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드온
1. 개요
구약성서 판관기(사사기)에 등장하는 판관(사사)으로, 므나쎄 지파 출신 아비에젤의 후손이며 요아스의 아들이다. 이름의 뜻은 '베어 쓰러뜨리다, 벌목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2. 생애
당시 이스라엘은 툭하면 미디안의 레이드에 탈탈 털리는 상태였는데, 기드온은 밀을 대놓고 타작하면 또 털릴 것이기에 포도주 틀에 들어가 몰래 타작하고 있었다. 이때 천사가 "큰 용사여, 하느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다"라고 부르면서 미디안을 공격하여 이스라엘을 구원하라고 명했다. 기드온은 자신이 없어 자기가 진정 이스라엘을 구원할 사람이 맞는가 의심하여 여러 증거를 요구하였지만, 결국 미디안을 치기로 결심했다. 그 천사가 인도한 곳으로 가보니, 모든 곳의 물기가 말라있었지만 그곳에 있는 나무에 걸려있던 양털만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에게 보여준 증거.
이후 미디안의 군대는 창병 1만 5천에 칼을 든 보병이 12만으로, 무려 '''13만 5천의 대군'''이었으며, 당시 병력으로는 최강이었다. 반면 이스라엘의 병력은 허약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강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기드온은 이스라엘 전역에 미디안을 상대할 전사들을 모집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3만 명을 모았다. 하지만 이때 하느님은 군사가 너무 많으니 줄이라는 하나님의 명에 의해 먼저 겁 먹는 사람들을 걸렀더니 1만 2천 명이 남았고 그 다음 개울가에서 물 마실 때 개울에 입대고 마시는 사람을 돌려 보내고 나자 손으로 떠서 먹는 사람들 300명이 선발되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이유는 극적인 숫적 열세[1] 에서의 승리만이 하느님의 권위와 능력을 입증할수 있고 인간들이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적으로 봐도 기드온의 행위는 말이 된다. 우선 3만에서 1만 2천으로 줄인 것은 일종의 담력 테스트로 볼 수 있는데, 적의 공격에 굴하여 우왕좌왕하는 행위 자체가 병법에서 금기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또한 개울가에서 물을 마시게 하는 방법으로 적격 여부를 가린 것도 당시로서는 현명했는데, 개울에 입을 대는 행위는 시야를 방해하고, 무릎을 꿇는 행위는 기동력을 방해하는 행위인지라, 둘 다 적에게 약점을 노출시키는(= 교만에 빠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드온의 선발 기준은 '적의 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매우 현명한 기준이었고, 이 기준을 통과한 자들만을 하느님의 사자로 보고 선발한 것이다.
어찌됐든 기드온과 300 용사는 어두운 때에 미디안군 진영을 기습 공격, 준비해 둔 단지를 깨뜨리면서 숨겨두었던 횃불을 비추고 나팔을 크게 불었다. 자다가 깬 미디안군은 사방에 갑작스러운 횃불과 어둠 때문에 상황판단 불가에 무기 소리와 비슷한 소음인 항아리 깨지는 소리와 당시 무기가 내는 소리가 비슷하다. 결국 미디안 군은 같은편끼리 싸우기도 하고 혼란에 빠져서 큰 피해를 입고 도두했다.
이때 미디안군 진영을 지휘하던 오렙과 스엡을 붙잡았는데 오렙은 훗날 '오렙 바위'라 불리게 되는 바위 위에서 처형했고, 스엡은 '''포도주 틀'''에서 처형했다. 기드온이 미디안족의 습격이 두려워 한때 포도주 틀 속에 숨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하다.
이는 사실 기드온이 잡지는 않았고, 기드온이 첫 전투에서 대승한 이후 에브라임 지파의 구역에 파발을 띄워 "미디안 본진을 개박살냈으니 도망가는 애들의 도주로를 차단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자기 구역에 있던 에브라임 군대가 나와서 얼른 도주로를 막아 도망가던 오렙과 스엡을 붙잡아 온 것. 에브라임 군대가 후에 기드온의 군대와 합류할 때 이 둘의 머리를 가져왔다.
그는 이 기세를 몰아 자신의 형제들을 죽였던 미디안족 수령(혹은 고관, 장군)들인 제바와 살문나를 잡기 위해 요르단 강을 건넜다. 그 와중에 에브라임 지파의 군대가 기드온의 군대와 합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에브라임 군대의 지휘관들이 "왜 미디안 본진 치는데 우리는 어쩌새 부르지 않았소?"라고 시비를 털자 기드온은 "진정하시오. 여러분은 미디안 추장인 오렙과 즈엡을 잡는 일을 하셨으니 우리가 지금껏 한일이 어떻게 그 성과에 비교되겠습니까?" 라고 좋은말로 점잖게 축하하고 결국 에브라임 군대도 금방 납득하고 합류하여 제바와 살문나를 추격했다.
사실 상술했듯 기드온은 온 이스라엘에 미디안 군과의 군사모집 편지를 전했다. 즉, 에브라임 군대도 당연히 불렀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야훼가 거르고 거르는 중에서 다 떨어져 나갔거나, 아니면 모병 통지할 때부터 미디안 군대에 겁먹은 나머지 생까고 안 나갔다가 이제 나타나서 뒷북치는 경우가 될 수 있는데, 정황상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정말로 전달이 제대로 안 돼서 늦게 알았기에 나중에 알고는 뒤늦게 참전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증원군까지 붙어 군대도 늘어난 데다 오랜 전투와 행군, 요르단 강까지 건너느라 군사들이 지쳤기 때문에 기드온은 군대를 잠시 쉬게 하기 위해 수꼿에 다다라 "제바랑 살문나를 쫓아가는데 우리 군사들이 지쳐 있으니 먹을 식량과 물을 조금만 나눠주시오"고 부탁했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을 모르던 무식한 수꼿의 추장들은 무슨 생각인지 "우리에게 식량과 물을 나눠달라고요? 당신들이 제바랑 살문나를 다 잡아오셨소?"라며 무례하게 비웃었고, 분노한 기드온은 '''"그럼 내가 그놈들 잡아오면 당신들은 가시덩굴로 등짝을 실컷 때려주겠소!"'''라고 엄포를 놓고 떠났다. 그 다음에 들른 브누엘에서조차 식량원조 거부에 현실 상황 파악을 전혀 못하는 미련한 브누엘성의 책임자들이 제바와 실문나를 잡았으면 벌써 우리가 잡았을거라고 성탑위에서 비웃으며 수꼿에서와 똑같은 무시를 하자 역시 빡쳐서 "내가 돌아오고 나면 '''그 잘난 성탑을 반드시 부숴버린다!'''"고 엄포를 놓았다.
제바와 살문나의 군대는 이미 10만여 명의 군사들이 전사했고 1만 5천 명의 군사들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기드온의 군대는 적군이 예상한 진로를 우회해서 공격하여 격파하고, 도망가던 제바와 살문나를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제바와 살문나를 죽이기 전에 기드온은 제바와 살문나를 심문하는데 그들이 다볼에서 죽인 자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를 물었고 제바와 살문나는 "그들이 너와 같아서 하나같이 왕자들의 모습과 같았다."라고 대답했다. 그가 이 말에 분노하면서 "너희가 죽인 그 사람들은 나의 형제들이며 나의 어머니들의 아들들이었다. 하느님을 두고 맹세하노니 너희가 만일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면 나도 너희를 최소한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을 하고 자신의 맏아들인 예델에게 "네가 일어나 칼을 잡아 제바와 살문나를 죽여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당시에 어린이 였던 예델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했다. 제바와 살문나가 보기에도 딱해서 결국 기드온에게 "기드온, 네가 무서워서 어린 아들에게 죽이라고 시키냐? 차라리 직접 우리를 죽여라! 어린 아이의 손에 죽느니 차라리 네 놈의 손에 직접 맞아 죽겠다!"라고 말했고 기드온은 그 말대로 본인이 직접 제바와 살문나를 칼로 처형했다.
그리고 그 둘을 생포한후에 처형하기 전까지 끌고 다니며 수꼿과 브누엘로 가서 제바와 실문나를 보여주며 전에 했던 무례한 행동들을 따지면서 경고했던 대로 '''스꼿에서는 가시 덤불로 스꼿의 장로들을 무자비하게 채찍질하고 사실상 죽였으며 브누엘에서 브누엘 성의 성탑을 파괴하고 브누엘의 장로들도 모두 사형에 처했다.'''. 현실상황을 모르면서 멋대로 무례하게 행동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경우다. 이 전투 이후로 미디안족이 다시 이스라엘을 침략하는 일은 없었다.
기드온의 혁혁한 공적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를 왕으로 추대하려 했지만, "당신들을 다스릴 이는 나도 내 아들도 아니고 하느님뿐"이라면서 이를 거절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냈다.
그는 아들 중 한 명의 이름을 아비멜렉이라 지었는데 이는 '왕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이는 결국 아들의 이름을 통해 왕위에 대한 야심, 혹은 스스로에 대한 도취감을 나타냈다는 게 되고, 이 아들은 아래 항목에서 설명하듯 가문을 몰락시켰다. 사실 아비멜렉이란 이름이 뜻이 좀 거창하긴 해도 꽤 많은 이름이었고, 어쩌면 아비멜렉은 후대의 공저자들이나 역사가들이 기드온의 아들에게 붙인 이름일 수도 있다. 성경은 한 명의 저자가 아니라 몇 천 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여러 저자들이 쓴 내용들을 묶어 놓은 책이란 것을 기억하자.
그 밖에도 전쟁 후 노획한 금붙이들을 조금씩 백성들에게서 부탁하여 회수해서 그걸 녹인 금으로 에봇을 만들었는데, 에봇은 본디 이스라엘인 중 레위 지파에서만 나오는 대제사장만이 소유할 수 있는 금이 들어간 예식 의복이었다. 기드온은 므나쎄 지파의 사람일 뿐더러 에봇을 만들 수도 소유해서도 안 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기드온은 자기 맘대로 에봇을 만들어 자신의 동네에 비치해두었고 기드온은 하느님을 충실히 섬겼지만 이스라엘인들이 그 에봇 자체를 섬기는 우상숭배를 하게 되어 이것이 기드온의 후손들에게 화를 자초하게 되었다라고 성경에 적혀있다.
미디안 레이드를 떠나기 전의 일화가 하나 있는데 그는 사사가 된 직후 자신의 집 뜰에 있던 바알 신상을 파괴했다(정황상 기드온의 집에서 바알 신을 섬기는 제사를 드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 바알이라는 우상을 만들어서 섬김으로 인해 하느님이 내렸던 계명을 어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 몇 명이 기드온을 죽이기 위해 그의 집으로 갔지만 그의 아버지인 요아스는 마을 사람들에게 "만약에 바알이 진짜 신이라면 그의 신상을 파괴한 우리 아들에게 작접 알아서 벌을 내릴 텐데 왜 굳이 손을 더럽히는 수고를 하시오? 해뜨기 전에 바알을 편들어 기드온을 건드리는 자는 모두 하느님 앞에서 죽을것이오!"라고 말했고 마을 사람들은 말이 되는 이야기라서 기드온이 벌을 받을지 두고보자고 그냥 돌아갔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에게는 벌은커녕 그 징조도 보이지 않았다. 이로서 백성들은 바알이 가짜 신이라는 걸 믿게 되었고 그는 여룹바알(여루빠알)[2]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기드온에게는 많은 아내들이 있었고 그에 따라 많은 자식들을 낳았는데, 아들만 해도 '''70여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기드온 사후 그의 아들 중 하나인 아비멜렉이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도망친 막내동생 요담을 제외한 모든 형제들을 죽이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으나, 3년 만에 반란을 겪고 반란군을 진압하다가 전사하면서 이후 기드온의 가문은 몰락했다.
아비멜렉이 죽는 과정이 참 기가 막힌데 데베스라는 곳의 망루에 본인이 직접 불을 지르려고 하다가 어떤 여인네가 던진 맷돌에 머리를 직격당했다. 맷돌짝에 정통으로 맞아서 머리가 깨진 아비멜렉이 검을 차고 있는 젊은 수하에게 "어차피 나는 머리가 깨져 곧 죽는다. 지금 네가 그 칼로 나를 죽여다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가 여자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놀릴 것이 아니냐?"라고 말을 하며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자 결국 그 수하가 아비멜렉을 칼로 죽였다.
삼손이나 입다와 함께 판관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인데, 상술한 전투 건도 있긴 하지만 초라한 첫모습에서 위대한 전쟁 영웅으로, 그리고 마지막에 점점 타락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처음 기드온의 모습은 좋게 말하면 심약한 귀공자 스타일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찌질이 같은 모습인데 나중에는 자기 전투 중에 어깃장 놓는 인근 부족 왕들에게 "내가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너희들 다 조져버릴 거야"라며 호언장담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리고 후에는 자기 아들 이름을 야심있게 짓거나, 멋대로 금으로 에봇 예복을 만들어 문제가 되게 만들거나, 여러가지로 엇나가게 된다. 사실 기드온이라는 인물이 처음에는 배짱도 부족한 데다 자괴감에 빠져 있었고, 아무튼 유별나게 자존감이 낮았던 것임에는 틀림없고, 그 낮은 자존감이 큰 승리를 얻은 이후 그 승리감에 지나치게 도취되어 뒷날의 여러 가지 실책을 부르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천사가 전례없이 "네 손으로", "네 힘으로", "네가"와 같은 표현을 쓰면서 기드온을 수시로 격려해주고[3] 그에 따라 각종 기적 이벤트[4] 도 열심히 보여주면서 확신을 불어넣었다. 심지어 이스라엘군 병력 수를 줄일 때에도 마치 "네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이스라엘 얘네들 이대로 이기면 목에 힘주고 다닐 거 뻔하잖아?" 하는 투다.
3. 그 외
조그마한 성경책을 무료로 배포하는 방식으로 전도 활동을 하는 개신교 단체 국제 기드온 협회(Gideons International)의 이름은 이 기드온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여담으로 중세 부르고뉴 공국의 필립이 그리스 신화의 황금양털과 아르고 호의 용사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황금양모 기사단을 창설했을 때, 기독교계로부터 이교도의 신화를 추종한다는 비난을 받자, 황금양모가 사실은 이 기드온의 양모를 의미하는 것이라 둘러댄 바 있다.
[1] 무려 '''1대 400'''이다. 참고로 고대사에서 알려진 전투 중 승리한 군대가 가장 열세인 상황에서 싸운 것이 1:43(곤양대전)이라는 걸 생각하면, 완전한 극적 열세다.[2] 바알을 부끄럽게 만든 자.[3] 성경에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이런 화법을 구사하는 경우는 정말 보기 힘들다. 대부분 하나님의 메시지는 "이걸 네가 잘나서 성취했다고 생각해? 착각하지 마. 내가 한 거고 너는 단지 내 도구로 쓰였을 뿐이야. 그러니 자만하지 마." 정도다. 그러나 기드온에게만큼은 유독 예외였다. 다르게 해석하면 그렇게 열심히 띄워줘야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기드온의 멘탈이 약했다는 말도 되지만 말이다.[4]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 땅은 이슬에 흠뻑 젖고 양털만 바짝 말라있기 & 온 양털만 이슬에 흠뻑 젖어있고 대지는 바짝 말라있기, 미디안 진영 염탐 중에 적군의 예지몽 들려주기 등. 이 예지몽 이벤트도 오히려 기드온에게 먼저 "너 솔직히 무섭지? 그럼 적진 염탐하면서 쟤네들이 뭐라고 하는지 한번 들어 봐. 너 혼자 가지 말고 부하 하나랑 같이 가." 하는 식으로 시킨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