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차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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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Chalmers (1966~)
호주 출신의 분석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
대표적인 연구분야는 심리철학, 특히 의식이란 주제를 중점으로 다룬 철학자이다. 현대 심리철학에서 감각질 또는 퀄리아라고 하는 개념은 개인의 주관적인 감각 경험을 뜻하는 것으로, 일인칭 시점에서 경험되기 때문에 삼인칭 시점 즉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고통을 경험할 때 신경섬유 C가 작용한다는 걸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의 고통이 어떠한지를 아는 건 아니다. 이러한 감각질 개념과 그에 대한 논의는 사실 근대철학 때부터 있어왔다. 존 로크는 제1성질과 제2성질을 구분했는데 여기서 제1성질은 크기, 수 등 수학적으로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성질을 뜻하며, 제2성질은 소리, 맛 등과 같이 주관적인 감각적 성질이다.[1] 로크는 어째서 제1성질에서 제2성질이 도출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는데,[2] 이것이 바로 감각질 문제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 심리철학에선 로크를 데카르트와 함께 심리철학의 시초 격으로 간주한다.[3]
차머스는 물리주의가 팽배하던 시대에 모든 물리주의적 입장이 의식이란 존재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하면서 의식이란 철학적 주제를 보다 명료화하고 그 존재에 대한 논증을 제시함으로서 의식과 감각질 문제를 현대 심리철학에서 다시 부활시켰다.[4] 가령, 그 유명한 의식의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라는 개념을 도입한 철학자가 바로 차머스다.[5] 쉬운 문제란, 기억, 주의 등의 심리학에서 탐구하는 문제들이고 어려운 문제란, 바로 감각질과 관련한 문제들이다.
차머스의 주요 연구분야는 심리철학이지만 언어철학, 형이상학, 인식론에도 관심을 갖고 유의미한 연구들을 남겼다. 심리철학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독특한 발상들을 주장했다.[6] 차머스 본인에 따르면, 철학자라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x에 관심이 있다면, x철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7]
현대 심리철학을 대표하는 다른 철학자들에 비해 연배가 낮은 편이다. 가령, 현대 심리철학의 거장인 김재권, 폴 처칠랜드, 대니얼 대닛, 제리 포더, 존 설 등이 1930~1940년대생의 고령인데 비해 차머스는 1966년생으로 2018년 기준에서 철학자로선 아직 팔팔한 50대이다.[8] 차머스의 현재 위상을 갖게 한 그의 대표적인 저작 <The Conscious Mind>가 1996년 출판됐을 때 그의 나이는 고작 만 30세였다. 즉, 30세의 나이에 이미 현대 심리철학을 주름잡던 중년 철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9] 차머스에 따르면, <The Conscious Mind>는 이미 대학원 시절에 정립한 철학이라고 하며, 2010년에는 이에 대한 반론과 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하고 보강한 책 <The Character of Consciousness>를 출간한다.
참고로 심리철학에서 차머스라고 하면 데이비드 차머스를 뜻하는게 맞지만, 과학철학 논문이나 책에서 언급되는 차머스는 흔히 동명이인인 앨런 차머스(Alan Chalmers)를 가리킨다. 앨런 차머스도 유명한 철학자이기 때문에 읽는 분야가 심리철학이냐 과학철학이냐에 따라 구분할 것.[10] 비슷한 경우로 심리철학자 토마스 네이글과 과학철학자 어니스트 네이글이 있다.
호주의 애들레이드 대학교 학부에서 순수 수학(Pure Mathematics)을 전공한 뒤 로즈 장학금을 받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턴 캠퍼스에서 저명한 인지과학자 더글라스 호프스태터(Douglas Hofstadter) 지도 아래 철학과 인지과학 복수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땄다.[11] 그 뒤로 2년 동안 앤디 클락의 지도 아래 워싱턴 대학교에서 철학-신경과학-심리학 프로그램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한다.[12]
1996년에 <The Conscious Mind>를 출판하는데 영국의 선데이 타임즈(The Sunday Times)는 이 책을 가리켜 "올해 최고의 과학 책 중 하나"라고 호평한 바 있다. <The Conscious Mind>를 포함한 차머스의 저서들의 특징은 학계에서 가장 쟁점적인 문제를 다루는 전문 철학 서적이면서 동시에 과학 서적이자 교양 서적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평이하고 명료한 글 덕에 철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도 어느정도 교양 수준이 되면 큰 무리 없이 읽어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산타크루즈 캠퍼스, 애리조나 대학교, 호주국립대학교를 거쳐 현재는 뉴욕대학교 철학, 신경과학 교수 및 마음, 뇌, 의식 센터(Director of the Center for Mind, Brain and Consciousness) 총괄자로 재직 중이다. 한편, 호주국립대학교에선 13년동안 교수로 재직하다가 현재는 의식 센터 총괄자(Director, Centre for Consciousness) 및 철학과 명예교수(Honorary Professor of Philosophy)로만 있다.
현재 스탠포드 철학 백과사전 심리철학 분야의 편집자이다.
심리철학과 인지과학에 기여한 학자에게 주는 Jean Nicod Prize(2015)를 수상한 바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베르그루엔 연구소(Berggruen Institute)가 2015년 제정한 베르그루엔 철학상의 심사위원단 중 한명이기도 하다.[13]
대중적으로는 철학적 좀비 논증이 가장 유명하다.[14] 철학적 좀비는 물리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고안된 사고실험인데 물리주의에 따르면, 마음은 물리적인 것이다. 하지만 차머스는 이것이 틀렸다는 걸 보이기 위해 유명한 사고실험을 제안한다. 자세한 내용은 철학적 좀비 문서 참조.
물론 이 논증은 많은 반발을 야기했다. 이 논증에 대한 반론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형이상학적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정신이 물리적인 것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둘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데닛 같은 철학자들은 이러한 입장을 옹호한다. 두 번째는 철학적 좀비가 상상가능하다고 해서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달리 말하면, 형이상학적 가능성이 물리적 가능성을 함축하는건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인지과학자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마빈 민스키는 이 논증이 순환논증이라고 주장했다.
차머스의 심리철학적 논의는 주로 현대과학이나 기존의 물리주의가 마음, 즉 의식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논증들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쉬운 문제(easy problem)와 어려운 문제(hard problem)라는 개념이 나온다. 차머스의 주장은, 우리가 쉬운 문제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지만 의식의 어려운 문제, 즉 hard problem of consciousness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철학자들이 문제 삼는 건 바로 이 어려운 문제, 바로 감각질 문제이며 그동안 이에 대한 다양한 설명을 제시했지만, 모두 감각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게 차머스의 생각이다. 가령, 대닛은 감각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각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많은 심리철학자들이 이러한 대닛의 입장과 비슷한 입장을 취해왔다. 반면, 처칠랜드 같은 철학자는 감각질 문제가 쉬운 문제를 풀다보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 보았다. 쉽게 설명하자면,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는 서로 연관되었으며, 어려운 문제란 결국 쉬운 문제들이 얽혀서 우리가 아직 다 모르는 것이다. 즉, 과학이 더 발전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보았다.
차머스는 의식 또는 감각질이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논증하고 그 이유에 대한 하나의 가설을 제시한다.[15] 차머스에 따르면, 물리학자들은 우주를 이루는 근본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공간, 시간, 물질 등이 있다. 그리고 19세기에 맥스웰이 전자기 현상을 기존의 뉴턴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밝히고 그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전자기에 관한 기본 법칙을 상정하고 전하를 그 법칙이 지배하는 기본 요소로 상정했다. 차머스는 의식에 관해 우리가 처한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는 "의식을 기존의 기본 요소 - 공간, 시간, 물질, 전하 - 로 설명할 수 없다면 논리상으로 당연히 목록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의식 그 자체를 기본으로 자연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로 상정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테드강연
즉, 차머스가 의식이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건 현재의 과학적 한계 때문에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지 앞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예를 들어, 차머스는 이렇게 의식을 우주의 근본적인 단위로 상정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이 의식을 지배하는 기본 법칙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의식을 다른 기본 요소, 곧 공간, 시간, 물질, 물리 과정과 연결하는 법칙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차머스는 비환원적 물리주의자이지만, 마음이 근본적으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다른 비환원적 물리주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거칠게 설명하자면, 비환원적 물리주의 입장 중 하나인 속성 이원론에 따르면 심적 언어와 물리적 언어가 같은 현상을 다르게 설명하는 언어이며, 이 둘은 서로 환원되지 않는다. 즉 이 두 언어는 서로 배타적인 것이다. 또는 창발론에 따르면, 심적 속성은 물리적 속성으로부터 창발되었지만 전자는 후자로 환원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차머스의 심리철학적 입장은 분명 이러한 비환원적 물리주의 입장들과는 차이가 있다.
마음이 우주의 근본 단위라는 점에서 차머스의 심리철학적 입장은 범심론이다. 차머스는 인간 뿐 아니라, 개, 쥐, 파리, 롭 나이트의 미생물, 소립자, 광자도 어느 정도의 의식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러한 존재들이 인간과 같은 지능이 있다는 건 아니고, 만물이 "의식의 전조에 해당하는 원형을 갖고 있지 않을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담으로, 감각질이 존재한다는 차머스의 논증은 자세히 보면 분명 강력하고 설득력이 있다.[16] 다만 만약 차머스의 주장대로 감각질이 존재한다면 부수현상설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많은 심리철학자들이 차머스가 부수현상론자라며 비판한다. 당연히 본인은 부정하지만 이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즉, 차머스도 심신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많은 심리철학자들이 마음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들을 제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쟁이 있는 이유는 이들 모두 심신문제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17]
David Chalmers (1966~)
1. 개요
호주 출신의 분석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
대표적인 연구분야는 심리철학, 특히 의식이란 주제를 중점으로 다룬 철학자이다. 현대 심리철학에서 감각질 또는 퀄리아라고 하는 개념은 개인의 주관적인 감각 경험을 뜻하는 것으로, 일인칭 시점에서 경험되기 때문에 삼인칭 시점 즉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고통을 경험할 때 신경섬유 C가 작용한다는 걸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의 고통이 어떠한지를 아는 건 아니다. 이러한 감각질 개념과 그에 대한 논의는 사실 근대철학 때부터 있어왔다. 존 로크는 제1성질과 제2성질을 구분했는데 여기서 제1성질은 크기, 수 등 수학적으로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성질을 뜻하며, 제2성질은 소리, 맛 등과 같이 주관적인 감각적 성질이다.[1] 로크는 어째서 제1성질에서 제2성질이 도출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는데,[2] 이것이 바로 감각질 문제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 심리철학에선 로크를 데카르트와 함께 심리철학의 시초 격으로 간주한다.[3]
차머스는 물리주의가 팽배하던 시대에 모든 물리주의적 입장이 의식이란 존재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하면서 의식이란 철학적 주제를 보다 명료화하고 그 존재에 대한 논증을 제시함으로서 의식과 감각질 문제를 현대 심리철학에서 다시 부활시켰다.[4] 가령, 그 유명한 의식의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라는 개념을 도입한 철학자가 바로 차머스다.[5] 쉬운 문제란, 기억, 주의 등의 심리학에서 탐구하는 문제들이고 어려운 문제란, 바로 감각질과 관련한 문제들이다.
차머스의 주요 연구분야는 심리철학이지만 언어철학, 형이상학, 인식론에도 관심을 갖고 유의미한 연구들을 남겼다. 심리철학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독특한 발상들을 주장했다.[6] 차머스 본인에 따르면, 철학자라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x에 관심이 있다면, x철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7]
현대 심리철학을 대표하는 다른 철학자들에 비해 연배가 낮은 편이다. 가령, 현대 심리철학의 거장인 김재권, 폴 처칠랜드, 대니얼 대닛, 제리 포더, 존 설 등이 1930~1940년대생의 고령인데 비해 차머스는 1966년생으로 2018년 기준에서 철학자로선 아직 팔팔한 50대이다.[8] 차머스의 현재 위상을 갖게 한 그의 대표적인 저작 <The Conscious Mind>가 1996년 출판됐을 때 그의 나이는 고작 만 30세였다. 즉, 30세의 나이에 이미 현대 심리철학을 주름잡던 중년 철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9] 차머스에 따르면, <The Conscious Mind>는 이미 대학원 시절에 정립한 철학이라고 하며, 2010년에는 이에 대한 반론과 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하고 보강한 책 <The Character of Consciousness>를 출간한다.
참고로 심리철학에서 차머스라고 하면 데이비드 차머스를 뜻하는게 맞지만, 과학철학 논문이나 책에서 언급되는 차머스는 흔히 동명이인인 앨런 차머스(Alan Chalmers)를 가리킨다. 앨런 차머스도 유명한 철학자이기 때문에 읽는 분야가 심리철학이냐 과학철학이냐에 따라 구분할 것.[10] 비슷한 경우로 심리철학자 토마스 네이글과 과학철학자 어니스트 네이글이 있다.
2. 생애
호주의 애들레이드 대학교 학부에서 순수 수학(Pure Mathematics)을 전공한 뒤 로즈 장학금을 받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턴 캠퍼스에서 저명한 인지과학자 더글라스 호프스태터(Douglas Hofstadter) 지도 아래 철학과 인지과학 복수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땄다.[11] 그 뒤로 2년 동안 앤디 클락의 지도 아래 워싱턴 대학교에서 철학-신경과학-심리학 프로그램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한다.[12]
1996년에 <The Conscious Mind>를 출판하는데 영국의 선데이 타임즈(The Sunday Times)는 이 책을 가리켜 "올해 최고의 과학 책 중 하나"라고 호평한 바 있다. <The Conscious Mind>를 포함한 차머스의 저서들의 특징은 학계에서 가장 쟁점적인 문제를 다루는 전문 철학 서적이면서 동시에 과학 서적이자 교양 서적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평이하고 명료한 글 덕에 철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도 어느정도 교양 수준이 되면 큰 무리 없이 읽어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산타크루즈 캠퍼스, 애리조나 대학교, 호주국립대학교를 거쳐 현재는 뉴욕대학교 철학, 신경과학 교수 및 마음, 뇌, 의식 센터(Director of the Center for Mind, Brain and Consciousness) 총괄자로 재직 중이다. 한편, 호주국립대학교에선 13년동안 교수로 재직하다가 현재는 의식 센터 총괄자(Director, Centre for Consciousness) 및 철학과 명예교수(Honorary Professor of Philosophy)로만 있다.
현재 스탠포드 철학 백과사전 심리철학 분야의 편집자이다.
심리철학과 인지과학에 기여한 학자에게 주는 Jean Nicod Prize(2015)를 수상한 바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베르그루엔 연구소(Berggruen Institute)가 2015년 제정한 베르그루엔 철학상의 심사위원단 중 한명이기도 하다.[13]
3. 견해
3.1. 심리철학
3.1.1. 철학적 좀비 논증
대중적으로는 철학적 좀비 논증이 가장 유명하다.[14] 철학적 좀비는 물리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고안된 사고실험인데 물리주의에 따르면, 마음은 물리적인 것이다. 하지만 차머스는 이것이 틀렸다는 걸 보이기 위해 유명한 사고실험을 제안한다. 자세한 내용은 철학적 좀비 문서 참조.
물론 이 논증은 많은 반발을 야기했다. 이 논증에 대한 반론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형이상학적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정신이 물리적인 것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둘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데닛 같은 철학자들은 이러한 입장을 옹호한다. 두 번째는 철학적 좀비가 상상가능하다고 해서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달리 말하면, 형이상학적 가능성이 물리적 가능성을 함축하는건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인지과학자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마빈 민스키는 이 논증이 순환논증이라고 주장했다.
3.1.2. 범심론
차머스의 심리철학적 논의는 주로 현대과학이나 기존의 물리주의가 마음, 즉 의식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논증들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쉬운 문제(easy problem)와 어려운 문제(hard problem)라는 개념이 나온다. 차머스의 주장은, 우리가 쉬운 문제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지만 의식의 어려운 문제, 즉 hard problem of consciousness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철학자들이 문제 삼는 건 바로 이 어려운 문제, 바로 감각질 문제이며 그동안 이에 대한 다양한 설명을 제시했지만, 모두 감각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게 차머스의 생각이다. 가령, 대닛은 감각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각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많은 심리철학자들이 이러한 대닛의 입장과 비슷한 입장을 취해왔다. 반면, 처칠랜드 같은 철학자는 감각질 문제가 쉬운 문제를 풀다보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 보았다. 쉽게 설명하자면,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는 서로 연관되었으며, 어려운 문제란 결국 쉬운 문제들이 얽혀서 우리가 아직 다 모르는 것이다. 즉, 과학이 더 발전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보았다.
차머스는 의식 또는 감각질이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논증하고 그 이유에 대한 하나의 가설을 제시한다.[15] 차머스에 따르면, 물리학자들은 우주를 이루는 근본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공간, 시간, 물질 등이 있다. 그리고 19세기에 맥스웰이 전자기 현상을 기존의 뉴턴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밝히고 그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전자기에 관한 기본 법칙을 상정하고 전하를 그 법칙이 지배하는 기본 요소로 상정했다. 차머스는 의식에 관해 우리가 처한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는 "의식을 기존의 기본 요소 - 공간, 시간, 물질, 전하 - 로 설명할 수 없다면 논리상으로 당연히 목록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의식 그 자체를 기본으로 자연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로 상정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테드강연
즉, 차머스가 의식이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건 현재의 과학적 한계 때문에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지 앞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예를 들어, 차머스는 이렇게 의식을 우주의 근본적인 단위로 상정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이 의식을 지배하는 기본 법칙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의식을 다른 기본 요소, 곧 공간, 시간, 물질, 물리 과정과 연결하는 법칙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차머스는 비환원적 물리주의자이지만, 마음이 근본적으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다른 비환원적 물리주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거칠게 설명하자면, 비환원적 물리주의 입장 중 하나인 속성 이원론에 따르면 심적 언어와 물리적 언어가 같은 현상을 다르게 설명하는 언어이며, 이 둘은 서로 환원되지 않는다. 즉 이 두 언어는 서로 배타적인 것이다. 또는 창발론에 따르면, 심적 속성은 물리적 속성으로부터 창발되었지만 전자는 후자로 환원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차머스의 심리철학적 입장은 분명 이러한 비환원적 물리주의 입장들과는 차이가 있다.
마음이 우주의 근본 단위라는 점에서 차머스의 심리철학적 입장은 범심론이다. 차머스는 인간 뿐 아니라, 개, 쥐, 파리, 롭 나이트의 미생물, 소립자, 광자도 어느 정도의 의식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러한 존재들이 인간과 같은 지능이 있다는 건 아니고, 만물이 "의식의 전조에 해당하는 원형을 갖고 있지 않을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담으로, 감각질이 존재한다는 차머스의 논증은 자세히 보면 분명 강력하고 설득력이 있다.[16] 다만 만약 차머스의 주장대로 감각질이 존재한다면 부수현상설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많은 심리철학자들이 차머스가 부수현상론자라며 비판한다. 당연히 본인은 부정하지만 이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즉, 차머스도 심신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많은 심리철학자들이 마음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들을 제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쟁이 있는 이유는 이들 모두 심신문제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17]
[1] 영어로는 primary qualities, secondary qualities[2] 거칠게 말하자면, 가령, 커피 냄새와 관련한 분자들이 내 코를 찌를 때, 분자는 객관적인 성질이지만, 그것이 커피냄새로 바뀌면서 주관적 성질로 바뀌는데 도대체 이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로크는 이에 의문을 가졌다.[3] 제1성질/2성질 구분 자체는 갈릴레오나 데카르트부터 있었으며, 현대 심리철학에서의 심신문제의 시초는 흔히 데카르트에서 출발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도 영혼의 문제를 다루긴 했지만, 이들의 영혼 개념은 현대 심리철학에서 말하는 마음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4] 그의 책이 출간된 후, 대니얼 대닛, 콜린 맥긴, 존 설, 프란시스코 바렐라, 프랜시스 크릭, 로저 펜로즈 등의 다양한 학자들이 그의 주장에 대한 반론 논문을 썼다. 당시 Journal of Consciousness Studies에선 차머스의 주장을 반론하는 논문이 스무 편이 넘었다.[5] Facing Up to the Problem of Consciousness (1995), The Conscious Mind (1996)[6] 예를 들어, 형이상학과 인식론 분야에서 통속의 뇌가 사실이라고 해도 이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것 만큼 심각한 회의주의에 빠지게 하는건 아니라고 주장한다.[7] "one of the nice things about being a philosopher is that one is allowed to be interested in all sorts of things. (If you get interested in X, you just say “I’m working on the philosophy of X”)".[8] 다른 학자들도 그렇겠지만, 대다수의 철학자는 고령의 나이 심지어 죽기 직전까지도 활발한 학문적 연구를 이어간다.[9] 물론 특유의 천재성으로 젊은 나이에 일찍 성공한 철학자들이 의외로 좀 되긴 하지만 차머스와 동년배 철학자 중에 그렇게 일찍 스타 덤에 오른 철학자는 드물다.[10] 물론, 레퍼런스를 보면 퍼스트네임이 적혀있기 때문에 구분이 가능하긴 하지만 본문에서는 그냥 차머스라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 혼동할 수 있다.[11] 인디애나 블루밍턴은 철학과 인지과학 박사 연계과정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12] 그 후엔 앤디 클락과는 <확장된 마음>이란 저서를 공동집필한다.[13]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100만 달러이며 최초 수상자는 저명한 정치철학자 찰스 테일러다.[14] 존 설하면 중국어 방 논증이 떠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15] 다음의 설명은 차머스의 테드강연 내용을 참고했다. 그의 저서 <The Conscious Mind>나 <The Character of Consciousness>에도 같은 내용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16] 특히 프랭크 잭슨의 메리의 방에 근거한 그의 논증이 그렇다.[17] 이러한 이유에서, 로티 같은 비트겐슈타인주의자들은 심신문제를 사이비 문제로 간주해서 이를 제거하고자 했다. 즉,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곤란하므로 문제 자체를 없애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