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붇다'와 '불다', '붓다'의 구별

 


1. 설명
2. 헷갈리는 이유
3. 관련 문서


1. 설명


\''''불다''''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있다.
  1. 바람이 일어나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다.
  2. 유행, 풍조, 변화 따위가 일어나 휩쓸다.
  3. -을(를) 불다.
    1. 입을 오므리고 날숨을 내보내어, 입김을 내거나 바람을 일으키다.
    2. 입술을 좁게 오므리고 그 사이로 숨을 내쉬어 소리를 내다.
    3. 코로 날숨을 세게 내보내다.
    4. 관악기를 입에 대고 숨을 내쉬어 소리를 내다.
    5. 풀무, 풍구 따위로 바람을 일으키다.
  4. (속되게) 숨겼던 죄나 감추었던 비밀을 사실대로 털어놓다.
보다시피 '불다'에는 '불어나다'의 뜻이 없다. 이 '불어~'의 으뜸꼴은 \''''붇다''''이며, 다음과 같은 뜻이 있다.
  1.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
  2.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
'붇다'라는 말이 '묻다(問)'와 '싣다'처럼 ㄷ 불규칙 활용을 하기 때문에 혼동하기 쉬우니 주의. '묻다', '물었고', '물어서', '물으니', '물어라'처럼 ''''붇다', '불었고', '불어서', '불으니', '불어라''''가 되는 것이다. '붇다'의 활용형이 헷갈리면 '듣다'나 '걷다'를 생각하면 덜 헷갈릴 것이다. 이 단어들도 '붇다'와 같이 ㄷ 불규칙 활용을 하는 단어들이다. '듣다-들었고-들어서-들으니', '걷다-걸었고-걸어서-걸으니' 등.
'붇다'와 '불다'를 혼동한 예로는 '강물이 불기 전에 야영객을 대피시키다'와 '나의 몸무게가 점점 불고 있다' 등이 있다. 이들은 각각 '강물이 '''붇기''' 전에 야영객을 대피시키다'와 '나의 몸무게가 점점 '''붇고''' 있다'로 고쳐야 한다. 어색하면 각각 '불어나기', '불어나고'를 쓰자.
마찬가지로 흔히 쓰이는 '짜장면이 불다'라는 표현도 '짜장면이 붇다'로 고쳐야 맞는다. 발음 역시 [불다]도 [뿔다]도 아닌 그냥 [붇따]이다. 그러나 '짜장면이 붇다'로 쓰면 사람들이 못 알아듣기 때문에 생생 정보통과 같은 TV 프로그램에서는 자막에는 '안 붇는 짜장면'으로 쓰고 취재자가 사람들에게는 '안 불는 짜장면'이라며 질문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표준어와 실제 언어 생활의 괴리가 큰 표현 가운데 하나.
'불리다'는 '붇다'와 '부르다'의 사동사이자 '불다'와 '부르다'의 피동사이기도 하다. 이런 불규칙 사동사는 본래 '-ㄹ이다'로 쓰였으나 나중에 '-ㄹ리다'로 바뀌었다. 곧, '붇다'의 사동사는 '불이다'였다.
과거 평서형의 예:
철수의 다리가 화상으로 '''부었다'''. (붓다)
강물이 크게 '''불었다'''. (붇다)
과거 관형사형의 예:
영희는 계속 울어 '''부은''' 두 눈을 보았다. (붓다)
퉁퉁 '''불은''' 라면 (붇다)
* 퉁퉁 '''분''' 라면[1]
또한, '붇다'와 혼동할 수 있는 다른 말로 '붓다'도 있다. '붓다'는 "납입금·이자·곗돈 등을 일정한 기간마다 내다."라는 뜻과 "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곳에 담다.",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 등의 뜻이 있다. '붓다'는 '짓다'와 같은 ㅅ 불규칙 활용에 속했기 때문에 활용할 때는 '부어', '부었다'와 같이 'ㅅ'이 탈락한다. '붓다'가 쓰인 예문은 다음과 같다.
  • 매월 적금을 붓다.
  • 물을 잔에 붓다.
  • 다리가 붓다.
얼핏 비슷하게 생긴 '붙다'가 덩달아 헷갈리는 위치에 있는 때가 간혹 있는 모양이다. 이 '붙다'는 완전한 규칙 동사로서 '붙어, 붙으니, 붙고, 붙은'처럼 활용한다.

2. 헷갈리는 이유


이 세 단어가 유달리 굉장히 헷갈리는 이유는 '''불규칙 활용 세 가지[2]가 머릿속에서 뒤섞여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하니, '붇다'는 'ㄷ' 불규칙 동사이고, '불다'는 'ㄹ' 탈락 동사('ㄹ' 불규칙)이며, '붓다'는 'ㅅ' 불규칙 동사이다. 한국어의 동사한국어의 형용사의 활용은 기본적으로 어간은 달라지지 않으면서 어미만 달라지는 게 규칙인데, 여기에 반기로 들린 게 불규칙 활용을 하는 동사·형용사들과 특수한 규칙 활용(ㄹ 탈락, ㅡ 탈락, 축약 등)을 하는 동사·형용사들이다.
간단히 이 세 단어 활용형의 막장성은 다음과 같다.
용언

품사
활용 유형
-고
-는
-(으)ㄴ
-소/-(으)오
-아/-어
-(으)니
-(으)며
-(으)
붇다
양이나 부피가 커지다
자동사
'ㄷ' 불규칙
붇고[붇꼬]
붇는[분는]
'''불은[부른]'''
붇소[붇쏘]/'''불으오[부르오]'''
'''불어[부러]'''
'''불으니[부르니]'''
'''불으며[부르며]'''
'''불음[부름]'''
불다
바람이 일어 움직이다
자동사
'ㄹ' 불규칙('ㄹ' 탈락)
불고[불고]
부는[부는]
분[분]
'''부오[부오]'''
'''불어[부러]'''
'''부니[부니]'''
'''불며[불며]'''
'''[붐]'''
입으로 바람을 뿜다
타동사
붓다
신체 부위가 부풀다
자동사
'ㅅ' 불규칙('ㅅ' 탈락)
붓고[붇꼬]
붓는[분는]
'''부은[부은]'''
붓소[붇쏘]/'''부으오[부으오]'''
부어[부어]
부으니[부으니]
부으며[부으며]
부음[부음]
액체 등을 옮겨 담다
타동사
헷갈리는 저 세 단어 모두가 어찌꼭 제각기 다른 종류의 특수 규칙 활용이기 때문에 화자들 마음 속에서는 서로 뒤엉키며 간섭이 일어나고 카오스 상태가 되어 버린다. 보다시피 일부 활용형과 일부 활용음이 겹쳐져 있고, 어떤 것은 그 영향으로 헷갈리기 쉽다. 자음으로 시작한 어미 앞에서는 어간의 형태가 같으니 문제가 그나마 안 되지만, 모음으로 시작한 어미와 결합한 형태가 문제이다. 매개모음은 '' 받침 뒤에는 안 붙지만, 'ㄷ' 불규칙 활용 뒤에는 그대로 붙는다. 곧, '~ㄹ은'과 '~ㄹ음', '~ㄹ으면' 따위의 활용형은 다른 자음들의 활용형과 달리 '~ㄹ다'와 짝을 이루는 말이 없고, 이런 활용이 있으면 기본형이 '~ㄷ다'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알은척하다'와 '알은체하다'는 있지만 이 '알은'은 '알다'의 활용형이 아닌 파생형이고, '놀음', '얼음' 같은 말들은 '놀다', '얼다'의 명사형이 아닌 파생 명사로, '놀다', '얼다'의 명사형은 '놂', '얾'이다(관련 내용은 <> 문서에 있다).
'붓다'는 'ㅅ' 불규칙 용언으로서 모음으로 시작한 어미가 붙으면 모음끼리 이어지는 데다가 발음도 그대로 하는 게 옳지만 언중들은 이를 못 인지하고 모음 충돌을 피해 [부워/붜](부어), [부니](부으니) 따위로 발음하거나 그리 들을 수 있으니 불규칙 활용형 '부으~'는 '불다'의 'ㄹ' 탈락 규칙 활용형 '부~'와도 엮일 수 있고, '붓다'를 '부다'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규칙 활용형 '붓~'은 발음도 [붇~]으로 같고 뜻도 비슷한 '붇다'의 규칙 활용형 '붇~'과 헷갈릴 수 있다.
'붇다'가 특히 문제인데, '붇다'와 '불다'의 활용 가운데 형태와 발음이 같은 활용도 있고, 기사문에는 보통 '불어나'가 쓰이듯이 어간의 '붇-'이 그다지 안 쓰이는 데다가, 사동사 '불리다'는 으뜸꼴부터 불규칙 형태이다 보니 대개는 마음 속에서 불규칙 형태인 '불-'로 자연스레 통합하여 '불다'를 기본형으로 인식하고, '붇다'는 '붓다'나 '붙다'로 오해하면서 '개울이 붇다', '라면이 붇다' 같은 표현들은 어색해하게 되고, 이 '불다'에는 'ㄹ' 특수 규칙을 적용해 '퉁퉁 분 라면'이나 '개울이 불면' 같은 잘못된 표현을 쓰는 현상, 곧 역형성 현상이 난립한다. 평소에 국어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조차 헷갈려서 자주 실수할 정도이다. 아니면 '퉁퉁 '''불은''' 라면', '개울이 '''불으면'''\'처럼 발음하거나 듣다가도 'ㄹ' 특수 규칙 때문에 '불은', '불으면'을 \''''붏은'''', \''''붏으면''''으로 오해하며 '붏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기도 하는 현상, 또 다른 역형성 현상이 난립하기도 하고, '붇다'가 기본형임을 알고도 'ㄹ' 받침의 특수 규칙을 확대해석해서 'ㄹ'로 바뀌는 활용에 'ㄹ' 특수 규칙도 적용해 버릴 수도 있다('붇- + -음' → '붊' 등).[3] '붇다'의 명사형은 아니고 '깨닫다'의 잘못된 명사형이지만 '깨닮'을 검색하면 꽤 많은 결과가 나오고(관련 내용은 <매개모음> 문서에 있다), '깨닳아' 등도 보인다. 거기에 일부 용언의 활용 양상이 다른 동남 방언 등의 방언권 화자들에게는 방언형 활용까지 마음속에서 뒤엉켜서[4] 울렁증 말기가 도지는 일도 다반사이다. 그야말로 혼란하고 혼란한 현상인 셈이다.

3. 관련 문서


[1] * 표시는 잘못된 문장임을 뜻한다. 다만 이건 문법 문제가 아니고 어휘 문제이기 때문에 비문은 아니다.[2] 'ㄹ' 탈락은 학교 교육이나 공무원 시험에 쓰이는 학교문법상의 특수한 규칙 활용으로 보지만, 그 밖에는 불규칙의 하나로 복,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서도 불규칙으로 본다. 이는 결국 관점의 차이이다. '가늘디(가늘다)', '다디(달다)'처럼 'ㄹ' 탈락에도 불규칙이 있다.[3] '오' 불규칙 활용에는 'ㄹ' 특수 규칙도 적용되어 '달다'는 '다오'(달- + -아라)로 활용된다. 또, 'ㅂ' 불규칙 활용이거나 'ㅎ' 불규칙 활용이면 매개모음은 탈락한다('곱- + -으면 → 고우면', '빨갛- + -으니 → 빨가니' 등).[4] 'ㅂ' 불규칙과 'ㅅ' 불규칙은 동남 방언에서는 규칙 활용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