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요건적 착오
1. 개요
構成要件的 錯誤
인간의 행위는 대부분 인식(예상)했던 상황과 실제로 일어난 현실적 상황이 아주 조금이라도 다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경우 고의가 없다고 보게 된다면, 대부분 경우는 고의 기수범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 극단적으로 말해 왼쪽 배를 찔러 살해하려는 거였는데 오른쪽 배를 찔렀으니 자기는 고의가 없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인식한 범죄 사실과 발생한 범죄 사실에 약간의 착오가 있어도, 두 사실간의 '''부합의 정도'''를 살펴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웬만큼 비슷하면 그냥 고의를 인정해야하는데, 그 웬만큼이 무슨 기준인지로 학자들이 다투는 것이다. 학술적인 느낌으로 쓰자면 '''고의를 어디까지 전용시키느냐의 문제'''.
그런데 형법 조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성요건적 착오는 15조의 발생한 사실이 인식한 범죄 사실의 가중적 구성요건인 경우 외엔 없다.[2] 이를테면 존속임을 인식 못 하고 살해한 경우, 중한 죄인 존속살해죄가 아니라 보통의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얘기다.[3] 따라서 그 외 구성요건적 착오는 학설과 판례에 의지하여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2. 구성요건적 착오의 의미
사실의 착오라고도 한다. 구성요건에 관한 착오로는 인과관계의 착오[4] 도 있으나, 통상 구성요건적 착오는 사실의 착오를 뜻한다. 사실의 착오란 인식하고 의욕한, 즉 고의를 가지고 이루려 했던 것과 실제 발생한 것에 차이가 있는 것을 말한다.
3. 구성요건적 착오의 종류
구성요건적 착오는 분류 방식에 따라 객체의 착오/방법의 착오, 구체적 사실의 착오/추상적 사실의 착오로 나뉜다. 따라서 가능한 경우의 수는 총 4가지이다.
3.1. 객체의 착오
행위 객체를 잘못 안 경우이다. 범죄자가 자기가 본 대상에 그대로 범죄를 실현하긴 했는데, 알고보니 자기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대상인 경우를 말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원수를 때려눕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쌩판 모르는 사람이었던 경우(구체적 사실의 착오)[5] , 또는 밤중에 집 근처에서 부스럭 거리는 것이 멧돼지라 생각하여 공격했는데 알고보니 통금 넘겨 담장 넘어 들어오던 아들이었던 경우(추상적 사실의 착오)[6] 행위를 등이 있다. 예시 중 앞의 것은 착각을 했건 말았건 명백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고, 행위자도 딱히 고의가 없었다고 억울해할 것도 없으므로 구체적 부합설을 포함한 모든 학설이 고의를 인정해 발생사실의 기수로 처벌한다. 사람을 똑바로 쳐놓고 '''"당신이 다른 사람인줄 알았어!"'''라 하는건 말이 안 되기에 당연한 것이다.
3.2. 방법의 착오(타격의 착오)
행위의 방법이 잘못 되어 인식한 대상과 다른 대상에 결과가 발생한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엄밀히 말해 인식이 잘못된 경우는 아니어서 착오라 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지만, 크게 보아 인식한 사실과 실제 발생한 사실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사실의 착오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뭔가를 던지거나 총을 쐈는데 빗나간 경우가 있다. 예시로는 친구한테 우유팩을 던졌는데 옆에 있던 짝꿍이 대신 맞아버린 경우(구체적 사실의 착오), 선생님 차에 우유팩을 던졌는데 빗나가서 옆에 서있던 선생님한테 맞았던 경우(추상적 사실의 착오) 등이 있다. 객체의 착오와 달리 이 경우는 구체적 사실의 착오의 경우에도 뭔가 좀 억울할 수 있다. 행위자가 충분히 '''"당신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여지가 충분하므로, 학설에 따라 견해가 나뉜다. 구체적 부합설에 따르면 이미 발생한 사실의 과실범과 의도한 사실의 미수를 상상적 경합하여 처벌한다.
예를 들어서 A를 죽이려고 총을 쐈는데 B가 맞아서 다친 경우 A에 대한 살인미수와 B에 대한 과실치상이 상상적 경합이 성립한다. (구체적 사실의 착오)
또 예를 들면 A를 죽이려고 총을 쐈는데 옆집 유리창이 깨진 경우 A에 대한 살인미수와 B에 대한 과실손괴가 상상적 경합이 된다.[7] (추상적 사실의 착오)
3.3. 구체적 사실에 대한 착오
구체적 사실이라는 것은, 보다 좁은 의미의 사실을 착각했다는 것이다. 가령, 내가 부수려던 것이 안경이었는데 실제로 부순 것은 컵이었다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안경과 컵은 완전히 다른 성격과 값의 물건으로, 이는 추상적 사실에 대한 착오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으나, 부순 것이 안경이든 컵이든 아버지가 아끼는 값 나가는 도자기이든 여동생이 아끼는 강아지이든[8] 형법에서는 같은 손괴죄가 될 뿐이다. 즉, 결과와 인식이 동일한 법률효과가치를 지닌 착오를 구체적 사실에 대한 착오라고 한다. 판례가 따르는 법정적 부합설에 따르면 구체적 사실에 대한 착오는 객체의 착오와 방법의 착오를 불문하고 발생한 결과에 대한 고의를 인정한다. 즉, 이를 착오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3.4. 추상적 사실에 대한 착오
상술한 구체적 사실과 대비하여, 추상적 사실이라는 것은 넓은 의미의 사실을 착각했다는 것이다. 구체적 사실에 대한 착오가 동가치간의 착오라면, 이는 이가치간의 착오다. 가령, 높은 곳에서 내던져 부술 생각으로 인형을 집어 던졌는데 인형이 아니라 아기였다는 경우, 아니면 정신 좀 차리라고 뒷통수를 때렸는데 피해자의 뒷통수가 달걀 껍질만큼 약해서 피해자가 그대로 죽어버린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인형을 집어던진다면 손괴일 것이고, 아기를 집어 던져 아기가 죽지 않았다면 살인미수, 죽었다면 살인의 죄책을 질 것으로, 즉 추상적 사실에 대한 착오는 인식과 결과가 완전히 다른 법률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법정적 부합설과 판례도 추상적 사실에 대한 착오는 착오로 인정하여, '''인식한 사실에 대한 미수'''와 '''발생한 결과에 대한 과실'''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
한편 이 경우 중 '''피해자의 특수한 상태'''에 의해서 행위자가 의욕하지 않았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대해서는 Eggshell Skull 문서를 참고하라.
4. 부합설 이론[9]
상술한대로, 착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어느 정도로 부합(일치)해야 발생한 사실을 인식한 사실과 동일하다고 취급하여 인식 사실에 대한 고의를 발생 사실에 대한 고의로 인정할지에 대한 논의다[10] . 쉽게 말하자면 어느 정도까지 "일부러 그랬다"고 볼 수 있는지의 문제다. 추상적 사실의 착오의 경우엔 "일부러 그랬다"고 평가하는 견해는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추상적 부합설로 번역되는 해외 학자의 견해를 각 교과서에서 설명할 뿐이다.
학설이 대립하는 부분은 구체적 사실의 착오 중 방법의 착오의 경우[11] 이다. 구체적 부합설이라 불리는 학설은, 생각한 사실(인식한 사실)과 발생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일치할 때에만 고의를 인정하는 견해로 위 방법의 착오 예시에서 친구가 맞는 것과 옆에 있던 친구 짝꿍이 맞는 것은 다르다 보아 고의의 전용을 부정한다. 고의가 전용되지 아니하므로 발생한 사실의 과실범을 검토하고[12] , 본래 인식한 사실에 미수범 처벌 규정이 있다면 미수범 성립을 검토한다. 한편 법정적 부합설은 같은 범죄이기만 하면 충분히 일치한다고 보아 어쨌든 우유팩을 사람에게 맞추려는 것은 똑같으니 똑같이 평가하여 고의를 긍정한다. 고의가 전용되기 때문에 발생한 사실에 대한 고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 발생 사실에 대한 고의 기수범이 성립한다. 형법 교과서에서의 예시는 우유팩을 총알로 바꾸면 된다. 어느 학설도 통설적 견해라 할 수 없으나 구체적 부합설을 주장하는 교과서가 더 많다. 대법원은 법정적 부합설의 입장에서 판시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편, 실제 사례를 풀때 착오 같은 문제가 나왔다고 부합설만 가지고 풀게 되면 '''지나치게 기계적'''인 이상한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강도에게 잡힌 인질을 구하기 위해 경찰이 총을 쐈는데 인질이 맞은 경우, 법정적 부합설의 논리에 따르면 경찰에게 살인(혹은 미수)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 정당행위 등으로 위법성이 조각되기에 문제는 없다.) 반면 흉악범이 모두 차례차례 하루에 한 명씩 쏘아 죽이기로 결심하고 사람을 향해 총을 쐈는데 빗나가 내일 죽일 사람을 먼저 죽인 경우, 구체적 부합설에 따르면 살인죄의 기수범을 인정할 수가 없다! (이 경우에도 살인죄의 미수와 과실치사의 상상적 경합으로 죄에 맞는 형량을 부과하면 그만이다.)착오의 문제는 결국 고의 인정 여부에 관한 문제이므로 미필적 고의 등 다른 고의 이론을 함께 고려하여 푸는 것이 올바른 접근 방법이라 할 수 있다.
5. 구성요건적 착오 사례 연습
구성요건적 착오에 대해서 가장 쉬운 이해 방법은 이론보다는 사례를 통한 연습이다. 따라서 연습해보자.
위의 인형인 줄 알고 집어 던졌는데 아기였다는 사례에서, 아기가 죽었다고 한다. 이 경우, 행위자는 손괴의 고의와, 살인의 과실을 인정받아 인식에 대해 손괴미수, 결과에 대해 과실치사의 책임을 지며 원인과 결과는 상상적 경합[13] 관계에 있다. 손괴미수보다 과실치사가 더 중한 죄이므로, 결론적으로 당 행위자는 '''과실치사'''로 처벌받는다. 다른 자세한 사례 연습은 아래에서.
- 갑은 을에 대한 살해의 고의를 가지고, 을에 대해 총을 쏘아 살해하였으나 다가가 확인해보니 을이 아니라 병이었다.
- 갑은 을에 대한 살해의 고의를 가지고, 을에게 총을 쏘았으나 을에 맞지 않고 병의 팔에 맞았다.
- 갑은 을의 화분을 깰 생각으로 총을 쏘았는데, 을의 화분을 깨뜨린 총알이 관통하여 화분의 뒤에 있던 병을 맞춰 병이 숨졌다. 이 때 갑은 병을 맞출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병 뒤에 있는 유리창이 총에 맞아 깨지면 어쩌나 하는 미필적 고의는 가지고 있었다.
- 갑은 개를 죽일 생각으로 칼로 찔렀는데, 찌르는 순간 개가 도망가 그만 개 주인인 을을 찔러 숨지게 하였다.
- 갑은 을의 인형을 찢을 생각으로 칼로 찔렀는데, 알고 보니 을의 아내인 병이 칼에 맞아 다쳤다.
[1] 부합설 이론은 다양한 변주가 있지만 이 항목에선 가장 기본적인 학설들을 소개하였다. 특히 법정적 부합설은 구성요건적 부합설을 염두에 두고 서술하였다.[2] 인식한 사실이 발생한 사실의 감경적 구성요건인 경우도 포함된다는 이견 있음[3] 직계존속임을 인식치 못하고 살인을 한 경우는 형법 제15조 소정의 특히 중한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치 못한 행위에 해당한다. 4293형상494[4] 범죄자가 예측한 과정과 다른 과정으로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이를테면 머리를 때려 쓰러지자 죽은줄 알고 강에 내다 버렸는데 사실은 기절한채 강에 빠져 익사한 경우. 이른바 웅덩이 질식사 사건으로 무려 실제 발생한 사건. (...)[5] 두 행위 모두 폭행이라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6] 의도는 범죄가 아닌 행위이나 결과적으로 폭행 혹은 살인이 된다[7] 과실손괴라는 죄명은 없음으로 이는 처벌할 수 없고 A에 대한 살인미수만 성립한다.[8] 동물은 형사상으로도, 민사상으로도 물건이다. 심지어 모든 학설에서 이에 이견없다.[9] 부합설 이론은 다양한 변주가 있지만 이 항목에선 가장 기본적인 학설들을 소개하였다. 특히 법정적 부합설은 구성요건적 부합설을 염두에 두고 서술하였다.[10] 이를 고의의 전용이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법정적 부합설을 주장하는 학자 또한 고의의 전용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의를 다르게 바라보는 것에 불과하다.[11] 교수에 따라 방법의 착오 중 구체적 사실의 착오라고 표현하기도 하나, 당연히 같은 것이다[12] 처벌규정이 존재하고 예견의무와 회피의무의 위반인 과실이 인정되어야 과실범이 성립한다[13] 경합범 항목을 참조하면 쉬울 것이나, 상상적 경합이라는 것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목의 범죄로 해석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14]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우 추상적 사실의 착오로서, 적법행위의 불능미수와 과실치사상죄의 상상적 경합이 발생하나, 사냥터라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형이 상당부분 감경된다.[15] 드라마에서 설도현을 쏜 부분이 장하나로 알았는지 의뢰주의 아들인 설도현인 줄 알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16] 구체적 부합설에 따르면 방법의 착오에 해당하는 한윤찬에 대하여는 법정적 부합설의 추상적 사실의 착오와 유사하게 처리하여 인식한 사실에 대한 미수와 발생한 결과의 과실이 상상적 경합을 하게 된다. 즉, 장하나에 대한 살인미수와 한윤찬에 대한 중과실치상이 상상적 경합을 하여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