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웰의 악마

 


1. 소개
2. 사고실험
3. 역설의 해결
4. 기타
5. 서브컬처에서의 등장


1. 소개


Maxwell's demon
[image]
1867년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고안한 사고실험과 그에 등장하는 주인공 악마. 맥스웰의 '''도깨비'''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사고실험은 열역학엔트로피에 대한 것으로, 이 악마는 직관적으로 보면 특정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어, 열역학 제2법칙을 무너뜨리는 역설적 존재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보 엔트로피를 간과했기 때문으로, 정보 엔트로피를 계산에 넣으면 이러한 악마가 실존하더라도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하지는 않는다. 열역학적 엔트로피와 정보 엔트로피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보여주는 사고실험이다.

2. 사고실험


두 종류의 기체의 혼합물로 차있는 고립된 방의 가운데 벽이 있어 두 공간으로 나누어져있다고 생각하자. 이 벽에는 문이 하나 있어서 악마가 방 밖에서 이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악마가 원하는 것은 이 두 종류의 기체 분자를 양쪽 공간으로 분리하는 것인데, 악마스럽게 뛰어난 피지컬을 갖추고 있어서 분자 하나하나마다 문으로 다가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문을 적당히 열고 닫는 것을 통해서 느린 분자는 왼쪽으로, 빠른 분자는 오른쪽으로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1] 시간이 지나면 느린 분자와 빠른 분자가 서로 분리되고, 초기상태에 비해 엔트로피가 감소하였으므로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하게 된다.
현실에서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한 것처럼 보이는 사례들은, 사실은 외부와 완전히 고립되지 않아서 연결된 모든 요소의 엔트로피를 계산하면 엔트로피가 같거나 증가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 맥스웰의 악마는 분자보다 훨씬 빠르므로 문을 열고 닫을 때 어떤 기체 분자도 건드리지 않는다. 즉 '''방 내부에 전혀 을 해주지 않는데도 (=방이 고립계인데도 불구하고) 방의 엔트로피는 감소한다.''' 즉 맥스웰의 악마가 여타 특별한 점은 (언뜻 보기에는) 고립계에도 영향을 주어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역설의 해결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악마가 존재하더라도 열역학 제2법칙은 깨어지지 않는다. 핵심 개념은 '''정보 엔트로피'''로, 정보가 단지 지식이 아니라, 엔트로피를 비롯해 열역학적 영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악마가 분자를 분리하기 위해 분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 방 내부와 영향을 주고 받아야만 하고(=방이 고립계가 아니고), 따라서 악마가 '''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포함한 전체 엔트로피 변화를 따져보면 증가하기 때문이다.
악마가 기체를 분리하려면 기체 분자의 속도와 위치 등 정보를 알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기체 분자를 관측/측정해야만 한다. 그런데 사고실험에서 '속도를 잰다'라고 단순하게 표현한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이 관측과정에서 악마는 필연적으로 기체 분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악마는 방과 분리할 수 없고, 악마가 만들어내는 엔트로피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레오 실라드는 1929년 논문[2]에서 위의 사실을 명시하였다. 또한 악마처럼 동작하는 기계장치가 있을 때, 기계장치가 분자를 측정하여, 그 정보를 바탕으로 문을 열고 닫을 때 만들어내는 엔트로피 증가량이 방에서 일어나는 엔트로피 감소량에 대응한다는 사실을 보였다. 따라서 총 엔트로피는 증가하거나 최소한 일정하고, 열역학 제2법칙은 위배되지 않는다.
1961년 롤프 란다우어는 위 논의를 더 심화하여, 정보를 얻는 측정 과정과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분리시켰다. 측정 과정을 잘 정리하면 가역으로 만들 수 있는데, 가역 과정이므로 엔트로피가 증가하지 않는다. 문을 열고 닫는 것도 그 자체만으로는 엔트로피가 증가하지 않으므로, 측정이 가역이라면 열역학 제2법칙은 또 위협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시 빠트린 부분이 있다. 란다우어가 밝혀낸 부분은 정보를 얻거나 사용하는 과정과는 다르게, '''정보를 지우는 과정은 비가역적'''일 수 밖에 없고, 그만큼 (열역학적) 엔트로피(=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악마(나 악마와 같은 기계장치)의 뇌(나 저장장치)가 무한하지 않으므로, 계속 작동하려면 언젠가는 예전에 측정한 분자의 정보를 지워야만 하고, 이 과정에서 최소한 방에서 감소한 만큼의 엔트로피를 만들어내게 된다.
이것이 '''란다우어의 원리'''로, 정보를 논리적으로 비가역적으로 지우려면, 열역학적으로 비가역적인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론적으로, 발생하는 열의 양은 지우는 정보의 양과 온도에 비례하며 (열역학적으로 이상적인 방법을 썼을 때) 섭씨 25℃의 실온에서 1비트 당 2.853275×10-21 J[3]의 열이 발생한다. 이는 이후 독일 베를린 대학의 에릭 루츠 박사팀에 의해 2012년 실험으로 입증되었다.# 분자에 대한 정보 자체가 엔트로피이며, 정보를 지울 때 열이 발생하는 것은 정보의 형태로 저장된 정보 엔트로피가 열역학적 엔트로피인 열로 전환되는 것이다.

4. 기타


만약 악마의 기억력이 비현실적으로 좋아서 굳이 정보를 지울 필요가 없다면 결국 엔트로피는 감소하게 된다. 악마가 무엇인가를 기억하고 있는 것 자체가 엔트로피이니, 악마가 알게 되는 모든 것을 영원히 기억하고 있는다면 외부의 엔트로피는 점점 감소할 것이다. 블랙홀과 함께, 엔트로피의 열역학적 정의(모든 가능한 상태 개수를 세서 로그)와 정보론적인 정의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런 맥스웰의 악마를 보다 일반화 시키면 지극히 낮은 확률의 사건도 임의로 발생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예를 들어 동전을 100만번 던져 모두 앞면만 나오게 한다든지 컵 속의 찬 물이 갑자기 끓어 넘치게 한다든지 심지어는 우주의 빅뱅을 역전시켜 다시 한 점으로 모이게 한다든지 하는 것도 가능하다.[4]

5. 서브컬처에서의 등장



[1] 정확하게 말하자면, 혼합된 기체의 평균분자속도를 기준으로 그보다 빠른 분자와 느린 분자를 나누는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벽을 사이에 두고 방의 온도가 달라지게 된다.[2]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BF01341281[3] 전자볼트 단위로는 17.81 meV에 해당. ln2×볼츠만 상수×절대 온도와 같다.[4] 우주가 현재 크기가 유지된다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데 10120 년마다 한 점으로 다시 모인다. 이를 우주의 푸앵카레 재귀 시간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