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월터 앨버레즈
루이스 앨버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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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기 연구
시카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1936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1]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강의하였다.
1940년부터 1943년까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방사선 연구소(MF Radiation Laboratory)에 몸담고 있으면서 여러 레이더를 연구하였다. 루이스 앨버레즈가 기여한 장치에는 그 유명한 항공기 피아식별장치(IFF), 잠수함 탐지를 위한 빅센((VIXEN) 시스템 등이 있다. 특히 항공기를 레이더로 유도하여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하는 ''''지상 통제 접근'(GCA; Ground-Controlled Approach)[2] 방식'''이 바로 앨버레즈의 작품이다. 오늘날 항공기가 안개, 악천후, 가시거리 미확보, 미숙한 조종사 등의 여러 요인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한데 실로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앨버레즈가 이렇게 항공기 등의 레이더에 관심을 쏟은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자신이 능숙한 비행기 조종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1933년에 비행기 조종사 면허를 취득했으며 1,000시간 이상의 비행기록을 보유했다. 심지어 B-29도 조종할 수 있었다고 한다.[3]
2. 맨해튼 계획에서의 활약
밀덕들에게는 노벨상 수상 이외에도 특히 2차 세계대전 중에 원자폭탄 개발을 둘러싼 활약이 유명하다. 로스앨러모스에서 원자폭탄을 연구하였고 그 중에서도 특히 폭축렌즈 개발에 공헌했다. 폭탄이 개발된 이후의 그의 업무는 폭탄의 실제 관리와 폭탄의 폭발력을 계측하는 장비의 개발, 그리고 폭발력의 실제 측정이었다.
최초의 원자폭탄 실제 폭발실험 (트리니티 작전)에서 윌리엄 파슨스 대령과 함께 B-29를 타고 상공에서 폭발을 관측하였다. 트리니티 실험이 성공한 이후에는 아예 티니안 섬에 주둔하는 제509 혼성 전대(59th Composite Group) 앨버타 프로젝트로 가서 원자폭탄 투하작전에 직접 참가하였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작전에서 B-29 관측기 The Great Artiste(위대한 예술가)에 탑승하고 출격하여 Little Boy의 폭발력을 현장에서 측정한 장본인이다. 그 원자폭탄 폭발력을 측정하는 계측기도 루이스 앨버레즈가 개발한 것이다. 즉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폭발을 히로시마 상공에서 직접 지켜본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한 명.
3. 대전 이후의 삶
1945년에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1978년에 명예교수가 되었다. 1960년에 물리학상 수상자인 그레이저의 거품상자를 발전시켜 수소 거품상자를 개발함으로써 고에너지 물리학 영역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이 공로로 196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본업 연구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루이스 앨버레즈는 지질학자인 그의 아들 월터 엘버레즈와 함께 K-T 대멸종의 원인을 밝혀내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지층에 포함된 이리듐 원소의 양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여 K-T 대멸종으로 이어졌다는 가설을 제시한 것. 이론 발표 당시에는 뭔 소리냐며 기존 지질학자 및 고생물학자들한테 사정없이 까였으며, 한 성질 하는 앨버레즈 옹 또한 물러서지 않고 치열한 키배를 벌였다.
이 때 남긴 유명한 명언.
이 때의 논쟁은 나중에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엘버레즈의 이론과 부합하는 거대한 운석공이 발견되면서 사실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앨버레즈 옹이 돌아가신 뒤였다.'''"고생물학자들에 관해서 나쁜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은 아주 훌륭한 과학자는 아냐. 그들은 우표 수집가에 가깝지."'''[4]
앨버레즈 부자가 대멸종을 밝히게 되는 경위(중앙일보)
엘버레즈는 여러 발명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가장 특이한 것은 골프 연습 장치(...) 1958년에 출원한 것으로 미국 특허 등록번호 2,825,569번이다. 루이스 엘버레즈 골프 연습장치 특허(pdf) 엘버레즈는 트랜스폰더(피아식별신호 응답장치)[5] 에 대한 기본 특허도 지니고 있었는데, 이를 군사 등 여러 분야에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단 돈 1달러에 특허를 양도했다.[6] 실로 대인배.
4. 노벨상 시상 연설
전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물리학이란 한마디로 모든 형태의 에너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알아낸 것도 물질과 질량 또한 실은 에너지의 한 형태라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35년 전 고에너지 전자기파가 양전하와 음전하의 전자쌍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실험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이후 양성자와 반양성자 같은 이와 유사한 입자들의 쌍도 발견되었습니다. 이들 새로운 입자들은 매우 안정해서 의도적으로 소멸시키지 않는 한 영원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면에 불안정한 입자들도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입자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다른 입자들로 붕괴되어 안정한 형태의 입자로 전이되거나 또 다른 에너지의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지난 20년간 이러한 입자들이 많이 발견되어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중입니다. 이들 입자들은 너무나도 작아서 직접 볼 수 없고 단지 움직이고 난 흔적들을 관찰할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과학자들은 눈 속에 남겨진 발자국을 보고 사냥감의 종류와 움직임을 알아내는 사냥꾼과 같습니다.
보통 새로운 입자들의 존재는 입자들을 매우 빠른 속도로 가속시키는 거대한 가속기의 도움이 있어야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속되어야만, 수명이 100만 분의 1초의 1만분의 1에 불과하더라도 그 입자들이 수 센티미터의 흔적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명이 대단히 짧아서 그 흔적의 길이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입자는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붕괴되고 난 물질들의 흔적이나 다른 입자들과 충돌하여 만들어진 반응들의 흔적을 연구할 수밖에 없는데, 그 흔적이 대단히 복잡한 형태여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뛰어난 분별력과 첨단 실험기법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노벨상 수상자는 바로 이 분야에서 많은 기여를 한 루이스 앨버레즈 교수입니다.
뛰어난 통찰력과 결단력을 가진 앨버레즈 교수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도널드 글레이저 교수의 거품상자를 이런 입자들의 연구를 위한 도구로 발전시켰습니다. 앨버레즈 교수는 영하 250도의 액체수소가 수백 리터 채워진 거품상자를 이용했습니다. 소립자가 이 액체수소를 지나면 그 트랙은 기화온도 이상으로 온도가 상승하는데, 그 자국을 따라 형성된 아주 미세한 방울들의 사진을 찍으면 소립자가 움직인 흔적을 아주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상자에는 수소만이 들어 있기 때문에 수소의 핵인 양성자와의 반응만 일어나게 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현상의 해석을 아주 단순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연간 약 100만 장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던 이 장치의 가격은 200만 달러였습니다.
사진 분석에는 매우 정확한 측정이 필요합니다. 이 일을 해 내기 위해 앨버레즈 교수와 조수들은 더욱더 정교한 스캐닝 장비와 측정장비들을 만들어 사진필름의 정보를 컴퓨터로 처리하기에 좋은 형태로 전환시켰습니다. 이 분야에서도 알바레즈 교수는 선도적인 기여를 해왔습니다.
수소 거품상자의 개발은 현재 고에너지 물리학 영역에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았습니다. 이 거품상자를 이용해 새로운 소립자들이 많이 발견됨으로써 그 효과는 명확히 증명되었습니다. 이 장비를 이용하여 매우 수명이 짧은 이른바 공명입자가 1960년에 처음으로 발견되었고, 그 이후에도 버클리의 앨버레즈 그룹과 그 장치나 분석 방법을 채택한 다른 연구진들에 의해 새로운 소립자들의 발견이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모든 발견은 앨버레즈 교수의 방법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었습니다.
앨버레즈 교수님.
교수님은 물리학 분야에 수많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에서 교수님이 이룬 뛰어난 업적에 주목합니다. 그 업적들은 수소 거품상자를 매우 정밀하고 강력한 장치로 발전시킨 교수님의 깊은 통찰력과 거품상자에서 얻은 많은 유용한 정보를 다루고 해석할 수 있는 수단이 개발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을 대표해서 따뜻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제 전하로부터 노벨상을 수상하시기 바랍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S. 폰 프리센
[1] 지도교수는 192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며 맨해튼 계획에도 깊게 관여한 아서 콤프턴(Arthur Compton)이다.[2] 오늘날 여객기, 군용기 등이 착륙할때 사용하는 기본 방식이다. 항공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글라이드 슬로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3] 앨버레즈 자신이 집필한 자서전 "엘버레즈: 물리학자의 모험"(Alvarez: Adventures of a Physicist)에서 직접 밝혔다. 이 자서전은 정말로 재미있는 일화가 많은데 아쉽게도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다.[4] 원문 : "I don’t like to say bad things about paleontologists, but they’re not very good scientists. They’re more like stamp collectors."[5] 자동차 스마트 키를 비롯하여 실로 여러 분야에 사용된다.[6] 역시 출처는 엘버레즈 자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