 것이 바라던 해피 엔드였다. 그리고 김일범은 최보라가 무기력한 남편인 서민기와 갈라서고 자신과 새출발을 하는 것이 바라던 해피 엔드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해피 엔드를 맞지 못했다.''' 서민기는 결국에는 후회했지만 최보라를 죽이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최보라는 가정의 평화를 되찾지도 김일범과 확실하게 관계를 매듭짓지도 못하며 남편에게 살해됐다. 김일범은 단순 불륜을 넘어 최보라에게 집착하며 서민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어 최보라게 죽게 만들고, 자신은 꼼짝없이 살인과 불륜 혐의를 모두 뒤집어쓰며 파멸에 이르렀다. 영화 제목과 정반대의 결말은 결국 불륜은 가정을 파멸시키고, 얽힌 모두를 불행으로 이끈다는 의미를 이야기하려는 역설적인 의미가 아닌가 싶다.[16]
오프닝 크레딧이 끝나자 마자 나오는 전도연의 베드신은 파격 그 자체라 지금도 유명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파격적인 노출만 지나치게 기억되는 등 영화때문에 상처를 조금 입었다고 밝혔었다. 전도연의 어머니 역시 노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우셨다고 한다. 그러나 전도연은 촬영 현장에서만큼은 불륜녀의 일탈이 느껴지게 만들 동물적이고, 격정적인 높은 수위의 베드신 촬영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상대 배역이 인기 여배우인데다가 선배이고, 나이도 1살 많았기에 주진모가 베드신 촬영때 좀 주저하는 기색이 보였는데, 전도연이 긴장을 풀어주고 그냥 실제 느낌이 나게 마음껏 자신을 리드해보라고 말해줬다. 덕분에 영화에서 두 남녀 배우가 격정적으로 아주 끈적하게 뒤엉키는 정사 장면이 연출되었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전도연의 나체가 롱테이크 기법으로 아주 노골적이며 몰입감있게 촬영되며 작품의 주제가 확실히 강조되었다. 의무방어전 수준인 남편과의 베드신에서는 이불로 온몸을 뒤덮은체 거의 미동이 없는데, 이와 대비되는 불륜남과의 베드신에서는 관객 모두에게 보란듯이 벌거벗고 아주 자유롭게 움직인다.
결국 이 영화에서 전도연은 플롯, 줄거리, 베드신 도중 대사나 몸 동작을 통해 여자도 주도적이고 엄청난 성적 욕망을 가진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어필했다.# 전도연 본인도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나중에 해피 엔드 촬영 도중 배우로써 많이 성장했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해피 엔드 이전에는 무조건 감독의 지시대로만 따랐으나, 정지우 감독과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본인의 생각을 말하고 동의 및 의견일치를 구하는 과정을 통해 촬영 현장을 즐기게 되고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살인 장면 역시 악마를 보았다에 나온 최민식의 원조격인 수준으로 적나라하고 잔인하다. 검열되지 않은 버전으로 본다면 피가 낭자하므로 관람에 주의.
같은 해 초에 개봉한 내 마음의 풍금에서는 천방지축 시골소녀를 연기한 모습의 전도연의 모습은 매우 사랑스러운데, 말에 개봉한 해피 엔드의 내연남을 둔 유부녀 전도연을 보고 있자니 폭 넓은 연기 싱크로율은 대단하지만 갭이 너무 심하다. 같은 해 작품이라고 둘이 이어서 보는 것은 매우 비추천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180도 다른 두 캐릭터를 한 해동안 모두 완벽히 소화해내는 덕분에, 전도연은 본격적으로 본좌급 연기파 여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한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젊은 여배우가 아이를 내팽개치고 불륜에 빠진 파격적인 배역을 정말 멋지게 연기했다. 게다가 음탕하고 사악하면서도, 동시에 당당해서 매력적인 최보라의 캐릭터와 영화의 주제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아주 "자유롭고, 시각적이고, 파격적인"# 베드신을 과감히 벌거벗고 찍었기에 당차고 연기 욕심이 많다는 호평을 받았다.[17][18] 능동적으로 감독과 소통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촬영한 첫 작품이라 더 대범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6. 등장인물
- 한양대학교 경상대학 회계학과 출신.[19] 6년간 은행에서 일했던 회사원이었다. 극중 이미 실직한지 3개월째에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딸 서연을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최보라의 남편. 감수성 깊고 성격도 사근사근하며 자식에게도 잘해주는 아주 평범한 좋은 성격으로 그려지지만, 불륜을 알아채고 점점 조용해지며 미쳐간다. 결국 딸에게 수면제까지 먹여가며 김일범을 만나러 나간 최보라의 모습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아주 잔인하게 죽이기에 이른다. 불륜을 알아챈 후 주로 읽은 추리 소설이 도움이 되었는지 완벽히 알리바이를 꾸미고, 김일범까지 범인으로 만들어버리고 딸과 단 둘이 살아가게 되는 모양이나 결말에서 후회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다시 재취직에 성공하여 딸을 잘 키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배신이 평범한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며, 그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평생 입고 살아가게 됨을 아주 잘 연기하였다. 여담이지만, 칼로 푹푹 찌르는 잔혹한 모습은 이미 이때부터 살벌하게 나온다.
-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성공한 커리어우먼. 서민기와 결혼하여 딸 서연을 낳고 지내다가, 군 입대로 헤어진 과거의 연인 김일범을 우연히 만나 불륜을 저지르고 몰래 밀회를 즐긴다. 김일범의 집착이 정도를 넘자 다시 정신차리고 평범히 지내려다가, 집까지 찾아온 김일범을 만나기 위해 딸 서연을 맡아줄 곳이 없자 벌레가 꼬이는 분유에 수면제까지 넣어 서연을 재우고 김일범과 또 다시 밀회를 즐기다 서민기에게 발각되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결국 가정을 지켜야한다는 책임감과 일탈의 욕망 사이에서 후자에 기울어짐으로 스스로와 가정에 영원히 파국을 안기고 말았다.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결국 다시 김일범을 만나려고 하는 중독적인 모습을 연기하는 모습이 관객과 평단에게 모두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 최보라의 과거 애인. 군 입대로 헤어진 최보라와 우연히 재회하여 불륜을 저지른다. 최보라의 말 대로 디자이너 관련 일을 하는 것 같으며, 오피스텔에 혼자 거주하기에 밀회를 즐기기엔 더 없이 좋은 환경에 지내고 있다. 최보라와 끼고 있던 커플링도 헤어진 이후에도 계속 끼고 다녔고, 그의 집에는 최보라의 사진이 본인 사진 보다 훨씬 더 많다. 최보라를 정말 사랑한 듯. 계속 최보라를 만나다 보니 자기 딸도 아닌 서연의 육아용품을 쟁여놓다가 들키게되어 최보라와 다투다가 오피스텔을 휙 나가버린 최보라의 집 앞까지 찾아가는 걸 보니 집착 역시 심하다. 결국 최보라는 만남에 응하고 서민기와 최보라의 가정집에서 밀회를 저지르기까지 한다. 결국 이 모습을 목격하여 미쳐버린 서민기로 인해 최보라는 죽어버리고, 본인은 서민기에 의해 증거 조작으로 범인이 되어버린다. 설령 살인 혐의에서 벗어나도 파멸은 정해진 수순으로, 불륜만큼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를 취조하는 형사는 대놓고 김일범을 인간 쓰레기 취급을 하며 면박을 주고 있으니 그로서는 최악은 살인 누명까지 뒤집어쓰는 것이고, 살인 누명을 벗고 불륜죄만 처벌받는 것이 차악일 따름.
홍보 포스터 중에는 침대에 누운 최보라를 옆에 엎드리고 노려보며 한 손으로 목을 잡고 마치 교살을 시도하는 것 같은 모습이 나오는데, 결국 그의 집착이 최보라를 죽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결말에 대한 암시라고 할 수 있다.
[1] 영화 시작 전 나오는 출연진에는 저 셋의 이름과 우정출연으로 나온 주현의 이름만 뜬다.[2] 서울 관객 46만 4,592명, 그 외 전국 관객수로 추정.[3] 베드신이 상당히 일찍 등장하며, 꽤 깊고 길게 나온다.[4] 최보라가 학원에서 못 다한 일을 집으로 가져와 하고있는데 티비보느라 우는 애도 돌보지 않고, 엄마가 좀 보라며 적반하장[5] 영화 초반부에 육아에 서툰 서민기의 모습이 나오는데 아이가 울어도 축구 경기를 보느라 분유를 건성건성 타다 분유통 안에 개미가 꼬였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개미는 이후 복선으로 나온다. [6] 김일범이 최보라에게 집이 비었을 때, 아무 때나 오라고 직접 달아준 오피스텔 열쇠였다. 최보라와 차를 같이 쓰기 때문에 서민기가 열쇠꾸러미 속 오피스텔 열쇠를 발견하게 된다.[7] 서민기가 운전하다가 브레이크 반응 속도가 늦어서 정지선을 넘어버렸다. 서민기는 최보라에게 여자들은 브레이크를 많이 밟아서 이러는 거다라는 식으로 최보라에게 면박을 준다.[8] 영화 초반에 김일범과 관계를 즐긴 후 김일범이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억지로 찍은 사진. 최보라가 사진을 찍기 싫어해서 화장실로 도망치다가 화장실 문이 닫히기 직전 찍힌 사진이다. 사진을 찍던 상황을 모르고 보면 활짝 웃는 사진으로 보인다.[9] 영화 초반, 추리소설보다 연애소설이 좋다고 한 서민기가 최보라의 불륜을 알게 된 뒤에 추리소설을 읽고 있다. 그리고 이는 결말의 복선이 된다.[10] 김일범의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다가 새 칫솔을 최보라가 발견하게 된 것이 다툼의 원인. 화가 나서 부르는 말에 대답도 않고 화장실에 앉아있다가 들어온 김일범과 말다툼을 하게 된다. 다툼의 이유가 참 오묘한데, 너와 내가 어떻게 헤어졌는지 모르냐며, 난 여기가 편하고 여기서는 내 물건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화를 낸다. 어찌됐든 둘이 화해는 하지만 과거에 어떤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11] 딸의 이름은 서연으로 외자다. 이름표에 검은색 펜으로 서연이라고 써있는데, 앞에다가 파란색 펜으로 김을 붙여 써넣었다.[12] 이는 김일범의 전화다. 최보라가 아닌 서민기의 목소리가 들리면 아무 말 않다가 끊어버리고, 최보라의 목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통화를 하는 방식으로, 영화 초반에 서민기와 최보라의 다툼 장면에도 등장한다.[13] 최보라가 오피스텔에서 김일범에게 화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사고를 냈다. 저번에 서민기가 말한대로 브레이크 반응 속도가 늦어 앞차를 박아버린 것이다.[14] 그 이전에 둘의 대화가 다소 충격적인데 최보라가 딸인 서연이를 낳았을 때 김일범에게 "우리 애"라고 말했다고 한다. (...) 최보라는 그 얘기를 듣고는 미쳤다고 화를 낸다. 하지만 최보라가 우리 애라고 한 것은 우리 집, 우리 남편과 같은 맥락으로 우리 애라고 표현한 것일 뿐인데 김일범의 집착은 그런 말 한마디에도 우리 애 즉 너와 나의 아이 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 것이다.[15] 최보라는 이미 집전화로 부고소식을 받았기 때문에 알고는 있었다. 단지 서민기가 후일을 위해 알리바이를 남긴 것.[16] 제목 경우, Happy end(행복한 결말)이란 의미가 있지만, 감독은 Happy(행복) End(끝), 즉 End of Happy(행복의 끝)란 의미로 쓴 것으로 보인다.[17]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설명없이 베드신이 훅 치고 들어오고, 관람이 끝난 후 전도연이 먼저 다가와 영화가 어땠냐고 물어보는 바람에 오히려 자신이 민망했고 그만큼 전도연이 멋지다고 느꼈다는 기자의 후일담도 있다.#[18] 물론 <접속>, <약속>, <내 마음의 풍금>등으로 주가를 올리던 인기 여배우를 벗겨 상업 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었다. 전도연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열심히 준비해 베드신에서 전보다 더 슬림하면서도 탄탄한 몸매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선보였고, 이때 운동에도 재미를 붙여서인지 <해피 엔드> 촬영 이후부터 운동 마니아가 되었다.[19] 영화 속에서 서민기가 문구점에서 구매한 이력서 양식에다가 본인의 학력 사항을 기재하는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담으로 이 장면에서 서민기가 대한민국 육군 31사단 보병 출신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