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도산

 

黑字倒産
1. 개요
2. 상세


1. 개요


말 그대로 흑자인데 도산하는 것. 장부상으로는 이익을 남기고 있는데, 정작 현금이 없어서 채무를 이행할 수 없어 도산하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분식회계처럼 장부 자체를 흑자로 조작하였다가 도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 문서에서는 이런 장부 조작과 같은 범죄가 아닌 형태로 한정한다.

2. 상세


기업이 상품/제품을 팔면 매출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매출로부터 각종 경비와 원가 등을 빼내려가면 최종적으로 수익/손실이 나오게 된다. 만약 최종적으로 돈이 남는다면, 우리는 그 기업이 '''흑자를 기록했다'''고 이야기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회계 장부상의 숫자가 반드시 현금 흐름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발생주의 회계 시스템 하에서, 앞서 언급한 매출은 '''발생 시점'''에 기록하게 되는 것으로, '''현금이 진짜로 들어오는 시점과는 상관이 없다'''. 매출은 당장 현금으로 결재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어음과 같이 현금 흐름과 차이를 두고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1일에 납품하고 90일 만기의 어음을 받았다면, 장부상 매출은 당일인 1일에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지만 정작 현금은 장부상 기록된 날짜에서 최대 90일(=3개월) 후에나 들어오는 식이다.
그런데 만약 현금이 들어오기 전에 당장 현금 소비가 필요한 일이 생겼는데 그 현금이 수중에 없다면, 지급 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 이른바 '''부도 났다'''고 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1. A는 B로부터 아우디 A7 10대를 대당 9천만원에 들여와 소매상인 C에게 대당 1억원에 모두 넘겼다. 그런데 소매상인 C는 돈이 없어, A에게 90일 만기 어음 10억원짜리를 끊어주었다. 이 거래 직전까지, A는 사업 유지를 위하여 9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까지의 거래를 정리해보면 이하와 같다 :
A의 손익 장부 : 매출 10억원 - 매출원가 9억원 = 순이익 1억원
A의 현금 흐름 : 기존 현금 보유 9억원 - 상품 구입을 위한 현금 유출 9억원 + 상품 매출로 인한 현금 유입 0원 = 현금 보유 0원
2. 이 상황에서 A가 이전에 저지른 탈세로 벌금 1천만원을 두들겨 맞는다면, 이하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
A의 손익 장부 : 매출 10억원 - 매출원가 9억원 - 벌금 1천만원 = 순이익 9천만원
A의 현금 흐름 : 기존 현금 보유 9억원 - 매출원가 현금 유출 9억원 + 매출로 인한 현금 유입 0원 - 벌금 1천만원 = 현금 보유 -1천만원
이에 A는 채무 불이행, 즉 부도를 내고 만다 - 장부상으로는 분명 9천만원의 흑자임에도 당장 지급할 현금이 없으므로 부도가 나는 것, 즉 '''흑자도산'''이다.
위의 예시는 전형적인 것이고, 실제로 발생하는 흑자도산들은 온갖 희한한 이유로 발생한다. 흑자도산은 자본의 유동성과 연관이 크므로, 어음 외에 부동산 등 소유 자산 자체가 멀쩡하게 남아 있어도 이를 현금화하는데 실패해서 도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극단적인 예시로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공시지가 기준으로도 수천억원 단위인데 현금은 1원도 없을 수 있다. 이러면 바로 도산이다.
1980년대 일본 거품경제의 흑자도산의 경우, 일본에서 중소 제조업을 중심으로 흑자도산이 발생했는데, 거품경제로 인해 일하지 않아도 소득이 생기자 사람들이 굳이 중소 제조업에서 일을 하지 않는 바람에, 기업이 잘 굴러감에도 불구하고 '''일손을 구하지 못해''' 망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았다. 위의 유동성 부족이 자본(금융)의 부족이 원인이라면, 일본 거품경제의 경우는 노동의 부족이 원인인 셈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전력이 없지 않은데 지금은 쌍용자동차의 일부가 된 옛 거화자동차가 바로 그러한 예.[1] 이쪽은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경영권 싸움을 둘러싼 내부 분쟁이 겹치면서 도산한 케이스다. 그 외에 대학교로써는 드물게 외환위기때 부도가 났던 단국대학교의 경우도 흑자도산이라고 볼 수 있다. # 단국대의 현금 채무는 분명 컸지만 액수만 따지면 대학이 소유한 부동산 등의 현물 자산으로 충당이 가능했다. 그래서 이후 현물 자산을 매각함으로서 채무를 면하고 회생에 성공한 것.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재무재표 평가에 '''현금흐름표'''가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떠올랐다.

[1] 신진지프자동차의 후신인 거화자동차는 본래 현 한국GM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신진자동차와 미국 카이저 지프의 모기업이던 AMC(현 크라이슬러)가 합작을 해서 세운 회사였다. 1978년에 AMC가 국내에서 지분을 철수하게 되면서 리비아에 수출 계약을 체결, 이때 AMC측에서 "공산권 국가와 거래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면서 지프 브랜드 사용 계약의 연장을 불허하자 이에 대응해 회사 명을 신진자동차로 고쳤다가 다시 거화로 고쳤다. 1984년에 하동환자동차의 후신인 동아자동차에 넘어가고 동아자동차도 2년 뒤에 쌍용에 인수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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