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정범
1. 의의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행하는 것을 말한다. 본조 형법 제30조는 공동정범을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라 정의하고 있다. 공동'정범'은 넓은 의미의 공범에 포함되고 '''통상의 일반인이 생각하는 공범에 가장 가까운 개념'''이지만 법률적으로는 '정범'이며 좁은 의미의 '''공범에 포함되지 않는다.'''형법 제30조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正犯)으로 처벌한다.
공동정범인 경우 공소사실을 기재할 때에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하였다." 또는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박병동과 공모하여 ...하였다."(박병동은 그 사건 피고인이 아닌 경우) 등의 방식으로 쓴다.[1]
2. 공동정범의 정범성
공동정범의 '정범'으로서의 특질은 객관설에 따르면 구성요건적 행위와 그 결과를 범죄자 본인이 직접 실현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고, 주관설에 의하면 정범으로 행위한다는 의사와 이익을 향한 목적성에 있다. 또한 행위지배설은 공동정범의 정범으로서의 특질을 범죄 구성요건에 대한 공동자 간의 범죄 배분과 그 실현을 바탕으로 각자가 전체 구성요건에 대하여 '''기능적 행위지배'''를 한다는 점에서 찾는다. 판례는 행위지배설을 따른다.
2.1. 공동정범과 광의의 공범의 비교
아래의 범죄개념들 중 엄밀한 의미의, 즉 협의의 공범은 교사범과 종범에 국한된다. 공동'''정범'''과 간접'''정범'''은 당연히 '''정범'''이기 때문이다.
- 행위자가 수인이라는 점에서 단독정범과 구분된다.
- 피이용자가 정범으로 처벌되지 않는 간접정범과는 구분된다.
- 범죄의 실행행위에 대한 지배가 없다는 점에서 교사범과 구분된다.
- 범죄의 기능적 행위지배없이 단순히 정범을 조력할 뿐인 종범과 구분된다.
- 공모성이 있다는 점에서 동시범과 구분된다.
3. 공동정범의 공동성
공동정범이 '''무엇을 공동'''으로 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공동정범의 공동성은 공동정범의 본질일 뿐 아니라 당연 공동정범의 구성요건이기도 하다. 종래 범죄공동설과 행위공동설이 대립하고 있었으나 당 대립은 행위공동설의 발전으로 설명할 수 있고 또한 판례가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함으로써 행위공동설의 보완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다. 자세한 것은 공모공동정범 문단에 서술한다.
3.1. 범죄공동설
객관주의의 입장에서 공동정범이란 수인이 범죄를 공동으로 하는 것이라는 설이다. 즉 공동정범의 성립에는 공동자들이 구성요건 중 '''실행행위를 공동으로 하고, 그 실행에 대한 주관적 고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즉, 고의범에 대해서만 공동정범의 성립이 가능하고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 수 개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공동정범, 승계적 공동정범, 부분적 공동정범, 편면적 공동정범 등을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통설의 위치에서 밀려났으나, 보수적인 법학자들은 여전히 범죄공동설을 주장하고 있다.
3.2. 행위공동설
주관주의의 입장에서 공동정범이란 수인이 '''실행행위를 같이 할 뿐, 각자는 자신의 범죄에 있어 공동자를 이용함에 그친다'''고 한다. 즉 공동 행위는 여러 가지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더라도 무방하며 공동자 각자는 서로의 범죄에 한하여 처벌된다고 한다. 범죄공동설에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형태의 공동정범을 설명할 수 있다. 학계의 통설이자, 대법원도 행위공동설을 따른다. 대법원은 고의범은 물론 과실범에 대해서도 공동정범의 성립이 가능하다고 한다. 단, 본래 의미의 행위공동설은 공모공동정범은 인정하지 않는다. 공모공동정범을 제외한 이하의 내용은 행위공동설에 의한 서술이라 보아도 큰 억지는 없다.
4. 요건
4.1. 주관적 요건
- 행위자 상호간 의사의 연락이 있어야 한다. 연락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 행위자 전원에게 방법을 불문 연락이 있으면 족하다. 합석공모나 각자 통보가 필요하지 않다. A→B→C 식의 중계 연락도 가능하다.
- 의사의 연락이 결여되면 동시범이 된다.
- 위와 같이, 일방에만 공동실행의 의사가 존재하는 편면적 공동정범은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동실행의 의사가 존재하지 않는 일방은 종범 또는 동시범이 될 뿐이다.
- 의사 연락은 행위시에 존재하면 족하다. 현장에서도 가능함은 물론, 실행 전의 의사연락이 있는 예모적 공동정범도 가능하며, 실행 당시 우연히 만나 연락이 이루어지더라도 공동정범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 실행행위 도중에 의사연락이 있었을 시 의사연락 이후의 행위 부분만 책임지며 의사연락 이전의 공동자의 행위 부분의 책임은 부정된다. 실행행위에 이르기 전에 공모관계에서 이탈했을 경우에도 공동정범의 책임은 부정된다.[2]
4.2. 객관적 요건
- 객관적인 공동실행의 사실이 있어야 한다.
- 행위공동설에 따르면 공동실행의 사실은 역할을 분담한 기능적 행위이면 족하다. 공동가공의 사실이 반드시 구성요건을 충족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사실이 합쳐져 구성요건이 되면 그로써 공동정범이 성립되며, 즉 구성요건의 일부를 실행하거나 구성요건 아닌 행위를 한 경우도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6]
- 공동실행사실의 구체적 인정 범위는 해당상황에 따라 법관이 판단하게 된다.
5. 공모공동정범
다수인이 범죄를 공모[7] 하였으나, 그 중 일부만이 범죄를 결행하였을 때 범죄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에 대해 공동정범이 성립하는가에 대한 개념이다. 공모공동정범의 개념을 인정하게 되면 이를 처벌할 수 있다. 공동의사주체설에 기초하며, 대법원은 1990년대 이후 공모공동정범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8]
기능적 행위지배설에 따르면 합동범에 대하여, 현장에 있지 않았던 공모자는 합동범의 공동정범 성립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행위지배설을 따르고 있는 듯하면서도, 합동범에 대하여서도 3인 이상이 공모하고 2인 이상이 합동범의 실행행위로 나아간 경우 현장에 직접 나가지 아니한 나머지 공모자에 대해서도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은 가능하다고 판시한다.[9]
특히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수습에 있어, 건설 시공자 처벌에 그야말로 광범위한 공모공동정범의 개념을 인정하게 되는데, 그 이후 판례는 기능적 행위지배설, 나아가서 공모공동정범의 이론을 ‘공모의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하는 이론’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관하다.[10]
이에 따라 대법원은 공모공동정범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장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자세한 논점은 이 항목에 잘 서술되어 있다. 일반적 개념으로써의 공범이라면 모를까, 법률적 개념의 공동정범이라면 이 문서 자체보다 훨씬 우수하고 접근하기 편한 서술을 하고 있다.
6. 공동정범의 귀책범위
- 공동정범은 실행행위의 일부만을 분담했을지라도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의 전부에 대해 정범의 책임을 진다.
- 단, 공모 범위 내에서만 다른 공동행위자의 행위에 대해 책임진다. 결과의 공모에 대한 질적 초과의 경우, 가령 절도를 공모하였는데 다른 공동자가 집에 불을 지를 경우, 불을 지르지 않은 일방은 현주건조물방화죄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단, 양적 초과의 경우 결과적 가중범이 되기도 한다. 절도를 공모하였는데 강도가 된 경우이다.[11] 판례는 결과적 가중범의 공동정범에 대하여, 인과관계와 예견가능성을 따져보아 유책하다면 성립이 가능하다고 한다.[12]
- 책임조각사유, 가중감경사유, 작량감경 등은 공동정범 각자에 대하여 독립적으로 적용된다.
- 형법 33조 본문에 의하여 비신분자더라도 진정신분범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 가령 공무원 아닌 자가 공무원과 공모하여 함께 뇌물을 받았을 경우, 수뢰죄의 공동정범이 된다. 비신분자의 진정신분범의 단독정범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 그러나 형법 제152조의 위증죄의 경우에는 증인선서를 한 자만이 범할 수 있는 진정신분범의 일종임에도 형법 제33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위증죄가 신분범이기에 앞서 자신이 '직접' 불법을 실현해야만 처벌받을 수 있는 자수범이기 때문. 따라서 '위증죄의 공동정범'은 성립 불가능하고, 다만 별도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교사범이나 방조범만 성립할 수 있다.[13]
- 형법 33조 단서에 의하여 비신분자는 신분자와 공동으로 부진정신분범을 범하더라도 부진정신분범의 형이 적용되지 않는다. 가령, 갑과 을이 공모하여 을의 아버지를 살해했을 경우 을은 존속살해의 죄가 되지만 갑은 일반살인의 죄책을 지게 된다.[14]
7. 관련문서
- 성수대교 붕괴 사고: 처벌에 있어 과실범의 공동정범 이론을 도입하면서 법학계가 시끌했었다.
- 박근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현직 대통령이 피고인들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공소외인(公訴外人)으로 공소사실에 기재된 초유의 사건이다.
[1] 옛날 기재례는 공소사실 전체를 단 한 문장으로 썼기 때문에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한 것이다." 식으로 썼다.[2] 대법원 85도 2371[3]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 행위자가 상호의사 연락 하에 과실행위를 공동으로 하거나, 특정한 공동의 목표가 있고 그에 대한 의사연락이 있는 다수인이 저지른 각자의 과실이 합쳐져서 동일한 사고의 원인이 된 경우에 인정된다고 한다. 대법원 2005도8822[4] 판례는 그렇다고 하지만,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실수할 수는 있겠으나, 동시에 실수할 것을 어떻게 공모한단 말인가? 그것이 실수인가? 실수를 연기할 것을 공모하였다면 그것은 고의적인 연기의 공모이지, 과실의 공모가 될 순 없다. 과실은 결코 공모할 수 없다. 단언하건대 과실범의 공동정범이라는 개념은 그르다. 사고와 사건이 다른 이유와 같다.[5] 앞의 각주와 같이, 엄격한 법리의 해석으로는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당연히 성립할 수 없다. 학계의 다수설 역시 이런 범죄공동설의 입장에서 일관되게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부정해왔으나, 반면 판례는 50여년간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고 있다. 학설이 이론이라면, 판례는 실제이다. 실제가 이론에 맞지 않다면 실제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 당연히 학자의 자세이겠으나, 이론이 옳다 하더라도 실제 없이는 이론도 없는 것이다. 실제를 전면으로 부정한다면 이론의 순결성은 유지될지 모르나 이론으로서의 '힘'은 상실된다. 이와 같이 현실과 이론의 괴리가 큰 상황에서, 전통이론에만 입각한 전면부정설의 주장으로 논의를 닫아 버리는 것은 학설의 현명한 태도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 2011, 과실범의 공동정범에 관한 판례의 검토와 학설의 정립, 건국대학교 로스쿨 이승호 교수[6] 대법원 91도3279[7] 대법원은 '공모'라는 단어를 '기능적 행위지배'와 같은 의미로 해석한다.[8] 95도2461, 96도2427 등[9] 98도321, 전원합의체[10] 공모공동정범을 둘러싼 논쟁들의 재평가/정지훈 213p[11] 90도2262, 98도356 등. 신창원이 이렇게 무기징역을 받게 되었다.[12] 77도2193[13] 같은 이유에서 위증죄는 간접정범도 성립할 수 없다. 예컨대 증인을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억지로 위증하도록 한 경우, 증인은 형법 제12조(강요된 행위)에 의해 책임이 조각되어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기에 형법 제34조 제1항은 적용될 수 없다. 위증교사죄와 강요죄(형법 제324조)의 상상적경합이 성립할 뿐(물론 이 사안이라면 위증죄의 교사범이 되나 위증죄의 간접정범이 되나 법정형은 동일하다).[14] 주의할 것은, 이 경우 갑은 살인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존속살해죄의 공동정범이 되지만 존속살해죄가 아닌 살인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게 된다는 점. 이것이 형법 제33조 단서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론이다. 다만 학설은 대체로 이에 대해 비판적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