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 자르기의 오류
1. 설명
라틴어로 Ergo Decedo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그러면 떠나라"라고 번역할 수 있다.
문제 상황을 건설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논점의 화두 자체를 없애버리려는 논리적 오류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는 유명 일화처럼 복잡하게 묶인 매듭을 풀지 않고 그냥 잘라버리는 것에 비유했다. '논점 포기의 오류', '결과 배제의 오류' 등 다양하게 불린다.
2. 상세
근본은 논점일탈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지만, 논점일탈+부적절한 결론이 복합되어있는 식이다. 매듭 자르기의 오류는 문제 해결 상황이 동반되지만 논점일탈은 그로부터 자유롭다는 차이가 있다.
애초에 매듭을 잘라버리면 묶이기 전 원형의 모습을 되찾기 힘들다.(여기서는 비가역적 상황을 전제로 한다) 후속적인 문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불허하고 단순무식하게 무언가를 해결하는 사람을 비꼴 때 쓰이기도 한다.
해당 논증은 돌려막기가 상당히 쉬운 편이라, 매듭을 잘라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매듭을 자르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쉽다.[1] 그렇게 매듭을 미분하듯 자르고 자르다보면, 결국 형체가 남아나지 않는 극단적인 주장으로 흘러버린다.
어떤 주장이나 행위를 그 내용과 관련된 정당한 근거에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어떠한 소속에서 문제를 인지한 사람이 무조건 떠나라는 건 잘못된 주장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2] 즉, 자신의 주장을 고수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보단 상대를 이야기에서 배제하는 오류이다. 반론법은 해당 오류의 근본이 논점일탈의 오류기 때문에 이를 지적하면 되고, 전문성을 운운하면 "전문성이 없어도 인간으로서 갖춘 최소한의 분별력은 가지고 있다"고 하면 된다.
3. 예시
한국에서 대단히 자주 쓰이는 관용어이다. 원래는 떠나는 측에서 자조적으로 쓰는 표현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갑이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을에게 윽박지르는 용도로 변질되어 쓰이고 있다. 영어권에도 If you can't stand the heat, get out of the kitchen(열기를 못 견디겠으면 부엌에서 나가)라는 유사한 표현이 있다.
(오류 설명) '대한민국'의 세금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한 문제 해결 의지가 甲 측에 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乙은 대한민국이 아닌 외국 이야기를 꺼내었고, 정작 갑이 꺼낸 문제 제기를 묵살하고 포기하라는 듯한 뉘앙스를 주고 있다.
이른바 절싫중떠, 꼬북이가 이런 유형의 오류이다. 다만 해당 논증이 더 좋은 곳으로 가라고 하면 꼬북이는 '그럼 더 나쁜 곳으로 갈래?'라고 협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차이점.
(오류 설명) 甲이 논하고자 하는 것은 '작품의 수준'이며, 그것이 결론적으로 책을 '읽고 안 읽고의 여부'로 이어지는 건 많고 많은 가능성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乙은 이를 비약적으로 이끌어 甲의 문제 해결 방법을 억지로 도출시키고 있다.
팬이 많은 곳에서 그들이 선호하는 것을 비판할 경우, 매우 높은 확률로 볼 수 있는 유형이다. 보통 비판을 듣기 싫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된다.
(오류 설명) 악성 댓글의 피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될 서 있다. 물론 댓글창을 싹 닫아버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겠지만, 甲은 댓글로 얻는 긍정적인 상황이 많다는 점까지는 전혀 생각을 안 한듯 섣부른 결론을 내고 있다.[3] 이런 논리가 정치적으로 사용되어 나타나는 발상이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분열이 많으니까 1인이 독재해야 한다'이다.
(오류 설명) 어떤 조항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을 말할 수 있다. 잘못을 제기할 때 언제나 해결법을 동반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그러나 발화자는 그 의무를 은연중에 감춰놓고 행사하고 있는 동시에, 그 해결법조차 자기가 나서서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결법 역시 논점에서 '떠나라'는 식으로 주어졌다. 이 논증은 매듭 자르기 오류뿐더러 다른 논리적 오류의 유형이 여러 개가 복합되어 있다.
4. 반론법
- "제가 떠나면 이 문제가 해결되나요?"
- "애초에 말하려는 논점이 이건데, 왜 묵살시키는 거예요?"
- "지금의 대화는 그 문제의 근본을 찾아 풀자는 취지인데, 왜 논점을 흐리세요?"
- "문제를 제기했을 뿐, 해소하려고 그런 건 아닙니다. 해결해도 그러는 식으로 사색 의지도 없는 게 합리적이에요?"
혹은, '이거 외엔 방법이 없다' 등 더 이상의 해결 의지가 없다는 의사표시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답이 없는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답은 있지만 내가 실천할 수 없다'[4] 로 요약되는 경우다.
온라인 어그로꾼들이 간혹 '매듭 자르기의 오류'를 든다. 자기 자신이 범한 오류에 질린 사람들을 공격하는 목적으로 이것을 갖다 쓰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높은 확률로 표현의 자유까지 언급한다.
5. 관련 문서
* 논점일탈의 오류
* 우중
[1] 예시: 한국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 - 그럼 한국을 떠나 - 그럴 돈이 없는데 - 그럼 그냥 죽어[2] 내부고발 등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공격하는 것과, 단순한 문제 개선이 아니라 찬반이 나뉘는 대화를 반드시 구분하자. 단, 둘 다 '매듭 자르기의 오류' 식으로 끝나면 안된다.[3] 보통 저런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 반대급부를 모르는 게 아니지만 챙겨주기 귀찮아서 애써 무시하는 것이거나, 혹은 사고방식이 극단적인(혹은 분노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변한) 경우가 많다. 특히, 극단적인 의견이 통용되는 환경에서 자주 보이는 오류. 엄벌주의의 비판점 중 하나가 이런 결론을 도출하기 쉽다는 것이다.[4] 예시: 내가 권력이 있으면 해결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