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점일탈의 오류
1. 설명
'''論點逸脫의 誤謬'''
이 오류는 어떠한 결론을 확립하고자 제시한 논변이 실제로는 다른 결론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발생하는 오류이다. '동문서답'과도 비슷하다. '삼천포로 빠진다'와도 비슷한 면이 있다. 일면에서는 '주의 돌리기 오류'라고도 한다.
2. 논점 이탈
'논점 일탈'만이 맞고, '논점 이탈'은 그르다는 게 중론이었으나, 대한민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온 별책19_고등학교 교양 교과 교육과정(제2015-74호)에는 '논점 일탈'이 아닌 '논점 이탈'로 등록되었다. '이탈'은 기찻길 따위의 어떠한 영역에서 벗어날 때 쓰는 말로, 띄어쓰기와 수사법을 지키면 '논점 이탈'도 틀린 말은 아니다.[1] 이를 그르다고 우기면 과도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예문
논리학에서는 논리를 펼 때 해서는 안 되는 오류 하나이다. 즉, 쓰잘데기 없는 말로 곁가지를 쳐나가다 스스로의 논증에 차질이 생기고, 결국은 논쟁이 흐지부지 되는 것이다. 예문을 보자.
학생: 아주머니 옷이 아주 예쁘시네요.
아주머니: 옷 어디가 예쁜데?
학생: (잠시 생각하다가) 음... 맞다, 저번에 임대료 제가 드렸죠?
회사 생활은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스트레스는 나에게 담배를 피우게 한다. 담배는 몸에 좋지 않다. 그러므로 담배를 없애야 된다. 그런데 누가 나한테 담배를 피우게 했지? 담배 회사 사장? 아니면 담배를 만든 노동자들? 아니, 나에게 담배를 판 그 편의점 직원? 다 아니면 나한테 스트레스를 안겨준 회사 직원들?[2]
에잇 몰라. 귀찮아![3]
환경론자들은 늘 핵에너지의 위험을 역설하고 있다. 불행히도 전기는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든간에 위험한 것이다.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고로 감전사하고 있다. 이런 사고의 대부분은 부주의로 말미암은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주의했으면 피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핵에너지의 위험을 설명하다가 뜬금없이 감전사고로 넘어갔다. 밑줄 친 부분을 "화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 물질 탓에 전세계에서 해마다 약 700만 명이 조기사망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전개해야 이치에 좀 더 맞는다.
B: C는 표절 가수다. 이 노래를 들어봐라.
A: C의 그 노래가 표절이란 것은 옳은 주장이 아니다. 당신이 표절이라 주장하는 그 부분은 그 가수가 아니라 다른 작곡가가 작곡을 한 부분이다.
'C는 표절 가수'라는 주장과 그 노래는 표절이 아니라는 주장을 뒤섞었다. 그 노래가 표절이 아니라는 주장 부분에는 다른 작곡가가 작곡한 부분이라는 것 역시 논점일탈에 해당되어 있다. 여기에 '표절 가수'라는 단어는 표절한 노래로 인기를 얻은 가수라는 의미도 될 수 있으므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로마인: 당신들은 하느님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도대체 그 하느님은 어디 있단 말이오?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준다면 나도 하느님을 믿겠소.
랍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서) 저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시오.
로마인: 바보 같은 소리 마시오! 어떻게 태양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단 말이오.
랍비: 당신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많은 것들 가운데 하나인 태양조차 똑바로 볼 수가 없다면, 어떻게 위대하신 하느님을 눈으로 볼 수가 있겠소.
탈무드에서 나오는 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하느님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달라는 물음에 태양도 제대로 못 보면서 하느님을 볼 수 있냐고 답하는 것이 논점일탈이다. 하느님이 어디에 있냐는 것과 하느님을 볼 수 있냐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태양을 똑바로 볼 수 있는가와 하느님을 볼 수 있는가도 역시 상관이 없다.
난 이제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좋을 리 없어! 왜 우리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방사능 폐기물을 적절히 처리하지 않는거지? 내가 개인적으로 이 외계 침입을 막는다 해도, 우리 지구는 아이들에게 어떤 곳이 돼버리겠나? 그리고 아이들의 아이들, 그리고... 아, 인류의 앞날은 어둡다!
둠(코믹스)에 등장하는 둠가이의 명대사. 방사능에 자신이 오염되었고 그것이 좋을 리 없으면 그걸 당장 해결하는 방법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갑자기 아이들의 아이들이 나오더니 인류의 앞날을 걱정하는 대사가 튀어나온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이 사람이고 작품이 작품이고 상황이 상황인 만큼 불후의 명대사에 꼽힌다.
디시인사이드 주식 갤러리에 올라온 글이다. 중간에 '과로사'를 일본어로 읽은 '카로시'를 설명하다가 가로쉬 헬스크림을 찬양하기 시작한 게 압권.
즉, 가장 쉽게는 종종 사용되는 표현인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와 비슷하다. 컴퓨터로 따지면 버그를 일으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잘 설명하다가 오른쪽에 건물이 지어지지 않으므로 좌빨이라는 논리적인 비약과 함께 논점인 파일런 소환 범위에서 일탈해 버렸다.
다만, 꼭 고의인 것만은 아니다. 아래처럼 단어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으면 말하는 이는 상관 있는 이야기로 생각하고 말하는데 듣는 사람으로서는 논점일탈로 여길 수 있다.
세계화를 외치면서 우리의 한글은 우리나라의 고유의 것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만큼 퇴색되어 있다.
단순히 영어와 한글의 잘못된 조합, 콩글리시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우수함을 인정받은 한글을 우리 스스로 가치를 깎아내리고 있다.
경박하고 저속한 언어인 비속어의 공공연한 사용과 인터넷 은어는 어느새 우리의 평상시 언어가 되어버렸다.
[생글기자 코너] 비속어가 우리시대의 트렌드?···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자!
이 내용은 기사에서 언어의 역사성과 비속어를 다룬 내용인데, 엄연히 다른 '한국어'와 '한글'을 헷갈려서 한국어 이야기 하다가 한글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한국어 이야기로 돌아온 것이다. 자주 틀리는 한국어의 예이기도 하다. 문서 참조.
4. 상세
이 논증이 오류인 이유는 단순히 무관한 주제인 Y를 제기하는 것으로 X라는 주제나 주장이 증명되거나 부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훈제 청어(Red Herring)'라고도 한다. 이것은 훈제 청어를 18·19세기의 유럽에서 여우사냥용 사냥개를 훈련시킨 때 개의 후각을 단련시키는데 쓴 것에서 유래했다. 훈제 청어의 지독한 냄새로 사냥 훈련을 하던 개가 그 냄새를 맡고 나면 혼란을 일으켜 사냥감을 놓치기도 해서 생긴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것을 옥수수를 파종할 때 비료로 사용했는데, 그 동안에 개들이 함부로 땅을 파헤치지 못하도록 한 쪽 앞발을 묶어놓고 지냈다고 한다. 지못미.
가장 골때리는 건 이렇게 논점을 흐트린 다음에 논파할 질문 공세를 쉬지 않고 던지곤, 잠깐이나마 어버버하면 그대로 물고 늘어져서 주된 주제마저 무너트리는 것. 이러면 대책없이 어버버거리다가 본 주제와 전혀 상관 없는 판정패로 끝나는 일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승패를 판단하는 대다수의 제3자 입장에선 어버버거리는 쪽이 안 좋게 보이는 수밖에 없고, 기세좋게 압박하는 쪽에 호감을 가지게 되는 데다가, 제3자 입장에서는 대개 훈제 청어와 논리적 오류를 잘 모르는 사람인 경우가 많기 때문.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토론 문화가 제대로 못 발달한 탓에 고도로 계산된 논점 흐트리기를 논리적 오류가 아닌 고급 토론 기법의 하나로 보는 일이 부지기수다.
또한, '훈제 청어 기법'이라 하여, 논쟁에서 코너에 몰린 사람이 다른 데로 떡밥을 던져 자신을 몰아붙이던 사람의 논점을 흐리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이것을 논쟁에서 즉각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훌륭한 기술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적절한 예시. 쇼펜하우어의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에서 18번째 요령에 소개되었다. 물론 쇼펜하우어는 이 책을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 논쟁에서 억지로 승리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려 썼으므로 실제로 사용하면 '난 정석대로 논쟁하면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다'는 말이 될 뿐이다. 즉 논리를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승리법.
고전 어드벤처 게임인 원숭이 섬의 비밀에는 진짜로 훈제 청어를 찾아서 바치는 퀘스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