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영화)
Ri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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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2016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로 감독은 로빈 후드(1991), 워터월드를 만들었던(!) 케빈 레이놀즈, 주연은 조지프 파인스, 조연으로 말포이로 유명한 톰 펠튼이 나온다. 배급은 컬럼비아 트라이스타 픽처스.
이 영화를 좋게 평가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인종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애썼다는 것이다. 예수의 대한 전 작품에서 흔히 백인들로 전원이 캐스팅된 반면 부활은 로마인들은 로마인같이, 유대인들은 유대인같이 생긴 배우들을 고용했다.
예수의 이름도 영어적인 표현(지저스) 대신 히브리적 표현(예슈아)으로 발음된다. 하지만 시청자의 편의성을 위해서 나머지는 영어 발음으로 유지하였다.[1]
그리고 성경 덕후라면 알 수 있는 부분인데, 한 두 장면 밖에 나오지 않는 인물들의 성격과 말투가 원작인 성경에 충실했다는 것도 재미있는 특징이다. 조곤조곤한 성격의 니코데모, 즉흥적이고 감정이 풍부한 베드로 등. 성경에서 언급되지는 않지만 캐릭터 상 있을 법한 상황들을 빽빽히 집어넣었다.
참고로 블록버스터적인 느낌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일단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용한 편이며 초반부에서 중반부가 스릴러 느낌이라면 후반부는 비교적 잔잔하다.
2. 의미
"예수의 사라진 시체를 두고 이스라엘에서 벌어지는 혼란한 사회상과 로마 제국의 정치적 딜레마를 다루는 사회 영화"라는 입소문이 개봉 전에 퍼져 순수 비종교적인 관점을 바랬던 관람객들은 실망했다. 하지만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떠나, 영화 속의 "이게 진실인지, 내 모든 걸 걸어도 되는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묻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론적 질문이다.
사실 클라비우스의 여정은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회심에 대한 이야기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모태신앙이라 일컫지만 사실상 태어날 때부터 예수를 믿으며 태어나는 아기는 한 명도 없다. 맹목적 믿음을 가지지 않은 이상 불가지론적인 시기를 거치지 않은 21세기 기독교인은 거의 없다.
MTV 평론가 에이미 니콜슨은 영화 속 "광신도"들이 당하는 취급이 오늘날 근본주의자들이 사회에서 겪는 현실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3. 전개성
애초에 주인공을 마르스(군신)를 섬기는 캐릭터 로 설정해 믿음의 진행이 아주 매끄럽다. 유신론자가 불확실한 신을 버리고 보다 나은 신으로 교체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클라비우스가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야훼에게 기도를 시도할 때[2]부터 그는 이미 자신이 자칭 "영원불멸한 유일신이라는 하나님이 약속했던 메시아"라고 주장하는 예수라는 인물에게 마음이 빼앗긴 것.
예수가 살아나는 것이 확정적이 되는 영화 중반 이후와 예수의 시체를 쫓는 영화 초반의 분위기가 매우 달라서 다른 영화 두 개를 붙여놓은 것 같다는 평도 있다.
4. 성서와의 숨은 연관성
아쉽게도 대다수의 평론가들이 기독교 역사나 성경을 잘 몰라 미처 놓친 떡밥들이 꽤 있다:
- 꿈을 징표로 주는 하나님 - 기독교를 합법화시킨 콘스탄티누스 1세도 비슷한 실험적 기도를 한 후 꿈으로 응답받은 로마인. 다른 기록들에 의하면 전쟁에서 승리케 해주면 야훼를 믿겠다고 맹세했다고. 클라비우스도 마찬가지로 징표의 보답으로 제물을 바치고 성전을 짓겠다고 서약한다.
- 계속해서 씻는 본시오 빌라도 - 그가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하며 손을 씻었다는 것에서 따온 캐릭터 모티브.
- 바라빠(본시오 빌라도가 예수 대신 놓아준 반란자)가 또 폭동을 일으킨다는 설정 - 1961년도에 안소니 퀸이 연기한 "바라바"처럼 마르코 복음서 15장 이후 모습의 바라바를 그려냈다. 대신 이 부활의 바라바는 악역에서 악역으로 끝난다.
- 남겨진 호민관의 반지 - 우물에 물을 길으러 온 사마리아 여인은 물동이를 버려둔 채 동네 사람들에게 예수를 전한다(요한 복음서 4:28). 자신의 옛 정체성의 상징물을 뒤로 하고 복음을 선포하며 살기로 한 것을 의미.
- 산헤드린 공회원들에게 안식일에 대해 따지는 빌라도 - 예수가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는 것에 대해 꼬투리를 잡으려던 사건(마태오 복음서 12:10, 마르코 복음서 3:2, 루카 복음서 14:3)을 상기시킨다.
- 제자들이 주로 모인다는 2층 방 - 클라비우스가 쳐들어간 2층 방은 사도행전에서 성령이 강림했을 때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의 제자들이 모였던 다락방과 흡사하다(사도행전 1:13).
- 갈릴래아로 행하는 장면에서 무리를 뒤따라오는 회오리 기둥 -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떠돌 때 하나님이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그들을 인도한 것에 대한 오마주 (출애굽기 13:21-22).
- 마리아 막달레나가 "woman of the streets" (직역: "길거리의 여자"), 한글 자막으로는 "몸을 파는 여자"로 소개된다. 이건 막달라 마리아가 매춘부였다는 가톨릭 전승을 반영한 것.
- 죽은 예수를 감쌓던 수의가 나온다. 그리고 클라비우스가 그것을 회수할 때 수의에 예수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 토마스가 예수의 못자국과 옆구리를 만질 때 나누는 몇몇 대사들이 생략됨 (요한 복음서 20:24-29). 대신 29절과 비슷한 질문이 나중에 클라비우스에게 던져진다.
- 예수가 베드로와 나눈 대화가 간결화되었다 (요한 복음서 21:15-17).
- 원래는 요한이 마리아와 같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지켜보지만 영화에서는 요한이 없다(요한 복음서 19:26-27).
- 영화에서 니코데모와 아리마태아의 요셉 같이 예수를 따르던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나오지만 그 중 시몬 (루카 복음서 7:36-50)은 언급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시몬"이라 불려지는 제자는 열성당원 시몬이 아니라 베드로이다. 베드로는 예수가 붙여준 이름으로, 실제 본명은 시몬 바르요나(마태오 복음서 16:17). 영화 마지막에서도 다른 제자들이 그를 베드로라 칭하기도 한다.
- 요한 복음서 21:5-6의 대사들이 간결화되었다.
- 구약의 예언대로 엄연히 따진다면 예수는 본래 그닥 잘생긴 인물이 아니고(이사야서 53:2)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에는 사람의 몰골로도 보기 어려워야 한다(이사야서 52:14). 하지만 이런 묘사에 충실하기 위해선 몰입도를 희생해야 한다. 다만 다른 영화들과 달리 예수를 단발의 우락부락한 아랍인에 가까운 외모로 설정하였다.[3]
5. 이모저모
- 바티칸 시국에서 프레스 행사를 개최했다. 프레스 행사에서는 케빈 레이놀즈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셉 파인즈, 마리아 보토가 참석해 직접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2000만 달러로 만들어 4600만 달러를 벌어들여 흥행은 그냥 본전치기 정도였으나 2차 시장에서 어느 정도 더 수익을 거둬들였다.
-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클라비우스를 별로 경계하지 않는다. 클라비우스가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모여있는 걸 보고 놀라서 검을 떨어뜨리는데도 예수는 클라비우스에게 몇마디 건네고서는 제자들과 교류하다 그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진다. 제일 붙임성 좋게 나오는 바르톨로뮤는 증인신문할 때 한 번 봤다고 살갑게 옆에 와서 앉기까지 하며, 갈릴리에서 물고기를 나눠먹을 때도 홀로 떨어져 있는 클라비우스 옆에 같이 있어준다. 다른 제자들도 모두 그러하여, 클라비우스를 자연스럽게 무리에 끼워주기까지 한다. 갈릴리로 갈 때에는 시퍼런 글라디우스 들고 따라오는데도 두려워하기는 커녕 클라비우스의 질문에 성의있게 대답도 해 주고, 로마군이 추격에 쫓길 때 클라비우스의 리드를 군말없이 믿고 따라오기도 한다. 예수야 본인이 신이니 클라비우스가 위험인물이 아님을 알고 있었겠지만, 제자들도 예수의 제자들인지 비범한 모양(...).
- 비종교인이 보기에는, 부활한 예수에 대한 작중 인물들의 증언은 보는 사람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예수나 야훼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로마의 호민관 클라비우스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답이 없는 상황인게, "예수가 부활했나?", "그렇다.", "그렇다면 어디 있나?", "어디에든지 계신다. 그 분은 찾는다고 찾을 수 있는 분이 아니다. 우리는 찾을 수 없는 곳에 계신다." 라는 식으로 대답하니까.
- 베드로가 자신을 따라온 클라비우스가 경계를 하며 칼을 휘두르자 다리를 베이고 그 앞에서 물통을 보여주며 "물 가져다 준 거다, 물! 왜 이리 의심이 많냐!"라 고함치며 물을 땅에다 뿌리며 버리면서 신경질 부리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개그 포지션을 담당한 듯. 마지막엔 클라비우스가 낸 상처를 자랑스러워 하며 자신의 사도로서의 인생이 시작된 곳(예수가 베드로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만들어 주겠다고 말한 그 장소)에서 헤어지며 클라비우스에게 행운을 비는 인사를 건네고 털털 걸어간다.
- 이제까지의 제자들 사이에서 평상시처럼 조용하게 말하며 하늘로 천천히 들어올려지던 예수의 승천과는 다르게 제자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4]로 마지막 말을 전하며 태양이 예수의 모습을 가리면서 굉음와 함께 예수가 승천한다. 보통 이 부분에서 빛나는 태양을 보지만 그 위를 자세히 보면 구름기둥 같은게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후속작으로 예정된 부활과 제목이 동일하지만, 공식 후속작은 아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후속작은 아직 제작 중이다.
- 십자가형을 상당히 고증에 맞춰서 재현했는데, 특히 가톨릭 성화에 흔히 그려진 손바닥과 발등이 아닌 손목[5]과 발 뒤꿈치에 못을 박은 모습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사람들을 내려다 볼 만큼 길이가 긴 나무가 아닌 대략 3m 남짓한 길이의 나무에 못을 박았고, 땅을 파 구덩이를 만들어 나무를 그 곳에 끼워 세운 것이 아니라 그냥 땅 위에 나무를 세웠고 밑에 받침목을 만들어 지탱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 실제 역사상 당시 유대 지방(유다이아)에 주둔하던 로마 제10 프레텐시스 군단이 등장한다. 이 군단의 상징인 멧돼지도 그대로 등장한다. 프라이펙투스[6]인 빌라도가 유다이아 지방에서 지휘한 병력은 군단(레기온)이 아니라 보조군(아욱실라리우스)였다. 이 부대로 다룰 수 없는 소요사태가 일어날 경우, 직속 상관인 시리아의 군단장(레가투스)에게 군단 병력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적어도 빌라도 재직 시에는 그런 일은 없었다.
- 영화 시작 부분, 클라비우스의 지휘로 유다인들의 반란을 진압하는 전투장면은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질적으로 상당히 우수한 고증과 연출을 보인다. 고지를 점한 채 농성하는 유다인들의 활과 투석구, 낙석을 테스투도로 막아내며 진지 벽에 달라 붙고, 방패로 계단을 만들어 올라가 글라디우스를 뽑아들고 무쌍을 펼치는 로마군 병정들의 전투장면은 역덕, 밀덕이라면 뒤집어질만한 연출.
[1] 이 부분은 어쩔 수가 없는 게, 예수의 본명이 예슈아라는 학설을 들어본 적이 없는 평신도들도 이 영화 자체가 예수의 관한 것이니 관람하면서 '아, 예수(지저스)의 원래 이름이 예슈아구나.'하고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의 제자들의 이름은 큰 관심거리가 아니라 잘 모를 수도 있다. 거기다 대고 '''케파'''(베드로, 영어로 '''피터'''), '''마리얌 막달라이타'''(막달라 마리아, 영어로 '''메어리 메그들린''')라고 발음하면, 어차피 자막으로 보는 우리와는 다르게 자막 없이 보는 영어권 관람객들이 과연 몇 명이나 알아듣겠는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대사 자체가 아람어라 자막을 보고 알아차릴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대사가 영어라 자막을 달기도 뭐하다.[2] "오늘만큼은 마르스가 아닌 야훼, 당신에게 기도합니다. 만일 당신이 계시다면 그 증거를 내게 보이소서. 증거를 보여주셔서 당신이 살아계심을 믿게 해 주신다면 제가 당신의 성전을 지어드리겠습니다."[3] 하지만 연기한 배우 클리프 커티스는 마오리족이다. 게다가 예수는 30대인데 클리프 커티스는 68년생이다.[4] 단순히 목소리를 크게 낸게 아니라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같은 느낌이 든다.[5] 다만 손목은 못을 박다가 잘못해서 동맥을 건드리게 되면 십자가 위에서 긴 시간동안 고통을 받으며 서서히 죽어가야 하는 죄수가 오히려 과다출혈로 빨리 죽어버릴 수 있는 (로마 정부 입장에서 보면) 단점이 있다. 때문에 팔을 어떻게 못 박아 고정시켰는지는 여전히 추측의 여지가 남아있다.[6] 행정관, 성서에서는 총독이라고 하나, 빌라도는 총독(프로콘술)이 아니였다. 유다이아는 시리아 총독 관구에 속해있었고 빌라도는 그 예하의 유다이아 장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