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어미)
1. 개요
'-(으)려고'는 앞 동사의 어간(語幹)[1] 에 붙여 '의도'를 나타내는 어미이다.
매개모음이 개재되는 어미이다. 매개모음의 개재 조건은 매개모음 문서 참고.
2. 기원
역사적으로 선어말어미 '-(으)리-'와 확인법 선어말어미 '-거-'가 합쳐지고 'ㄱ'이 약화되어 '-려'가 형성된 것으로 본다.
'-려고'의 '-고'가 인용 어미 '-고'라는 주장도 있는데, 일단 생략의 양상이 비슷하긴 하다.
역사적으로는 '-려고 하다'보다 '-려 하다'가 더 먼저 등장하였다."철수가 공부하려(고) 했다" / "너 공부하려고?" (생략 불가)
"철수가 공부한다(고) 했다" / "너 공부한다고?" (생략 불가)
3. 선행/후행동사
'의도'의 의미 속성상 서술격 조사와 형용사에는 쓰기 어렵다.
의미상으로는 '-러 가다/오다/다니다'와 비슷하지만 '-러'는 이동 동사에만 쓸 수 있으며, '-려고'는 반대로 이동 동사에는 잘 쓰지 못하는 속성이 있다.
'-려고 하다'는 '-려고' + '~하다'("좋은 대학에 가려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와 같이 목적을 나타내는 복문 구성에서 문법화된 것으로 보인다. '공부하려고 생각했다' 등. 얼추 '-려고 마음을 먹었다' 정도의 의미가 '-려고 했다'로 굳어진 듯. 그에 따라 '-려고 하다'의 '-려고'는 복문 '-려고'와는 달리 생략할 수 없게 되었다.
4. 어미 결합 관계
- -려는
- -려는지
어미 '-는지'와 결합해 '-려는지'가 되기도 한다. 간혹 '-련지'로 줄어들기도 한다. 이 역시 '-ㄹ란지'로 바뀌기도 하는데, 비슷한 형식인 '-ㄹ런지'가 있어서 혼동된다. '-ㄹ런지'는 '-ㄹ+-러-(~-더-)+ㄴ지'에서 온 것이지만 오늘날에 사전적으로는 '-ㄹ는지'로 오분석되었다.[2]
- -려야
'-어야'와 결합하여 '-려야'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뛰어봐야 벼룩이다"에서와 같은 비관여적 조건의 '-어야' 같다. 관용어구 '-려야 -을 수 없다'는 이 어형에서 나왔다. '-려고 했으나 -ㄹ 수 없다'로, '시도는 해보았지만 불가능하다'라는 의미. '떼려야 뗄 수 없다'라는 표현이 유명하다.
- -련다
'-련다'는 '-려 한다'가 합쳐진 듯하다. "집에나 가련다" = "집에나 가려 한다". 후자가 '-다'가 구어로 거의 쓰이지 않는 것과는 달리, '가련다'는 구어로 '-다'가 자주 쓰인다. 의문형으로 '-련지' 등도 있다.
- -려니, -려다(가)
그 외 '-(으)니', '-다(가)'가 결합한 '-려니', '-려다(가)' 등이 쓰인다.
후술하듯 모든 결합형에서 '려'가 'ㄹ라'로 바뀌는 변이형이 존재한다. "갈란다"("갈련다"), "뗄래야 뗄 수 없다"("떼려야 뗄 수 없다")5. 변이형
5.1. '-ㄹ려고'
서울 사투리 및 인천을 포함한 경기 서부 방언에서는 '-려고'가 아니라 표기적으로 ㄹ이 첨가된 '-ㄹ려고'가 나타난다(떼려고→뗄려고).
이런 현상의 원인은 추측건대 용언 어간 종성이 ㄹ일 때 초성 ㄹ로 시작하는 어미가 후행할 때 설측음이 되는 현상이 다른 동사 어근까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역형성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럴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O)
5.1.1. 과도교정
앞서 언급한 표기적 ㄹ 첨가(설측음화 현상)의 반작용으로, 해당 현상을 지니고 있는 화자가 ㄹ을 빼 표준어로 교정하는 과정에서 본래 어근 종성에 있던 ㄹ까지 빼버리는 과도교정이 일어나기도 한다.
드라마 블랙(OCN)에서 고아라가 송승헌이 어린 때 살았던 집에 찾아가서 "아직도 여기 사려나?"로 발화한 예가 있다.만들다 → 만들- + -려고 → 만드려고("만들려고"가 맞는 표현)
팔다 → 팔- + -려고 → 파려고("팔려고"가 맞는 표현)
5.2. '-ㄹ라고' 남부 방언
서남 방언과 동남 방언에서는 살짝 다른 형태로 쓰인다. 중부 방언권에서의 '-(으)ㄹ려고'가 '-(으)ㄹ라고'로 쓰인다(떼려고>뗄라고).
이 어형은 명령형 '-(으)라', 인용형 '-고'의 조합인 '-(으)라고'와 꽤 비슷해졌다. 'ㄹ' 받침으로 그나마 구별되지만, '-ㄹ다' 동사이면 모양이 똑같아진다(ex. 거기 살라고 해 - "거기 살려고 해" or "'거기 살아'라고 명령"). ㄷ 불규칙 동사이면 약간 달라 구별된다(ex. 들을라고 해<려고>/들으라고 해<명령 전달>).
5.3. '-려야' → '-ㄹ래야'
'-ㅓ야'가 'ㅐ야'로 나타나는 점은 '하다'의 여 불규칙 활용과 음상이 다소 유사하다. '이러해야', '어떠해야'가 '이래야', '어때야'로 줄어들었듯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도 있다.떼다 → 떼- + -ㄹ래야 → 뗄래야
6. 일본어와의 비교
일본어로는 '-おう・と・する'로 인용 어미 '-고'(と), 대동사 '하다(する)'가 쓰이는 양상이 한국어와 비슷하다. 단, 동사의 형태는 청유형 어미와 비슷한 것이 차이점. 그래서 때때로 '하자고 하다'로 오역하는 경우도 있다.
7. 관련 문서
[1] "말의 줄기"라는 뜻으로 어미와 반대된다. 즉 '치솟다'에서 어미 '-다'를 제외한 '치솟-'와 같은 부분을 말한다. 접사와 대립하는 어근과는 달리 '치-' 같은 복합어 내의 접사는 '어간' 개념상 따로 분석하지 않는다.[2] 관형형 어미 '-ㄹ'과 '-는'은 시제상 계열 관계에 있기에 서로 통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