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지평선

 





가장 안쪽의 점선이 사건의 지평선을 나타낸다.
1. 블랙홀의 사건 지평
2. 우주팽창에서의 사건 지평
3. 기타
4. 관련 문서

[clearfix]

1. 블랙홀의 사건 지평


'''사건의 지평선''', '''사상 지평(事象地平)''' 또는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은 블랙홀의 경계를 이르는 말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의 해 중 하나인 슈바르츠실트 해에서 나타나는 경계면으로 카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가 구했기 때문에 사건의 지평선의 반지름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Schwarzschild Radius)'''이라고 부른다. 천체가 슈바르츠실트 반경보다 작게 수축하게 되면, 더이상 어떤 힘도 천체의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게 되어 천체가 끝없이 수축하다가, 결국 한계를 맞이하고 자신의 중력으로 인해 붕괴된다. 그리고 붕괴 이후에 블랙홀이 생겨난다.
유도과정은 텐서에 미분기하학을 동원해 4차원 휘어진 공간[1]에서의 직선과 물리량들의 관계들을 유도하는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의 결론인 $$E=mc^{2}$$처럼 매우 쿨하게 정리되어있다.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누구든지 특정 질량으로부터 슈바르츠실트 반경을 직접 구해볼 수 있다. 만약 태양이 뭔가의 이유로 압축되어 충분히 작아져 블랙홀이 된다면, 슈바르츠실트 반경은 약 $$3\,\rm{km}$$ 정도. 대략 태양을 서울 사대문안에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압축해야 한다. 그런데, 태양은 질량이 모자라서 스스로 블랙홀이 되지 못한다. 지구 질량 정도면 대략 $$8.7\,\rm{mm}$$이므로 지구가 땅콩만하게 압축되면 땅콩 크기의 블랙홀이 되는 것이다.
$$r_{\rm S}=\dfrac{2G}{c^2}\cdot m$$[2]
  • $$r_{\rm S}$$: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 $$G$$: 중력 상수, $$6.674\,30(15)\times10^{-11}\rm\,m^3\!\cdot\!kg^{-1}s^{-2} = 6.673\,30(15)\times10^{-11}\,N\!\cdot\!m^2kg^{-2}$$
  • $$m$$: 질량
  • $$c$$: 진공에서의 광속
비례상수인 $$2G/c^2$$은 $$1.48 \times 10^{-27}\,\rm{m/kg}$$ 혹은 $$2.95\,\rm{km}/M_{\text{⊙}}$$. 지구 질량 기준으로 할 경우는 $$8.87\,\rm{mm}/M_{\text{⊕}}$$이다. 슈바르츠실트 반경을 구하고자 하는 천체의 질량을 태양질량($$\text{⊙}$$)으로 환산한 뒤, 거기에 $$2.95\,\rm{km}$$를 곱하면 해당 천체의 슈바르츠실트 반경을 구할 수 있다. 단, 회전하지 않고 전하도 0인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에만 한정된다.
위 식을 보면 사건의 지평선의 크기는 블랙홀의 질량과 '정비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블랙홀의 질량이 커질수록 사건의 지평선의 범위는 엄청나게 거대해진다. 태양의 10억 배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은 태양계 전체의 크기와 견줄 만 하다.
블랙홀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경계 구역을 지칭하는 말인데, 빛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물리적인 운동량이나 속도 같은 걸론 사건의 지평선에서 나올 수 없고, 호킹 복사 같은 방식을 제외하면 그 어떤 것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관측 정보를 일절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사건의 지평선 너머의 일은 아직 알 수 없다. 때문에 이쪽을 연구하는 물리학에서는 '''사건의 지평선 안쪽 = 블랙홀'''이라고 정의한다. 물리학적으로 정보가 오갈 수 없다는 말은 사건의 지평선 내부가 외부와는 인과율이 성립하지 않는 독립된 공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물체가 블랙홀로 떨어진다고 가정한다면,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에 무한히 가까워지는 것을 볼 수 있을 뿐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모습을 절대로 볼 수 없다. 사건의 지평선을 지나는 순간의 빛은 무한한 시간이 지나야 관찰자에게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간 뒤에도 외부 관찰자에게는 물체가 여전히 사건의 지평선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무한한 시간동안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중력에 의한 적색편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방출하는 빛의 파장이 무한히 커지게 되어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안보이는 것과 다를게 없다. 양자역학에서는 플랑크 길이 이하는 관측 불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양자역학적 관점에 따르면 외부 관찰자는 무한한 시간 후에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으로부터 플랑크 길이까지 접근하는 모습만을 볼 수 있다.
[image]
세로 축이 시간 차원이고 가로 축이 공간 차원이다. 점선은 블랙홀에 떨어지고 있는 물체로부터 나오는 빛의 궤적이다.[3] 사건의 지평선과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일수록 빛의 속도는 느려지므로 사건의 지평선과 가까운 거리에서 출발한 빛일수록 왼쪽에 있을 관찰자에게 도달하는데 점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사건의 지평선 직전에 나온 빛이 관찰자에게 도달하기에는 거의 영원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물체는 정상적인 속도로 블랙홀을 향해 들어가지만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거의 영원토록 사건의 지평선을 지나기 전의 물체의 빛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블랙홀의 중력을 발생시키는 '대상'을 일컫는 말은 바로 '''특이점'''이다.
회전하는 블랙홀에는 에르고 영역 이라 불리는 사건의 지평선의 특수한 경우가 있다.

2. 우주팽창에서의 사건 지평


블랙홀 외에도 사건 지평이 쓰이는 사례가 있다. 우주는 허블 법칙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 관측되었는데 허블의 법칙은 관측자로부터 거리가 멀수록 팽창속도가 빠른 것을 말한다. 따라서 아주 먼 거리에 대해서는 팽창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아져서 그 너머의 빛은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정확히 말하면 현재 뿐만 아니라 '''영원히''' 우리에게 도달할 수 없는 그러한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구면을 사건 지평이라 부른다. 이 내부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부르며 직경은 930억 광년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우주 팽창 속도에 비하면 멈춰있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만 이 경계도 어찌되었던 확장을 계속하고있다. 이 때문에 우리 우주를 거대한 블랙홀의 내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3. 기타


일반인들은 어째 '''시간'''의 지평선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블랙홀에 대해 몇 가지의 사실만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경우 "시간이 멈추는 듯 보이는 경계"로 알아듣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이 여기서 제목을 따왔고 작품에서 묘사된 블랙홀 너머의 세계는 지옥 그 자체인듯 하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블랙홀은 터무니 없는 중력으로 시공간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우리가 눈으로 보는 장면이 실제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있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대상이 그곳에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몇 광년 이상 떨어진 별이 지구에서 아직 보인다고 하더라도 빛이 도달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별은 과거의 모습일 뿐이며, 그 사이에 죽음을 맞이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별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4. 관련 문서



[1] 여기서 텐서는 $$4 \times 4$$ 행렬, 즉 16개 성분을 가지게 된다. 물론 몇몇 성분은 다른 성분과 같은 값이어서 실제 계산수는 이것보다는 작아지지만...[2] 원래는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의 해 중 하나인 슈바르츠실트 계량(schwarzschild solution)의 계수를 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얻어지는 관계식이다. 이 방식이 로런츠 변환을 고려한 엄밀한 유도 과정이지만, 고전역학에서 탈출속도를 $$c$$로 두고 유도해도 식의 형태는 일단 똑같이 나온다.[3] 속도는 거리/시간이므로 점선의 기울기의 절대값에 반비례한다. 즉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기울기가 가팔라지며 속도가 느려진다. 하지만 이는 외부 관찰자의 시점이고 빛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광속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강한 중력장에 의한 시간왜곡 때문으로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 따라서 어느 거리에서 빛이 1초 동안 30만 km로 움직였을때 그동안 외부에서는 10초가 흐른다면 빛의 속도가 초속 3만 km로 느려진것처럼 보인다.