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퇴마록)

 

난 못된 놈이다. 세상에서 나 혼자만 잘난 줄 알았지. 그러나 널 보니... 하하하! 넌 참 착한 아이다. '''그러나 세상은 착한 것만 가지고는 제대로 살 수 없어.''' 물론 나같이 되라는 건 아니지만, 험한 세상을 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주는 거니 받아두려무나.

● 혼세편 4권

"난 전에 너에게 정의에 대해 말했지. 지금 다시 묻겠다. 너는 정의가 정말로 이긴다고 생각하니?"

"네!"

"정의가 정말로 이긴다는 거지? 정말로?"[1]

(중략)

나는 현암 그 친구를 왜 그리 싫어했을까? 변변치 못한 나 자신이 거울에 비추어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을까?[2]

내가 하고자 하면서도 하지 못했던, 아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 녀석은 할 수 있어서였을까? 질투했던 것일까? 아니, 나는 정말 그 녀석을 싫어했던 것일까?

● 혼세편 6권, 죽기 직전[3]

아무나 믿지 마라. 자기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만 믿어라 [4]

주기선생. 본명은 박상준, 현암과 동갑으로 8월 15일 광복절생이다.
퇴마록 국내편 3권 초치검의 비밀에서 첫 등장한 인물. 돈에 환장을 하고 그의 술법도 어딘가 사파(邪派)의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 그가 어릴 때 십이지신술 술법을 적은 책을 훔쳤기 때문에 그 유파가 끊겼다.
십이지신술이라는, 12지신의 힘을 깃발에 부여하여 그 힘을 실체화하는 방식으로 싸운다. 가장 강한 것은 12지중 첫번째인 쥐의 힘인 자번이고(쪽수 때문이다) 그 다음이 호랑이와 용의 힘인 인번과 진번이다. 다른 9개는 전투에 못쓰는건 아니지만 위력이 약하다. 혼세편 즈음에는 '제황사신번'이라는 기술도 만들 정도로 그 쪽의 능력은 탁월한 듯. 이는 사방을 지키는 사신에서 따왔다고 한다. 굉장히 강력하다는 설정인데 혼세편에서 등장한 악마를 상대로 싸울 때 딱 한번 빛을 보는 정도다.[5] 어차피 현암을 질투하는 조연A 정도의 비중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작가도 별로 신경을 쓰진 않은 듯. 등장시엔 번과 기의 차이를 친절히 설명해줄 정도였으나 결국 제황사신번+십이지신술 일제 발사 정도의 위치일 뿐이다.(…)
그 외에 인간에게 던져서 맞추면 마비+조종 효과가 있는 소형 깃발 한번, 축지법 비스무리한 자신만의 독보적인 술법인 힐기보법(詰旗步法)이라는 기술도 사용한다.
초치검의 비밀에서는 스기노방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초치검을 찾으면 거금을 주겠다고 의뢰를 하여 강화도에 찾아왔다. 전에 찾다가 얻은 가짜 천총운검을 들고 나타나기도.
뜻하지 않게 현승희에게 관광을 당하기도 하는 등 온갖 피해를 입고 개과천선하게 된다.
보기엔 제멋대로고 인색해 보이지만 사실 속내는 정의로운 인물로 이현암에게 라이벌 의식[6] 을 가지고 있지만 내심 그를 인정하고 있었으며, 장준후를 자신의 뒤를 이어줄 사람으로 점지하고 있었다. 츤데레다. 이현암에게 ''딱히 너 좋으라고 그런 건 아니야!''를 시전한 적이 있다....
혼세편에서 바이올렛의 의뢰를 받아 최아라최교수를 보호하던 중 퇴마사 일행과 만나 한 동안 같이 활동하게 된다. 홍수의 말미에 준후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지고 그에게 12지신술 요결을 넘겨준다. 미군들이 기관총으로 주기선생을 사격하지만 그들이 퇴마사들을 따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총알을 맞고서도 버틴다. 죽어가며 퇴마사들의 건투를 바라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명장면.[7]
최아라에게 조요경의 능력에 대해 알려주었다.[8]
그의 절기중 제황사신번은 맥이 끊겼지만 십이지신술과 힐기보법은 말세편에서 장준후가 익혀 그의 유지를 이어나간다.[9]
동인 쪽에서는 이현암, 백호, 장준후 이렇게 넷이서 BL로 엮인다. 심지어 현암, 백호, 상준의 팬 카페까지 생길 정도.
홍녀와 더불어 살아있었더라면 말세편까지 활약했을 인물로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개정판에서는 구두쇠 캐릭터가 더욱 강화되어(...) 초치검의 비밀 편에서 잊을만하면 깃발 만드는 데 돈 많이 든다며 징징거린다.
퇴마록 외전에서는 백호에게 단독으로 의뢰를 받아 움직이는 내용으로 에피소드 하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세계편 무렵에 퇴마사들이 해외에 있을 때 현암에게 주기선생의 이야기를 들은 백호가 일을 맡기고 그 과정에서 주기선생의 진상짓[10]에 질린 백호가 능력자들을 모아서 태스크포스를 만드려는 프로젝트를 퇴마사들이 아니면 안되겠다고 생각하며 때려치게 만든다.
비싼 옷을 입고다니고 말투는 껄렁한데, 겉모습과 달리 머리 돌아가는 건 냉철하다. 백호의 조사에 따르면 고아원이나 복지관 등에 기부를 상당히 하는 듯 하는데 백호에게 막대한 비용의 보수를 요구하고, 스포츠카를 밀수해서 타고다니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작중 서술에 의하면 자기가 꾸민 겉모습과 도가 주술사로서의 본모습 사이에 꽤나 고뇌하는 모양새.


[1] 이 말을 몇 번이고 읊조린다. 지금까지의 그의 가치관이나 행동거지가 어땠는지와 이후 그가 죽어가면서까지 퇴마사들을 위해 길을 막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혼세편, 아니 퇴마록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다.[2] 사실 둘이 닮았다기보다는 정반대에 가깝다. 악인은 아니어도 경박한 주기선생과, 선하지만 지나치게 진중하고 오히려 처음엔 복수의 일념으로 퇴마행에 발을 들인 현암. 거기에 주기선생은 십이지신술을 사실상 독학으로 익혀냈지만 현암은 주화입마에 빠졌고 체질적으로 무공을 익히기 어려웠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변변치 못한 나 자신이 거울에 비추어진 것 같이 보인다"는 말은 현암 때문에 자신의 모자란 점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는 말이다.[3] 죽기 전 주기선생의 생각으로 미루어보면 그 역시 현암을 꽤 좋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홍수 편에서의 현암과 주기선생의 사이에 대한 묘사는 악우에 가깝다.[4] 주기선생이 《십이지번술 요결》의 첫장에 볼펜으로 적은말[5] 악마에게 십이지신의 기와 제황사신번의 기를 모두 때려부었는데 악마가 기운을 방출하자 십이지신기의 기운은 다 허공에 흩어지고 제황사신번의 기운만 더 빛을 발하며 악마에게 타격을 준다.[6] 열폭에 가까운 발언을 하곤 하는데, 사실 능력 대비 실적으로는 주기선생 쪽이 열폭할 이유가 없다. 현암이 워낙 호구짓을 많이 했다.[7] 의미심장한 유지를 준후에게 전한다. 박신부와 현암 등은 모두 바보니, 저들에게 휩쓸리지 말고 자기 목숨을 부지하라는 식의 유지를. 이 말이 어쩌면 말세편에서 준후가 기존 퇴마사들의 방식에 회의를 느끼게 한 근본적인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8] 조요경 자체는 아라가 명왕교 사건 당시 얻었다.[9] 다만 자주 쓰진 않는다. 일본에서 명왕교 잔당과 맞설때 십이지신술을 사용했고 야네스 수녀와의 전투 당시 본래 술법에 12지신술을 연이어 쏘는 현란한 콤보로 상대를 제압했다. 주기선생과는 달리 깃발 대신 손가락에 기운을 실어 사용한다. 상대적으로 위력이 약할 것 같지만 이후 자세한 묘사가 나오지 않아서 비교는 불가능[10] 사이비 교주를 잡아오거나 죄를 입증할 증거를 가져오랬는데, '''죽여버린다.''' 살인을 즐기거나 하는 막장은 아니고,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