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쓰는 법
1. 개요
논문 쓰는 법을 설명한다.
연구분야, 연구 유형과 분석방식에 따라 연구의 진행과 설계도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아래 나오는 사항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당신의 짬이 좀 된다면 아래 나오는 사항들을 완벽하게 지킬 필요는 없다.
가장 극단적으로 나누면 두가지 단계의 반복적인 사이클로도 볼 수 있다. 귀납 연구와 연역 연구 사이클, 이론주도적연구와 자료주도적 연구 사이클, 이론적 조망과 실증 사이클, 자료수집과 자료분석 사이클, 탐색적 연구와 확인적 연구 사이클 등으로 말이다. 분류하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연구자는 특정 방법론이나 관점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통찰을 얻는데 방법을 가리지 마라.
2. 1단계: 논문에 대한 기초지식의 확보
논문/형식, 인용/스타일 문서 참조. 논문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논문을 형식에 맞춰서 쓰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걸 주제문 설정 전에 알아두어야 하는 이유는, 인용 양식을 알지 못한 채 자료를 수집하면 나중에 형식에 맞추어 쓰기 위해 다시 모든 자료를 조사해야 해서 시간이 2배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편,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르면 심사에서 떨어지며 최악의 경우 징계를 당하거나 퇴학당할 수도 있다.
3. 2단계: 연구문제 설정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연구 주제(연구문제: Research Question)를 찾는 것이다. 연구문제(가설)는 분명해야 한다. 실증연구라면 가설, 사례연구라면 연구문제가 분명한 하나의 문장으로 정해져 있어야 한다. 변인이 명확해야 한다.
3.1. 이론적 조망
연구문제를 찾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기존에 만들어진 이론적 조망을 응용하는 것이다. 이론적 조망을 공부하고 그 조망을 다시 한번 검증하거나, 그 조망을 조금 확장하거나, 그 조망을 반박하거나, 그 조망의 오류를 수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인문사회계 학부~석사 졸업논문의 경우 '이 주제에 교수님이 관심이 있겠지?' 하는 건 주제 선정의 판단기준으로 넣지 않는 것이 좋다. 대개의 경우 '통과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논문을 제출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 수준이 학계의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서 심사가 가능하기만 하면 주제 자체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관심도 없고 지루해하는 주제로 논문을 쓰게 되면 통과할 확률이 더욱 낮아진다. 교수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태도가 오히려 발등을 찍어 졸업을 늦추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 학문의 전체 조망을 알지 못 하는 상태에서 논문을 쓰겠다고 덤비면 [1] 시간을 많이 낭비하기 쉽다. 예를 들어 사회심리학이라고 하면 그 범위가 엄청나게 넓다. 따라서 '사회심리학에 대한 논문을 쓰겠다'는 애매한 목표를 가지고는 범위가 무한정 넓어지게 된다. '귀인'에 대해 쓰겠다는 등 범위를 최대한 줄이고 그 안에서 탐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심리학에서 다루는 주제들 수십~수백가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적어도 학부 사회심리학 과목을 수강하는 것 이상의 지식은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귀인' 역시 자료를 조사하기에는 너무 넓은 범위다. 귀인에 대해 심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국제적인 수준만 따져도 1만건이 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범위를 줄이기 좋은 것이 이론적 조망이다. 2017년까지 '귀인'에 대해 '자기 결정 이론'으로 이루어진 국제적 수준의 실증연구는 77건이고, 사회심리학으로 분야를 제한할 경우 6건이다. 이럴 경우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귀인'에 대해 '자기 결정 이론'을 활용한 논문 수십편을 살펴보겠다는 계획은 성공적일 가능성이 높다. 학사 논문일 경우 연구방법론을 통해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 없이 기존 연구 동향을 정리해서 제출하면 졸업을 시켜주는 경우가 많아서 굳이 연구방법론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올바른 연구방법론을 사용했더라도 그 주제가 그 학문의 범위 내에 들어가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학위논문이나 학술지 등 투고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글이라면 그 범위를 넘기면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채택이 안 될 수 있다.학사 졸업논문, 시간제 대학원, 인기없는 학술지의 경우 낡은 이론을 이용해 현상을 설명하는 것도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전일제 대학원의 석사 졸업논문부터는 '너무 낡은 이론을 쓰는 것은 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조건도 붙는다.
그리고 논문의 주제는 중심이 되는 이론적 조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개의 학술지에는 리젝당할 것이고, 리젝당하지 않더라도 '정책 보고서'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 한다.
4. 3단계: 연구방법론 설정
※ 경제학, 수리사회학 등 이공계와 유사한 역량을 보이는 분야는 논의에서 제외한다.
※ 인문 분야의 경우 리브레위키의 '글쓰기에 입문하려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논문' 문서 참조.
※ 아예 저널에 내는 것이 목적일 경우 저널 문서 및 동료평가 문서 참조.
학사졸업논문이나 학사 리포트의 경우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연구방법론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석사를 졸업하거나 학술지에 논문을 싣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것이 연구방법론이다. 졸업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연구되지 않았던 결과 하나 정도는 내놓아야 한다. 교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을 넘는지, 학생이 수행해낼 수 있는 지적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 학생이 권한[2] 이나 연구비용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지가 고려 요건이다. 연구방법론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석사의 경우 입학 전부터 연구방법론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게 좋다.
사회과학의 경우 크게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로 갈린다. 어느 쪽이든 문제에 처할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 통계적 방법을 쓰겠다고 질문지법으로 설문조사를 짜면 200명에게 만원씩만 보상을 지급하더라도 벌써 200만원이 들어가는 데다 시간도 엄청나게 소요된다. 설문조사의 장소/대상이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일 경우 협조를 구하는 문제도 크다.
-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을 시도하려면 그 자료를 받아낼 권한이 있어야 한다. 가령, 메타분석이나 패널분석을 시도하면 공짜로 할 수 있고 섭외를 할 부담도 없겠지만, 통계학의 수준이 통계학과 대학원생 수준으로 올라가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그 통계 분석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놓은 뒤 자기 이름을 논문에 넣으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패널분석으로 결과를 얻으려고 하면 외부인에게 비공개인 패널이 많아서 자신이 생각한 주제대로 쓰지 못할 위험성도 높다.
- 근거이론, 사례연구 등 질적연구를 하면 7명을 1시간씩 면접법으로 인터뷰한 걸로 KCI 등재지 논문을 써내는 것도 가능하나, 질적 연구는 객관화가 어려워서 심사가 빠꾸당하는 수가 있다. 그리고 불특정 다수 (지나가던 사람, 직장인, 가정주부, 빈곤층, 대학(원)생 등)이 연구대상이라면 섭외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섭외의 대상이 고위층, 특정 기업 소속 등이어야 한다면 그 사람(단체)을 어떻게 섭외할지도 인맥의 영향을 받는다.
- 면접법, 질문지법 등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할 때는 연구윤리에 유의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 괴로워하던 사람을 불러내어 인터뷰하는 건 괜찮지만, 조건을 통제하겠답시고 평온한 상태에 있던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괴롭게 만드는 실험을 짜면 통과 자체가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나리오 자극물을 통해 마음이 무거워지게 만드는 정도는 괜찮다.)
5. 4단계: 문헌 조사/정리
논문을 조사하는 데는 크게 4가지 방법이 있다. 수집한 자료의 정리에 대해서는 서지관리 소프트웨어 문서 참조.
첫번째 방법은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키워드로 검색하는 것이다. 해당 문서 참조.
- 체계적 리뷰, 메타분석이 개개의 실증연구에 비해 전체적 조망을 더 넓게 보여준다. '교육철학 연구 동향' 등의 검색어를 사용하면 연구 동향에 대한 논문을 볼 수 있어서 전체적 범위를 잡기에 더욱 좋다.
- 박사 학위논문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대개 150~200쪽에 달하기 때문에 일반 실증연구 논문에 비해 그 주제의 이론적 배경에 대해 훨씬 자세히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세번째 방법은 핸드북.
네번째 방법은 1~3번 방법에서 찾은 논문을 보면서 참고문헌에 실려 있는 논문을 역으로 찾아나가는 것이다.
학사 졸업논문이면 몰라도, 나머지 경우는 문헌 조사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자기 딴에는 새로운 생각을 해냈다고 좋아했는데 문헌 조사를 해보니 이미 5년쯤 전에 세상에 발표되어 있는 경우가 매우 흔하기 때문.
그리고 여러 나라의 옛 자료를 조사해야 하는 학문은 외국어에 능통해야 한다. 사학과, 불교학과 등이 이에 해당한다.
6. 5단계: 연구 수행
인문학의 경우 문헌 조사만으로 논문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읽는 것이 논문 쓰기의 처음이자 끝이 되므로 이 단락은 생략한다.
사회과학의 경우 그렇게 문헌조사만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실험, 설문조사, 면접, 통계 분석 등의 구체적인 연구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7. 6단계: 논문 초고 작성 + 수정
초고를 쓰는 과정에서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따라서 일단은 써보기 시작하는 것이 계속 읽기만 하는 것보다 도움이 된다. 초고를 완성한 다음 정리해놓은 자료를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관점의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본문을 작성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시작과 결론을 개략적으로 구상을 마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개략적으로라도 구상을 마친다면, 좀 더 분명한 논문방향을 잡을 수 있다. 실체가 없기때문에 그림이든 글이든 자신이 원하는 생각을 표현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개요를 짜고 초고를 쓰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토론을 거치고 첨삭을 받아야 한다.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3]
혼자서 고민해 봤자 잘 개선되지 않는다. 동료평가를 통해 탈곡기 털듯 털털털 터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내용에 모순이 있는 점을 지적해주는 게 가장 좋다. 형식 지적이나 오타 수정은 내용 지적에 비해서는 사소한 문제다.
8. 7단계: 투고 직전
초고를 수정하다 보면 처음에 세웠던 가설과 내용이 많이 달라지기 쉽다. 그래서 서론, 결론, 제목, 키워드, 초록 등은 마지막에 반드시 다시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오탈자를 정리하고 논문/형식과 인용/스타일을 다시 맞추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출 직후 오류를 발견하고 당황하기 십상이다. 이런 오류를 줄이려면 마감 직전에 부랴부랴 벼락치기를 하지 말고 시간을 투자해서 공을 들여야 한다.
[1] 학사 학위논문의 경우 이런 경우가 있다.[2] 특정 기관에서 대학 교수에게 연구를 맡기는 경우면 몰라도, 학생이 특정 기관에 자료를 요청하면 자료를 잘 대어 주지 않는다.[3] 계속해서 공짜로 부려먹으려 들고 무한히 받으려고만 하고 손톱만큼도 보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